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26)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26화(226/242)
dernier match (2)
-그러니까, 저희는 리, 당신이 베인스의 후계자가 되어주길 바라는 중입니다. 당신에겐 그럴 가능성이 충분해요.-
“···그렇군요.”
허, 참. 놀랄 노자네. 이 팀까지 연락이 오다니.
-그리고 단언컨데 저희가 최고로 좋은 금액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 듣기로는 이상하게 저희 팀이 돈이 없다는 이미지가 박혀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빅6에 비해서일 뿐, 저희는…
아, 알죠, 잘 알아. 요즘 좀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옛날 박지성 대선배님 시절에는 챔스도 나갔었고, 강등 걱정따윈 전혀 안 하는 팀이잖아.
-적응도 문제 없을 겁니다. 여기는 프랑스와는 달리 영국이고, 저희는 기꺼이 당신을 위한 통역사를 준비할 생각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만 하다면, 김민제 선수도 데려와, 코리안 커넥션을 만들 의향도 있습니다. 또한-
그런데 이런 팀이 뭐 이렇게 나한테 선제시를 해오냐?
-···그러므로, 저희와 함께 해 주신다면 정말이지 기쁠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군요.
“예, 에이전트와 함께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 후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럼 또 전화할 수 있길 바랍니다. 하하.-
-뚜, 뚜, 뚜.
“휴우- 전화기가 아주 불이 나네, 불이 나.”
그렇게 전화를 끊은 후, 1분? 2분쯤 지났을까.
-뜽 뜨드 뜽뜨르~
다시 벨소리가 울렸다. 젠장
-이준혁 선수, 이야기는 잘 나누셨-?
“저기 매니저님, 혹시 제안 일단 오는 데로 다 전달받겠다는 거, 취소해도 되나요?”
앞뒤 다 짜르고 말하는 건 버릇없는 행위긴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하하, 어지간히 시달리셨나 보네요?
“예,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전화 많이 받아보는 건 처음이에요.”
왜 에이전트님이 이번에 이적 작업을 하면서 이번 이적에만 쓰고 버릴 폰을 마련해두라고 했는지 이해를 못 했었는데,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냥 전화가 미친 듯이 많이 온다.
‘괜히 이적 작업에만 쓸 전화기를 하나 새로 개통하라고 했던 게 아니구나…’
저번에 경험한 이적이란 건 내가 이적의사를 밝히고 나서도 레프트백이 필요할 만한 팀들에게 에이전트가 발품을 좀 팔아야 했는데.
지금은, 에이전트님이 이적을 할 수도 있다는 정보를 흘리자마자 너무나 빠른 속도로 한번 찔러보는 팀들이 엄청나게 나오고 있었다. 시즌이 끝난 것도 아닌데도.
‘본머스에, 왓포드에, 아탈란타에, 로마에, 방금 전 에버튼까지… 진짜 쟁쟁한 팀들이 오퍼를 해오고 있네.’
아, 참고로 라리가는 아직 오퍼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오퍼가 오긴 왔는데 제대로 된 오퍼는 아니였다고 했다. 연봉을 엄청나게 후려치려고 들었다고…
“원래 이적 작업이 이런가요?”
그러자, 좀 예상 외의 답변이 들려왔다.
-…하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어느 정도는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저희도 몰랐습니다. 이런 경험은 저희도 처음이라서요.
“…네?”
나도 모르게 멍청한 목소리로 되묻자, 에이전트는 차분한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적시장에서 이준혁 선수정도로 시장 가치를 평가받은 한국 선수는 지금까진 손흥빈 선수와 기성룡 선수밖에 없었으니까요.
“……”
-아, 물가상승률을 생각하면 박지성 선수도 포함되긴 하겠네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나는, 뭐라고 하려다가, 입이 쏙 들어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말하니, 이번 내 이적작업이 정말 얼마나 큰 건이냐는 것이 바싹 실감이 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신경 쓰이게 만들었군요. 이건 명백한 저희의 실책이니 사죄드립니다.
“…아닙니다. 모든 이적제의를 보고해달라고 한 건 전데요 뭐.”
게다가 저 사람들은 그냥 내가 해달라는 대로 해줬을 뿐인데 뭐 어떻게 탓을 하겠냐. 그저 경험이 부족해서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렸을 뿐이다.
“그냥 다음부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아서 말씀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오퍼가 오는 팀들에겐 슬슬 월드컵 준비에 집중하고 싶으니 이적에 대한 논의를 잠시 줄이겠다고 전달하죠.
”예, 그렇게 해주시면 무난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으려던 도중, 문득 의문이 하나 들었다.
“그러고 보니, 재계약 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거죠?”
일단 이적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긴 하지만 나의 선택지 중 1순위는 잔류니까.
-그 쪽은 이제 테이블을 열긴 했는데, 저희의 재계약이 1순위까진 아닌 것으로 보이기에 제대로 된 협상을 하기까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하긴, 나보다야 이번 시즌 포텐 터진 젊은 선수들 지키는 게 우선이긴 하겠지.
-그럼, 다음 보고는 월드컵 진출 엔트리 확정 이후에야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그럼 이만 저는더 방해하지 않고 가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우승 축하드립니다.
“예, 잘 부탁드려요.”
-뚜, 뚜, 뚜.
“휴우- 참… 구단 입장이 이해는 가면서도 아쉽네.”
재계약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건가.
하긴, 지금이 내가 최고점으로 팔릴 수 있는 때긴 하니.
우승했는데 팔려나간다니. 약간 이상한 말이기도 했지만. 사실 이상한 소리도 아니다.
마치 한 대기업에서 대우 잘 받고 사는 대기업의 직원이 아닌 이상 헤드헌팅에 사람들을 계속해서 꾸준히 빼앗기게 될 것을 상수로 둬야 하는 것처럼, 축구계도 다르지 않다. 극히 일부의 클럽을 제외하고는 선수들을 계속 팔아야 한다.
모든 이들에게 최상의 좋은 대우를 할 수는 없으니까.
즉, 마르세유같이 모든 선수들을 잡을 여력이 없는 팀에게는 우승이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소리는, 곧 선수들을 팔아치워야 한다는 소리이기도 하단 소리다.
그러니, 결국 우리들 중 몇몇은 팔아야 하는데… 만약에 판다면, 가장 1순위로 판매가 유력한 후보는 나일 수밖에 없다.
일단 풀백이라서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은 편이기도 하고, 비싸게 팔 수 있는 마지막 나이에 들어선 선수들인데다- 아시아인, 그러니까 외국인 선수라는 점까지 겹쳐지니.
나를 보려고 경기장에 오는 팬들은, 없진 않겠지만… 아주 드물다.
즉, 나는 데리고 있으면 이제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매물이면서, 돈을 큼지막하게 가져다 줄 수 있는 매물도 아니다.
‘물론 내가 한국인이기에 벌어다 주는 중계권료 같은 돈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마르세유 입장에서는 한국 중계권료는 민제만 잡으면 큰 문제 없을 거다. 누가 봐도 부상만 아니라면, 대한민국의 중앙을 든든하게 지켜줄 초대형 유망주니까.
“휴-우, 참 씁쓸하구만.”
물론, 아직 결과가 나온 건 아니고, 내가 남을 확률이 없는 건 아니다. 금액만 어느 정도 맞으면 난 남고 싶다. 애초에 챔피언스리그 뛸 수 있는 팀이 흔하지도 않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1순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조금 슬프네.
“하아, 아니지, 집중하자, 집중. 이렇게 딴 생각으로 가득차서야 어디 제대로 뛸 수 있겠어?”
오늘 세레머니할 깃발도 잘 챙기고, 기뻐할 준비나 하자. 그러자고.
-*-*-*-
-삑, 삑, 삐이익-!
[아, 이렇게 전반전은 무승부로 끝납니다. 마르세유, 예상 이상으로 고전하네요.] [그렇죠, 원래의 마르세유에 비하면 아주 살짝 아쉽습니다.[***
[mi-temps]Marseille 1 : 1 Amiens
[Buts]Marseille : Stuani(25)
Amiens : Konaté(31)
***
중위권, 거의 딱 중위권 팀을 홈으로 불려들여서 무승부라니. 확실히 살짝 아쉬운 모습이긴 했다. 하지만.
[허나, 팬들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르는군요.]-Allez l’OM, allez marseillais, hissez haut, les drapeaux,
-(오오 마르세유, 오오 마르세유여, 깃발을 높이 들어라)
-Tous unis sous les mêmes couleurs,le virage chante avec ferveur.
(모두 같은 색깔의 깃발을 들고 뭉쳐, 열렬하게 노래하여라.)
[예, 이미 어떤 결과가 나오든 리그앙의 트로피는 그들의 것이라 그런지, 마르세유 팬들의 응원이 경기가 멈춘 지금도 전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저기 보시죠.]-Championnat 1929, 1937, 1948, 1971, 1972, 1989, 1990, 1991, 1992, 2010, 2018
[잽싸게 응원석에 걸친 리그 우승을 나타내는 걸개에, 이번 우승을 넣어두지 않았습니까.] [하하, 빠르네요, 어차피 올해 우승은 자기들 꺼로 확정되었으니. 우승컵 들기도 전에 미리 넣어놓겠다?]그리고, 그 가운데서.
-자, 자, 다들 집중해라. 크게 문제는 없으니 다들 부상당하지 않는 데에 집중하고…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작전은 원래 하던 대로-
감독이 기본적인 작전을 다시 설명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 열심히 듣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그러면, 오늘은 이만 짧게 끝내지,
감독 역시 그에 대하여 별 불만이 없었다. 우리가 지금 뭐 그렇게 엄청나게 꼴사나운 경기력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허용범위 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들 오늘은 즐기는 날이니까 말이야.
-Oui! Oui! Oui!
하지만.
”……휴우.“
나는 영, 즐기지를 못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정말 고대하던 우승이고, 업적이지만…
또 이적을 알아봐야 할지도 모르고, 이적할 확률이 높다는 현실이 벌써 겹쳐지니.
조금, 기분이 좀 그렇다.
”에휴-“
그렇게,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던 상황에서.
”리? 웬 한숨이냐?“
…절대 한숨을 들키고 싶지 않은 인물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 주장. 여기엔 뭔 일이에요?“
”진통제 하나 더 먹으러 왔지, 영 통증이 가시질 않아서 말이다.“
”…그럼 쉬시죠? 마지막 경긴데 그러다가 월드컵 못 가면 억울해서 어쩌려고요.“
그러자 파예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래도, 오늘 같은 날에는 뛰어야지. 뛰고 싶어. 얼마나 즐겁냐.“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
하, 부럽네.
”그나저나. 왜 한숨 쉬는 거야? 이 기쁜 날에?“
”…하하, 아무것도 아니에요.“
뭔 말 나올지 알고 이걸 주장한테 말하냐는 생각에 내가 대답을 회피하자.
”보통 사람들이 한숨을 쉬면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은, 나는 매우 불만이 많지만 지금은 입을 닥치고 있겠다는 뜻이지.“
”……“
그 회피하는 태도를 바로 눈치챘다.
”뭐, 대충 예상은 간다. 구단이 재계약 할 마음 없다고 한 거지?“
”……?!?“
어떻게 안 거지?
“리, 난 프로 생활을 한 지 10년이 넘었고, 그동안 팀을 5번은 옮겨다닌 저니맨이야. 지금 네가 처한 현실은 나도 이미 겪어봤다고, 그런데 눈치 못 챌 것 같아?”
“,,,,,,”
아, 그렇군.
속일 수가 없었네.
“어디에서 오퍼 왔어? 말해봐. 다 말하진 말고, 가장 매력적이었던 한 곳만.”
”…에버튼이요.“
”오, 좋네. 역시 EPL인가. 축하해.“
난 순간적으로,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주장이, 그 마르세유에 죽고 사는 양반이 내가 나간다는 말에 축하한다는 소리를 하는 거지? 내가 그렇게-
“뭐, 마르세유의 주장으로서는 솔직히 네가 나간다면, 윗대가리들은 몰라도 난 알아, 엄청난 전력 손실이라는 걸. 그렇기에 나는 너에게 이적에 대한 도움은 줄 생각은 없어.”
“……”
“하지만, 나 역시 몇 번이고 팀을 옮겨본 사람으로서, 절대 팀을 옮기지 말라는 소리까진 차마 못 하지. 더 높은 무대, 더 많은 연봉을 추구하는 건 프로로서 당연한 거니까.”
그 말과 함께.
“그렇기에- 말하는 거야”
-턱.
“오늘만큼은… 오늘은 뭔 일이 있어도 축제를 즐겨, 즐기라고. 이렇게 순수하게 기뻐할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야. 이 우승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어.”
-짝!
“그러니까. 적당히 잠념은 버리라고, 리,”
“……”
“오늘은, 축제여야 하니까.”
그 말을 끝으로, 주장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한 마디를 건네줬다.
“즐겨, 즐기라고. 그런 깃발까지 준비해 왔는데, 오늘 이 순간만큼은 잊지 못할 순간 중 하나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그 말에, 나는 드디어 작게나마 피식 웃을 수 있었다.
“…하하, 그렇네요.”
그래, 최소한,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 중 하나고, 그래야 하는 날이니까.
“문구는 괜찮나요?”
“그래, 아주 멋진 문구야, 마음에 들어. 저 사람들도 애국가가 이렇게 멋질 줄은 몰랐을걸?”
-Allons enfants de la Patrie, Le jour de gloire est arrivé!
-(일어서라 조국의 아이들아, 영광의 날이 왔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