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23)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23화(223/242)
Une foi ferme (1)
2018년 05월 03일. 마르세유.
[황의찬- 드리블 시도-]빈틈!
[이준혁 선수의 깔끔한 태클! 볼만 깔끔하게 빼앗았습니다!]앞에- 있다! 바로!
-뻥.
[리! 전방의 로페즈에게 길게 연결! 그리고 제르망에게, 제르마앙-!]제발, 제발-
-팅.
···하.
[아, 제르망의 슈팅이, 골대에게 막혀 버립니다.].
.
.
-삑, 삑, 삐이익-!
[경기 끝났습니다! 마르세유, 결국 여기에서 무너지는군요. 프랑스의 유럽 대항전 일정은 여기에서 마무리됩니다.]휴우-
‘그래. 끝났구나.’
[그리고,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구단 역사상 첫 유럽클럽 대항전 결승전 진출입니다!] [이로서 유로파 결승전은! AT 마드리드와 잘츠부르크와의 경기로 확정됩니다!]우리의 유로파 여정은, 끝났다.
***
<2017–18 UEFA Europa League Semi-Final>
[Game Over]Marseille 2 : 1 RB Salzburg
[Goals]Marseille : Germain(44), Rolando(81)
RB Salzburg : Schlager(62)
***
“자, 그럼 거의 논알콜이긴 하지만, 그래도 유로파 결승에 올라간 의찬이를 축하하며, 건배.”
-쨍.
“하하,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 순간, 민제는 아직도 탈락한 게 아쉬운지.
“쳇, 우리가 올라갈 수도 있었는데.”
축하보다는 불평불만을 내뱉었고,
‘···흐, 그래, 아쉽긴 아쉽지.’
···솔직히 그건 나도 동감이였다.
우리가 리그 우승을 위하여 유로파 리그는 결국 이번 4강전에 들어서는 반쯤 놓았는데도 총합 스코어 환산 2대 2.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한 패배.
만일 우리가 전력을 다해 상대했더라면, 우리 쪽이 이길 거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리그에서 적당히 2위 안정권에 들었으면 오히려 이 경기를 잡으려고 엄청 애썼을 텐데. 하하···’
세상 참 모를 일이다. 팀이 생각보다 더 강했던 탓에 선택과 집중을 오히려 더 강요받다니.
뭐, 그래도.
진 건 진 거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결국 우리가 패배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럼 그냥 분하게 생각하기보단 깔끔하게 인정해야지.
“아, 진짜 우리가 풀주전이였으면 느네 3대 떡으로 이겼어. 임마.”
“응, 그래도 이긴 건 우리야~”
“와, 양심 보소? 오늘 너 아무것도 못한 거 알아, 몰라? 저번 원정에서 우리가 지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올라갔어 임마!”
“응, 아무리 그래봤자 너는 4강딱, 나는 결승. 이건 안 바뀌어. 꼬우면 이기셨어야죠? 인과응보죠?”
그 순간, 나는 이야기에 웬만하면 끼어들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 의찬아? 민제가 왜 인과응보냐? 떨어진 건 우린데.”
“저 새··· 아니 저 자식이 오늘 제 공 뺏을 때마다 앙 기모띠 하고 다녔거든요.”
···오우, 오늘따라 돌파 막으면 뭐라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게 그 말이였어? 좀 쎄네?
“아 씨, 거 한 번 그런 거 가지고 겁나게 투덜대네, 그게 다~이 몸이 빅 리거 선배로서 깊은 뜻이 있어서 한 말이란다.
“앙 기모띠가 날 생각해서 한 거라고? 그건 또 뭔 개소리야 임마. 그리고 니가 왜 선배야? 내가 유럽 물 너보다 먹어도 몇 년은 더 먹었어!”
-후비적.
“귓구멍 막혔냐? 빅 리거 말이다. 빅 리거. 어디서 오스트리아 리거 따위가 빅 리거 대선배한테 대들어?”
“와, 이 자식 양심 봐라. 선배님 덕분에 개꿀빨면서 팀에 적응한 놈이 말이 많아? 니가 혈혈단신으로 외국에 뚝 떨어졌을 때의 고통을 알아?”
아이고 시끄러워.
“자, 자. 다들 음량은 좀 낮춰라. 이야기 하는 건 좋지만 너무 크게 떠드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
그리고 다행히도.
“옙.”
“옙.”
둘 다 입을 다물었다.
에휴, 그래도 선배 말은 들어서 다행이네.
“선배님이 밥 사줘서 참는다 임마.”
···아닌가, 밥 사줘서 말 잘 듣는 건가.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한 이후로는 좀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뭐 먹고 지내냐 같은 이야기라던가. 여기까지 경기를 보러 와 준 한국인 팬 이야기라던가.
“오, 그럼 너 내년 시즌엔 이적하려고?”
“응, 슬슬 새로운 무대를 찾아볼 생각이야. 임대로라도 좋으니 빅 리그로 한번 가보고 싶어.”
···새로운 무대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의 대화라던가.
그렇게 약간의 부러움을 담아 동갑내기 둘이서 신나게 떠드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와중.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선배님?”
갑자기 의찬이가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거 참, 그냥 형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는데도 좀처럼 고치질 않는구만.’
하긴 국대에서 몇 번 마주친 것만으로 형님이라고 부르길 요구하는 건 너무 과했으려나?
“그래, 왜?”
“저, 혹시 제 드리블 스타일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응? 그건 왜?”
“···오늘 뭔가, 드리블 돌파가 하나도 안 통하는 느낌이 들어서요.”
아, 그거?
“야, 그야 뻔하지, 넌.”
“민제야, 스탑. 이건 내가 말하는 게 낫겠다. 진지한 이야기니까.”
“예엡.”
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직은 넌 플레이 스타일이 뻔하잖아. 그래서 막기가 쉬웠지.”
그래, 의찬이는 우리나라 대표팀 경기를 보는 사람들에겐 측면 드리블 돌파를 많이 시도해서 그런지 저돌적인 드리블이 강점인 측면 공격수로 보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최상위권 레벨에서 의찬이는 드리블, 정확히는 ‘볼을 가지고 운반하는 데 있어서 강점을 가진 선수’ 는 아니다. 이 녀석의 장점은.
“넌 스피드를 이용한 뒷공간 침투가 강점이니까.”
체력, 그리고 스피드다. 스피드. 경기에서 보통 선수가 스프린트(전력질주)를 한 20번 정도 하는데 의찬이는 그 두 배를 뛴다.
그래서 소속팀에서 의찬이의 위치는 측면 윙어가 아니라, 투 톱에서의 골게터. 즉 중앙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그러면서 스피드를 이용한 뒷공간 침투를 노려 골을 넣는 데 집중하는 유형이다.
“···그렇긴 하죠.”
“그래, 그래서 막힌 거다. 민제나 나나, 스피드만큼은 탑클래스잖아. 그렇다고 니가 패스 실력이 엄청 좋은 것도 아니고”
그래서, 솔직히 의찬이의 드리블은 그냥 스피드가 빠른 선수가 있거나, 중앙으로 들어가는 움직임만 잘 막고 있으면 영 힘을 못 쓴다.
물론 이 녀석이 보다 보면 시원한 돌파가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거야 그냥 겁나 뛰어댕기니까 그 중 하나는 얻어 걸리는 거지.
‘뭐 그렇다고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애초에 공격수는 골 많이 넣으면 장땡이고, 지금 의찬이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시즌 10골씩은 넣는 공격수로 자리잡았으니 이걸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칭찬해야 한다. 애초에 공격수는 골 넣 잘 넣으면 모든 게 용서되는 포지션이다.
당장 호날두는 메시에 비해 모든 면에서 밀리지만 골 수는 비슷하게 맞춰갔기에 그래도 라이벌이라고 비벼 볼 수라도 있는 것 아닌가.
다만.
“···하하, 하긴 그렇죠. 제가 흥빈이 형이랑 역할이 너무 겹쳐서 문제에요. 월드컵 꼭 한 번 뛰고 싶은데···”
그 역할을, 이미 대한민국의 에이스이자 아시아 역대 최고를 달려가고 있는 선수가 맡고 있다는 게 흠이다. 그래서 현재 벨기에에서 전문 윙어로 거듭나고 있는 창운이가 국대 주전 멤버로 낙점받은 거고.
‘뭐, 그래서 아마 올해는 승선은 해도 창운이가 부상당하지 않는 이상엔 경기에 뛰진 못하겠지.’
그런 걸 보면, 지금의 의찬이는 수비가담, 측면 드리블 돌파와 크로스, 그리고 패스 연계 등등··· 모든 면에서 부족한 유망주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뭐 그래도, 넌 아직 많이 어리잖냐. 열심히 해라. 넌 아직 한참 어리잖아?”
“옙, 선배님.”
나보다 7살이나 어린 나이, 그리고 공격수라는 건.
아직 찬란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준다.
만일 시장에 나갈 경우 몸값은 의찬이의 몸값은 나와 비슷할 꺼다.
그리고 그 말은.
“그럼 선배님, 이번엔 또 다른 걸로 건배합시다.”
···그리고 반대로, 이제 나에겐 시간이, 정말로 많이 남지 않았다는 소리기도 하고.
그러니.
“그래, 뭘로?”
“그야 뭐 하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잘츠부르크와, 마르세유의 리그 우승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하나 더 있죠. 바로 부상 없이 월드컵에 모두 가길 위하여!”
-쨍.
“위하여!”
···남은 한 가지. 리그, 리그만큼은 꼭 들어 올리고 싶어진다.
그것만이 내가 올해 무언가를 해냈다는 증표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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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 팀들에게 있어서 시즌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을 때, 가장 현명한 행동은 무엇일까? 수많은 답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짝.
“자, 다들 주목.”
“주목.”
평소와 달라지지 않은 채로, 그냥 하던 대로 한다.
물론 감독을 경질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신들이 쌓아온 것을 모조리 부정하는 팀들도 있지만, 보통 그런 놈들은 성적이 안 좋은 놈들이다.
애초에 시즌 내내 하던 행동들이 먹혔으니까 우승 후보로 올라온 거일 텐데 시즌 말에 조급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팀의 상승세를 이끈 루틴을 버린다? 그거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다.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시험이 다가왔을 때 공부 잘 하는 놈과 공부 못 하는 놈이 어떤 태도 차이를 보이는지 보면 이해가 훨씬 쉬울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니스는 본디 안정된 수비라인을 만들고 빠른 공수전환을 통해 득점을 이루어내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 체력이 떨어진 건지 공수 전환이 매끄럽지 못한 탓에 득점력이 급격하게 약해지며 하락세를 겪고 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수비진들은 평소와 같이 코치님들의 전술 분석을 듣고는.
“때문에 현재로서는 솔직히 팀합이 잘 맞기보단, 발로텔리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 점을 노려서-”
-탁, 탁
“상대방의 빌드업을 U자로 만드는 게 중요하니, 중앙을 철저하게 지키는 데 유념하도록. 알겠나?”
“예, 코치님.”
평소처럼 수비 대응책을 연구하고, 이제 심화편으로 들어갈 차례였다.
“발로텔리는 지난 2년간 플레이 스타일이 참 많이 바뀐 선수 중 한 명이다. 옛날에는 몸싸움을 기피하는 선수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어떤 일이 생긴 건지는 몰라도 다시 스피드보다는 피지컬과 템포를 이용하는 느낌에 가깝지.”
옛날 그 악마의 재능이라던 발로텔리가 지금 어떤 모습인지, 플레이 스타일을 하나하나 씹고 뜯고 맛보면서 어떻게 고립시킬지를 연구한 후에.
“···결론을 내리자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이 녀석의 헤더라는 거지, 민제가 왔다곤 해도 우리는 아직 헤더가 강한 편은 아니니. 그러니 이번의 수비 훈련 메뉴는 최대한 공중볼 대비 훈련으로 간다.”
우리가 해야 할 훈련 방향을 알려주고.
“그럼 다들 훈련장으로 짐 챙기도록. 15분 후에 바로 훈련 시작이다.”
“예. 코치님.”
그에 맞추어 훈련을 하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
“······”
물론, 솔직히··· 말은 그렇게 해도, 평소와 같다고는 말 못 하겠다.
이제 우리에게 있어서 남은 경기는 고작 3경기인데, 아직도 파리가 1등이다.
물론 우리가 2위라곤 해도 승점은 동률이라서 파리가 한 번이라도 미끄러지는 순간, 우리는 저걸 잡아낼 자신이 있지만.
이제 파리의 남은 3경기 일정은 아마앵 원정, 렌스 홈경기, 캉 원정경기.
솔직히 말해서, 파리에게 있어서 쉬운 난이도의 대진이기에 파리가 저 세 경기를 모두 이겨버릴 확률이 적지 않다.
‘···하다못해 저번 35라운드 때 앙제 원정을 잡았으면 이러진 않았을 텐데.’
그렇기에, 솔직히 이번 시즌, 그 어느 때보다도 잘 했다고 생각하지만.
결말을 앞둔 지금은, 그 기쁨보다는 후회가 남는다.
조금만 더 잘 할껄.
조금만 더 열심히 할 껄.
조금만 더··· 그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짝
“자, 자, 다들 왜 그렇게 말도 안 하고들 있어요? 고작 훈련하러 가는 길에.”
내가 지난 몇 년간의 밑바닥 생활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제 와서 안 되는 걸 붙잡고 있어봤자.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거고.
우리는 옛날에 후회하는 선택을 했을지라도, 그 때는 나름 그게 최선을 다한 선택이었다는 거다.
지금의 우리 팀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모습이다.
그러니까, 설령 불안에 떨지라도.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평소처럼 하자고요, 평소처럼.”
여기까지 온 나를, 동료들을, 팀을.
“···그래, 너무 긴장했네, 하하. 고작 연습인데도 요즘 굳어있었다. 진짜. 하하. 야! 이렇게 된 거 노래 한 곡 뽑으면서 가자!”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