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28)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28화(228/242)
완벽따윈 없다 (1)
[이근오 선수 부상으로 낙마···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가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국가대표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월드컵 이전 마지막 평가전 상대 세네갈로 확정 온두라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볼라비아, 세네갈전으로 확정.] [해외 베팅업체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최종 성적을 3전 전패로 예상.] [프랑스, 페루, 덴마크라는 죽음의 C조에 편성된 대한민국, 경우의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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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A매치 친선경기>
2018. 05. 28.(월) 20:00(UTC+9)
[후반 13분]대한민국 0 : 0 온두라스
[골]대한민국 : (없음)
온두라스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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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고 나면, 일반적으로는 엉망이 되어있는 몸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서라도 최소 2~3주 정도는 아주 조금씩만 운동하거나 하며 꿀맛같은 휴가를 즐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영건아! 여기! 여기로!”
4년마다 한 번씩은 예외다.
바로 32개국에서 각각 23명씩.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4년마다 736명만이 참가할 수 있는,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한 번이라도 뛰어보기 위하여.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베스트 일레븐, 즉 11명의 선발명단에 들기 위하여. 마지막 레이스를 펼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내가 생각하기론.
[이준혁 선수, 크로스-! 아, 하지만 살짝 빗나갑니다.] [아, 아쉽네요, 지금 나오는 느린 화면으로 보면 흥빈 선수와 사인을 주고받았는데, 살짝 어긋났어요.]흥빈이와의 발 맞추기였다.
“아, 이번엔 진짜 너무 아깝네요.”
“그러게, 내 생각엔 좀 느렸던 것 같은데, 다음엔 한 템포만 더 빠르게 하면 될까?”
“예, 그러면 다음엔 안 놓칠 것 같네요.”
당연한 것이, 원래 풀백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윙어와의 연계 능력이다. 그리고 흥빈이는 다들 알다시피 자타가 공인하는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만 37경기 12골 6도움에, 챔피언스리그에서도 7경기 4득점이란 기록을 쌓은 선수는 그 어느 국가대표팀이던 간에 충분히 위협적인 공격 자원이다.
그리고, 내가 말하자면 자화자찬이지만.
[그래도 이번엔 정말 아쉬웠네요. 정말 아깝게 놓친 찬스였습니다.] [예,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위력적인 측면 자원으로 꼽히는 두 선수가 한 곳에 있으니, 아직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보는 눈이 아주 즐거운 공격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나 역시, 꽤나 좋은 자원이다.
[아, 이준혁 선수, 빠르게 치고 올라가다가, 바로 크로스! 이번엔 슈팅까지 연결 되나요?]-티이이잉!
[아, 아깝게도 골대를 맞고 맙니다. 하지만 좋은 시도였고, 저희가 기대한 대로의 모습이였습니다.] [예, 사실 국가대표팀에서 가장 비대칭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저기니까요. 프리미어리그 최상급의 윙어와 리그앙 베스트 11이 버티고 있으니까요!]웃기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내가 찍어 본 고점은 대한민국 역대 풀백 중에서는 가장 높은 고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고점으로 따지자면 말이지만.’
그를 넘어 역대급으로 꼽히려면, 이 폼을 최소 약 2~3년은 유지해야 한다. 세상에 1~2년 반짝하고 사라지는 선수들은 발에 치이도록 넘쳐나니까.
다만, 그래도 확실한 것이 있다면. ‘지금의’ 나는 폼이 가장 좋을 때 그대로라는 거다. 신체적으로도, 겉으로 보이는 성적으로도.
그리고 팀의 에이스가 여기 있다. 그러니?
“뺏었으면 바로 왼쪽으로! 왼쪽으로!”
우리가 왼쪽 측면을 파고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뻐엉.
[아, 이준혁 선수, 이번엔 받고, 바로 크로스! 공이 손흥빈 선수의 바로 앞에 도착합니다! 손흥빈 일대일 찬스!]-삑, 삑, 삐이익-!
[들어갔어요! 들어갔습니다. 후반 60분이 되어서, 드디어 이 경기의 첫 득점이 터집니다! 그 주인공은 손흥빈 선수!]“와우, 선배님 나이스! 진짜 크로스 기가 막혔습니다.”
“하하, 아냐, 그보다 이번 건 타이밍 잘 맞았냐?”
“예, 딱 좋아요, 이런 식으로만 하면 될 것 같은데요.”
음, 솔직히 좀 빠른 스피드로 준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게 딱 좋다니.
‘확실히, 괜히 저 녀석이 EPL에서 여러 해 버티고 있는 게 아니구나. 내 기준에선 조금 템포가 빠른 게 아닌가 싶었는데도 저게 딱 알맞은 스피드였다니.’
몇 번 뛰면서 느끼는 거지만, 내가 지금까지 같이 뛴 윙어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흥빈이다.
내가 만나봤던 그 어떤 선수들보다. 그러니까 파예보다, 토뱅보다 더.
‘뭐,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유형은 파예 같이 말하지 않아도 움직임을 알아서 가져가고 본인이 패스도 잘 하는 유형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패서란 자신이 패스를 했을 때.
“오케이, 이 속도에 맞춰볼게. 대신 본선에서도 이렇게 잘 넣어라?”
“하하, 선배님이 이렇게만 주시면요.”
그 패스를 골로 만들어 줄 능력이 있는 공격수를 가장 사랑하고, 고평가할 수밖에 없는 법이니까.
‘휴, 오케이, 그래도 대충 크로스 타이밍은 이제 슬슬 감이 잡히는구만.’
뭐 완벽하게 합을 맞추려면 아직 멀었고, 세밀한 연계를 하려면 아직은 더 많은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공격에서 쓸 만한 옵션이 하나라도 완성되어가고 있다는 게 어디인가. 그것만으로도 일단 충분하다.
그러니, 최소한 이번 경기에서 남은 시간 동안은.
“좋아, 다들 이제 디-펜스! 디-펜스! 수비 라인 맞추는 데 집중해!”
수비에나 집중하자.
사실 나는 크로스 덕분에 간신히 밸런스를 맞추고 있긴 하지만, 키가 작고 스피드가 빠른 이상 태생이 공격적인 풀백 쪽일 수밖에 없고, 더 자신있는 것도 공격 작업이긴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에 가장 중요한 건 수비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서 공격적인 팀이자 대량 득점의 기준선이라고 할 수 있는 한 경기 3골을 넣은 적이 있는가? 실점 수에 전혀 상관 안하더라도 3득점을 한 경기 말이다.
일단 최소한 내 기억엔 2득점까지 한 기억은 꽤 있어도, 3득점을 한 경기는 없다. 그리고 아마 역사 내내 없었을 거다. 그걸 생각하면-
“다들 옆 봐! 옆! 라인 맞춰!”
결국 수비다. 많아도 1실점, 아무리 털려도 2실점 내로 틀어막는 단단한 수비야말로 우리가 월드컵에서 승리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4-4-2를 A플랜으로 꺼내든 거지.’
그리고 수비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수비진도 수비진이지만-
“미드필더도 라인 맞추고! 다들 위로! 간격 좁혀!”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드필더와 수비진 사이의 협업이다.
기본적으로 공격수가 골을 잘 넣기 위해서는? ‘보통’ 공격수가 편해야 한다.
물론 사람이 편하다고 해서 일의 호율이 정비례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고 불편이도 골을 슴풍슴풍 잘 넣는 미친놈들이 있기 때문에 ‘보통’이라는 말을 붙여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는 일을 편하다고 느꼈을때 사람들이 일의 효율이 늘어나는 것처럼 공격수도 편하다고 생각할수록 골을 더 잘 넣는다.
그리고 수비수란 공격수가 골을 못 넣게 만들게 만들어야 하는 존재인 만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하고. 공격수를 불편하게 만드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은-
“쟤 오른발 쪽! 옆으로! 옆으로! 공간 절대 내주지 마!”
바로 그 선수에게 넓직한 공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건 축구 한 두번만 해 본 사람이면, 아니 안 해본 사람이여도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소리긴 하지만, 사실 기본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거다.
그리고, 그렇게 공격수에게 공간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미드필더와 수비수 간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는 거다.
“세종아! 뒤로! 뒤로!”
미드필더가 내려오고.
“다들 밑에만 있지 말고 올라와! 어떻게든 간격부터 좁혀!”
수비수는 올리는 거다. 그리고 물론 이러면 스루 패스. 그러니까 수비수의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에 조금 취약해지긴 하지만.
[아, 뒤를 찌르는 패스! 하지만! 우리의 김민제 선수가 간단하게 잡아냅니다!]그건 민제의 스피드가, 웬만한 공격수보다 빠른 덕에 다행히 어느정도 커버된다.
‘물론 어느 정도라서 슈팅을 완전히 막는 것까진 못하고 있고, 공격수들이 개인 기량으로 커버가 가능한 팀들한테 함부로 라인 올렸다간 비오는 날에 먼지 날릴 정도로 겁나게 쳐맞겠지.’
그리고 미드필더가 내려오는 이상 가뜩이나 득점하기 힘든데 더 득점하기 힘들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애초에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브라질이나 독일같은 강팀이 아니고, 설령 그런 강팀이라고 하더라도 축구에서 무언가를 얻는다면, 무언가는 버려야 한다는 축구의 공식은 변하지 않는다. 공격도 잘되면서 수비도 완벽한 무적의 전술따윈 없다.
그래도.
[경기 종료됩니다! 대한민국이 온두라스를 2대 0으로 완벽하게 잡아내며, 월드컵을 대비한 첫 평가전을 기분 좋게 마무리합니다!]오늘은 그 티가 많이 나진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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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다. 깔끔해. 그럭저럭 괜찮은 팀인 온두라스 상대로 2대 0 승리라니.
‘뭐, 이렇게 되면 우리가 쓰는 A플랜인 4-4-2는 사실상 어느 정도는 완성됐다고 봐야겠네.’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베스트 라인업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하고, 이 완성도를 높히는 거지만.
“주장, 괜찮아요?”
“···하하, 괜찮아.”
“······”
“···아니, 솔직히 안 괜찮지, 그래도 괜찮아. 월드컵 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이게 문제다. 베스트 멤버가 제대로 가동될 기미가 안 보인다.
‘성룡이 형도 그렇고, 핵심 베테랑 선수들이 저렇게 부상당하고 있으면 안 되는데. 휴.’
그나마 젊은 축인 창운이나 민제는 아직 팔팔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만일 걔네들까지 부상당했으면··· 어휴, 생각하기도 싫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아 참, 준혁아. 너 스파게티 다 먹고 쿨링 끝나면 바로 감독님한테 가 봐라.”
“예? 왜요.”
“감독님이 할 말씀이 있다던데.”
응? 뭔 일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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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흥빈이랑 같이 뛰는 데, 불편함은 전혀 없다 이거지?”
“예, 뭐 훈련에서도 느꼈던 거고, 코치님들도 지적해주셨던 사실이지만, 동선이 가끔씩 겹치는 문제만 해결되면 훨씬 좋아질 것 같습니다.”
소속팀에서도 같이 뛴 선수들은 전부 드리블러거나 패서, 몸빵이 특기인 친구들이지 저렇게 빠른 스프린터를 제대로 활용해본 적은 별로 없어서 조금 꼬이고 있긴 하지만. 조금만 더 훈련하면 될 문제라고 생각하고.
“수비도 뭐··· 보시다시피, 별 무리 없습니다. 민제랑 하루이틀 같이 뛴 게 아니라서 그런지, 소속팀만큼이나 편하네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감독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래, 그렇지, 훈련에서도 너희들은 꽤나 호흡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었으니까.”
다만, 더 할 말이 있다는 듯 한 마디를 덧붙이셨는데.
“그렇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예?”
뭐야, 그럼 날 왜 부르신 거-
“···성룡이의 컨디션이 영 좋지 않다.”
“예? 설마-”
“아니, 월드컵에 출전 못 할 정도는 아니야. 그건 가능할 거다. 어디 부러지거나 한 건 아니거든.”
그 말과 함께, 감독님은 한숨을 내쉬셨는데.
“다만, 100%에 가까운 몸상태로 뛰지는 못할 거다. 그냥, 몸에 피로라는 마일리지가 너무 쌓여 있어. 저건 의지만으로는 극복할 수가 없는 문제다. ”
“······”
젠장, 기어이 그렇게 됐구만, 왠지 오늘 출전도 못 하시는 게 이상하다 싶긴 했는데.
‘휴, 그럼 누가 미드진 보냐··· 오늘처럼 세종이가 보기엔 수비적으론 많이 부족할텐데.’
그럼 이렇게 되면 요한 선배가 미드 보거나, 아니면- 잠깐?
‘···아니겠지, 에이. 아닐꺼야.’
그러나.
“준혁아,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그런데, 다음엔 미드로 뛸 수 있겠냐?”
감독님의 말씀은, 너무나도 예상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