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27)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27화(227/242)
dernier match (3)
[아미앵, 역습 찬스입니다. 구아노, 몽콩뒤에게. 몽콩뒤, 각페에게.] [각페, 볼을 받지만. 리가 옆에서 달라붙습니다!]왼쪽, 왼쪽, 그러다가- 오른발 직진
[각페, 속도를 올립니다. 돌파 시도!]예상대로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예측이 가능하다면,
공격을 그저 막는 것을 넘어-
[아, 리, 깔끔하게 공만 빼냅니다!]‘오, 이게 되네.’
그래, 아예 빼앗아서 우리 쪽 볼로 만드는 것도, 이렇게 가능하다.
[아, 아미앵, 좋은 역습 기회였는데요, 생각보다 간단히 막혀 버립니다.] [리 선수가 공격적인 측면만 부각되는 면이 있지만, 확실히 이럴 때 보면 수비력도 좋아요, 괜히 현재 가장 압도적인 후보인 게 아닙니다.]‘확실히, 내가 그동안 많이 늘긴 늘었구나.’
정신을 바싹 차리지 않은 상황임에도. 저 친구가 어디로 돌파할지 예상이 가고.
예상이 가기에, 기본적인 지연 수비를 넘어 볼을 아예 빼앗는 것도 가능하다.
큰 활약까진 못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1부리그에서 몇 년째 살아남은 베테랑 선수를 상대로 말이다.
‘물론 저 쪽도 강등 걱정이 없는 순위이니만큼, 팀 전체가 크게 무슨 동기부여를 가지고 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솔직히, 그건 우리가 좀 더할 거다.
[리, 바로 앞으로 찌르지 않고-옆으로 패스합니다. 오늘따라 굉장히 마르세유의 선수들이 많은 움직임을 자제하는군요.] [뭐, 어차피 우승인데 무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모두가 알다시피 이미 경기 시작 전에도 우승을 확정지었다는 것도 있고.
[게다가 마르세유는 월드컵에 나가는 선수 천지라는 점도 크고요. 당장 프랑스 국가대표로만 만단다, 라미, 토뱅, 파예 총 4명이 뽑혔고, 그 외에 스투아니, 사카이, 리는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사실상 확정이니까요.]무엇보다. 월드컵을 가고 싶으니까.
월드컵. 4년에 단 한 번씩 열리는 대회이자, 평생 한 번도 못 가보는 선수들도 많은, 그야말로 축구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대회
그걸 앞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출전했다가 부상당하고 싶은 놈은 없을 거다. 아니 없다.
당장 메시가 펠레나 마라도나에 비해 클럽이나 국가대항전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보면 그들에 비해 훨씬 화려한 커리어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월드컵 우승컵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축구계 역사상 최고라는 말을 쓰지 못하고 있지 않던가.
그걸 감안하면, 오늘의 우리 팀원들은- 적당히 힘을 빼고, 부끄러운 경기를 보여주지 않는 선에서 끝내는 게 오히려 더 프로답다고 할 수 있겠다.
-삐이익!
[아, 몽콩뒤 선수, 주의를 받는군요. 너무 거칠었습니다.]-우우우, 우우우-!
[오, 마르세유 팬들이 몽콩뒤 선수에게 엄청나게 아우성을 치고 있군요.] [그렇죠, 지금 한껏 즐기려고 온 장소에서 선수들의 부상을 보고 싶진 않을 겁니다.]뭐, 저 친구들에게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상당히 거칠게 플레이하네, 저 친구들.’
단체적으로 뭔가 엄청나게 좋은 조직력을 보여주는 건 아니였는데, 선수들 개인은 꽤나 열심히 뛰려고 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뻔했다.
‘역시, 어떻게든 긍정적인 평가를 한 줄이라도 늘려보려고 하는 걸까.’
오늘 이기든 지든, 아미앵의 순위는 13위로 고정이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리그 1에서 뛰는 팀으로서는 괜찮은 순위임에 틀림없지만, 엄청나게 뛰어난 순위까진 아니다.
그리고, 그 소리는 결국 저기에 있는 선수의 절반 이상은-
‘딴 팀 찾아야겠지.’
물론 구단주가 기대 이상이라면서 기존 선수들과 대거 재계약을 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글쎄.
내 경험에 의하면 하위권에 위치한 대부분의 팀들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들은 윗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가.
[아, 아미앵 선수들, 영 앞으로 패스를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지금 저 친구들이 힘을 쫙 뺀 지금의 우리들에게 밀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렇게 가능성이 높아보이진 않는다.
‘쓰더라도 더 가능성이 넘친다고 평가받는 더 어린 선수 위주로 쓰려고 하겠지.’
예를 들자면, 저기 저-
[은돔벨레, 망설이다가 앞으로 드리블합니다.]그래, 아미앵이 낳은 최고의 유망주라고 떠들어대는 은돔벨레란 녀석처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나도 모르게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저들의 모습은, 약 3년 전 나의 모습과도 동일했고.
‘···생각해보니 웃기네, 하하. 내가 4년 전만 해도 내가 저 선수들의 입장이었을 텐데.’
그것도 여기 유럽이 아니라. 한국에서 말이다.
그걸 생각하니, 새삼 느껴진다.
내가 참, 발전한 것도 발전한 거지만.
참 운이 좋기도 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인지,
[아, 그런데 콩도그비아가 공을 빼앗습니다!] [바로 앞으로 뻥! 그리고 스투아니가-!]-철썩.
[고오올-! 골! 골골골골골! 우루과이산 폭격기! 스투아니의 리그 26호 골입니다!]***
Marseille 2 : 1 Amiens
[Buts]Marseille : Stuani(25, 74)
Amiens : Konaté(31)
***
“Vamos-! Vamos-!”
“이예에에에-! 만세! 나이스! 우리의 리그앙 득점왕, 그의 이름은 스투아니라네! 모두들 길을 비켜라!”
“윗옷 다들 벗자! 벗어! 이렇게 한 바퀴 돌자!”
“···그래도 돼? 단체로 옐로 카드 받을 텐데?”
“알빠야! 어차피 마지막 경긴데 뭐! 옐로카드 받더라도 옷 벗고 한 바퀴 돌자고!”
분명 팀원이 득점왕의 영예를 얻는 것이 유력해진 이 순간에도 잠깐 멈칫거렸다. 나의 인생은 이러한 영광을 얻는 쪽보다는, 저기 저 생존을 생각하며 살아온 기간이 훨씬 더 길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이야아아아-!””
나 역시 크게 망설이지 않고 자연스레 그 행진에 끼어들 수가 있었다. 왜냐고?
-Aux armes-!
(손을 들어라-!)
경기장을 가득 채운 6만 명의 기쁨으로 가득찬 감정이, 고작 한 명의 좀 찌질한 회상 따위를 누르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Aux arms-!””
내가 서울에서 우승할 때,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긴 했으나. 살짝 아쉬웠던 점이 하나 있었다.
기왕이면 홈에서 우승하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 말이다.
물론 그 때 버스를 타고 원정을 와 주신 팬분들에게는 언제나 감사하고 또 감동스러운 마음뿐이지만···
그래도 원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고, 때문에 우리의 우승을 눈앞에서 마음껏 기뻐해주신 분들의 절대적인 숫자는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홈에서 우승을 축하한다는 소리를 듣고, 살짝 어린아이처럼 기대해버렸었다. 6만 명 앞에서 우승을 함께 축하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러니 개인적으로 깃발을 만들기도 하면서, 우승 세레모니를 준비했던 거였지.
그리고 지금 난.
-Nous sommes les marseillais!
““Nous sommes les marseillais!””
(우리는 마르세유의 사람들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전율이 흘렀다. 그 어느 우승보다도 더.
상무나 서울 때의 우승과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
그 때는 나 자신을 증명했다는 느낌도 정말 컸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나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기에 오는 기쁨도 없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이번의 우승은 6만 명이라는, 그야말로 미친 숫자의 사람들이 동시에 우리만을 바라보며 우승을 함께 기뻐하는,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압도적인 숫자의 위력이 있었으니까.
-삐익!
“자네들, 알지? 경기 지연이랑 탈의 세레모니로 인한 옐로 카드야.”
“···아 진짜 쪼잔하네, 이런 날에까지 꼭 깐깐하게 치즈를 줘야겠어요? 진짜 피도 눈물도 없다니까.”
그렇게 투덜거리는 우리를 심판을 웃는 얼굴로 흘겨보며 한 마디 했다.
“규정은 규정일세. 친구들, 더 기뻐하고 싶으면 이제 얼른 끝내라고. 추가시간 안 줄 테니까. 아, 그리고 리 자네는 나가게, 교체야.”
“예. 예.”
그 말을 끝으로 적당히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경기장을 나가게 되자, 노랫소리가 다시 선명하게 들려왔고.
-Marsille, Ma ville. je ta’aime.
(마르세유, 우리의 도시, 사랑합니다.)
-Je porte ton embleme, Tes couleurs, dans mon coeur
(엠블럼에 있는 이 색까지- 마음 속 깊이.)
나의 발걸음은 더욱, 더욱 더 느려졌다.
6만 명이 하나같이 같은 목소리로 기쁨으로 가득찬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이렇게 느긋하게 감상하는 건.
-Et quand vient le week-end Au Vél.
(그러니 주말이 될 때마다, 이 경기장에 찾아와)
-Marseille Je chante pour ton club Allez l’OM, ohohohohhhh
(우리는 마르세유를 위해 노래하리라, 마르세유 만세)
정말 억만금이 있어도 두 번 다시 경험하기 힘든 일임이 분명했으니까.
“수고했어. 리. 이제 깃발 들고 준비한 세레모니나 선보이자.”
“하하, 그래. 세르.”
“그렇다고 너무 기운 여기에 쓰진 마, 퍼레이드도 있으니까.”
그리고, 이것뿐만 아니라. 이 경기 이후, 이 도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데 모여 우리의 승리를. 우리의 우승을 축하해주겠다고 하는 퍼레이드가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은.
“기대되네.”
나에게 있어서 기대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강렬한 쾌감이요 모든 생각을 잊어버릴 수 있게 만드는 마약이나 다름 없으니.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 중 하나일 거다.
그래, 하나일 거다.
물론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분명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크기의 기쁨이다.
하지만 당장 이러한 비슷한 느낌을 느낀 첫 감정이 나의 학창 시절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는 대학교 잘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평생 잊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솔직히 가물가물하다. 그 대회가 백록기였는지, 전국체전이었는지. 그리고 우승을 했었는지, 4강이었는지도.
그 외에 군대에서 우승했던 FA컵에서의 우승도 그렇고, 서울에서의 우승도, 그 때는 그 기쁨이 평생 갈 것처럼, 이 순간보다 기쁜 순간은 없을 것처럼 굴었지만···
막상 지금 와서 보니, 또 다른 기쁨을, 더 큰 성취를 쫓아 헤메고 있지 않던가.
그걸 생각하면, 이 기쁨도 아마 평생 갈 기쁨까진 되진 못할 거다.
“······”
그래서겠지. 내가 지금 선수들의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EPL에서 제안이 왔음에도 아직 망설이게 되는 건.
나는, 이 감정을, 이 느낌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다. 그런데 EPL에서는 글쎄, 승리라는 감정을, 우승이라는 감정을 느끼기보단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어야 할 확률이 매우 크다.
물론 거기로 갈 경우 돈에서 오는 안락함도 있고, 나를 응원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흠뻑 늘어나는 장점도 있으니 고민 중인 거지만.
뭐, 어쨌든 분명한 사실이 있다면.
-삑, 삑, 삐이익-!
[경기 끝났습니다! 2017-19시즌 리그 앙 우승팀! 그 팀은!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이야아아아-!”
“좋아써어-! 깃발 높이 들어! 들어!”
[선수들, 코칭스태프, 서포터즈 모두가 모두 경기장으로 난입하고 있습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리 선수와 세르티치 선수가 뭔가가 써진 큰 깃발을 들고 뛰어가고 있는데, 뭐라고 써져있는 거죠?]-Allons enfants de la Patrie, Le jour de gloire est arrivé!
-(일어서라 조국의 아이들아, 영광의 날이 왔도다!)
[그리고 말씀드리는 순간, 뒷면에도 글자가 살짝 보이는군요! 뭘까요?]-Achever les tâches révolutionnaires.
-(혁명이 성공했다.)
우리의 혁명은, 그리고 나의 여기에서의 이번 혁명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렇기에 이제 나는, 우리는-
[이것으로 리그앙 2017-18 시즌 중계를 마칩니다! 그럼, 월드컵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또다른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러시아로 간다.
***
[신태영호, 2018 러시아 월드컵 28인 엔트리 발표··· 러시아에서 싸울 태극전사들 최종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