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35)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35화(235/242)
월드컵이라는 무대 (5)
싸움은 기세가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게 뭔 말일까?
여러 가지 해석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싸움의 분위기라는 게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으면 그걸 뒤집기란 정말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고 본다.
이 말은 다른 말로 하자면
[대한민국, 만회 골을 넣은 이후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분위기란 게, 무형의 무언가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거다. 저 쪽으로 완벽하게 넘어갈 듯 했던 분위기가 바뀐 것만으로도 우리들의 움직임이 좋아졌으니.
다만 그럼에도 나는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는데.
‘지금의 이 기세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어.’
당연한 게, 아직 2대 1로 지고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가 나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추가되었는데.
[주민구 선수에게 연결되는 볼, 그리고 바로 슛- 아, 그러니 바로 걷어내는군요. [그리고 오른쪽으로! 뎀벨레가 볼을 받고 드리블을 시도합니다.]프랑스가 골을 먹히고 난 이후 투입된 저 자식 때문이었다.
우스망 뎀벨레. 저번 시즌 바르셀로나가 네이마르의 대체자로 영입한 몸값 천억을 우습게 넘기고, 최대 2천억도 넘을 수 있는 이적료로 데려온 선수.
물론 이번 시즌이 끝나고 나서 저 녀석이 받는 평가가 먹튀라는 평가가 대부분이긴 하고, 내가 지금 딱 봐도 2천억씩이나 이적료를 쳐먹을 정도로 압도적인 선수냐기엔 아니었지만-
‘왼발, 오른발, 왼발- 시발, 이놈은 도대체 주발이 뭐야?’
천억짜리 선수든 2천억짜리 선수든, 수비수 입장에서 수비하기 개같은 놈들이 대부분인 건 마찬가지다. 좀 더 개같느냐 덜 개같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그리고 이 녀석은, 전형적으로 수비하기가 매우 개같은 선수였다.
보통 수비하기 개같은 선수의 경우는 세 가지 유형이다.
몸빵 좋거나, 스피드 좋거나, 기술 좋거나.
그런데 이 녀석은 그 중 두가지를 충족했다.
왼발이건 오른발이건, 정말 ‘전혀’ 가리지 않고 쓸 정도의 기술이 있었고,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스피드는 나름 축복받은 편인데, 그런 나만큼 빨랐다.
그리고 그 두개가 겹쳐진 선수라면 수비를 할 때, 솔직히 실력차가 많이 나지 않는 한은 정말 골치 아프다.
‘왼발, 왼발, 오른발이면-크로스냐? 젠장, 제발 맞아라!’
그렇게 생각하며 발을 뻗는 순간. 정말. 정말 미세하게 무게중심이 안쪽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나는 급히 뻗는 발의 방향을 뒤틀었다.
[뎀벨레 돌파 시도! 이준혁 선수 슬라이딩 태클로 끊는군요. 프랑스의 스로인입니다.]와, 진짜 엿 될 뻔했다.
‘젠장, 수비 난이도가 이전이랑은 차원이 다르네, 달라.’
물론 교체되기 전 토뱅도 충분히 강력한 드리블러지만, 서로 습관에 대해서 아주아주 잘 알고 있는 선수와 비록 데이터를 통해 분석을 한다곤 했지만 정말 드문 완벽한 양발잡이 중 어느 쪽이 더 상대하기 어려울까? 단연코 후자다.
그래도 그나마 수비에만 집중하라고 하면 방금처럼 어떻게 어떻게 아슬아슬하게나마 막을 각이 안 보이는 건 아니지만···
‘이러면 내가 공격을 못 가는데···’
풀백은 수비수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현대 축구에서는 미드필더에 가깝게 분류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는 포지션이고, 흥빈이가 있는 왼쪽의 공격이 약해진다는 건 압박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그나마, 그-나마 저 녀석이 클럽팀에서 보여 준 모습이라던가, 지금 오른쪽 윙어로 나온 걸 보면 드리블 할 땐 왼발잡이라고 보고 수비하면 좀 나을 것 같기도 하지만···
‘공격도 아니고 수비하는 입장에서 그 쪽만 보고 도박수를 던지기는 애매하지. 젠장, 시간이라도 좀 있으면 습관이 좀 나타날 텐데, 지금 시간대에선 그걸 바랄 수도 없으니 돌아버리겠네.’
고작 20분도 안 남은 지금 상황에서 저 녀석의 드리블에 바로 적응하고 약점을 바로 파악하고 찌를 수 있길 바란다는 건 어불성설이니 말이다. 그게 될만한 녀석이면 애초에 바르셀로나에 가지도 못했겠지.
‘···지금 분위기는 좋아도 마냥 이대로 가면 필패다. 승점을 따고 싶다면 돌파구가 필요할 텐데. 뭔가···’
-삐익!
어 뭐야, 선수 교체인가? 누구···
[아, 대한민국, 선수 교체가 있습니다. 권창운 선수가 빠지고, 훈철 선수와 김영건 선수가 투입되네요.]···잠깐만, 뭐야. 영건이 투입이라고? 그럼 이거 쓰리백인데···
‘그럼 내 위치가 어떻게 변경되는 거지? 쓰리백 상황에서는 원래 나는 미드필더지만, 지금 미드필더로 변경된다기엔 추가적으로 풀백을 투입하거나 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영건이가 급하게 말했다.
“야, 제성아, 오른쪽으로 옮겨라. 그리고 준혁아. 감독님이 살짝 위로 올라가라신다. 3-4-3이다.”
-*-*-*-
-삐이익-!
[라인 아웃, 프랑스의 스로인입니다.]‘휴, 감독님이 내가 힘들어하는 걸 전술적으로 바로 캐치해주신 건가, 확실히 수비가 조금 편해졌다.’
프랑스가 아무리 좋은 팀이고 공격적인 팀이라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공격할 때 공격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인원- 그러니까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올라오는 선수는 보통은 3명, 아무리 많아도 5명을 넘기지 않고 미드필더-수비진의 자리에 5명 이을 배치한다.
왜냐하면, 그보다 더 많은 인원을 공격에 투입할 경우 아무리 수비진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상대팀의 역습을 방어하기가 너무나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축구는 숫적 우위로 이루어지는 싸움이니.
그리고, 지금 우리는 기본적으로 3-4-3이긴 하지만, 쓰리백이 다 그런만큼 수비할 때는 5백의 진형을 갖추는 게 기본이니.
이제는 내가 뚫린다고 해도. 영건이가 바로 커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만큼 좀 더 과감한 수비가 가능해지고, 좀 더 강력한 압박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뎀벨레, 다시 한 번 돌파 시도- 아! 그러나 이준혁 선수, 깔끔하게 공을 빼냅니다.]자연스레, 수비의 성공률도 높아진다.
‘다만, 이렇게 돌아가면 공격은 약화된다는 게 문제긴 한데···’
물론 공격할 땐 우리도 나를 포함해 총 5명 정도가 공격 작업에 다들 참가하러 올라가지만 기본적으로 수비시 5명이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내려온다는 것은, 수비 후 공격의 속도를 크게 늦출 수밖에 없다. 공을 주려고 해도 앞에 사람이 없고, 빠르게 적 공격할 때 숫자가 줄어드니 말이다.
그러니- 이제 공격 할 때 섬세한 패스를 통한 작업은 불가능해진다. 내가 그럼 여기에서 해야 하는 선택지는.
-뻐엉.
[아,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길게 넘겨줍니다.]크로스, 혹은 스로인 시도다. 내가 앞까지 나가지 않으면서 숫적 우위를 단 한 번에 무시 혹은 무력화시킬 수 있는 패스란 이 둘이니 말이다. 다만.
[깔끔하게 손흥빈 선수에게 올라가는데- 아! 어느새 바란 선수가 저기에 가 있었군요, 공격이 무산됩니다.]이것도 완벽하진 못하다. 애초에 크로스만으로 공격이 해결된다면 뻥축이라는 멸칭이 왜 생겼겠는가.
그리고 스로인은 쉽사리 보여주면 안 된다. 아무리 내 스로인이 빠르고 강력한 무기라고는 해도 손으로 던지는 거기에 크로스보다는 사거리가 짧고, 더 느리기 때문에 한 번 보여주는 순간부터는 위력이 살짝씩 떨어진다.
즉, 내 스로인을 강력하게 만드는 요소에는 ‘의외성’ 이라는 면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최대한 강력하게 쓰기 위해서는 치명적인 한 방을 기다려야 한다.
[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우리 선수들 힘을 내 줬으면 좋겠습니다.]···그러니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최대한 저들이 나에게서 스로인이란 선택지를 잊어버릴 때.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있을 때. 그 때 한 방을 노려야 한다.
-삐익!
[한국의 스로인입니다.] [이준혁 선수가 준비중인 것 같긴 한데, 오늘따라 스로인을 아끼는 모습이군요.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무언가 노리는 게 있는 거였으면 좋겠습니다.]“흥빈아, 지금은 아니고 끝나기 직전에 제대로 롱 스로인 한 방 날릴 테니까 준비해라. 신호 보낼께.”
“예, 신호 뭘로요?”
“···뻐큐나 주먹감자로 하자. 어떤 게 더 잘보일 것 같냐?”
욕으로 전달하는 신호가 뭐 썩 좋은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알 게 뭐야. 10키로 뛰고 지친 상황에서 수화같은 거 하면 눈에 들어오겠냐? 어떻게든 알아보기 쉽도록 신호를 보낼 수만 있으면 되는 거다.
“주먹감자가 보기 편하긴 하죠.”
“좋아, 그럼 내가 신호 보낸 그 때 니가 가장 편한 위치로 옮겨, 아예 반대편이여도 무조건 쏠 수 있으니까. 최대한 위치 신경쓰지 말고 니가 달릴 수 있는 공간으로 가라.”
사거리야 뭐, 정 안되면 한 바퀴 구르면서 던지면 된다.
모두가 생각하지 않을 때, 모두가 예상하지 못할 때.
그 때 잘 연계된 한 방을 노려야 한다.
‘그 한 번이 마지막 기회일 테니까.’
-*-*-*-
-삐이익-!
[아, 라인 아웃 프랑스의- 아, 주심이 포그바의 발을 맞고 나갔다는군요, 한국의 스로인입니다.] [아, 그런데 지금··· 기성룡 선수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 거죠?]이런 미친.
“형, 괜찮아요?”
“···아, 으으. 젠장. 길게 갈 것 같진 않은데. 오늘은 글렀다. 빨리, 빨리 교체해야 돼. 시간 얼마 안 남았어.”
하 씨발. 좀 일찍 나가시는 거라면 몰라도 지금같이 시간도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주장이 빠지냐.
‘이러면 안 그래도 힘들었던 중앙 공격 루트는 완전히 막히는데다 패스워크는 완전 봉인이라고 봐야 하는데.’
젠장, 그렇다고 저 놈 뭐라고 하기도 그런 게, 그냥 평범한 경합 정도였으니. 그래서 지금 심판도 파울 휘슬도 안 불었잖아.
‘이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빨리 교체선수 들어오면 볼이나 이어가야 겠···잠깐만.’
그 순간, 눈 앞에 지금 우리 팀이 놓인 상황을 깨달았다.
‘스로인 볼도 우리 거, 모두가 살짝 이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다. 살짝 여기로 쏠린 상황에다. 정규 경기 시간 종료 약 5분 전…’
지금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지금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좋아, 조용히 지금 바로 던져야 겠-아 근데 신호가 뻐큐였냐, 아니면 주먹감자였냐···?’
···주먹감자로 기억하고 있긴 한데··· 확신하기가 어렵다. 지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아니, 그걸 떠나서. 설령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게 정확하다고 해도, 흥빈이가 지금 제대로 기억하고는 있을까? 저 녀석도 지쳐있을 텐데?
한 번 실수하면 끝이다.
이대로, 끝나버린다.
그 생각 때문에 잠시동안 기억을 더듬으려던 찰나. 문득 조금··· 조금 맛이 간 생각이 떠올랐다. 이 방식이면, 확실하게 신호는 줄 수 있다. 하지만.
‘···해야 하나? 해도 돼? 카드 받을 수도, 아니 받을 게 뻔한데?’
승점 1점을 얻을 수도 있는 ‘기회’ 단 하나와 확실하게 옐로카드를 받을 수도 있다는 미래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는 고민할 필요도 없구나.
-콱.
“[야 이 새끼야, 너 지금 뭐 했던 거야?]”
당연히, 불확실하더라도
“[…뭐야, 너 뭔데, 정당한 경합이었거든?]”
“닥쳐, 뻐큐나 먹어, 이 새끼야! 심판”
-삐이익-!
[어, 이준혁 선수, 침착해야 합니다. 침착해야 해요. 주장이 당한 것과는 별개로, 지금 경기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데다가 저러다가는··· 아, 우려대로군요. 옐로 카드를 받습니다.]-삐이익-!
···휴, 예상한 출혈이지만, 그래도 씁쓸하다. 다음 경기에서는 몸 좀 사려야겠구나.
‘자, 그럼 과연 나의 행동은 의미가 있었을까’?
그리고 공을 잡아들며 흥빈이를 바라본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달릴 준비 완료구나.’
저 녀석이, 확실하게 신호를 알아들었다는 것을.
물론 혹자는 말할 것이다.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들고자 이런 옐로 카드를 부담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 단 한 번의 기회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는 거라고.
도전하지 않으면, 시작되지도 않으며.
시작하지 않으면, 결과 역시 당연히 나오지 않는다.
다만, 지금대로라면 그 행운을 다음으로 이어가는 발판으로 만들기에 살짝, 단 한걸음이 부족하다.
그러니, 그 한 걸음이 될 수도 있을법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아 잠깐만, 이준혁 선수가- 롱 스로인입니다! 스로인! 이준혁 선수가 길게 던졌습니다!]온 힘을 다해 던져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가며 공을 받는 흥빈 선수! 가나요? 가나요?]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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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삑, 삐이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