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10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08화(108/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08화
수상해 보이지 않게 행동하자.
참고로 병실에서 깨어난 날 멤버들에게 당시의 상황을 전부 자세히 들었었다.
코피 같은 건 흘리지 않았고, 피를 쏟아낸 후 기절하듯 쓰러진 게 전부였지.
나는 대기실 안에 위치한 소파에 앉으며 운을 뗐다.
“저번에 쓰러지면서 코피가 났었던가.”
이 녀석들의 기억도 조작되었다면, 왜 당연한 걸 묻냐는 뉘앙스의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럼 기억이 흐릿하다고 둘러댄다.’
기절까지 했으니,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대도 이상할 게 없거든.
내 물음과 동시에 한 차례 정적이 내려앉았다.
사아아-
“……음, 형 어디 아파요?”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최승하였다.
퍽 진지한 얼굴의 최승하가 성큼 다가와 옆자리를 차지했다.
내 이마에 손을 올려, 본인의 이마 온도와 비교하던 녀석이 작게 중얼거렸다.
“열은 없는데.”
“…….”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던 차윤재가 입을 연 건 그때였다.
“형님, 기억이 안, 안 나시는 겁니까? 아니, 생각해 보니 곧장 깨어나셨을 때는 경황이 없으셨을 테니 그럴 수 있습니다!”
주춤 다가온 녀석이 속닥이듯 작은 목소리를 냈다.
“일전에 말씀드렸다시피, 피…… 를 토하셨습니다.”
“아.”
나는 눈을 느릿하게 껌뻑였다.
……이 녀석들은 전부 기억한다.
역시 내가 미친 게 아니었어.
나는 태연한 얼굴을 걸친 뒤 곧장 대답했다.
“인터뷰하는데, 작가님이 착각하시더라고.”
“아, 작가님이 말입니까……?”
“아마 현장에 안 계셨던 거 아닐까. 남의 입으로 전해 들으셨다면 그렇게 와전될 수도 있지.”
“……하긴, 그렇긴 합니다. 코피는 전혀 안 흘리셨습니다! 아무래도 형님이 유라이브에서 코피라고 말씀하셨으니 그걸 보신 걸 수도 있겠습니다!”
그때 대기실의 문이 열렸다.
세트장으로 이동하라는 말을 전하러 온 스태프였다.
긴 복도를 걸으면서도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유닛 촬영 때 현장에 있던 건 적어도 수십, 아니, 스태프들까지 치자면 백 명이 훌쩍 넘는다.
그 인원이 전부 내가 각혈하고 쓰러진 걸 목격했지만, 그들의 기억은 조작되었다.
그리고 멤버들의 기억은 유일하게 온전하다.
도대체 왜?
무슨 기준이라도 있는 걸까.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엊그제 연락을 나눈 정재진이 코피에 좋다며 영양제를 선물해 줬다.
당시엔 말실수였겠거니 했지만, 어느 시점에서부터 상황을 알고 있던 모든 이들의 기억이 조작되었다면 아귀가 들어맞는다.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맞은편에서 들려왔다.
“어~이~”
팔을 번쩍 올려 흔들고 있는 인물은, 클락션이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가장 앞에 서 있던 내가 인사하자, 뒤에 있던 놈들도 허리를 숙였다.
“너희 무대 좋던데? 캬아, 역시 얼굴이 받쳐줘야 한다니까. 내가 너네 얼굴이었어 봐라. 세계를 제패하고도 남았다.”
클락션의 말에 멤버들이 사회성 넘치는 대답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결정타를 때린 건 최승하였다.
“아앗~ 선배님이 저희보다 잘생기셨는걸요~”
음, 이건 말하느니만도 못한 기만이다.
나는 최승하를 흐린 눈으로 바라봤다.
클락션의 비주얼 스탯은 D+라고.
그런 기만은 오히려 사람을 더 비참하게 만들-
“크하학! 그러냐? 그런 말은 방송이나 라디오 같은 데서 하거라.”
클락션의 광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만, 선배로서의 체통을 지키고자 하는지 이목구비가 희한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게 먹혀?’
다물려 있던 내 입도 반사적으로 열렸다.
“선배님은 훌륭한 실력에 비주얼까지 갖추셨는걸요.”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가식적인 면모를 비난합니다!]이제 클락션은 표정 관리도 포기했는지, 잇몸이 만개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클락션의 비주얼은 D+지만, 못나진 않았다.
‘스탯 중에서도 비주얼 스탯은 정말 가차 없는 것 같거든.’
연예인들 중에서도 E급과 F급은 발에 채일 정도로 많으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세트장 안까지 들어온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 착석했다.
‘…….’
클락션과는 겨우 십분 남짓 대화했을 뿐인데, 온갖 기운이 쏙 빨린 느낌이었다.
둘러보니 나 혼자만 그런 상태인 건 아닌지, 다른 놈들의 눈가도 퀭했다.
‘피곤할 만도 하지.’
새벽부터 리허설에 지금 촬영까지.
이윽고 무대에 올라선 MC가 카메라가 켜짐과 동시에 정해진 멘트를 쳤다.
요약하자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파이널 무대의 주제를 알려준다는 것이었다.
‘뻔하지.’
여태껏 남의 곡으로 경연했으니, 이번엔 자작곡 아니면 본인들의 대표곡을 재해석하는 무대일 거라고 반쯤 확신하고 있다.
“파이널 경연! 대장정의 마지막을 장식할 무대의 주제를 발표합니다!”
박진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문을 연 MC가 멘트를 이었다.
“The representative song!”
역시나.
“각자의 대표곡으로 선보이는 무대입니다!”
* * *
“얘들아, 오늘 수고 많았다?”
매니저가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등을 토닥였다.
빠르게 더러워지는 기분에 몸을 재빠르게 피한 뒤 밴에 올라탔다.
“하~ 이 시간까지 쟤네 기다린 거냐? 지독하다~ 지독해~”
매니저가 바깥에서 퇴근길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을 흘겨보며 중얼거렸다.
“쟤네 부모님은 속이 얼마나 타들어 갈까~ 교복 입은 애도 있네. 쯔쯔.”
김민성은 전형적인, 팬들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타입의 매니저다.
이런 매니저가 붙은 아이돌은 동태눈깔이 될 가능성이 200%쯤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저희 인사하고 지나갈게요. 속도 낮춰주세요.”
“응? 피곤할 텐데 그냥…….”
김민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창문을 주욱 내렸다.
“와아아아아아악!”
“……큼.”
언짢은 기색의 매니저는 차체의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자, 비명 섞인 환호 소리가 들렸다.
시키지 않아도 뒷좌석의 창을 내린 멤버들이 한술 더 떠 창밖을 향해 팬서비스를 날리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
“여기 봐줘! 하트! 하트! 으아아악!”
‘가르친 보람이 있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대체 어떤 교육을 한 거냐며 질색합니다!]멀어지는 스튜디오를 바라보며 나는 본론을 꺼냈다.
“매니저님, 저희 오늘 도시락 도착했나요?”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무척 당황스러운 듯, 핸들에 붙인 김민성의 손이 일순간 떨리는 게 보였다.
“어~ 보내셨더라~ 너흰 관리하느라 못 먹잖아. 일부러 말 안 했지.”
나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니요. 숙소 가서 먹겠습니다.”
감사하게도 녹화 때마다 조공을 받고 있는데, 이걸 제대로 먹은 적은 1차 경연 이후로 없다.
우리 인원수에 맞춘 특별 도시락과 함께 라이트온 측 스태프의 몫으로 추정되는 일반 도시락도 항상 함께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매니저가 이것을 탐내기 시작한 것이다.
잔뜩 생색내며 우리 몫의 음식을 스태프들에게 돌리고, 우리에겐 거기 딸려 온 과일이라든가 샐러드 등을 주는 식으로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음식에 큰 욕심은 없다만, 이걸 보내주시는 분들에게 죄송할 짓은 하고 싶지 않거든.
“……어? 너희 관리하느라 이런 거 먹으면 안 되지 않나?”
내 대답에 당황한 걸 보니, 오늘도 역시 다 나눠준 모양.
정적도 잠시, 양심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매니저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희 아까 PPL 촬영으로 피자도 먹었잖아~ 관리해야지! 형이 과일이랑 샐러드는 따로 빼놨으니까 그거 먹자.”
“음.”
내가 대답하듯이 말을 꺼내자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너네들 마음 다 안다~ 그래도 직업이 이런 걸 어쩌겠어. 프라이드를 가지고 관리해야지~ 형이 도와줄게!”
나는 싱긋 웃었다.
“역시 먹고 싶어요. 내릴 때 챙겨주세요.”
대화가 뒤에까지 들렸는지 최승하도 말을 얹었다.
“와~! 그 엄청난 도시락~ 저도 먹을래요~”
참고로 이 녀석도 이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다.
조공 도시락에 붙어 있을 법한, 우리 얼굴과 응원 메시지 등이 적힌 스티커를 한데 뭉쳐놓은 쓰레기를 발견한 게 나랑 이 녀석이거든.
최승하가 벙글 웃으며 앞 좌석으로 상체를 빼냈다.
“매니저 형, 오늘 못 먹어도 내일 아침에 먹을게요!”
“으, 응~ 그, 그래~”
“와아, 기대된다~ 저번엔 그 내용물이 끝도 없는 도시락에 온갖 디저트까지 다 있었잖아요. 이번엔 뭘까?”
관리라든가 그런 헛소리가 재차 튀어나올 사태를 방지할 겸, 나는 곧장 말을 덧붙였다.
“대표님이 끼니 좀 잘 챙겨 먹으라고 그러시더라고요.”
명훈이 찬스다.
* * *
숙소에 우릴 내려주자마자 차를 돌린 매니저가 두 시간쯤 뒤 숙소 벨을 눌렀다.
자기도 찔리는 게 있는지 쇼핑백 여러 개를 건네주고 인사도 없이 급한 일이 있다며 떠나더라.
‘어디 뭘 사 왔는지나 볼까.’
차 안에서 팬분들은 매번 좋은 걸 보내주신다느니 한참 떠들어서 그런가, 꽤 비싸 보이는 도시락과 디저트였다.
‘이걸로 또 그런 짓은 하지 않겠지.’
나는 김민성의 지갑을 턴 것에 만족하며 그것들을 냉장고 안에 욱여넣었다.
……아니, 넣으려고 했다.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최승하가 내 손에 든 도시락을 발견하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뭐야! 형! 우리 그거 먹어요!”
쯧, 눈썰미도 좋군.
결국 도시락을 펼쳐놓고 멤버들을 불렀다.
“팬분들이 보내주신 거라면, 온 지 한참 됐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바삭한 것일까요?”
심각한 얼굴의 차윤재가 새우튀김을 먹으며 중얼거렸다.
“당연히 조공이 아니, 으븝.”
한수현의 입이 열리기 무섭게 최승하가 녀석의 입을 떡갈비로 틀어막았다.
“수현아~ 맛있지? 어휴, 귀여운 놈~!”
“…….”
최승하가 머리칼까지 쓰다듬자, 한수현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썩어 들어갔다.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반응을 살폈다.
– 오늘 라이트온 레전드라고 유하 얼굴 미쳤다고 다들 기대해도 좋아
– 울 애들 전통 컨셉 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돌았나 봐 아주 오타쿠를 죽여라 죽여
– 평일이라 고민했는데 연차 내고 가길 진짜 잘함… 안 갔으면 3대에 걸쳐 후회했음…
SNS보다 더 완전한 익명성이 보장되어 있는 커뮤니티에서는 조금 더 스포성이 짙은 방청 후기 글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TTT 3차 경연 방청 후기]일단 총평은 거의 모든 무대에서 돈 냄새가 났다ㅋㅋ (ㅂㄹ안 났던 건 블보? 못했다는 건 아님)
무대 순서대로 후기 쓴다!
우선 라이트온
1차랑 3차 경연 방청 성공한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건데 의외로 얘네가 무대에 돈도 잘 쓰고 게다가 잘함ㅋㅋㅋ
이건 나랑 같이 방청 간 덕들도 공감한 부분임 그리고 진짜 얼굴 ㄹㅈㄷ였음 특히 금발 애가 미쳤었다… 편곡도 개쩔었음
얘넨 국내 해외 파이가 제일 없어서 순위는 별로겠지만 무대만으로 평가하자면 진짜 최상위권ㅇㅇ 동양적으로 편곡했는데 솔직히 진짜 소름 돋았음
– 니 라이트온 빠지 글에서 ㅈㄴ 티 남
└ ㄱㅆ 이야 이런 견제 들어오는 거 보니까 라이트온 뜨긴 떴네
– 본문 다 받습니다 라이트온 진짜 의외 ㅋㅋㅋ 실력 좋더라고요
└ 에휴 빠순아 이런 댓글 단다고 느그 오빠들이 돈 안 준다
└ ??
팬덤 간의 기 싸움은 나날이 격화되고 있었다.
참고로 내일 프로그램 본방송이 나가면, 아마 이 기 싸움은 더 심화될 거다.
“하지만 판세는 뒤바뀌겠지.”
지금은 라이트온과 그의 팬덤이 일방적으로 물어뜯기고 있는 판국, 그렇지만 곧 정반대의 위치가 될 거다.
나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며 히죽 웃었다.
드디어 내일이다.
유닛 경연 1위가 공개되는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