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24)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24화(224/242)
Une foi ferme (2)
“하나, 둘. 하나아악-아악.”
휴우, 젠장. 유연성 겁나게 떨어져 있구나. 비명이 절로 나온다.
‘오늘은 경기 시작 전에 마사지 좀 제대로 받아 둬야겠네.’
그렇게 내가 훈련을 마무리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가던 도중. 좀 이상한 장면들을 볼 수 있었다.
-Laissez passer !
-Levatdattorno! Levatdattorno!
딱 봐도 카메라를 든, 그러니까 기자들인 것 같은 친구들 중 일부가 난생 처음 보는 말들을 하면서 우리 구장에서 돌아다니고 있던 거였다.
‘···파리 놈들이 그저께 무승부해서 기자들이 많이 돌아다니는거야 이상한 일은 아닌데, 저 Levatdattorno는 어디 말이냐?’
영어도, 프랑스어도, 스페인어도, 포르투갈어도 아닌 것 같은 말을 쓰는 외국 기자들이 뭣 때문에 저렇게 많이 왔는지 궁금하던 찰나.
“아, 이적 루머에 대해서 말이죠?”
얼마 안 가 바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발로텔리가 기자들을 모아 놓고 인터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일단 말씀드리자면, 받았습니다.”
“오, 역시 그렇군요. 그렇다면 어느 팀이 제안을 했는지도 알 수 있을까요?”
“하하, 그건 아직 말씀드릴 수 없겠네요. 그래도 힌트를 드리자면··· 하나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여러 리그에서 제안이 왔다는 겁니다.”
하, 인기 많네.
‘···뭐, 하긴 그러실 만하지.’
발로텔리. 마리오 발로텔리.
유망주 시절 인터 밀란이라는 빅 클럽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그곳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여 괜찮은 활약으로 맨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첫 우승에 기여하고.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면서 아주리 군단의 미래를 책임질 주전 스트라이커가 될 것으로 평가받던, 재능 넘치는 선수였지만.
차 몰고 가다가 여성 전용 교도소로 가기도 하고, 불꽃놀이짓 하다가 불을 내기도 하고, 훈련에 불성실하다는 말을 매번 들으며 점점 내리막길만을 걸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망한 유망주의 길을 밟은 선수···지만.
방금 보다시피 그럼에도, 그는 아직 상품성이 있었다.
왜냐고? 그야.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최근의 활약으로 이탈리아 대표팀 재승선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하, 그건 제가 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주리 군단에 재승선할 수만 있다면 그건 아주 영광스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녀석은, 재능만큼은 넘쳐났으니까.
-*-*-*-
기본적으로 축구계에서 심심하면 벌어지는 떡밥이 있다.
-누가 더 좋은 축구선수인가?
그리고 이 질문은 어떤 식으로 한 번 결말이 나더라도, 정말 한 쪽이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가지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벌어진다.
이 스포츠라는 세계가 기본적으로 계속 누가 강한지, 누가 약한지를 겨루고 싸우고 따지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조금 더 상상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90년대 말, 00년대 초를 호령했던 호나우두가 만일 몸이 건강했다면?
아니면 메시 이전의 바르셀로나를 이끌었던 00년대 초의 호나우지뉴가 클럽 죽돌이가 아니였다면? 하는 식으로.
-축구계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그런 말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메이저리그 간 최동원 선수나 아스날을 가지 않은 박주영 선배님이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같은 식으로 말이다.
물론, 혹자는 이런 생각은 다 쓸데없는 소리라고 생각하긴 한다. 그래 봤자 현실은 바뀌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이런 논쟁은 언제나 단골로 나오는 주제 중 하나다. 왜 그럴까?
내 생각에는, 그 선수들의 ‘망했다’ 는 성적조차, 일반적인 프로 선수보다는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온 몸이 부상병동이었기에 빠르게 기량을 잃어갔던 호나우두는 은퇴 직전인 2009년까지도 브라질 리그에서 20경기 12골 5도움을 기록하다가. 2010년에야 은퇴했고.
바르셀로나의 드림팀 이후부터는 잘 기억되지 않는 호나우지뉴는 은퇴하는 2014-15시즌에 멕시코와 브라질에서 뛰면서 총 36경기 8골 7도움이라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발롱도르를 받았던 이들에 비하면 좀 초라하긴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재능이라고 불렸던 박주영 선배님은?
최악의 선택이라던 아스날에서의 방출 이후로 완전히 잊혀져가는 분위기긴 하지만, 멀쩡히 아직 서울에서 매 시즌 10골씩 넣으며 좋은 베테랑으로 잘 뛰고 계신다.
놀랍지 않은가? 결국 정리해보자면, 이들 모두 최전성기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모두에게 잊혀졌지만. 평범한 프로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꽤 뛰어나다고 할 만한 성적을 은퇴 직전까지 찍거나, 찍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팬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될 만한 재능이란 건, 그만큼 절대적이다.
한 번, 아니 여러 번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시간이 있다면 그들은 옛날의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성적은 낸다.
그리고 그 몰락이 부상 때문이 아니라, 멘탈 때문이었고, 그 선수가 아직 어리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발로텔리!, 슛-! 골! 골입니다아-!] [발로텔리, 이번 골로 시즌 24호 골을 기록합니다!]부활했다고 볼 여지가 있으니까.
***
[seconde mi-temps 11]Nice 1 : 1 Marseille
[Buts]Marseille : Stuani(13)
Nice : Balotelli(55)
***
[확실히, 발로텔리 선수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옛날에는 전혀 소화 못 하던 등지는 플레이를 할 줄 알고 있어요!]이 리그앙에서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가며, 부활하고.
[예, 덕분에 벌써부터 발로텔리 선수에 대한 이적 오퍼가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이라 이적료도 들지 않고, 나이도 27세로 아직 젊으니까요.]끝내 그 멘탈적인 이슈에도 불구하고 빅 클럽이 자신을 다시 주목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라.
‘대단하네, 대단해.’
그냥, 꽤나 대단하다고밖엔 말할 수밖에 없었다.
“라미, 괜찮아요?”
“···끄응, 아니, 안 괜찮다. 저 녀석, 뭐 저리 몸이 돌덩이냐.”
우리 팀의 수비진이 이렇게 스트라이커 한 명을 억제하기 힘들어하는 건, 좀 색다른 경험이었으니까.
물론 냉정하게 말하자면 파리나 모나코 수준으로 빡센 건 아니고, 그냥 평소보다 조금 힘든 수준이었지만.
오늘 나나 사카이가 측면을 지금 아주 잘 틀어막고 있어서 공격에서의 지원이 꽤나 부족한 편인데도 저렇게 날카로울 수 있다는 건···
‘허, 전반기 때는 못 느꼈는데, 이렇게 보니까 진짜 대단하긴 대단하다. 괜히 제라드가 자서전에서 발로텔리를 재능으로만 따지면 자기가 함께했던 스트라이커 중에서 최고라고 했던 게 아니구나.’
오웬, 토레스, 수아레즈라는 EPL 득점왕들과 직접 뛰어본 선수가. 그 선수들보다 발로텔리가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단언했던 재능은. 확실히 꽤나 대단했다.
하지만. 왤까.
‘···저 친구는 생각보단 부럽진 않네.’
놀랍게도, 나는 지금 저 친구가 크게 부럽지 않았다.
‘뭐 질투심 안 들면 좋긴 한데, 왜 그런 거지?’
지금 우리가 바빠서일까? 아니, 그건 아닐 꺼다. 바쁘긴 해도 음바페 보고는 겁나게 자괴감 느꼈는걸, 난 저 나이에 뭐 했나 하고. 그래도 좀 꾹 참고 뛴 거고.
‘그런데 왜 지금 저 놈한텐 부러움이란 감정이 하나도 안 느껴지-’
아, 이런. 생각이 길어졌다.
[니스의 공격입니다. 윌리안, 피에르에게-]우리 팀 공격진이 볼을 빼앗기고 나서야 움직이다니. 늦은 건 아니지만 원래는 이 전에 바로 자리 잡고도 남았어야 했는데.
‘경기에 집중하자, 집중.’
오늘 수비 작전의 개요는 저 쪽이 중앙으로 찔러주는 패스를 못 하게 자기네들 진형에서 빙빙 돌게 만드는 거였고.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나는.
[피에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시간을 끄는군요.] [예, 딱히 줄 곳이 없으니까요. 마르세유가니스의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생각도 생각이지만, 열심히 측면의 선수가 볼 컨트롤이 힘들도록 압박해야 했다.
정신 팔린 상태로는 이거 못 하니까 집중하자, 집중.
[피에르 선수, 고민할 시간이 많진 않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압박이 들어가는 건 똑같아요.] [아, 피에르, 결국 옆으로 공을 돌립니다.]흠, 근데 전반전에도 느낀 거긴 한데.
‘이 녀석들, 전체적으로 어떻게든 중앙으로 패스를 보내려고 하다가 옆으로 빼네. 뒤로는 죽어도 안 빼려고 들고.’
하긴, 공격하려면 그게 맞긴 하지. 중앙 못 뚫고 U자로 계속 패스해봤자 뭔 수가 나는 건 아니니까. 다만 내가 왜 이게 의아하냐하면.
‘이 놈들 무승부를 노리는 게 아니라, 승리를 노리는 건가?’
뭐, 승리를 노리는 게 나쁜 행위는 아니다. 저 놈들도 유로파 진출이 가시권이라 갈 길 바쁜 건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근데 말이야.
-Aux armes-! Nous sommes les marseillais-!
그런 건 느네 원정에서나 바래야 했던 거 아닐까? 우리 이번 시즌 홈에서 무패거든? 어린 놈이라 그런지 겁이 없구나?
‘뭐 물론 축구란 게 나 혼자서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오늘은, 나를 가장 잘 아는 미드필더가 나온 상태.
“세르티치?”
“응? 왜?”
“좀 있다가 나중에 신호 줄 때, 저 놈들이 이 쪽으로 패스하도록 반대쪽에서 압박해줄 수 있어?”
훈련에서 나와 가장 호흡을 자주 맞춘 이 친구와 발을 맞춰본다면.
“인터셉트 노려보게?”
“응, 잘 하면 될 것 같다.”
한 번쯤 제대로 공을 가로챌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오케이. 맡겨 두라고.”
그렇게 말하고 한 10분쯤 지났을까.
[피에르, 장 세리에게, 장 세리는-]저 놈들이 약간 템포가 느슨해진 모습이 보였고, 나는 세르티치에게 조용히 이제부터 슬슬 말했던 대로 움직여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윌리안에게 공을 줍니다. 윌리안, 세르티치가 달려드는데-]좋아. 이 상황에서 저 놈이라면 저 쪽으로-
[윌리안, 피에르에게-?] [아, 리, 가로챘습니다. 리의 인터셉트!]뺏었다. 그럼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야지.
저 녀석들이 몰려들기 전까지 한 발 더 치고 달린다.
[완벽하게 허를 찔렸습니다! 니스, 뻥 뚫렸어요!]뒤늦게라도 내 앞을 가로막으려고 드는 놈은- 오른쪽 중앙수비수. 저 녀석이 내 2차 마크맨이니까 본능적으로 움직였나보네.
그렇지만, 아직 거리가 3m 정도는 되는 상태. 마크가 붙었다고 보긴 애매하다. 그러면-
[리, 크로스-!]여유롭게 올려줄 수 있다 이 말이야.
자, 그럼 이제 혹시나 모르니 2차 움직임을-
[스투아니, 헤더-!] [아, 다행히 골키퍼가 쳐냅니다만-! 다시 위기!]···가져가길 잘 했구만. 받아요, 주장.
[슛-! 골-! 골골골골골-!] [마르세유, 2대 1로 다시 앞서갑니다!]“이야, 고맙다! 리, 솔직히 이대로 기회 완전히 놓치는 줄 알고 철렁했는데.”
“하하, 아니에요, 잘 우겨넣었는데 저 놈이 잘 막은 걸 어떻게 해요.”
“야, 나는?”
“물론 너도 고맙지 임마! 덕분에 공격이 시작됐는데!”
그리고
“이야아아아아아-!”
저기 기운이 어디에서 났는지 저 역주행 세레모니를 하고 있는 주장까지. 모두의 움직임이 완벽했다.
“그러고 보니, 너 이제 리그 공격 포인트 몇이냐?”
“15개요, 골은 3골이고.”
“이야, 진짜 너도 대단하다. 그럼 리그 어시스트 순위 전체 3위잖아?”
뭐, 그렇긴 하지. 스로인 덕택에 어시스트 스탯은 풀백 중에선 정말 남들 배로 쌓았다.
“그럼 너 이번 시즌 리그 베스트 11은 확정 아니냐?”
“야, 뭐 그게 대단한 거라고, 저기 16어시 찍고 어시스트 왕 예약한 양반이 저기 있는-”
그 말을 하는 순간, 나는 입을 멈췄다.
-왜 발로텔리는 부럽지 않은 거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은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발로텔리, 저 녀석은 분명 뛰어난 스트라이커다. 저렇게 하락세에 하락세를 겪고도 이 리그앙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무조건 드는 스트라이커는 되니까.
하지만,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평가받던 재능을 가지고 가장 절정의 신체적 능력을 뽐낼 시기에, 좋은 선수이긴 어찌 보면 ‘고작’ 리그앙에서도 다섯 손가락인 선수다.
그런데 지금 내 주위에는.
“리, 뭐해?”
“어, 아냐, 그런데 스투아니, 안 아쉬워요? 리그 득점왕이 목전인데.”
“뭐, 안 아쉽다면 거짓말이긴 한데, 오늘 한 골은 이미 넣었으니까.”
저 녀석보다 훨씬, 훨씬 뛰어난 선수들이 넘쳐났고.
‘그래, 이제야 알 것 같다. 저 녀석이 전혀 부럽게 느껴지지 않던 이유를.’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내리막길만을 걸은 저 선수를 예전의 나라면 몰라도.
“자, 자. 다들 집중하자. 아직 안심하지 마, 아직 한 골 차이야, 한 골만 더 먹혀도 바로 우승 희망은 사라진다. 집중, 집중해!”
“Oui, Capitaine!(예, 주장!)”
“좋아, 다들 위치로!”
지금 우리의 팀 동료들보다 못한 저 선수를, 지금의 나라면 부러워할 이유가 없었던 거다.
“리, 뭐해?”
“아, 넵. 갑니다.”
그래, 부러워할 필요가 없-
‘···아니다, 한 가지는 부럽네.’
저 녀석은 인테르 시절 트레블을 경험해본 놈이니까. 그거 하나는 부럽구나.
···뭐 그래도. 지금 당장은 저 녀석이 날 부러워할 거라고 믿는다.
.
.
.
-삐, 삐, 삐이익-!
[경기 종료입니다! 이번 리그앙 36라운드의 마르세유 대 니스의 승자는 마르세유! 마르세유가 다시 1위로 올라섭니다!]이제, 두 경기만 무사히 넘긴다면, 올해 리그 트로피는 우리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