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34)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34화(234/242)
월드컵이라는 무대 (4)
“성룡아! 앞으로! 앞으로! 파예 패스각 좁혀!”
프랑스의 공격진은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가득하다. 세계 최고라고 말할 만한 공격형 미드필더도 있고, 세계 최고라고 할 만한 윙어도 있으며, 세상에서 3번째로 잘 뛴다고 할 만한 스트라이커도 있다.
“스위치! 또 스위치다!”
그런데, 그 선수들이 모두 하나 이상의 포메이션에서 뛸 수 있다는 점 덕분에, 그들은 4-4-2가 주력이라고 하지만 중간중간 4-3-3, 4-2-3-1로의 유연한 변화까지 가능하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수비하는 입장에선 그야말로 정말 죽을 맛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다들 오른쪽! 오른쪽으로 좁혀-!
외외로, 프랑스의 전술 기조는 사실 모두 하나라는 점이다.
“우측으로 좁혀!”
측면에 발 빠른 선수들을 투입해, 그들의 드리블-크로스 능력을 통해 골문 근처, 그러니까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볼을 옮긴 후, 중앙의 공격수들과 정교한 연계를 통해 공격한다는 것. 그리고 한 마디 더 플러스하자면
-민제 너는 음바페-!
중앙 공격수에는 발 빠른 선수 한 놈쯤 집어넣어서 오프사이드 라인 브레이킹 및 득점을 노리게 만들거나, 아니면.
“아냐! 이번엔 지루! 막아!”
몸빵이 되는 튼튼한 선수로 밀어버리려고 한다던가.
그러니까, 결국 전술의 근본적인 기조를 따져보면 스피드, 그 중에서도 측면의 선수들이 주로 파고들어서 중앙의 수비수들을 측면으로 유도 및 분산시키고, 그 틈을 타 중앙을 뚫어버리는 정말이지 특별할 거 하나 없이 이지선다를 거는 단순한 전술이다.
그렇지만.
[아, 김민제 선수, 밀려납니다! 지루가-! 넣지 못합니다!] [휴으- 큰일 날 뻔했습니다. 김승구 선수의 좋은 선방이었네요.]사실 그 단순한 전술이야말로 축구의 기본이자 핵심인, 정수(正手)이자 정수(精髓)다.
[···그건 그렇고, 역시 프랑스라고 해야 할까요. 계속해서 우리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입니다.]그리고 그 프랑스의 우직한 공격에, 우리는 그냥 밀리고 있었다.
[그래도 힘을 내야합니다. 대한민국- 아! 김승구 선수, 바로 길게 걷어참니다!] [그리고! 옆에서 이준혁 선수 받고! 달립니다!]“Merde!”
좋아, 이번엔 제쳤다!
‘빨리, 빨리, 빨리!’
그렇게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달리던 찰나, 나는 속으로 욕을 퍼부을 수밖에 없었다.
‘···아, 씨발. 그 조금 지체한 사이에 벌써 이렇게 달라붙냐? 템포 거의 안 잡아먹는 빠른 역습이었는데.’
[아, 파바르가 바로 달라붙습니다!]어떻게 이 속도로 역습하는데도 노마크 각을 안 주냐.
‘젠장, 그나마 수비진에서 구멍이라고 평가받는 이 녀석조차 이 정도면 도대체 다른 쪽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단 소리야?’
그 생각과 함께 나는 이미 저 쪽이 달라붙은 이상 돌파 말고 크로스도 선택지에 넣을 겸 주변을 보기 위해 고개를 살짝 들어봤는데, 가관이었다.
‘···벌써 한 놈은 흥빈이한테 달라붙어 있고, 한 명은 땅볼 크로스 못 넣도록 인터셉트 노리고, 반대쪽 노리기엔 한 놈은 돌아오면서 중앙으로 좁히고 있네’
한숨밖에 안 나왔다. 지금 골을 넣을 확률이 가장 높은 공격방식이 흥빈이 스피드 믿고 공간으로 무작정 크로스 날리는 것, 혹은 내가 그냥 드리블 돌파를 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하아, 젠장. 역시 라리가 1, 2, 3위 팀 주전 수비수들이라고 해야 하나, 역습 방어하는 속도가 무시무시하다.’
한 팀은 역습을 당하기보단 하는 쪽 전술로 유명한 팀이긴 하지만, 솔직히 강팀인 이상 무조건 역습 방지는 강제적으로 익힐 수밖에 없었겠지.
그걸 다시금 깨닫게 하는 모습에, 나는 다시 한 번 중앙으로 볼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 이준혁 선수, 살짝 뒤로 공을 돌립니다.]저렇게 수비조직이 정신 바짝 차리고 있다면, 어찌저찌 정확하게 절묘한 패스를 찌른다고 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너무 크니까.
‘쯥, 거지 같네. 진짜. 그나마 후반전 들어서는 완전히 우리 진형에서만 볼 돌리진 않을 거라는 게 위안인가.’
그렇지만, 정말 답답하긴 하다. 후반 60분, 아니 그냥 60분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우리가 슈팅한 횟수 자체가 너무 적다. 골대를 노린 유효슈팅은 더 적고.
물론 전반에 비하면 지금은 유효슈팅이 나오기라도 하고, 이따금씩 돌파도 나오면서 아주 답답한 상황까진 아니지만.
[안타깝네요, 어느덧 시간도 후반 20분을 넘기고 있는데요, 슬슬 골이 나와주지 않으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결국 축구는 골이 나와야 하는 스포츠다.
골이 터지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다.
‘···하, 젠장, 빈틈을 보이질 않네, 진짜 대단하다는 소리밖에는 안 나온다.’
물론, 우리는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다고 보긴 어려웠다. 우승후보인 저들과 어느 정도 싸움이 성립될 정도로 저항을 하고 있고, 저들이 우릴 손쉬운 먹잇감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삐이익!
[프랑스 쪽에서··· 아, 교체 선수가 나오는데, 음바페 선수가 빠지고 그리즈만이 투입됩니다. 후보 선수를 투입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당장, 저쪽도 방심 따윈 하지 않고 전력을 다하고 있었으니까.
얕볼 생각이었다면 굳이 음바페를 빼고 그리즈만을, 세상에서 수비 가담을 제일 잘 하고 카운터 역습에 능한, 전 세계 3등을 다투는 스트라이커를 투입시킬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더욱 문제였다.
개인의 역량이 달리는 일은 수도 없이 겪어보았고, 팀의 역량이 달리는 것도 꽤나 흔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하려면 조건이 필요했다.
둘 중 하나는 앞서던가. 주축 선수가 빠지던가 아니면 상대편이 방심하거나··· 하여튼 그 정도의 페널티는 가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팀도, 개인의 역량도 우세하다고 보기 힘들-아니 그냥 압도적으로 밀리고, 상대편 역시 추호의 방심조차 하지 않는 이 상황에서 내가 이 경기를 뒤집기 위해 지금 이상으로 더 무언가를 할 수가 있는 걸까?
그것도,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극히 적은 포지션인 풀백 주제에?
“······하, 꺾일 것 같네. 뭐 어떻게 해야-”
그런 감상에 젖어 나도 모르게 톡 한마디를 밖으로 내뱉고 한탄하려던 찰나.
[포그바가 볼을 끌고 올라옵니다.]그 말조차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몸을 움직여야 했다.
‘시발 진짜 거지같네, 그나마 음바페하고 연계하는 거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리즈만이랑은 또 어떻게 연계할려나.’
그렇게 새로운 공격 패턴을 걱정하던 찰나.
[포그바, 캉테에게, 캉테가- 토뱅에게 넘겨주고, 토뱅이 돌파-가 아니라, 그리즈만에게 패스를 시도합니다.]나는 약간 이질감을 느꼈다.
‘···가만, 이거 혹시?’
[그리즈만, 장연수가 달라붙은 가운데 가볍게 한 번 슈팅-아, 그러나 빗나가는군요. 한국의 골킥입니다.]···아무래도 맞는 것 같다.
“성룡이 형.”
“허억, 허어- 응?”
“형 올라가서 기회 노리고 있어 봐요, 제가 최대한 커버해 볼게요.”
“···커버 가능하겠어?”
“예, 저 쪽 스피드 느려졌어요.”
물론 솔직히 말해서 볼 점유율도 적게 가져갔던 우리가 더 많이 지쳐있을 테고, 그 중에서도 풀백인 내가 더 많이 뛰었으니 가장 스피드가 떨어져 있을 것이 뻔하니.
“···가능하겠냐?”
솔직히, 성공한다는 보장은 못하겠지만···
“예, 자신 있습니다.”
그딴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근 몇년간 깨달은 것이 있다면,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지금 이대로 가면 그냥 휩쓸려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되는 가운데에서, 솔직히 남이 보기엔 균열이라고 하기도 뭣한 균열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나는’ 저걸 균열이라고 느꼈고, 그로 인해 나에게 자그마한 자신감의 원천이 되어 무언가를 시도할 만한 기반이 되었다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 이걸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다면?
이 간신히 끌어모은 뭔가조차 흐뜨러져, 결국 아무것도 못 하고 그저 힘에 밀려 스러질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비록 도박수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 승부를 보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좋아, 그럼 니가 생각하기에 내가 나가야 할 때면, 왼쪽 팔로 뻐큐 들어라.”
···아 놔. 미친.
“···굳이 그렇게 신호 내야 돼요?”
내가 내 표정을 보진 못하지만, 아마도 틀림없이 어이가 없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을 게 뻔한 표정을 지으며 째려보자. 주장은 희미하게 웃었다.
“니 표정이 너무 긴장한 것 같아서 그런 거다.”
“······!”
“어느 때든간에 너무 긴장하고 있어봐야 될 것도 안 되는 법이니까. 실패하면 어쩔까 걱정하지 말고 해. 너도 나름 생각한 게 있으니까 하자고 한 거 아냐?”
그 말만을 남기고, 주장은 바로 원위치로 돌아갔다.
“···하, 하하하.”
젠장, 불안해하고 있다는 거 다 티났네. 저게 연륜인가. 나잇살은 비슷하게 먹었는데도 저렇게 주변 선수들 여유 찾아줄 줄 아는 거 보면 주장은 확실히 주장이란 말이야.
-짜악.
자, 그럼 이제 집중, 집중하자. 주장은 못 속였어도, 최소한 상대편한텐 들키지 않은 정도로 표정 관리 해야 먹힐 거 아냐.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노리고 있는
[선수들이 올라가는군요, 한국의 공격입니다.]교체 선수의 머뭇거림을 이용하자는 생각은 한 번 안 먹히면 위력이 급감하니까.
그럭저럭 돌아가던 기계의 부품을 헌 것에서 새 것으로 교체했을 때, 다시 원래 속도로 돌리는 데는 조금 더 힘이 필요한 것처럼 선수가 교체되어 투입되고 나면 처음 한두번은 움직임이 삐걱거리기 마련이다. 특히나 교체된 선수들의 움직임이 다르면 다를수록 더더욱.
그런데, 음바페라는 공격에만 집중하는 성향의 선수와 발을 맞추다가 그리즈만이라는 공수 밸런스를 굉장히 철저하게 지키는 성향의 선수가 투입되어 있는 지금은 어떨까?
분명히 초반의 몇 패스, 그것도 첫 번째 패스만큼은 살짝의 머뭇거림이 나올 확률이 상당히 높다. 방금 전, 토뱅 저 녀석이 살짝의 멈칫거림을 가진 상태로 패스한 것처럼.
그리고 기왕 그걸 노린다면-
[아, 캉테가 볼을 빼앗습니다. 그리고 바로 프랑스 선수들이 올라오는군요, 캉테, 포그바에게 패스!]중앙 미드필더가, 공격수에게 찔러주는 패스를 차단하는 것이 역습에 제일이지.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저 쪽이 그리즈만에게 패스를 줘야 했고, 그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저 쪽에 빈틈을 만들어야 했기에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나는 확신이 있었다. 저 재능이 넘치는 선수들이라면, 이 빈틈을 자연스레 발견할 것이고 이용할 것이라는.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이제 승부는 단 하나로 갈린다. 오로지 내 다리가, 내 움직임이 저 녀석의 패스를 인터셉트할 수 있는가 없는가로
‘믿는다. 포그바. 제발 ‘합리적으로’ 봤을 때, 여기가 가장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 제발 여기로 패스하고-’
[포그바 선수, 잠시 볼을 받고 주변을 살피다가-]-저 시선이면- 됐다.
제발, 놓치지 말아주시죠, 형님.
그리고, 다리야, 믿는다! 제발, 제발-
[중앙으로 찔러줍니다!] [아, 그런데! 이준혁 선수,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고-]2초.
[-볼을 뺏습니다!]자, 그리고 이제 지체하면 안 돼, 페인트고 뭐고, 지금 천천히 등 돌려가면서 정확한 크로스 올리려고 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냥 대충 예상한 곳으로 줄 준비하고
[그리고 바로 등을 돌리고 크로스를 날립니다!]쌔려버려!
“으윽-”
아 시발, 급하게 몸 돌리느라 살짝 삐었다. 씁, 4초는 안 넘긴 것 같긴 한데, 제대로 날린 건가?
[손흥빈 선수에게-그게 아니군요! 기성룡 선수에게 주는 패스였습니다!] [기성룡 선수가 언제 저렇게 올라가 있었죠?]만일 제대로 못 날렸으면 우리가 엿 될 수도 있는 거니까, 빨리 일어나서 커버해야-
-삐익-!
···됐나? 됐나?
-삐익, 삐이이익-!
씨발. 됐다!
[골! 골! 골입니다-!] [후반 25분, 드디어 대한민국의 러시아 월드컵 첫 골이 터집니다!]그 순간, 나는 날아가듯이 달려나가 나도 모르게 외쳤다.
“아아아악-씨발, 됐다! 됐다고! 됐어요, 형!”
“월드컵 첫 골 축하한다 새끼야! 그래, 명색이 주장인데 은퇴하기 전에 월드컵 한 골 정도는 넣어 줘야지!”
그리고, 그 가운데서 주장은 웃긴 했지만.
“하, 하하. 야! 됐어 자식들아, 다들 제자리로 돌아가! 아직 역전 안 됐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우리들을 원위치시켰다.
그래, 저게 옳으신 말씀이긴 하지.
하지만.
“아직 20분 남았지? 할 만 하다!”
“그래, 한 골 더 넣어보자! 프랑스 저새끼들 고춧가루 뿌려 보자고! 우리 선배들도 쟤네 잡아 봤는데, 우리라고 못 할 건 뭔데!”
아까 전과는 다르게, 다들 밝은 얼굴이었다.
아직, 역전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두 번 쓸 수 있을만한 방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도-
[드디어, 대한민국의 첫 월드컵 골이 터졌습니다! 그 골의 주인공은 국가대표팀의 주장, 기성룡 선수!]방금 전까지만 해도 바꾸지 않을 것만 같던, 저 전광판의 숫자가 바뀔 수 있다는 게 보여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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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FIFA World Cup Group Stage C>
[Second Half 26]France 2 : 1 South Korea
[Goals]Marseille : Mbappe(29), Giroud(43)
South Korea : Ki(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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