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33)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33화(233/242)
월드컵이라는 무대 (3)
시발.
-삑, 삑, 삐이익-!
[아, 이런, 킬리안 음바페의 선제골입니다.]하. 망할.
***
<2018 FIFA World Cup Group Stage C>
[First Half 30]France 1 : 0 South Korea
[Goals]Marseille : Mbappe(29)
South Korea : (nothing)
***
‘4-4-2가 전반전부터 이렇게 골 쳐먹히냐, 역시 프랑스네. 그래도 전반은 어찌어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털릴 줄이야. 휴.’
본디, 우리의 계획은 이러했다. 프랑스를 상대로는 어떻게든 무승부를 따내고. 덴마크와 페루. 둘 중 하나를 상대로 어떻게든 1승을 따내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것.
물론 2위로 통과하면 아르헨티나를 만날 확률이 매우 높으니 16강 광탈이겠지만, 알 빠냐. 16강에서 아무리 개털리더라도 조별리그 탈락과 16강 탈락은 비교를 할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 그 계획은 30분도 채 되지 않아 망가져버렸다.
[예, 뒤로 뛰어드는 음바페를 놓치지 않고 드미트리 파예가 아주 기가 막힌 패스를 찔러줬군요. 적이지만, 정말 기가 막히게 빈틈을 찌른 패스였습니다.]파예 저 인간 때문에.
진짜 킬패스의 신이다. 신. 어떻게 진형이 딱 짜여져 있는데도 기어이 빈틈을 찾아내냐.
‘하아, 진짜 적으로 만나니, 무섭다. 무서워. 아군일 때는 정말이지 최고의 선수였는데, 적이 되니깐 정말 답답하네.’
그럼 이제 최선의 수는 무너졌고, 차선을 찾아야하는데.
‘···공격적으로 나가서 무승부를 노려 봐? 아니면 그냥 최대한 덜 먹히는 걸 목표로 해야 하냐···’
어떤 쪽으로 가야하는지가 아무리 봐도 애매해 보였다.
뭐, 첫 경기이니만큼 이게 38경기를 하는 리그전, 아니 한 6경기라도 하는 조별리그라면 솔직히 무조건 리스크 짊어지고 공격할 테지만, 월드컵 조별예선은 고작 3경기밖에 안 한다.
즉, 팀간 승점 동률이 뜨기가 매우 쉽다는 소리이기에 골 득실, 다득점, 옐로카드 숫자까지 따지면서 순위를 결정짓는 일이 아주 흔하게 벌어지는 게 현실이고, 덕분에 월드컵 시즌만 되면 그 웃기지도 않는 ‘경우의 수’ 기사들이 우수수 나타나는 거다.
그걸 생각하면, 우승 후보인 프랑스에게는 그냥 한 골 차 패배 정도면 싸게 막는다고 생각하고 그냥 버티는 것도-
-준혁아!
-젠장, 생각할 여유도 없구만. 쯧. 뭔 한 골 넣은데다 우리 진형에 서 있는데도 압박을 저렇게 쎄게 걸어와.
-턱.
뭐, 일단은 이렇게 사이드로 빼면서 압박 수위를 좀 낮추는 데 집중하고,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감독님의 지시에 따라야 겠-?
-퍽.
‘미친?’
다행히 볼을 빼앗기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번에 들어온 압박에 굉장히 당황했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놈이 여기에서 왜 붙어? 얘가 이 위치에서 수비 작업을 한다고?’
사실, 현대 축구가 아무리 전방 압박을 중요시한다고 해도 풀백이 공을 잡자마자 전방압박을 거는 이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사람의 체력은 무한이 아니고, 윙어는 애초에 수비를 하는 것보단 공격을 하는 데 더 능력치가 집중된 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스피드라던가 같은 건 좋지만 몸싸움은 별로인.
때문에, 현대 축구에서 수비적 부담을 가장 덜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곳이라면, 측면의 골 넣는 데 집중하는 윙어인데.
[토뱅, 바싹 붙습니다.]지금, 그 수비 안 하고 공격에 집중하는 전형적인 유형의 선수로 알고 있는 팀 동료가. 수비 작업을 충실히 해오고 있었다. 그것도 우리 진형 쪽에서.
‘···이, 일단, 침착하자.’
그나마 다행이라면 수비를 많이 해 본 녀석은 아니였기에 의욕만 앞설 뿐, 빈틈은 많이 보인 탓에.
[아, 그러나 이준혁 선수, 침착하게 공을 다시 안전한 곳으로 돌립니다.]다행히, 우리 팀에게 안전하게 볼을 돌려줄 수는 있었다는 것일까.
‘그렇지만, 이게 좋은 현상은 아니지.’
수비적인 4-4-2의 공격 루트는 제한적이다. 때문에 우리가 공격하기 위해선 내가 뚫고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내가 공격을 이렇게 머뭇거리게 되면?
그냥 우리 팀은 한없이 두들기는 걸 막기만 하다가 끝나버린다.
“다시!”
그러니, 무리해서라도 끌고 나가야 한다.
-뻥.
좋아, 이대로 속도 좀 붙이면 나름 기회가 올 수도 있-?
-퍽.
‘큭.’
젠장, 이 녀석 아주 제대로 견제하고 있네. 이 이상 속도 내려다간 볼 컨트롤에서 무조건 실수 나온다.
‘그렇다면, 차선인 스로인 유도라도 해야지.’
어설프게 공에 발 갖다대려고 하는 수비수한텐 이게 직빵이지. 자, 발 위치가-?
‘···어?’
발이, 안 온다.
그냥 몸으로만 막고 지연시키기만 하고 있다.
‘···하. 망할.’
[아, 이준혁 선수, 뒤로 백패스합니다. 앞으로 보낼 패스 각도가 잘 안 나왔나 보네요.]아, 씨발. 욕 나오네. 토뱅 이 새끼, 같은 팀원이라 그런지 날 너무 잘 알아. 속도 못 내게 하고, 스로인 각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시간 끄는구만?
“[오늘 웬일이야? 전반전부터 힘 다 쓰게?]”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대화를 시도했다. 활로가 잘 안 뚫리니 이런 식으로로도 속을 풀 겸.
“[하하, 잘 통하고 있나보네? 니가 먼저 말을 걸다니.]”
젠장.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오늘 저 녀석의 수비는, 나름 나한테 통하고 있었다.
“[하, 그래, 인정할게, 좀 아프긴 하네. 근데 체력은 생각 안하냐?]”
이런 식으로 과부하 걸리는 순간, 후반전 퍼포먼스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건 네가 더 잘 알텐데.
‘···뭐, 지금 당장은 힘을 못 쓰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니 지금은, 그냥 동선을 뒤로 조금씩 물러나면서 저 녀석 체력을 조금이라도 더 소모시키는 쪽으로 가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하, 리. 월드컵인데, 체력을 왜 아끼냐?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는데]”
“······”
“[난 오늘, 다리가 부러져도 12키로는 뛰는 게 목표다. 어디 잘 해보자고.]”
조금, 할 말이 없어졌다.
.
.
.
-삑, 삑, 삐이익-!
[아, 올리비에 지루의 추가 득점입니다··· 김민제 선수가 힘에서 밀렸군요.]***
<2018 FIFA World Cup Group Stage C>
[Half Time]France 2 : 0 South Korea
[Goals]Marseille : Mbappe(29), Giroud(43)
South Korea : (nothing)
***
프랑스를 상대로 전반전에 2대 0이라.
‘···끝났네. 이기는 건, 힘들겠다.’
그리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닌 듯이, 많은 사람들이 약간 침울한 표정으로, 또는 약간 괴로워하는 표정이 되어 있었다.
‘···최소한, 어느 정도의 방심을 기대했는데.’
사실, 내가 저 위치에 있는 선수라면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들과 우리의 차이는 직장인으로 치면 행정고시, 사법고시 패스한 사람과 그냥 9급 공채에 합격한 수준의 차이 아닌가. 벌어들이는 돈 차이를 생각하면 그 이상이고.
그러니, 당연히 어느 정도의 방심을 예상했다.
저들이 우리를 어느 정도 얕볼 거라고 생각했고, 우리는 그 틈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
파예는, 한 번의 킬패스를 넣은 이후에도 계속 중앙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볼배급에도 관여하며 우리가 진형이 흐트러지는 순간, 너무나도 절묘한 패스를 찔러 왔고.
공격에 집중하기 위해 수비를 하지 않던 토뱅은, 오늘 온 힘을 다혀여 압박에 들어오며, 오늘만 뛰고 더 이상 못 뛰어도 좋다는 듯이 미친 활동량을 보이고 있었다.
오히려, 저 친구들이 더 절실하고, 더 힘차게 뛰었다.
‘···한심하네. 하하.’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왜 훈련 시간이 부족한 국가대표팀간의 경기인 월드컵이 그토록 멋진 플레이와 명승부가 나오는지를.
그 어떤 선수던 간에, 이 경기를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그야말로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처럼 달려들기에-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정신력이였다.
그야말로, 정신력이었다.
-짝짝.
“자, 자, 다들 주목. 대답하지 말고 들어라.”
그 순간, 우리들은 밝지는 못한 얼굴을 가까스로 들어 감독님을 쳐다봤다.
“다들, 못 하고 있는 건 아니였다고 생각한다. 다들 생각했던 만큼의 플레이는 보여주고 있거든.”
“······”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 점수차가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지?”
감독님의 말씀에,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게 우리나라 대표팀의 현재다. 나름 아시아에서는 최고를 다투고, 강하다고는 하지만 세계 1등을 상대로는, 그냥 압살당할 수밖에 없긴 해.”
그래, 분명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아시아의 호랑이라 불리고 있고, 아시아권에서는 솔직히 일본, 이란 정도를 빼놓고는 우리보다 잘 한다고 하면, 그냥 실력으로 바로 박살을내줄 수 있을만한 팀이다.
하지만- 아시아 최고라는 말은, 월드컵에선 굉장히 공허하게 들린다.
지금까지 아시아 팀이 월드컵에 진출해서 조별리그를 넘어 토너먼트 스테이지까지 넘어간 경우는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일본 단 4팀뿐이고, 당장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은 단 1승도 올리지 못했으니까.
아시아 최고란, 결국 월드컵의 마지막에 간신히 탑승할 수 있을까말까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주장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기성룡, 앞으로 나와라.”
“···예, 감사합니다.”
그 말에, 나는 감독님에게서 주장으로 눈을 돌렸는데.
“여기에서 엿 맞아본 사람?”
-풉.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뭐, 못 맞아본 사람 당연히 있을테니까 좀 이야기해주마. 그거 생각보다 아프더라? 생각처럼 물렁하지도 않고, 딱딱한 주제에 무게는 또 사탕보다 훨씬 무거워서 맞으면 진짜 꽤 감각이 남을 정도로 아파.”
그 순간, 몇몇은 헛웃음을 지으며 한 마디씩 던졌다.
“아니 형, 공항에서 엿 맞은 이야기 또 왜 해요, 그거 트라우만데.”
“그러니까. 너도 그 때 죽고 싶은 기분이었다면서 지금 왜 꺼내냐?”
그 말들에, 주장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렇게 아픈 기억을, 또 경험하고 싶냐?”
“······”
“뭣보다, 아픈 기억일수록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그랬다. 주장은 분명 본인도 지쳐있을 텐데.
“자, 그 기억이 있는 친구들은 그 친구들 나름대로 그 기억이 떠올라서 힘을 못 낼 수도 있고, 그 기억이 없는 친구들은 지금 이 월드컵이란 무대에 압도되어버려서 힘을 못 내고 있을 수도 있겠지.”
이 밑바닥에서, 우리들에게 격려의 말을 보내고 있었다.
이것이, 마지막임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하지만, 확실하게 말해주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뛰고 있는 무대는, 이 무대에 오지 못한 누군가가. 그리고 너희들이 어렸을 적 그 누구보다도 뛰길 원했던 무대라는 거다.”
그게 주장의 역할이니까.
-짝.
“자, 얘들아, 힘든 건 안다. 분명 지금은 암울한 상황이야.
“······”
“그래도, 이 경기는 리그전이야, 최대한 덜 먹히고, 한 골이라도 넣어야 다음으로 갈 수가 있어.”
그리고, 이어지는 그 말에 국가대표 선배들, 그러니까- 4년 전, 월드컵이란 무대를 경험했던 선수들의 눈빛을 보니.
“그래, 4년 전처럼 될 수는 없지.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보단 낫잖아?”
“그래, 최소한 지금은 약한 팀한테 당한 것도 아니잖아. 우승 후보한테 당한 거지.”
전부 하나같이, 아직 눈빛이 죽지 않은 상태였다.
적이든, 우리 팀이든. 월드컵이란 무대가 어떤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 있는 힘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자, 이기자고 말하지는 않을게. 솔직히 내가 봐도 지금 이 경기는 다윗과 골리앗의 차이나 다름없거든.”
···그렇다. 이 경기에서 승리를 바란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기적을 바라는 거다. 실력적으로도, 승리를 위한 확신도 우리는 저 팀에 비해 부족하니까.
하지만.
“다만, 저 자식들에게, 우리도 한 수는 있다는 걸,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우리도, 역시 준비한 것들이 있긴 하다.
그렇다면-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일지도 모르는데 최소한, 그 준비한 것이라도 다 보여주어야 후회가 없지 않겠나.
“자, 다들 모여서 화이팅 한 번 하자. 하나, 둘, 셋 하면 외치는 거다. 하나, 둘, 셋!”
그래, 가자.
저들에게 생체기 하나라도 내기 위하여.
““화이팅!””
미래의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