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30)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30화(230/242)
완벽따윈 없다 (3)
“[헤이! 반가워.]”
“???”
뭐야 이건. 뜬금없이.
“[하하, 이런, 반갑지 않은 거야? 나는 반가운데 말이지.]”
아- 그냥 넘어가기엔 글른 것 같은데. 오랜만에 프랑스어 모드 스위치 켜야겠네.
“[···어, 그러니까- 네가 날 반가워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는데]”
케이타 발데(Keita Baldé). 이탈리아 라차오에서 뛰다가, 모나코로 이번 시즌 이적해온 왼쪽과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뛰는 윙어.
뭐, 서로 얼굴을 모르는 건 아니다. 모나코에서 주전 먹고 있고, 오른
쪽 윙어로도 자주 나오던 만큼 직접 마주할 수도 있었기에 내가 플레이 스타일을 달달 외워야 했던 놈을 모르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겠나.
‘근데 그렇다고 저 놈이 나를 반가워할 이유는 안 되잖아.’
애초에 내가 저번시즌 가장 잘 팬 친구들이 모나코 놈들인데 나한테 원한 가지면 가졌지 저렇게 반가운 얼굴로 맞이할 이유가 있나?
“[하하, 미래는 모르는 법이니까. 내가 마르세유에 갈 수도 있는 거고, 네가 모나코에 올 수도 있는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는 법 아냐?]”
···거 참, 저걸 오픈 마인드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그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 너 왜 오늘도 미드필더에 서냐?]”
물어보는 것도 아주 그냥 민감한 부분을 그냥 훅 찔러 들어오네.
“[···하하. 팀 전술상 그렇게 됐다.]”
“[흠? 니가 미드필더를 못 뛰는 건 아니지만, 넌 풀백이 어울리는데. 내가 생각하기론-]”
아 이놈 어떻게 떼어내지, 계속-
“야! 뭐 해? 빨리 와.”
나이스.
“[이런, 선배가 부르네, 난 먼저 가 볼께.]”
“[···그래, 경기장에서 보자고, 하하.]”
휴, 간신히 떼어냈네.
고맙습니다 선배. 언젠가 이 은혜는 꼭-
“빨리 안 와? 국대 몇 번 오더니 아주 그냥 빠져가지고, 슬슬 짬 대우 받으려고 한다 이거지?”
음, 갚을 필요는 없겠군.
“에이 형님, 제가 국대 경력은 일천해도 나이가 형보다 한살밖에 안 어립니다. 나름 베테랑 취급받을 수 있는 나이라고요.”
“그러니까 더 움직여야지, 우리 나이대가 슬슬 은퇴 생각해서 니가 곧 최고참인데 벌써부터 뻰뺀질거리는 데 익숙해지면 안 되잖아.”
···어라, 나름 논리가 있네. 정상적으로 대답해야겠구나.
“죄송합니다. 저 쪽이 갑자기 말 걸어와서 그랬어요.”
“그래, 수긍해 줘서 고맙다. 그런데 저 쪽은 왜 널 부른 거냐?”
“···글쎄요, 그냥 이상하게 친절하게 굴던데요.”
같은 팀이 될 수도 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모나코가 세금 안 떼는 게 좀 끌리긴 하지만 작년이면 몰라도 내가 올해 모나코 가면 잘못하단 최소 집이나 차 하나쯤은 망가질 것 같아서 싫은데.
‘그냥 무시하는 게 답이려나.’
그래, 알 듯 말듯한 문제도 아니고 완전히 이해가 불가능한 문제는 막 생각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만큼, 경기에나 집중-
아, 잠깐.
‘저 새끼 생각해 보니깐 반말했네?’
나보다 6살은 어린 새끼가 건방지게 말이지.
경기에서 잘해야 할 이유가 조금이나마 늘었다.
-*-*-*-
“[왜 저 선수랑 같이 말 많이하고 있던 거야?]”
“[아, 내년에 같은 팀 될지도 몰라서요.]”
“[뭔 소리야, 너 사실상 인테르 가는 게 확정- 가만, 저 친구도 인테르 가냐?]”
그 말에,
“[예, 저 영입 설득할 때 저 받쳐줄 풀백 누구누구인가 물어봤는데, 저 친구가 유력 후보라길래 좋아했거든요. 같이 뛰면 좋을 것 같아서. 근데 정작 본인은 모르는 눈치더라고요.]”
그렇게 이거 좀 자세히 알아봐야 하나- 하고 중얼거리는 케이타를 보고 세네갈 코치는 한 마디 했다.
“[뭐, 월드컵 기간인데 전달이 늦을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겠지. 그보다 뛸 준비는 된 거 맞지?]”
“[뭐, 부상은 지금은 다 나았고, 몸 상태는 좋습니다. 남한 이기는 데는 이 정도면 충분하죠.]”
“[좋아, 그렇다고 너무 기고만장하진 말라고, 부상당하고 나서 첫 선발이잖아.]”
그러나.
“[에이, 그래 봤자 4포트 팀이죠.]”
케이타는 자신만만했고, 사실 그럴 만했다.
“[명백하게 저희 하위호환이잖아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전력 중, 세네갈의 우위에 서 있을 만한 포지션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남한,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최대 강점으로 꼽는 장점이 바로 양 윙어, 손흥빈이라는 레프트윙과 권창운이라는 이름을 알리고 있는 라이트윙 루키. 그나마 더 추가하자면 최근 급격하게 주목받고 있는 신예 센터백 김민제 정도인데.
세네갈은 레프트윙에 리버풀의 마네, 그리고 센터백에 쿨리발리라는 이미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라있는 선수 둘에 인터 밀란이라는 빅클럽에서 ‘임대료로’ 5백만 유로에 이야기가 되고 있는 케이타 본인까지.
누가 봐도 명백하게 세네갈이 상위호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건 축구에서 핵심인 미드필더가 선수들의 비교는 빠진 비교지만, 솔직히 뉴캐슬에서 주전으로 못 나오는 선수가 핵심 선수로 분류되는 국가대표팀과 에버튼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핵심으로 평가받고 웨스트햄 주전 선수가 후보인 대표팀이 비교를 해 봤자 추해질 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게다가 저 팀이 요즘 연습경기에서 전력을 숨기려는지 4-4-2로 영 나오질 않는다메요, 그럼 몸풀기가 안 되는 걸 걱정해야 하는 수준인 거 아니에요?]”
그러니 살짝 어찌 보면 오만하다고 할 수 있는 저 말에, 세네갈의 코치진은 크게 뭐라고 제지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그래서 최소한 전후반중 한번은 4-4-2로 나오라고 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연습게임으로서의 가치도 있고, 우리가 상대편에게 어떻게 보일지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
“[오, 그럼 저 친구랑 정면으로 맞붙을 수도 있겠네요? 잘 됐네.]”
-짝.
“[미리 팀 동료 어떤 놈인지 알아볼 시간 좀 가져야겠네요.]”
“[그래, 부디 부상만 조심해라, 8강 진출해서 2002년의 영광을 다시 만들어 보자고.]”
-*-*-*-
시발.
‘확실히 진짜 잘하긴 잘한다. 저 녀석들.’
뭔가 플레이 스타일이, 가장 이상적으로 한국 국대가 4-4-2 시스템이 돌아갔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야! “
중앙은 단단하게 틀어막고. 그렇게 공을 빼앗고 나면.
“야! 마네 저 새끼 달린다. 같이 막아! 같이! 쟤 스피드 혼자서는 못 막아!”
능력 좋은 윙어가 측면을 빠른 스피드로 돌파하고.
딱 튼튼하게 중앙을 방패로 틀어막다가 빈틈이 보이면 측면으로 힘차게 창을 찌르는, 4-4-2의 전형적인 느낌.
물론 4-4-2 특성상 주도권을 어느 정도 내주는 전술이기에 오히려 우리에게 점유율이 밀리고 있긴 해도.
-삑, 삑, 삐익-!
결국 골은 세네갈이 넣는 시나리오.
***
[38: 00]Senegal 1 : 0 South Korea
***
마치 우리나라 대표팀이 현재 목표해야 할 4-4-2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느낌의, 참 이상적으로 돌아가는 4-4-2다.
그렇지만.
-괜찮아! 괜찮아! 계속 연습한 대로 가라!
그래도 오늘, 우리는 쉽사리 4-4-2를 꺼내들 생각은 없었다.
-계속 3-4-3 진형 유지해!
“민구야, 감독님이 하신 말씀 들었지?”
“예.”
“그래, 좌우 연계는 할 수 있느면 최선이지만, 그게 힘들면 지금은 내려와서 볼 받고 오른쪽으로 주는 플레이에 집중해라. 게예 시선은 어떻게든 계속 끌어볼게.”
그리고, 우리가 현재 꺼내든 답은 3-4-3.
4-4-2보다는, 조금 더 주도적으로 공격권을 가져가는 전술이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가 현재 지금 4-4-2보다 조금 공격적인 전술들을 실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선 수비 후 역습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당연한 게, 애초에 팀합을 맞출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지는 리그에서도 ‘주도권’ 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팀은 그리 많지 않은데, 하물며 국가대표팀에서 철저하게 약속된 플레이에 맞춰서 플레이한다?
글쎄, 그럴 수 있는 국가대표팀은 애초에 그런 무리한 짓을 해도 그럭저럭 굴러갈 정도로 팀원들 실력이 겁나게 좋거나, 아니면 그 국가대표팀이 장기적인 철학을 가지고 능력 있는 감독에게 4년 이상의 초장기 프로젝트를 맡기던가 하는 식의 베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두개 전부 아니지.’
우리는 솔직히 아시아에서는 몰라도 전 세계적으로 보면 명백한 약팀이며, 슈틸, 아니 돌틸리케 때문에 2년을 넘게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록 주금이나마 더 주도권을 가져오는 식의 전술이라곤 했지만. 기본적으로 수비를 하는 시간이 공격하는 시간보다 더 길다는 점은 변할 수가 없긴 했다.
다만-
-퍽.
“뺏었다! 민구야-!”
그렇다고 완전히 같으면, 포메이션이라는 게 왜 다르고 내가,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하겠냐.
-뻥.
그래, 기존의 4-4-2과는 달리, 양측 윙어가 모두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공격할 수 있기에 오른쪽 공격 루트의 비중을 꽤 높은 비율로 늘려서.
“창운아!”
-뻥.
창운이의 드리블을 적극적으로 써먹는 게 기존의 4-4-2와는 조금 다르다. 다만,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일반적인 윙어처럼 측면에서 정면으로 파고드는 게 아니라.
-[측면에 붙어! 붙으라고! 중앙에서 너무 지켜보고 있지만 말고!]
오히려, 옛날 클래식 윙어같이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것. 그럼으로서-
적 수비진들의 오른쪽 쏠림을 유도하는 것. 이것이 핵심이었다.
즉, 얼핏 보면 창운이가 공을 잡고 드리블하는 횟수가 늘어나기에 흥빈이가 이전보다 고립되고 별로 큰 영향력을 못 보여주는 듯 싶은 전술이지만.
자세히 보면, 왼쪽에 크게 공간을 만듬으로서, 우리 팀 에이스.
“민구!”
-뻥
흥빈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스피드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주고 박스 안으로 침투시켜 골 결정력이란 무기를 극대화시킬 수 있게 만드는. 그러니까
-철석, 삑, 삑, 삐이익-!
“이예에에에-!”
결국, 흥빈이의 골 결정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고안해낸 전술이다.
“그러췌!”
“이야, 이거 연습한다고 정말 겁나게 욕먹었는데, 드디어 되는구나! 흥빈이 만세! 만세! 만세! 드디어 이게 나름 잘 돌아간다!”
어찌 보면 공격진에만 소프트라이트가 돌아가기 쉬운 전술이지만.
“잘 했다. 미끼 움직임 좋았어, 계예가 섣불리 민구한테 못 달라붙게 방해한 거 아주 좋았다.”
저 세명이 활약하기 위하여, 상당히 많은 것을 받춰주는 전술. 그렇기에 이제야 비로소, 어느 정도 성공한 플레이가 나왔다.
“자, 밖에서 볼 때는 이제 괜찮아 보이는데, 플레이하는 입장에선 어떠냐? 할 만하냐?”
A매치긴 해도 비공개 연습경기라 그런지 바로 달려와 묻는 감독님의 그 말에,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예, 어떻게든 되긴 하는 것 같습니다.”
긍정의 답변을 내뱉었다.
그래, 분명 완벽하진 않다.
지금 근오 형님의 부상으로 인해 원톱 대체자원으로 뽑힌 민구도, 밑으로 내려오는 연계는 나름 쓸만하지만 좌우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느낌은 아직 좀 부족하고.
나와 성룡이 형이라는 중앙 미드필더 조합은, 공중볼엔 그야말로 쥐약인 조합이다. 저 쪽이 각 잡고 뻥뻥 위로 쏘아대면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축구에서 완벽따윈 존재할 수 없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메시조차 절술적으로 활동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사라지기도 하고, 2억 명이라는 인구가 축구에 미쳐있는 브라질도 우승에 몇 번이고 실패하며, EPL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국 리그를 가진 영국은 저번 브라질 월드컵은 예선탈락, 유로도 고작 16강이다.
결국- 축구에서 완벽한 팀 따위는 허상이라는 거다.
축구도 인간이 하는 이상, 완벽이란 존재할 수 없고, 그러니 항상 어떤 팀이던 간에 약점을 완벽하게 채우지는 못한 상태로 싸울 수밖에 없다. 준비 기간이 짧은 월드컵이라면 더더욱 그러하고.
그러니, 우리는 각자 생각한 방법대로, 각자의 최선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고.
“그래, 그 정도면 됐다. 이 정도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했구나.”
월드컵을 코앞에 둔 현 시점에서 우리의 선택한 최선은, 이거다.
우리는 이 방향을 선택했다.
“이제 이 플레이가 먹히는 거는 확인했으니, 조금 더 연습하다가 체력 빠질 때엔 4-4-2로 돌아가자. 그 때 너는 풀백으로 돌아가고, 이번엔 카메라 안 돌아가는 비공개니까 스로인을 통한 세트피스도 좀 적극적으로 써먹어 보자.”
“예,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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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로 치루어진 세네갈전··· 1대 1 무승부로 알려져. 내용은 철저히 비밀로] [이제 월드컵만이 남았다. 프랑스, 페루, 덴마크에 다한 심층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