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15)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5화(15/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5화
“왔어?”
누군가가 신발장 쪽으로 상체를 내민 채 나와 차윤재를 바라봤다.
나는 혹시라도 미친 헛소리를 내뱉게 될까 봐 시선을 돌린 채로 눈을 천천히 껌뻑였다.
그러니까 지금 내 시야에 담겼던 건 그냥 류인이었다.
내가 보기엔 전혀 놀랍지도 않은 것이다만…… 내 안의 오타쿠 자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아까부터 미친 듯이 주접을 떨고 있으니까.
무슨 음식을 만들고 있었는지, 평범한 검정 앞치마를 두른 상태였는데 이 포인트에 열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저 자식이 앞치마 입은 게 무슨 대수라고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끝없이 밀려오는 주접에 괴로울 지경이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을 안타까워합니다.]……동정을, 공짜로?
불쌍해할 거면, 뭐라도 줘야 이치에 맞는 것 아닌가?
눈을 불손하게 뜨고 허공을 향해 부라리자 예의가 없다느니, 뭐라느니 수많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연히 골드라든가, 골드라든가, 골드는 없었다.
쯧쯧.
쓸모가 없어…….
쓸모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갑자기 어딜 가나 했는데 같이 오네요?”
요리하는 류인 옆에서 재료 손질을 도와주고 있던 한수현이 차윤재를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
차윤재는 아까 헛다리를 짚었던 기억이 민망한지 입을 다문 채 눈을 굴리고 있었다.
“아, 윤재랑은 앞에서 우연히 만났어. 그나저나 재료가 있었나 보네.”
“우리도 여기 맞은편에 마트 가서 장 좀 봐 왔거든.”
류인은 내 손에 들린 케이크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이거 사러 간 거야?”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었다.
“앗 형! 오셨네요~?”
방금 씻은 건지 최승하가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며 거실로 나왔다.
망돌의 그림자를 가진 멤버들의 상태창을 훑어보니, 차윤재만큼 큰 폭으로 줄어들진 않았지만 다행히도 모두 그림자가 옅어진 상태였다.
‘아마 컴백곡이 정해진 영향이겠지.’
신유하의 경우 49%로 10%가 감소해 위험 2단계로 한 단계 내려갔고.
한수현의 경우 42%로 3%가 감소해 아직 위험 2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괜찮네.’
3%라는 수치가 실망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일단 비상사태라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붙어 있었던 차윤재의 그림자가 옅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
곧 테이블이 풍성해질 정도로 음식들이 채워지기 시작했고, 내 눈엔 약간의 황당함이 감돌았다.
나는 접시를 나르고 있는 놈을 어이없는 얼굴로 쳐다봤다.
‘도대체 뭐 하는 놈이지?’
테이블엔 파스타와 큐브 스테이크, 그리고 감바스까지 올라와 있었다.
집에서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메뉴다만, 라면과 통조림밖에 없을 것 같이 생긴 이 숙소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메뉴였다.
파스타 같은 경우는 보통 시판 소스니까 별다른 기대가 안 될 법도 한데, 무슨 파는 것처럼 면을 높이 말아 올린 플레이팅을 해놓은 것도 모자라-
슥슥슥슥!
갑자기 냉장고에서 치즈를 꺼내 와 그라인더로 갈아 올리기 시작했다.
“……뭐야?”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류인이 곧바로 답했다.
“그라나 파다노 치즈, 마트에 있길래 사 왔어.”
……요리가 취미인 건가?
전공이라 해도 믿을 실력이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재빠르게 주판을 튕겼다.
‘음, 이거 잘만 하면?’
세팅이 끝나자 멤버들이 기다렸다는 듯 식기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잠깐.”
이런 걸 그룹 SNS 계정에 안 올리면 대체 뭘 올린단 말인가!
다급한 나머지 식탁에 손을 뻗으며 벌떡 일어나 버렸다.
민망한 정적이 감돌았다.
“……찍어도 될까.”
스마트폰을 꺼내 들자, 멤버들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찰칵! 찰칵!
팔을 번쩍 들어 공중 샷도 찍고, 여기저기 각도를 틀어가며 셔터를 눌러댔다.
“다들 모여봐.”
그렇게 말하며 나는 스마트폰을 든 팔을 길게 뻗었다.
그때 한수현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다.
“갑자기 왜 이래요? 뭘 잘못 먹었나?”
왜긴, 왜야.
팬들은 땅 파서 덕질하는 게 아니다.
사소한 일상이어도 얼굴을 첨부해 올리는 게 아이돌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간단한 것도 지키지 않아 팬들을 잃는 연예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해성과 함께 살면서 수도 없이 봐왔다.
하지만 이런 말을 구구절절 하는 것도 웃길 것 같아서 나는 그저 말없이 팔을 움직이며 각도를 조절했다.
본래 성해온의 인성 덕에, 내가 한수현의 말을 가볍게 무시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역시 이런 성격이 인생 살기는 편하다는 생각을 하며 연거푸 셔터를 눌렀다.
이런 사진의 포인트는 테이블 위 음식이 약간 보이면서, 빠짐없이 모두 잘 나와야 한다.
“음…….”
구도가 영 애매한데.
“안으로 조금만 더 들어와라.”
내 말에 멤버들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얼굴들을 테이블에 가까이 들이댔다.
찰칵!
“웃어.”
찰칵!
“너네 눈 감았다.”
“앗, 정말요? 윤재야 너랑 나 눈 감았대~!”
찰칵-!
“한 장만 더.”
차차차차차차차차찰칵-!
“……?”
‘한 장’이라고 했지만, 10장짜리 연사를 찍어 갈기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졌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이 정도면 얼추 됐나.’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갤러리를 휙휙 넘겨보며 짐짓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따 저녁에 제일 잘 나온 사진 골라서 올려야지.
그리고 시작된 식사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뭔데 맛이 이렇지?’
보기에만 그럴듯한 게 아니고 맛까지 훌륭했다. 웬만한 식당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멤버들은 이런 음식들을 종종 먹어본 듯 익숙한 얼굴이었다.
딱히 놀랍지도 않은 표정.
그렇기에 눈치를 살피다가 오늘도 정말 맛있다는 최승하의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그룹마다 하나씩 있는 요리 담당이 저 녀석인가?’
나는 눈동자를 데굴 굴려 류인을 바라봤다.
그렇다. 보통 아이돌 그룹을 살펴보면 숙소 요리사 롤을 맡고 있는 멤버가 한둘씩은 꼭 있게 마련.
‘하지만 장담하건대, 내가 아는 아이돌들의 그 어떤 요리 담당 멤버도 이렇게 수준급의 요릴 하진 못한다.’
지금 이해성의 기억에 있는 수많은 요리사 롤 멤버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지만, 모두 이 녀석만 못하다.
아까부터 생각했지만, 이거 잘만 하면 입덕 포인트로 밀 수 있겠는데.
‘확실한 컨텐츠 하나 건졌군.’
식사가 끝나갈 무렵 나는 냉장고에 넣어뒀던 케이크를 꺼내 초를 꽂고 불을 붙여 멤버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내 성격에 이런 걸 준비하는 게 심각하게 오글거리지만…… 친해져야 하니까.
“우리 자컨도 잘 찍고, 활동도 열심히 해보자.”
멤버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설명하자면, 그래. 딱 ‘저 인간이 뭐 잘못 먹었나……?’ 하는 표정 말이다.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초 불까요? 제가 셀게요!”
묘한 기류를 깨고 최승하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녀석이 있다는 게 정말이지 다행이었다.
“하핫 셀게요~ 하나, 둘, 셋!”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던 6개의 촛불이 춤을 추듯 옅게 일렁이다가 사라졌다.
나는 케이크를 먹으며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우리 공식 계정은 누가 관리하더라.”
보통 공식 계정은 그룹마다 두 개가 있다.
첫 번째, 활동에 관련된 알림이나 공식적인 홍보 등을 하는 용도의 계정.
두 번째, 멤버들의 일상을 올리는 용도의 계정.
전자는 당연히 사측에서 관리하는 거고 일상 계정인 후자 같은 경우에는…….
업로드할 사진과 문구를 전달하면 SNS 계정을 담당하는 소속사 직원이 검토 후 올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드물게 멤버들이 직접 계정에 로그인해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멤버가 검토 없이 올린다 해도 담당자가 개입해 총괄 관리를 하게 마련이다.
“아, 나한테.”
류인이 곧바로 대답하며 접속된 계정을 보여줬다.
아마 그룹 내에서 류인과 내가 연장자니, 그중 하나에게 계정 운영권을 아예 넘긴 듯했다.
그리고 대충 봐도 담당자의 개입은 없어 보였다.
‘김명훈 같은 사람이 수장으로 있는 소속사가 이런 것까지 신경 써줄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심각하군.’
저번에 라이트온의 공식 계정을 마주한 후 정말 참담한 심정이었다.
현재 이 그룹의 유일한 셀링 포인트인 잘난 얼굴이 반의반도 안 담긴 셀카와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멘트들.
공백기에도 공식 계정 즉, 공계에 자신들의 근황을 꾸준히 올리려고 노력은 한 것 같았으나, 음.
“괜찮다면 앞으로 내가 관리해도 될까.”
입덕하면 가장 먼저 팔로우하게 되는 게 공식 계정인데, 그것부터가 매력이 없으면 아주 곤란하다.
“그럴래? 안 그래도 말을 재미나게 못 하는 편이라서 신경 쓰였거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전달받자마자 공식 계정에 로그인했다.
슥! 스슥!
나는 공식 계정의 스크롤을 내리는 내내 미간을 찌푸렸다.
‘이 녀석들, 아이돌을 할 마음이 있는 건가?’
“다들 지워.”
내 말에 멤버들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무슨……?”
신유하가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작게 물었다.
“……사진 어플.”
이 정신 나간 뽀샤시 필터와 노란 필터 다 당장 불태워 버려야 한다.
어느 정도 잘생긴 놈들은 절대로 기본 카메라다.
-라는 이해성의 철칙을 질리도록 들어온 나다.
덕질엔 아이돌들이 올려주는 사진이 무척이나 중요한데, 올려주는 셀카가 거지 같으면 많은 팬들이 떠난다.
이해성이 한때 좋아했던 가수가 있는데, 그 녀석은 노란 필터에 대한 집착이 엄청났다.
팬들이 제발 기본 카메라 써달라고 해도 한 번도 의견이 꺾지 않았다나, 뭐라나.
이해성도 정떨어지는 사진을 견디다 못해 결국엔 탈덕했었다.
다행히 멤버들은 아직 필터 카메라 앱에 대한 강한 신념까진 없는지, 내 말을 듣고 순순히 앱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수현이 작게 혀 차는 소리를 냈다.
“기본 카메라는 너무 못 나오는데, 삭제 안 할래요.”
한수현이 [‘샤이닝라이크’을(를) 제거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뜬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네가 발로 찍어도 팬들은 그딴 필터보다 기본 카메라를 좋아할 거다.
나는 일어나 녀석의 옆으로 가 앉았다.
그러고는 녀석의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준 뒤 기본 카메라를 실행하고 녀석의 팔을 잡아끌어 45도 각도로 조정했다.
“뭐야. 왜 이래요?”
성격 한번 대단하군.
벌레라도 보는 것처럼 께름칙한 시선이 닿았지만,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여기 전면부에 있는 렌즈를 바라봐라.”
지금이다.
찰칵-!
누르는 건 내가 옆에서 대신 눌러줬다.
슬금슬금 다가온 최승하가 결과물을 보더니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역시 형, 사진 진짜 잘 찍는다니까요?”
“그래봤자…….”
불손한 얼굴로 다가와 갤러리를 확인한 한수현이 순간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
금세 아닌 척 표정을 갈무리했지만.
* * *
저녁 식사의 뒷정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공식 계정에 접속했다.
‘시간도 오후 9시, 적절하다.’
멘트는 일단 간단하게 이 정도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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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숙소 셰프님이 만들어준 저녁입니다. (요리사 이모티콘)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사진) (사진) (사진)
업로드 버튼을 누르고 몇 번 새로고침을 했는데도 팔로워 자체가 별로 없는 계정이라 그런지, 이렇다 할 반응은 없었다.
사실 기대도 안 했다. 망돌이 이렇지 뭐.
하지만 샤워를 하고 돌아오니, 연속해서 울리는 알림에 스마트폰이 뜨거워져 있었다.
‘……무슨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