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12)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2화(12/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2화
“들를 데가 있어서 혼자 가겠습니다.”
숙소까지 태워줄 매니저를 호출해 주겠다는 비서의 말을 한사코 거절한 채 나는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까지는 수치심에 엄두도 안 냈지만, 컴백 곡까지 나온 상황.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드디어 결심한 거냐 묻습니다!]그래, 드디어 결심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재밌는 구경을 하겠다며 흡족해합니다.]……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나는 MH 사옥 근처에 있는 작은 공원을 지나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길도 제대로 트이지 않은 산으로 향했다.
한 5분 정도 올라가니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휙! 휘익!
나는 계속해서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다.’
나 이해온, 그러니까 성해온의 몸에 들어오기 전 나의 몸은.
……뚝딱이다.
그것도 엄청난 뚝딱이.
나는 그저 가벼운 몸치라고 생각했으나, 내 중학교 장기 자랑을 봤던 누나가 뚝딱이라는 수치스러운 별명을 붙였다.
학생회 임원들끼리 장기 자랑을 나가라고 강요하던 교감만 아니었어도 그럴 일은 없었을 텐데!
심지어 비주얼 센터니 뭐니 온갖 잡스러운 이유로 나를 한가운데에 세워둔 중학교 동창들의 낯짝, 아직도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라이트온의 컴백 윤곽이 잡혀갈 때마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고로 아이돌 군무에서 뚝딱이란 치욕과도 같은 것.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해성이 아이돌 직캠을 볼 때 뚝딱거리는 멤버들을 보며 얼마나 비웃었던가.
성해온의 상태창 속 춤 등급은 B-…….
벌써 불길하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흥미진진해합니다!]……사실 아직 춤 실력까진 확인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혼자 방문을 걸어 잠그거나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춤을 춰본다는 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치심이다.
방 밖에 노랫소리라도 들리거나, 몸을 움직이는 소리에 누군가 눈치챈다면? 정말 빌어먹을 상황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저 상상만 하는 것임에도 눈이 질끈 감겼다.
그래, 차라리 이렇게 사람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으슥한 장소가 낫다.
휙! 휘익! 휙!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며 이 근방에 인간은 나뿐임을 확인한 뒤 스마트폰을 낮은 키의 나뭇가지 위에 차분히 올렸다.
그러고는 심호흡을 한 뒤 액정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안무 영상’이라는 네 글자를 검색한 나는 눈에 들어오는 영상을 무작위로 눌렀다.
‘……!!’
뚝딱이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그들은 눈앞의 안무를 보고 곧바로 따라 하지 못한다.
내 원래 몸은 심각한 뚝딱이였기에 누구보다 그 느낌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나는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성해온 이 녀석도 뚝딱이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폭소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100골드를 후원합니다!]– 얘는 볼 때마다 참 은근히 눈에 띈다니까. 연습은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묘하게 뚝딱거리네.
이해성은 아이돌 직캠을 보며 가끔 이런 감상평을 내놓곤 했는데, 성해온이 아마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지만 확실히 트레이닝을 받은 몸이라 그런지 안무를 따라가는 데엔 무리가 없었다.
단지 동작을 따라 하면서도 스스로 지금 내 몸이 부드럽다기보단 뻣뻣하게 움직인다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성해온의 직캠을 찾아보았을 때는 지금 이것보단 확실히 유연했던 것 같은데.
‘아마, 내가 기본기가 없는 탓인가.’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갈 길이 멀군.”
일반인이었을 땐 뚝딱이 소리를 듣든 말든, 내가 춤을 안 추면 그만이었다.
애초에 다시 출 생각은 죽어도 없었고.
하지만 내가 아이돌이 된 이상, 뚝딱이는 안 된다.
절대, 절대로.
* * *
한참을 산 위에 앉아 있다가 숙소로 돌아왔는데, 도어락을 열자마자 거실에 앉아 있던 한수현이 성큼 다가왔다.
나에게 할 말이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할 말 있어?”
“……회사 갔다 온 거예요?”
일부러 아무한테도 안 말하고 혼자 다녀왔는데, 어떻게 안 거지.
굳이 거짓말을 하기 싫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수현은 그늘진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평소와는 미묘하게 다른 표정에 고개가 약간 기울어졌다.
아, 설마 이 녀석은 지금 두려워하고 있는 건가.
언제든 윗선의 변덕이나 압박으로 인해 단번에 해체될 수 있는 게 이 그룹의 현실이니까.
‘……흠.’
나는 잠시 대표이사실에서 명훈이가 했던 당부를 떠올렸다.
– 크흠, 흠! 오늘은 너랑 대화를 하고 싶어 부른 거고, 내일 다른 멤버들 불러서 이야기할 생각이니까!
대표는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고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여러 번 당부했었다.
– 쉿! 알지? 으하하하 내가 서프라이즈를 좋아하거든. 비밀로 해줄 수 있지?
아마도 멤버들 앞에서 생색내고 싶어서 그러는 거겠지.
딱 봐도 그런 걸 좋아하는 인간 같으니까.
– 예. 비밀로 하겠습니다.
아까는 비밀로 하겠다고 했지만, 이 상황에서까지 내가 대표 좋은 짓을 해야 할 이유가…….
있나?
있을까?
음,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나는 메시지를 가볍게 무시한 채 한수현을 바라봤다.
그다지 내키진 않지만 저 녀석과도 친해져야 하니까.
“무슨 일이긴 하지.”
내가 무표정으로 중얼거리자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던 한수현이 몸을 굳혔다.
‘거 생긴 거 한번 깜찍한-’
X발.
짜악-!
또 내 무의식을 침범한 이해성의 오타쿠 회로를 없애기 위해 다급하게 뺨을 내려쳤다.
한수현이 나를 미친놈 보듯 바라보고 있었지만, 저딴 생각을 이어나갈 바에 정신 나간 미친놈 취급받는 게 백번 낫다.
하지만 저건 너무 경멸의 눈빛 아닌가, 뭐 상처받을 일도 없지만.
“볼이 가려워서. 아, 그리고 우리 곡 계약했대. 그것 때문에 회사 다녀온 거고.”
내 말에 한수현은 답지 않게 말을 버벅거렸다.
“곡, 곡이요? 저희 곡?”
“지금 들어볼래?”
“……네, 아 아니, 잠시만요. 형들도 불러올게요.”
그렇게 거실에 멤버들이 모두 모였다.
나는 소형 스피커를 손에 들고 흔들며 입을 뗐다.
“우리 다음 앨범으로 계약된 곡인데, 들어볼래?”
내 말에 멤버들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와중에 덤덤한 얼굴의 류인이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음, 해온아. 그게 무슨 소리야? 분명 저번에 대표님이 우리 앨범 미뤄질 거라고 하셨잖아.”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는 내용인지라,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글쎄다. 대표님 마음이 갑자기 변했나 보던데.”
딱히 할 말도 없는데 또 말을 걸까 봐 나는 곧바로 노트북과 스피커를 연결해 강찬혁에게서 받은 곡들을 재생시켰다.
‘이거 왠지 내가 더 긴장되는데.’
노래들이 끝날 때까지 멤버들은 사전에 입이라도 맞춘 듯이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아 ……진, 짜로.”
신유하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놀란 건 신유하뿐이 아니었다. 나도 조금 놀랐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저 자식, 목소리 며칠 만에 처음 듣는다.’
무슨 묵언수행이라도 하는 스님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탓에 여간 답답한 게 아니었는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류인이 옷 소매를 걷어 올려 팔을 내보이며 입을 열었다.
“……나 소름 돋았어.”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방금 이상한 생각을 했지 않냐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이 빌어먹을 오타쿠 자아, 없앨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
이해성이 저런 팔뚝에 돋아난 핏줄에 환장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만!
나는 스스로의 정신 건강을 위해 눈을 흐릿하게 떴다.
“와아…… 와아아아…….”
최승하는 기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겠는지 발을 동동거리며 연신 감탄사만 내뱉었다.
“이게 진짜 저희한테 온 곡이라고요.”
한수현이 질문하듯 작게 내뱉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방에서 짤막한 탄성이 들려왔다.
차윤재는 대놓고 좋다는 티를 내진 않지만, 큰 눈이 기대감으로 물든 게 보였다.
요즈음 계속 눈동자가 텅 빈 느낌이었는데, 드디어 생기가 도는 것 같기도 하고.
다음 앨범이라고 하면 다들 좋아할 거란 건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다들 내 생각보다 간절한가 보군.
아직 허밍 정도만 얹어진 곡인데도 벌써 멤버들 목소리로 가이드 녹음을 끝마치면 어떤 느낌일지 기대됐다.
앨범 하나를 준비하는 데엔,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타이틀곡과 수록곡은 물론, 컨셉도 고안해 내야 하며 가사, 녹음, 안무, MV 촬영, 티저 촬영 등등.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연습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아직 곡이 최종적으로 나오지도 않은 상태니, 아직 본격적인 컴백 준비를 하진 않을 거다.
‘즉, 아직은 여유 시간이 있다.’
이 짧은 여유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자체 컨텐츠를 찍어 대중들에게 조금이라도 얼굴을 각인시키는 게 내 첫 번째 계획이다.
나는 들뜬 얼굴로 가사도 없는 노래를 몇 번이고 다시 반복 재생하는 녀석들을 바라봤다.
‘이대로는 안 돼.’
……그래. 이대로는 안 된다!
이 녀석들과 절친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먹하지 않은 사이로 보일 만큼은 관계 발전이 되어야 한다.
‘팬들은 이런 거 귀신같이 눈치채거든.’
모를 거 같아도 다 안다. 누구랑 누가 친하고 어색한지 이런 것들 말이다.
나도 누나 때문에 아이돌들의 영상을 꽤 많이 봤는데, 확실히 멤버들끼리 친한 그룹의 영상이 그나마 볼만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도 그렇게 느꼈는데, 서로 안 친한 그룹은 덕질하는 입장에서 최악일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런 서먹한 사이에선 무얼 해도 재미는 무슨, 케미도 안 살 것이기 때문이다.
“……하아.”
입 밖으로 옅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지금까지 이 몸에 들어와서 눈치껏 살핀 결과, 성해온은 친구가 없다.
냉정하게 말해서 뭐 이딴 새끼가 다 있나 싶다.
나도 인간관계를 중요시하지 않는 성격이었다만, 이놈은 한술 더 뜬다.
멤버들의 번호를 저장하지 않은 것도 놀라웠지만 다른 지인들의 번호조차 없다.
……성해온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는 0명이다, 0명.
성해온, 이 새끼는 멤버들과 안 친한 정도가 아니라 남보다 못하다.
‘무조건 친해진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친해져야 한다.
* * *
실장이라는 사람에게 오늘 1시까지 데리러 갈 테니 준비하고 있으라는 연락이 왔다.
이 그룹은 오랜 기간 공백기를 가지다 보니, 현재 전담 매니저가 없는 상황.
회사를 가야 할 일이 생기거나, 어디 특별히 갈 일이 있을 때는 회사에서 시간이 비는 매니저들을 보내주는 걸로 추정된다.
‘매번 오는 사람이 달랐으니까.’
나는 준비를 마친 멤버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당부 사항을 전했다.
“어제 들은 곡, 대표님이 사실 비밀로 하라고 하셨던 거거든.”
이 정도만 말해도 눈치가 있다면 알아서 처신할 거다.
내 옆에 서 있던 최승하가 엄청난 비밀을 알아버렸다는 듯한 뉘앙스로 대답했다.
“……아앗! 혹시 어제 들은 곡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멤버들의 얼굴에 결연함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