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37)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37화(237/242)
1승의 무게 (2)
[예!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대한민국 대 페루! 페루 대 대한민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 C조 2차전 경기가 열리는 러시아 사마라에 있습니다!]말끝마다 느껴지는 꽤나 들떠있는 캐스터의 말에, 해설자는 살짝 웃었다.
[제가 여러 번 캐스터님과 함께한 건 아니지만, 정말이지 이렇게 신나신 모습은 처음 보네요. ] [하하, 안 그럴 수가 있을가요, 우승후보인 프랑스를 상대로 이변을 일으켰는데요.]그 말이 맞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프랑스는 브라질, 독일보다는 살짝 손색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도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한 우승후보. 그런 팀을 상대로 무승부를 이루어냈다는 것은 대단한 이변이었다.
[저 역시도 대한민국의 축구대표팀 팬인 만큼, 기쁜 마음을 감추질 못하겠더군요.]그리고 월드컵 중계진은 모두 축구 중계의 베테랑이거나 전직 국가대표 선수였으니, 이러한 기쁜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자, 지난 경기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말씀하시는 사이에 선발명단을 소개해드릴 시간이 되었군요! 먼저 오늘 페루에 맞서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명단입니다.] [저번 프랑스전과는 다르게, 가끔씩 보여주었던 쓰리백을 들고 나왔습니다. 해설위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음, 조금 의아하긴 합니다. 저는 프랑스전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4-4-2를 계속 들고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가전에서 몇 번 보여주지 않았던 쓰리백을 가지고 나오다니.]물론, 완전히 예상 못할 선발은 아니였다.
[하지만, 충분히 이해 되는 선발이기도 합니다. 페루의 약점을 꼽으라면 측면을 꼽는 만큼 쓰리백을 쓴다면 가장 적절한 상대는 분명히 페루일 거라는 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었으니까요.]실제로, 월드컵 특집으로 편성된 스포츠 기사들의 대부분이 페루의 약점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공격진, 그 중에서도 측면이라고 말했으니 당연한 이치였다.
[다만 그래도 프랑스라는 거함을 상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전술로 갈 확률이 좀 더 높지 않을까 하는 게 다수 의견이였죠. 제 생각도 그랬고요.]물론 가장 중요한 건 그 약점 중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준주전으로 잘 뛰고 있는 선수가 포함되어 있으니 사실상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으로 따지면 약점이 아니라 강점 중의 강점으로 취급될만한 일이라는 점이었지만 해설자는 그 말은 생략했다.
솔직히 그런 식으로 따지면 월드컵에서 약점을 가진 팀은 단 한 팀도 없다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었다.
객관적으로 해설해야 하는 리그 경기 해설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한 팀을 응원해야 하는 월드컵 해설에서 왜 굳이 그런 말을 붙여서 화를 자초하겠는가.
[예, 그렇군요. 이어서 페루의 명단이 나옵니다.] [페루는 저번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군요.] [예, 두어 명의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덴마크전에서 뛰었던 선수들이고 포메이션도 같습니다. 아마도 덴마크전에서 패배하긴 했으나 전술상의 문제는 크게 없었다고 판단한 듯 싶군요.]해설자가 그렇게 말하자, 캐스터는 페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시청자들을 배려할 겸 시간을 때울 겸 페루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고.
[예, 우선 가장 주의해야 할 선수라면 이 게레로란 선수인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마치 옛날 박지성 선수같이 대체 불가능한 팀의 에이스이자 주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선수-]그리고 여러 평가서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공격에서 주의할 선수라던가. 페루의 강점은 공격도 공격이지만, 단단한 수비에 있다는 것 등등을 말이다.
[그럼 해설자님은 오늘 페루에게서 승리를 하기 위한 키포인트가 무어라고 생각하시나요?]그리고 이어진 캐스터의 질문에, 해설자는 조금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으음, 저는 공격도 공격이지만, 역시 수비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대표팀의 제 1 전술이 4-4-2였던 이유를 생각해 보시면 말이죠.]왜 프랑스를 상대로 4-4-2를 꺼냈던가. 바로 강력한 수비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현재 꺼낸 3-4-3은 4-4-2에 비해선 좀 더 공격적인 전술. 중앙의 수비는 그럭저럭 비슷하게 가져갈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측면은 약해질 수밖에 없으니 전체적인 수비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4-4-2가 아니여도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는 것, 그게 첫 번째일 겁니다.]-*-*-*-
-축구에서 수비란 뭘까?
이번 경기 전, 감독님이 전술 설명을 하며 말씀하시길 굉장히 막연한 선문답을 던지셨다.
다만 너무 막연한 말이라 우리에게 대답을 원하는 말씀은 아닌 것 같으셨는데.
-내가 생각하는 축구에서 수비라는 행위의 뜻은, 기본적으로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의 공격 전개를 막는 거다. 그리고 축구에서 공격이란 보통 패스를 통해 이루어지지.
역시 곧 나름대로의 답을 말씀하셨고, 모두 고개를 끄덕였었다.
물론 드리블 역시 공격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지만, 패스와 드리블 중 어떤 것이 더 공격 작업에 많이 필요하고 선수가 더 많이 시도하느냐를 따졌을 때 패스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니.
-그에 입각해, 우리가 현재 제 1 전술로 사용하고 있는 4-4-2는 패스를 상대방이 ‘줄 곳이 없도록’ 만드는 것으로 강력한 수비를 선보이지.
그 말을 듣고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시메오네 식 4-4-2는 선수들의 간격을 좁혀 ‘공격수들이 침투할 빈 공간’을 줄이는 데 전력을 다하는 전술이고, 실제로 그렇게 빈 공간이 줄어든 만큼 빈 공간에 패스를 찔러주기도 힘들어지는 전술이니까.
-그러니, 이번 포메이션에서 가지는 우리의 수비 전술도 같다. 상대방의 패스에 집중한다. 단.
“좀 더 붙어! 패스를 더 망설이게!”
-다른 점이 있다면, 상대방의 패스 경로의 차단에 집중하는 거다.
기존의 4-4-2는, 우리의 진형에서 자리를 빠르게 잡는 것부터 시작이었지만. 이 전술에서의 수비는, 상대편 진형에서부터 시작한다.
먼저, 저 쪽으로 공격권이 넘어간 순간. 1차적으로 왼쪽 윙어의 흥빈이, 중앙의 민규,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제성이가 먼저 수비수들에게 달라붙어 공격수 두 명이 상대편 수비수 한 명을 방해 및 압박하는 그림을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공격수들이 움직임과 동시에 나와 성룡이 형님은, 각기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에 달라붙음으로서.
오각형을 유지하면서 중앙의 두 미드필더가 공을 쉽게 공급받지 못하게 만들고, 또 패스가 가더라도 줄 사람이 마땅치 않도록 철저하게 페루의 허리를 끊어버린다.
덕분에, 페루의 미드필더들에게는 정말이지 답답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솔직히 공을 받아도 전개 루트가 대부분 막혀있는데 뭘 어떻게 하겠는가.
[쿠에바, 이번엔 패스를 시도하려고 하기보단 조금씩 치고 올라가봅니다.]물론 저렇게 개인돌파로 뚫어보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만 이준혁 선수가 바로 붙어주는군요.]그러니 내가 중앙 미드필더 위치로 배치 된 거지.
내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뭐 공중 볼 싸움에는 도움이 크게 안 되고, 풀백의 경험이 점점 미드필더의 경험을 먹어치워가면서 빠르게 공격의 방향을 바꾸는 실력은 오히려 조금 더 줄어든 것 같기도 하지만. 최소한 개인 돌파 수비에서만큼은 훨씬, 훨씬 발전했다.
뭐, 패스라는 선택지가 봉인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드리블은 고려해야 하는 선택지가 많으니 완전히 막지는 못하겠지만. 그 선택지가 봉인된 저런 드리블은.
-뻐엉.
내 밥이란 거다.
“···Mejodi···!”
음, 생식기 같다는 스페인어 욕 나오시는군.
‘오캄포스나 스투아니가 좀 쓰던 욕이라 그런가. 익숙하기까지 하네.’
하여튼 이렇게 중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가 막혀있으면 저 쪽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뻔하다.
[아, 선수 안쪽으로 파고드는데-]쓰리백의 전통적인 약점, 측면 파기.
하지만 뭐.
[훈철 선수의 나이스 태클! 적절하게 끊어냅니다! 위험해 보였습니다만, 다행히도 잘 막아냈습니다!]우리는 어떻게든 그게 골로 연결되는 것만큼은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측면에 위치한 상대방이 ‘개인의 기량으로’ 골을 만들어내려면 그곳에서 그대로 슛을 쏴도 골을 만들어낼 수 있거나 드리블이 되거나 둘 중 하나는 되어야 하고, 페루의 측면이 이 중 그나마 시도해볼만한 건 오른쪽 윙어인 카리요가 두 번째를 시도해볼만하다.
그렇기에 결국 측면 돌파가 골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드리블의 기초. 테크닉과 스피드를 살려야 하는데
[훈철 선수가 다른 건 몰라도, 스피드만큼은 절대로 밀리지 않죠! 스피드로 승부하려고 들다니, 어림도 없습니다!]다행히, 우리 팀의 왼쪽 수비수는 스피드만큼은 일품 중의 일품.
훈철이 저놈이 다른 건 몰라도 스피드만큼은 일품인 덕에 나름 측면 돌파까진 허용해도 스피드에서 뒤쳐지지 않는 탓에 안으로 파고드는 움직임만은 막을 수 있다.
그러니. 수비는 큰 문제 없다.
최소한 저들이 대대적으로 전략을 바꾸기 전까지는.
물론.
‘보다 공격적인 전술을 꺼내든 것 치고 공격이 영 안 풀리고 있긴 하지만···’
패스워크 방해에 집중한, 잘 짜여진 수비라는 전술하에 기본적으로 같은 링 위에 설 자격은 얻었지만, 공격은 솔직히 지지부진하긴 하다.
일단 흥빈이가 역습을 충전하는 느낌보다는 수비에도 좀 더 신경을 쓰고 있어서 우리의 가장 날카로운 창이 무뎌지기도 했고. 월드컵 예선에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곤 그 누구에게도 다득점을 허락하지 않은 팀이 쉽게 실점한다?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다만 믿는 구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였다. 수비가 강한 팀을 박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간단하다. 선제골을 넣는 거다. 선제골을 먹힌 팀이 수비만 계속 한다는 것은 지겠다는 의미밖에 안 되니까.
하지만 여기에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맹점이 있다. 바로 수비가 강한 팀은 선제골을 잘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수비가 강한 팀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는 방법을 실행할 수 있으려면 막강한 공격진이 필요한데, 애초에 그게 있으면 수비가 강한 팀을 어떻게 조져야지?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어지간히 알아서 팰 수 있다고 믿으니까.
그러니 현재 우리같이 공격이 강력하지 않은 팀이 수비가 강한 팀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그나마 나은, 차선책은.
“자, 자, 다들 잘 막았다. 이대로 조금만 더 버텨보자!”
‘같이 수비하기’ 다.
내가 공격을 못하니 어차피 안 되는 공격을 부여잡기보단 너도 못하게 만들어버린다를 실천하면서, 상대방이 수비만 할 수 없게 만드는 것.
페루가 우리보다야 수비도 공격도 강한 팀이긴 하지만, 그래도 수비에 비하면 비교적 공격에는 손색이 있는 팀인 건 맞고.
“지금 더 급한 놈들은 저 놈들아야!”
현재 우리 C조의 상황은 약 1시간 전에 경기를 마친 프랑스가 덴마크에게서 2대 0 승리를 거둔 상태다.
즉, 페루가 만일 우리와의 경기에서 득점을 내지 못하고 무승부를 거둔다면? 1무 1패이기에 3차전에서 프랑스를 ‘이겨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우리도 무승부일 경우 덴마크를 이겨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같다. 하지만. 덴마크에게 지고, 우리나라한테 무승부를 해 놓고 프랑스를 이긴다? 그건 너무 희망에 가득찬 생각이다.
그렇기에, 페루는 두 가지 생각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된다.
‘상대방이 무승부를 감수하지만, 그렇다고 본인들의 페이스를 잃을 필요는 없다. 적당히 하던 대로 하면서 해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이거 불안한데, 아무리 공격이 우리의 주특기는 아니라고 해도, 그래도 월드컵 최약체라고 할 수 있는 저놈들을 상대로 1승을 못 거두면 망한다. 조금, 조금은 공격에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안 될 경우 위험수를 두게 되는 경향이 있다.
[아, 라모스 선수, 바로 미드필더에게 볼을 돌리지 않고 조금 끄는군요.]그렇지.
‘이제 슬슬 기어나오시는군.’
우리 패스 방해의 핵심은 수비수들이 중앙 미드필더에게 패스를 연결하지 못하게 하는 거고, 거기에서 벗어나고 공격적인 전개를 부드럽게 이어가려면 수비수가 공격수의 활동 반경에서 좀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수비수의 전진이란 결국 빈 공간을 만들어내는 법.
그리고 공간이 빈다는 소리는, 공격하기가 좀 더 쉬워진다는 소리다.
[라모스, 요툰에게-? 아, 준혁 선수, 가로채기 시도합니다!]아직은 저 쪽도 조심하느라 반경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몇 번만 더 패스 진로를 봉인하다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가로채는 데 성공하면-
“-악!”
-삐이익!
[···저건 아니죠! 요툰 선수!]“이런 미친, 준혁아. 너 괜찮냐?”
“···아, 아. 후.”
발목이-? 아, 돌아가긴 하네.
“좀 통증이 있긴 한데. 뛸 수는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 다행이다. 휴우.”
아, 물론 솔직히 아예 안 거슬리냐하면 그건 아니지만 지금 저 진통제 주사 처방받으면서 뛰시는 주장 앞에서 그런 소리는 못 하지.
‘···근데 이 반칙, 뭐지?’
치명적인 타이밍이라기엔 진형을 잡고 있어서 그냥 공격권만 내주고 끝날 가능성이 높았는데 옐로 카드 먹을 태클을 걸다니. 뭔 생각-
‘···쯥, 아니다. 내가 왜 저 쪽 생각까지 하고 있냐. 옐로 카드 얻었으면 이득인 거지.’
그래, 부상으로 나가리 되지 않았고, 그러면서 옐로 카드 얻었으니 이득이지.
그리고 지금 저렇게 다급하게 군다는 건 작전이 잘 먹힌다는 소리다. 저렇게 가면, 약점이 좀 더 많이 노출되는 건 상수고, 우리가 좀 더 유리해지게 될 테니 좋-
“어, 뭐야, 당신 왜-”
“-Hey, Sorry.”
···어 뭐야, 저 놈.
“My m.”
옐로카드 받고도 미안하다는 말 하고, 손 내밀면서 일으켜줄 생각을 해 와? ···고의는 아니였나보네?
“Sorry, Sorry.”
···뭐 그럼 굳이 날 세울 생각은 없다. 얻은 결과도 우리가 더 이득이니.
“그래, 유어 웰-”
그렇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나를 일으켜주는 상대편 선수의 손을 잡고 일어난 순간. 나는 보았다. 보일 수밖에 없었다.
“Hey, Okay?”
아주 약간의 걱정, 그리고 살짝 느껴지는 후회.
그런데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오케이.”
“Good.
단 한번도 내가 이제까지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도저히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내가 이제까지 봐온, 그 누구보다도-
“Then, Give the ball.”
활활 타오르는 눈빛.
“······”
나는, 내가 승리를 바란다고 생각했다.
축구 경기에서 승리를 바라지 않는 자는 존재하지 않고, 난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남들보다 더 승리를, 우승을 열망하는 선수들을 꽤나 봐 왔으니까. 그 기준에 대해서도 꽤나 엄격한 편이였고.
하지만··· 솔직히 저 눈빛을 보자, 나는 인정해야 했다.
‘···월드컵에 진심으로 임하는 사람은, 저런 눈빛을 하는구나.’
내가, 각오했다고 한 각오는, 각오가 아니었음을.
우리는 분명 저 간절함을 이용하려고 들었고, 그게 어느 정도 먹힌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저건, 우리가 조정할 수 있다고 자만하는 순간 우리를 모두 태워버릴 수 있는 불꽃이었다.
‘하, 시발. 크큭. 웃기네 진짜. 푸하하···’
그리고, 떠올릴 수 있었다.
‘저거, 생각해 보니 내가 옛날 첫 우승컵을 얻느니 마니 할 때. 그러니까 FA컵 때 저런 눈빛이었던 것 같은데. 그럼 내가 그 때의 두리 선밴가?’
어느새, 나의 기본적인 태도가 더 이상 밑바닥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위에서 내려다 보는 자의 시선에 가까워졌었다는 것을.
그걸 깨닫자.
-짝.
나는 가볍게 내 뺨을 두들겼다.
“뭐야, 너 갑자기 뺨은 왜 그렇게 쎄게 두들겨?”
“아니, 그냥 정신이 조금 들어서요. 그보단 형, 오늘 풀타임은 힘들죠?”
“···그렇지.
좋아.
“그럼, 일단 형 있는 동안은 제가 어떻게든 수비를 최대한 커버해볼 테니. 공격에만 집중해주세요.”
일단, 정신력과 별개로 우리가 유리한 위치를 잡은 것은 확실하니.
이 유리한 위치가 지속 될 수 있는 시간에, 어떻게든 선제골을 넣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