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12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20화(120/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20화
경쾌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매력적인 왈츠가 더해져 흘러나온다.
“……무도회?”
곽덕배는 TV를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래, 이건 무도회였다.
고풍스러운 붉은 벨벳 천이 바닥에 깔려 있었고, 벽면엔 금으로 만들어진 호화로운 장식물들이 걸려 있었다.
그 위에 선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치스러운 깃털이나 보석 등으로 장식된 가면을 쓴 채 왈츠에 맞춰 춤을 추거나, 샴페인 잔을 맞부딪힌다.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 있을 무렵, 무언가가 날카롭게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쨍그랑!
이 굉음과 함께 모든 사운드가 뮤트되며, 무도회장 내에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멈춘다.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음악이 변주되며, 대형 전광판이 반으로 갈라진다.
샤아아아-
그 안에서 걸어 나오는 건, 검은 로브를 쓴 여섯 인영.
“와. 쟤네 무대에 돈 진짜 안 아끼네?”
인트로부터 눈을 사로잡는 퀄리티에 감탄한 이해성이 한마디를 내뱉었으나, 곽덕배의 귀에 들릴 리 없었다.
원곡은 리드미컬함이 강조된 청량한 소년들의 느낌이었다면, 이건 조금 더 위험해진 느낌의 편곡이었다.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전반에 깔려 있는, 조금 더 무거운 느낌.
그들이 중앙 무대까지 걸어오는 순간, 원곡과 동일한 휘파람 소리가 곡의 시작을 알린다.
휘이익!
다만, 이번엔 소리가 조금 더 날카로웠다.
그 소리와 동시에 허리춤에서 긴 칼을 꺼낸 남자가 검무를 시작한다.
장대같이 긴 칼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며, 스테이지에 당도하는 순간 덤블링으로 마무리를 지어냈다.
동시에 깊숙이 눌러썼던 로브 모자 부분이 벗겨지며,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류인이었다.
“미쳤나.”
곽덕배는 창백한 얼굴로 무대에 몰입했다.
– 이미 시작된 휘슬 멈출 수 없어
류인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첫 파트를 소화한다.
스르릉!
기사와도 같은 모양새로, 검을 바닥에 꽂아 넣은 류인의 퍼포먼스와 동시에 카메라는 좌측 무대로 넘어간다.
샴페인을 손에 든 채 굳어버린 가면 귀족의 잔을 가볍게 빼낸 신유하는 카메라와 아이컨택을 하며 샴페인을 한 모금 들이켰다.
“해성아, 나 혹시 코피 흘리고 있어?”
신유하는 작게 웃으며 다음 파트를 이어받았다.
– Oh 예감이 좋아
준비되었다면 (three, two, one-)
달려가도 될까?
동시에 무대 위엔 붉은색 레이저 조명이 불규칙적으로 내려앉는다.
거기에 사이렌 소리까지 멜로디에 뒤섞이자, 긴장감이 고조됐다.
“돌았나 봐…….”
곽덕배는 눈을 크게 떴다.
병정 모자를 쓰고, 붉은색 제복을 입은, 기사로 추정되는 이들이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로브를 입은 인영, 즉 멤버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검, 저거 미쳤나 봐. X발, X나 연습했겠지? 저거 동선 다 외운 거 아니냐고.”
챙! 채앵!
기사들과 검을 부딪칠 때마다, 잘 벼른 날이 내는 효과음이 더해졌다.
“와, 거의 날아다니는데?”
이해성의 말대로 그냥 싸우는 게 아니었다.
허공을 가르고, 바닥을 쓰는 등 고난이도 안무를 선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멤버들은 복잡한 동선을 가볍게 소화하며, 어느 순간 상대를 모두 제압한다.
타악-!
패했다는 걸 암시하듯, 무릎을 꿇은 기사들을 뒤로한 멤버들은 로브를 벗어 허공에 날린다.
– Next Page를 넘겨
짜릿한 이 느낌 I know know know that feeling (ayy)
발목까지 내려와 몸을 온통 가리던 로브, 그 안에는…….
“어, 그래. 죽어줄게.”
제복, 제복이 있었다.
화려한 금장이 수놓아진 제복 말이다!
제복을 입은 멤버들은, 군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트랩비트 위에 묵직하게 내려앉은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다.
점점 더 빨라지는 템포와, 그에 맞춰 고조되는 오케스트라 사운드.
– 언제든 달려갈 테니
Run, Run, Running mate!
성해온의 깔끔한 고음과 함께 카메라는 사이드 무대로 넘어간다.
“서, 서, 성해온…… 서, 성해온 ……!”
“덕배야, 숨 쉬어.”
“성해온이 저렇게 생겨서 저렇게 고음을 내지르는데 내가 어떻게 숨을 쉬어?”
“말을 말자.”
파티 음식이 잔뜩 고급스럽게 널려 있는 긴 테이블, 그 양쪽에 있는 건 한수현과 차윤재였다.
샴페인 잔이 가득 올려진 쟁반을 손에 든 채 굳은 웨이터의 눈을 감겨준 한수현이 파트를 시작했다.
– 오늘은 예감이 좋다니까
지금 당장 달려와 내게
파트가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 식탁보를 끌어당겨 진열된 음식과 금 장식물들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친 차윤재가 너른 테이블에 단숨에 올라 본인의 파트를 소화한다.
– One step, Two step, Um Um
Run to me, Run, Run, Running mate
또다시 시점이 이동된 카메라, 이번엔 거대한 샹들리에에 앉아 있는 신유하였다.
장치를 해둔 것인지, 느릿하게 내려오는 샹들리에 위에 올라타 있는 신유하의 비주얼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아니, 얼굴이.”
곽덕배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심각한 과몰입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해성이 질색하며 눈을 돌렸다.
“충격적인데.”
입을 턱 벌린 곽덕배가 중얼거렸다.
한눈팔 시간도 없어 SNS 반응조차 살피지 못했지만, 지금쯤 무대 스케일에 난리가 나 있을 거라 확신할 수 있었다.
아직 공중에 붕 떠 있는 샹들리에에서 망설임 없이 뛰어내린 신유하가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파트를 이었다.
– 이제야 알겠어(I know that feeling)
나는 너의 Running mate
노래를 부르며 걷는데도, 음정의 오차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메인 무대에 모인 여섯 멤버는 다시 군무를 선보인다.
원곡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던 청량한 느낌의 신스사운드가 얹어지기 시작한다.
타격감을 살려주는 비트까지 더해져 에너제틱한 느낌이 치솟았다.
넓은 부채꼴 대형으로 선 멤버들은 정교하고도 화려한 움직임을 펼치기 시작했다.
“군무 X발”
곽덕배가 짧은 중얼거림과 함께 이마를 짚자, 이해성이 놀란 눈을 했다.
“근데 칼같긴 하네. ……! 허, 진짜 고난이돈데?”
– Oh 예감이 좋아
준비되었다면 (three, two, one-)
1절과는 상반된 분위기의 벌스였다.
아까는 보는 사람까지 긴장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경쾌함이 섞여 들어간 느낌.
게다가 넘쳐흐르는 편곡의 센스에 곽덕배는 감탄했다.
원곡에는 저 파트가 끝남과 동시에, 높게 점프한 상태로 상반신에 바운스를 크게 주며 공중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션이 연출되는데.
그러니까, 지금은 하이파이브 대신에-
여섯 멤버가 원형으로 모여 허리춤에 찬 검을 들어 올린다.
– 달려가도 될까?
허공에서 맞닿은 여섯 개의 검날은 날카롭고 예리한 소리를 자아냈다.
스르릉, 챙!
동시에 카메라의 시선이 이동한다.
전체적인 앵글에서, 점점 올라가더니 이제는 여섯 개의 검날 끝부분만을 비친다.
긴장감을 자극하려는 게 목적인 듯, 어느새 멜로디에도 둔탁한 음이 섞여 들어가 있었다.
둥, 둥, 둥
느릿하게 전개되는 드럼 소리에 곽덕배는 잔뜩 긴장한 채로 침을 삼켰다.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는 카메라의 시야는 칼끝을 넘어 전광판을 비쳤다.
[Who is worthy of the throne?]꺼진 듯 고요했던 전광판에 박힌 메시지에 이해성은 감탄했다.
“와, 얘네 파이널 무대 제대로 살리네.”
이해성은 이쯤이면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잘 쓴 무대.’
그 순간이었다.
카메라가 갑작스럽게 텅 빈 무대를 비춘 것이다.
“……?”
이해성과 곽덕배가 물음표를 띄운 순간, 무대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아래쪽에서 무언가가 올라왔다.
……화려한 금으로 장식된, 왕좌.
그리고 그 위엔 붉은색 망토를 걸친, 누가 봐도 ‘왕’ 같은 남자가 앉아 있다.
“……!!”
곽덕배는 이제 정말 혼절 직전이었다.
다시 시야가 옮겨진 카메라.
무대 위의 멤버들을 조명한다.
각 잡힌 군무를 이어가는 멤버들 사이에서 성해온이 파트를 시작한다.
– Alright, 앞만 보고 달리면 되는 거니까
Don‘t stop umm-
Don‘t look back-
“목소리 미쳤는데.”
곽덕배는 스스로의 이마를 연타했다.
심지어 성해온은 고음이 마구 뒤섞인 파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하며 단상 위로 올라간다.
그러니까, 왕좌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
슈우우-
왕좌로 향하는 성해온의 뒷모습을 보여주던 카메라는 어느 시점에서 멈추더니, 그대로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카감 오늘 신내림 받았나?”
믿기지 않는 카메라 무빙이었다.
회전한 카메라는 왕좌의 뒤편에서 멈춰 섰다.
분명 성해온의 등을 찍고 있던 카메라가, 한 바퀴하고도 반 바퀴를 회전하더니 이제 성해온의 얼굴을 비춰주는 것이다!
스르릉!
허리춤에 찬 검을 뽑는 성해온을 정면으로 본다는 건…….
“이거 오타쿠 암살 사건 아니냐?”
곽덕배가 아연실색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해성은 곽덕배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보기엔 이미 최애 잡은 것 같은데.”
본인은 올팬이라고 하지만, 전부터 주접이 남다르단 말이지.
“해, 해성아 뭐라고 했어? 보느라 모, 모, 못 들었는데.”
“……오타쿠야, 보던 거 봐라.”
말을 건넨 이해성은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단상 위 성해온은 검을 허공으로 치켜들더니, 유려하게 선을 그었다.
동시에 곽덕배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그러니까, 왕좌 위엔 투더탑의 로고가 언뜻 생각날 정도로 비슷한 문양이 새겨진 화려한 깃발이 꽂혀 있었는데!
샤아악-!
그가 바람을 가르듯 검을 내려치자, 깃발이 단숨에 반으로 갈라진 것이다!
무대에 돈을 얼마나 쓴 건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그 순간, 왕좌의 등받이 쪽을 담아내던 카메라는 다시 정면을 향해 느릿하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너, 너, 너무 충격적인 무댄데.”
곽덕배는 휘발되려는 이성을 애써 붙잡으며 어버버거리자, 이해성이 짧게 혀를 찼다.
“암살사건 맞네…….”
이내 카메라가 정면을 비추었을 때, 곽덕배는 눈을 부릅떴다.
방금까지 왕좌에 앉아 있던 남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이제 왕좌 위엔 금장이 수놓인 붉은 벨벳 망토를 어깨에 걸친 성해온이 나른하게 앉아 있는 것이었다.
“흑흑, X발, 미쳤나.”
그 아래엔 다섯 멤버들이 왕좌를 에워싼 형태로 앉아 있었다.
성해온은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마지막 파트를 소화했다.
– 걸었던 길은 돌아보지 말자고
쉬이익!
동시에 공중에서 무언가가 내려왔다.
곽덕배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천재 연출에 눈을 부릅떴다.
“……미쳤다. 돌았다.”
내려온 것의 정체는 라이트온의 글자를 형상화해서 만든, 이전의 것보다 더욱더 화려한 느낌의 깃발.
그것은 무대 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에 존재감을 과시하며 펄럭였다.
그것을 조명하며, ……무대는 끝이 났다.
* * *
무대가 끝나기 무섭게 메시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울렸다.
“…….”
입을 다문 채로 가쁜 호흡을 정리하니 폐가 비정상적으로 커졌다 늘어나길 반복했다.
관중이 없었기에 호응 소리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무대를 에워싸고 있는 출연진석만 살펴봐도 알 수 있었다.
‘괜찮았나 보군.’
여러 번의 경연도 무척 화려했지만, 이번은 대미를 장식하는 파이널 무대답게 어마어마한 투자가 들어갔다.
‘물론 명훈이를 설득했지만.’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누누이 말하지만 그건 설득이 아니라고 말합니다!]계속해서 이동한 시선의 끝은 내 손에 닿았다.
한계까지 닿은 체력에,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즐겼나?’
오늘은 무대가 즐거웠던 것 같다. 아니, 즐거웠다.
“…….”
아래에 있는 멤버들을 보니 모두 미소 짓고 있었다.
저 녀석들은 정말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음.
‘역시 그냥 이 X같은 프로그램과 이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떴던 걸 착각한 것 같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스태프의 사인과 함께 우리는 백스테이지로 내려왔다.
“수고했어, 얘들아.”
“수고했다.”
류인과 나의 말에 최승하가 싱글 웃었다.
“형들도~ 동생들도~ 유하도~ 수고하셨어요! 오늘 저희 맛있는 거 먹을까요!”
“형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아직 무, 무대는 보지 못했지만 멋있게 나왔을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해온 형 장난 아니었는데!”
최승하가 장난조로 마지막 내 엔딩 장면을 따라 하던 그 순간이었다.
철썩!
최승하의 등짝을 후려갈긴 차윤재가 혀를 끌끌 찼다.
“형님은 사람을 놀리지 좀 마십시오!”
“내가 언제 놀렸어! 멋있으니까 한 말인데!”
“맞, 아……! 해온 형, 정말 멋졌어요…….”
[성좌, ‘황금의 신’이 아해의 안목에 착잡해합니다!]“전반적으로 훌륭한 무대였습니다. 컨셉도 잘 맞아떨어졌고요.”
한수현의 말에, 류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잘했어, 수현아.”
갑작스러운 칭찬에, 한수현이 고개를 숙인 채 작게 끄덕였다.
분위기가 꽤 좋았다.
그도 그럴 게, 실수를 한 번도 하지 않았으니까.
특히 기사들과 검을 맞부딪히는 파트에서는 연습 때부터 실수가 잦았다.
‘심지어 어제 리허설에서도 실수했었지.’
당연히 실수의 주인공은 나와 한수현이었다.
‘이런 것까지 댄스 능력치로 통하다니.’
동작을 미리 계산하고, 외워서 상대방과 정확히 맞물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정말 입에서 신물이 나도록 연습했다.
잠을 포기한 채 새벽까지 연습을 진행한 덕인지 실전에선 아무런 실수가 없었다.
흑역사를 남기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마침 다른 멤버들이 땀을 닦고 수정 메이크업을 하느라 시간이 났기 때문에, 나는 그동안 무대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기로 했다.
그리고 SNS를 마주한 내 동공은 조금 커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