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125)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25화(125/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25화
내가 영혼 없는 눈빛으로 병원의 내부를 바라보자, 두 녀석이 제 발 저리듯 변명을 시작했다.
“그게~ 원래 병원은 한 곳만 가보는 거 아니에요~!”
“……스, 승하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하하, 그렇다니까요?”
요컨대 저번 병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이곳은 외곽에 위치한 대형 병원이었다.
꼴을 보아하니 성해온의 개인 정보로 미리 예약까지 해뒀던 모양.
“나 새벽까지 술 마셨는데.”
“지금 오후잖아요! 여쭤봤는데 12시간 정도 금식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마, 맞습니다! 아까 드신 초코 우유 한 모금 정도는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아까 미리 병원에 전화를 해봤습……!”
싱긋…….
“마, 말을 하지 않은 건 죄송합니다! 하지만 형님이 너무 걱정돼서!”
“내 걱정을 너네가 왜 해?”
“그야~ 형을 사랑하니까?”
“말을 말자…….”
* * *
“약간의 영양 부족과 과로 빼고는, 모든 부분에서 이상 없으십니다.”
어차피 이런 검진으로 무언가가 나올 리 없었고, 당연하게도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다.
사아아-
의사의 진단에, 짤막한 정적이 흘렀다.
촬영 당시, 촬영진이 앰뷸런스를 타고 실려 간 사건은 SNS는 물론 온갖 연예면을 장악할 정도로 논란이 되었었다.
게다가 진료실에 들어올 때부터 의사가 아는 척을 해왔다.
‘자녀분이 방송을 챙겨봤다고.’
그런 상황에서 차마 ‘이 사람이 사실은 그때 피를 토했는데요!’라고 할 수는 모양인지 차윤재가 의사와 스무고개를 시작했다.
“……그, 이건 다른 질문입니다만, 각, 각혈한 사람의 몸이 검진 결과상으로 멀쩡할 수가 있습니까?”
차윤재의 물음에 의사가 진료 차트를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혹시 이분이 각혈을 하셨나요?”
“아,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겉으로 알려진 건 그저 코피 정도였고, 내가 각혈했다는 사실은 극비다.
‘어차피 이놈들 빼고는 전부 기억을 조작당했지만.’
의사의 말에 잔뜩 당황한 차윤재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냥 궁, 궁금해서 여쭈어본 겁니다!”
“으음, 각혈이 흔한 증상은 절대 아닌지라 그런 증상이 있었다면 이렇게 깔끔한 몸 상태로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
중년의 의사는 차윤재를 모자라지만 귀여운 어린아이쯤으로 취급하며 말을 이었다.
“하하, 혹시 가래나 기침에 피가 약간 섞여 나온 거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톡톡!
본인의 목 부근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의사가 말을 이었다.
“가끔 스크래치, 그러니까 여기 내부에 상처가 나면 피가 배어 나오기도 하거든요.”
그걸 얌전히 듣고 있던 차윤재가 고구마를 100개쯤 먹은 듯 답답한 얼굴을 하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 * *
병원에서 나와 곧장 식당에 도착했다.
연신 내 눈치를 살피던 차윤재가 입을 열었다.
“형님, 이 병원도 그다지 신뢰도가…….”
눈을 대충 부라리자, 녀석이 순식간에 입을 합 다물었다.
“아무 문제 없다니까, 이제 그만해라.”
이 녀석들이 이러는 게, 전부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안다.
하지만 백날천날 병원을 간대도, 전설의 명의를 찾아간대도, 내 증상은 명확하게 나오지 않을 것을 안다.
그렇기에, 이 녀석들에게 확실히 못을 박아둘 필요가 있다.
“으음, 형.”
시무룩해하는 얼굴들을 보니, 신경이 쓰이긴 한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내가 아프면 어련히 병원에 갈까. 지금도 괜찮다잖아. 앞으론 이런 행동 하지 마.”
“……예.”
폭삭 풀이 죽은 것 같은 차윤재가 눈을 내리깔았다.
[성좌, ‘황금의 신’이 안타까워합니다!] [수식언을 공개하지 않은 한 성좌가 동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길 원합니다!]과연, 깜찍한 아기 고양이가 시무룩해하니 마음이 영 편치 않…….
짜악!
“형님! 가, 갑자기 뺨은 왜!”
“졸려서, 잠 깨려고.”
안광이 사라진 나는 세팅된 음식을 입에 밀어 넣었다.
그 순간, 최승하가 스마트폰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으음?”
문자의 발신인을 보아하니 매니저였다.
“저 잠깐 통화 좀 할게요.”
매니저도 내가 영 불편한지, 전달 사항이 있을 때 류인이나 최승하에게 연락하더라고.
리더인 내게 하는 게 맞는데 말이다.
통화를 마친 최승하가 입을 열었다.
“회사에서 호출이 왔다는데요! 으음, 그냥 저희도 숙소라고 거짓말 쳤어요!”
해맑게 말하는 모습에 잠시 머리가 굳었다.
……그럼 들킬 텐데?
우린 회사와 꽤 거리가 있는 병원에 있으니까.
내 생각을 읽은 건지 최승하가 밥을 먹으며 말을 이었다.
“아아, 두 시간쯤 뒤에 픽업 오신다길래, 저랑 윤재, 해온 형은 미리 연습실 가 있겠다고 했죠~ 저희 말도 없이 나오면, 혼나잖아요?”
“……잘하셨습니다! 저도 얼른 먹겠습니다!”
천천히 음식을 먹던 차윤재가 급하게 그릇을 비우기 시작했다.
밥을 빨리 먹는 편이라 이미 식사를 마친 나는 차윤재 앞에 놓인 컵에 물을 따랐다.
“천천히 먹어라.”
매니저 놈이 기다리건 말건, 전혀 상관없으니까.
어차피 이제 싹을 자를 거거든.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또 어떤 흥미로운 생각을 하는 거냐며 눈을 반짝입니다!]* * *
식사를 끝내고 회사로 돌아가자, 숙소에서 밴을 타고 온 멤버들과 얼추 타이밍이 맞았다.
“대표님 호출이니까 바로 들어가면 돼.”
매니저의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어제 먹은 술이 뒤늦게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대표이사실 앞에 당도하자, 비서가 사람 좋은 얼굴로 미소 지으며 목례했다.
“대표님, 라이트온 분들 도착하셨습니다.”
“어서 들이게!”
드르륵-
두껍고 거대한 대표이사실의 문이 느릿하게 열렸고, 익숙하고 열받는 목소리에 비즈니스용 미소를 걸치고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경악했다.
명훈이가 헤벌쭉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고, 복덩이들 오셨나!”
오소소!
등줄기에서부터 소름이 올라오는 기분이다.
기분이 무척 나쁘군…….
다른 놈들도 얼빠진 얼굴로 어버버거리고 있었다.
“크흠! 너희가 성공하긴 했나 보구나! 흐흠, 이것 좀 보거라.”
나는 의문이 깃든 얼굴로 명훈이가 가리킨 서류를 훑었다.
“…….”
서류의 정체는, 축제 섭외 관련 업체에서 온 연락이었다.
망돌의 전형적인 주 수입원은 다름 아닌 지방 행사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공연할 때마다 천 단위의 돈이 지급된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하루에 두 탕, 많으면 세 탕을 뛰기도 한다.
적지 않은 돈이다만, 어차피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우리는 1원도 정산받지 못할뿐더러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
으로 물이 들어왔는데, 노 저을 생각은 안 하고 행사나 돌리려 들다니.
물론 행사야 좋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건 눈앞의 이익을 좇기에만 급급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거 심각하게 단가가 후려치기 되어 있다.
단가를 제대로 쳐줘도 고민할 문젠데, 이건 당연히 거절해야 한다.
스으윽-
서류를 모두 읽어 내린 나는 만면에 맑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대표님 우선-”
“크흠! 너희도 좋지 않으냐! 이렇게 행사가 물밀듯 들어오다니!”
빌어먹을,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군.
역시 가수 안 키워본 티가 난다.
나는 열심히 입을 나불대는 명훈이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온 걸 보면, 여러 업체가 라이트온을 점찍어두긴 했나 보군.’
기획사에 이런 섭외 요청이 오는 루트를 설명하자면, 축제 관련 업체가 행사를 주관하는 지자체 등에 연예인들의 단가를 리스트업해서 보낸다.
러쉬 같은 놈들은 애초에 단가가 세니 섭외 요청도 웬만해서 하지 못할 테다.
우리에게 이렇게 물밀듯 들어오는 이유는 딱 하나다.
라이트온이 만만하니까.
아직 단가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데다가, 인지도까지 아쉽지 않게 쌓였다.
‘후려치기 딱 좋은 먹잇감쯤으로 보였나 보군.’
물론 우리가 이 축제들에 전부 응한다면, 명훈이 지갑이야 두둑해지겠지만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기껏 벗어가고 있는 망돌 이미지가 다시 덧씌워질 게 뻔했다.
와중에 차윤재는 섭외가 기꺼운 얼굴이었다.
“…….”
저 녀석의 사정은 대강 알고 있으니 미안하긴 하지만, 이건 거절해야 한다.
“대표님, 저희는 지금 당장 다음 앨범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지! 크흠, 그건 그런데 같이 병행하면 되는 일 아니겠느냐.”
역시 말이 안 통하는군.
평소에 쓸데없이 잘만 터지던 설득 특성도 오늘은 오리무중이다.
나는 신뢰의 얼굴을 걸치고 입을 열었다.
“같이 병행이야 할 수 있겠지만, 해당 행사 섭외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명훈이가 내 말에 의아하다는 듯 반문했다.
“곡 두어 번에, 십 분도 안 되는데 이 정도면 훌륭한 것 아니냐.”
유명세를 타지 않은 배우들은 하루 온 종일 촬영장에서 대기해 봐야, 적은 돈이 수중에 떨어지곤 하니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지금은 탑 배우들이 각종 개런티로 어마어마한 돈을 들고 올 테지만, 가수는 키워본 적이 없으니 가늠 자체가 되지 않는 모양.
똑똑-
타이밍 좋게 문이 두드려졌다.
“대표님, 정재진입니다.”
물음표를 띄운 명훈이가 우선 입장을 허락했다.
정재진은 당연히 내가 불렀다.
내 부탁을 듣고 온 정재진도 자세한 내막은 듣지 못했기에 쭈뼛 서 있었는데, 대표가 빈 소파를 가리켰다.
“정 대리! 마침 잘 왔군! 여기 와서 이것 좀 검토해 보게.”
다가온 정재진이 서류를 들어 살피더니 놀란 눈을 했다.
“……?! 아니, 축제 섭외가 왜 곧장 대표님께?”
실무자들을 거치지도 않았나 보군.
매번 느끼는 거지만, MH의 체계는 정말 글러먹었다.
“크흐흠, 내가 나한테 올리라고 했거든! 우리 보석 같은 아이들을 이제야 알아주니, 내 기분이 날아갈 듯 좋지 뭐야!”
척 보니 술자리에서 지인들에게 부러움이라도 산 모양.
계속해서 나불대는 명훈이의 말을 귓등으로 듣던 정재진이 서류를 빠르게 훑었다.
“……대표님, 이건 전부 거절해야겠습니다.”
정재진의 말에 명훈이가 표정을 굳히자, 그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그, 그러니까. 이게 행사 자체를 거절하자는 게 아니라 섭외 단가가 터무니없습니다.”
“음?”
“적어도 이 금액들의 배는 되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라이징이라고 떠보듯이 섭외를 보낸 모양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준 정재진이 할 말이 끝났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방금까지 헤벌레하던 대표는 ‘떠봤다’는 단어에 꽂힌 듯 그라데이션 분노를 시작했다.
“정말 그렇다는 건가! 우리가 쓰러져 가는 회사도 아니고! 무려 MH인데!”
그래, MH니까 이렇게 후려치기 제안도 보낼 수 있던 거겠지…….
“내 당장 이것들을……!”
명훈이의 얼굴이 노기로 가득 찼다.
흠, 지금인가?
샤락!
“이게 다 저희가, 아니, 리더인 제가 부족해서……!”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멤버들의 입이 벌어졌다.
다만 대표와 정재진은 성해온의 과거 전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냥 열심히 하는 리더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크흠! 그게 왜 너희들의 탓이냐! 너의 탓은 더더욱 아니다!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런 말을 해!”
“대표님 말이 맞습니다! 오, 오히려 놀라울 정도의 성과니까요. 자랑스러워하셔도 된단 말입니다……!”
나는 고개를 숙인채 눈알을 굴려 힐끔 상황을 살폈다.
‘말려들었군.’
샤라락!
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낯짝에 아련한 가식을 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