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155)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55화(155/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55화
인정한다.
제대로 걸려들었다.
처음부터 내가 피할 수 없는 틀을 짜놓은 거다.
서서히, 아주 촘촘하게.
나는 시선을 올려 미친놈처럼 웃어재끼는 성좌를 응시했다.
“하하하하하하핫!”
이내 웃음을 그친 성좌가, 순식간에 표정을 지워내더니 나를 꿰뚫는 듯한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자네, 활동을 제대로 마치고 싶지 않은가. 아니 그래?”
“그거야 당연하죠.”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자네는 제대로 활동을 마칠 수 없을 텐데도?”
“후환조차 알 수 없는 멍청한 거래를 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은데요.”
게다가, 이 성좌.
내 착각이 아니라면, 저번부터 독단 행동을 하고 있다.
마치 다른 성좌들과 목적이 다른 것처럼.
우선 성해온의 몸은, 자의로 죽을 수 없다.
말마따나 쓰임새가 다할 때까지는 칼에 찔려도 죽을 수 없다는 뜻이다.
훗날 쓸모가 다해서 죽을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지.
과연 다른 존재들이, 내가 죽는 걸 가만히 두고 볼까?
지금도 내 생각을 읽고 있을 게 분명한 성좌가 흐뭇한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봤다.
“하아~”
고개를 도리질 치며 짧게 탄식을 내뱉은 성좌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화아아악!
내가 한순간에 성좌의 곁으로 옮겨졌다.
내 허리춤을 잡고 자신에게로 끌어당긴 성좌가 내 어깨에 머리를 비비기 시작했다.
“역시, 깜찍하다네~”
오소소!
돋아난 소름에 나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몸을 빼냈다.
“자네가 이렇게 귀여운 짓만 하니, 내 어찌 자네를 좋게 보지 않겠는가. 자, 이리 와서 앉게. 자네가 귀여워서 그러네.”
자신의 무릎을 탁탁 두드린 성좌가 능청스레 웃었다.
정말 제정신이 아니로군.
나는 낯짝에 미소를 걸친 채, 또라이와 거리를 뒀다.
“골드를 주신다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푸하하하하하!!”
타앗!
성좌의 손가락이 튕겨지는 순간, 테이블이 생겨났다.
“어서 앉게. 혹시 모르지 않나? 내가 무언가 말해줄 생각이 들 수도 있지.”
터벅, 터벅…….
처억!
말이라도 바꾸진 않을까, 냅다 맞은편에 앉은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앉았는데요.”
타앗!
이번엔 테이블에 다과와 홍차 따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겨우 이깟 게 신기한 건가? 자, 자, 자. 어떤가.”
성좌가 손짓할 때마다, 빈 공간에 구조물들이 세워지고 배경이 바뀌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수려한, 야외 정원으로 순식간에 탈바꿈된 공간을 둘러본 나는 화사하게 웃었다.
“능력을 어필하셔도,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역시 자네는 눈치가 빨라. 그나저나 왜 갑자기 고분고분해졌는가?”
“열받아서요.”
“흐음.”
찻잔을 손에 쥔 성좌가 말을 이었다.
“자네가 특성을 사용치 않는다 해도, 그것은 계속해서 날뛸 거라네. 생명력을 받아낼 때까지는 말이지.”
“그러니까, 언제 어디서든 픽픽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이군요.”
“정답이라네~ 그걸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아마 나뿐일 것이고 말이지. 자.”
“당신뿐이라고요?”
“그래.”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 성좌가 말을 이었다.
“다른 이들은, 제 살을 깎아 먹기까지 하면서 자넬 돕지 않을 거라네. 면전에서 이런 말은 미안하다만, 그들에게 자네의 안위는 그다지 중요치 않거든.”
역시, 내가 하던 생각을 다 읽어냈군.
나는 앞에 놓인 차를 호록 들이켰다.
“저는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대체품이라서요?”
“그들도 자네를 꽤 귀여워하긴 한다만, 나처럼 맹목적이진 않거든.”
“원칙을 거스르면서까지 제게 열렬한 태도를 보이시는 이유가 궁금해지네요.”
나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싱긋 웃었다.
“고작 인간이자, 대체품인 저한테. 대체 왜?”
“어차피 답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 나를 퍽 곤란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단 말이지.”
히죽 입꼬리를 말아 올린 성좌가 손을 내밀었다.
척!
“나와 손을 잡지 않겠나?”
“싫다고 했습니다.”
나는 일부러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며, 차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죽어야 되는 거라면, 죽어야죠.”
“이전의 자네였다면, 확실히…… 그럴 수 있겠군.”
그 순간.
느릿하게 중얼거리던 성좌가 팔을 뻗더니, 맞은편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내 얼굴을 들어 올렸다.
“내 앞에서 잘도 거짓을 고하는군그래.”
……전신의 솜털이 삐죽 서는 것 같은, 고요하고도 서늘한 기세였다.
테이블 아래에 가린 손가락이 잘게 떨렸다.
‘……본체를 보여주지 않을만도.’
고작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이 정도니, 한심하군.
툭-
검지로 내 가슴께를 얕게 찌른 성좌가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네, 소중한 사람이 생겼잖나? 이전엔 겨우 하나였는데, 이젠 꽤 늘었군.”
“…….”
생각을 하지 않으면 뭐 하는가.
다 들키는데.
굉장히 X같은 기분이다.
“하아아~”
한숨을 내쉰 성좌가 손가락을 빙글 돌렸다.
“역시, 나는 너무 여리다네. 자네의 그런 얼굴을 보는 건, 즐겁지가 않아.”
주욱-
자신의 손톱으로 손목을 긁어, 새빨간 피를 낸 성좌가 그걸 내 입가에 가져다 댔다.
“자, 어서 입을 벌리시게.”
사아아-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눈을 부릅떴다.
‘……미친 새낀가?’
왜 갑자기 자기 피를 나한테 먹이려고 하는 거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강제로 자네의 입을 열면 흉한 꼴이 될 텐데.”
……텁!
나는 혹시라도 말하는 사이에 입으로 들어올까,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시선을 마주했다.
“성좌님, 인간계에서는 일을 벌이기 전에 설명이 필수랍니다.”
“허어? 갑자기 친절해졌군그래.”
끄덕! 끄덕! 끄덕!
나는 불손한 눈빛을 모두 거둔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보기보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으셔서요. 이렇게 구실 거면 그냥 안 아프게 죽여주시는 게 어떨까요? 남의 피를 먹는 취미는 없는데요.”
이상 성욕자는 처음 봐서 무척이나 당황스럽다.
취향은 존중하는 편이다만, 갑자기 피를 먹으라니.
정신 나간 또라이가 확실하다.
“내 침은 먹기 싫을 것 아닌가.”
“……?”
“그 눈빛은 무엇인가? 나는 수상한 놈이 아니란 말일세.”
“둘 다 먹기 싫은데요.”
세상엔 변태가 많다더니…….
“오해는 넣어두게. 나는 자네를 도와주려는 것이야. 임시방편뿐이겠지만, 내 신력을 품으면 잠시 동안은 그것이 날뛰지 못할 거라네.”
“잠시 동안이라면?”
“기간이야 나도 모르지. 감히 내 피를 먹을 인간이 자네 빼고 더 있을 것 같은가?”
“아니요. 있다면 제정신 아닌 놈이겠죠.”
“자네에게 그 첫 번째 인간이 될, 영광의 기회를 친히 내려주겠네.”
“저더러 제정신 아닌 미친 또라이가 되라는 건가요?”
“점점 말이 거칠어지는군그래.”
나는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혹시 더러운 속셈이 있으신가요? 먹고 나면 갑자기 골드를 갚아야 한다든지, 아니면 강제로 끌려다녀야 한다든지, 혹은 의-”
청산유수로 터져 나오던 말허리를 자른 성좌가 대소했다.
“하하하하하하하! 자네, 의심이 많군?”
“예, 누구누구 덕분에.”
“의심하는 버릇은 좋은 것이지.”
흐뭇한 얼굴의 성좌가 허공으로 손을 올리더니, 반 바퀴를 빙글 돌렸다.
탁!
동시에 허공에 성좌의 피가 담긴 자그마한 유리병이 떠올랐다.
“이건 자네를 향한 내 호의일 뿐이니, 오해하지 말게. 내 신력이 담긴 피 한 방울이면, 아마 인간계에서 천금을 다툴 테지.”
스윽-
나는 껄끄러운 얼굴로 유리병을 노려봤다.
상황상, 이걸 대가 없이 준다면 무조건 이득임에도.
‘……역시 이걸 먹기엔 조금.’
이번에도 내 생각을 읽은 게 틀림없는 성좌가 방긋 웃었다.
“내 다르게 말해보겠네. 이걸 먹지 않으면 자네는 지금은 돌아간대도 아마 일주일 내로 쓰러질 것이네. 자네 몸에서 날뛰는 그것이 꽤 강렬할 거거든.”
내 얼굴에 경악이 물들기 시작했다.
이 말들이 사실이라면, 활동은 무슨.
곧장 관짝행이다.
“아, 참고로 최소 아흐레라네. 그리고 깨어난대도 끝이 아니지. 틈만 나면 쓰러질 테니까.”
성좌가 활짝 웃으며 손가락을 빙글 돌리자, 유리병이 내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네가 먹기 싫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벌떡!
다급하게 몸을 일으킨 나는 해맑은 얼굴로 곧장 유리병을 낚아챘다.
“잘 먹겠습니다!”
“안 먹겠다더니?”
“방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인간은 알량하니까요.”
나는 유리병의 마개를 따며, 말을 이었다.
“약속하신 겁니다. 아무 조건도 없다고. 이건 성좌님의 순수한 호의인 거라고.”
“나는 한 입으로 두말을 하지 않는다네~”
질끈!
나는 눈을 감았다.
그래, 선지해장국도 피고.
순대에도 피가 들어가는데, 고작 몇 방울이다.
“……하! 자네, 지금 나를 그깟 미물들과 비교하는 건가! 내가 자랑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만, 나는 고귀한 웨에에엑~”
폭포처럼 피를 쏟아낸 성좌가 혀를 쯧쯧, 차며 손가락을 튕겼다.
“빌어먹을 금제.”
꿀꺽.
나는 성좌가 한 입으로 두말하기 전에 액체를 곧장 삼켜냈다.
이제 활동의 시작인데, 계속 픽픽 쓰러질 위험에 처하면 곤란하다.
“자네는 그 작은 머리로 무슨 생각을 그리 열심히 하는 겐가. 나를 앞에 두고? 섭섭하군. 나는 피까지 내어줬는데 말이야…….”
당연하게도 말을 무시하자, 성좌가 푸하하 웃었다.
“받을 건 다 받았다 이건가! 내가 이래서 자네를 마음에 들어 한다네~”
흐음, 소리를 낸 성좌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자네도 곧 내가 필요하게 될 거야. 그때 와서 해결해 달라 매달리면, 음. 정성을 보아 생각해 보도록 하겠네. 아마 나는 거절하지 못할 테지만 말이야.”
너무 마음이 약해서 탈이라며 중얼거리던 성좌가,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인간계에서는 더 많이 좋아하는 쪽이 져주는 거라더군. 맞는 말인가?”
나는 사기꾼 같은 낯짝을 걸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예. 첨언하자면, 호감의 표시는 주로 골드로 하곤 합니다.”
“하하하하하하! 명심하겠네. 그리고 그 피는, 그저 자네를 안쓰러이 여기는 나의 호의일 뿐.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알아두시게.”
“완전한 해결은 ‘거래’를 해야만 할 수 있는 거고요?”
“그렇지, 그렇지. 내 신력이 자네 안에서 날뛰는 그것을 어느 정도 막아줄 테지만, 작은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거라네.”
“……작은 충돌이라면?”
“뭐, 두통, 오한, 발열, 식욕부진, 근육통, 몸살, 피로감, 흉통, 코피, 메스꺼움, 빈혈, 구역질, 신경통을 동반한-”
사아아-
내 안색이 급속도로 침침해지기 시작했다.
“그건 그냥 개복치 새끼라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아흐레씩 정신을 잃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자네의 노력에 따라, 염원하던 활동을 별 탈 없이 마무리 지을 수도 있겠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타앗!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린 성좌가 손짓하기 무섭게, 나를 둘러싼 공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자네가 있을 곳으로 돌아가야지. 마음 같아선 보내기 싫지만 말일세. 아.”
작게 미소 지은 성좌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저번에 자네를 곤경에 빠뜨린 걸 사과할 겸, 내가 귀여운 재간을 좀 부려봤다네. 여기선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니, 나머지는 자네의 몫이지. 자, 정말 작별의 시간이라네.”
“잠깐-”
“이른 시일 내에, 다시 보아.”
순식간에 공간이 뒤틀렸다.
* * *
껌뻑-
“……!!”
백스테이지 계단에 주저앉은 모양새로 정신을 차린 나는, 욱신거리는 등짝과 엉덩이를 매만졌다.
……넘어질 때 발생한 통증이 여실히 느껴지는 걸 보니, 이건 분명한 현실.
방금 전 그 공간에서 눈 한 번 껌뻑였을 뿐인데,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지 않았어.’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백스테이지에 다다르자마자 이 꼴이 되었으니, 다행히도 팬들은 보지 못했겠고.
멤버들이 인사하는 동안, 내가 서둘러 퇴장했으니 그 녀석들은 아마 내 뒤에-
……내 뒤에?
스멀스멀…….
싸늘하고도 불길한 기운이 나를 덮쳐오기 시작했다.
나는 손바닥에 묻은 코피와, 수상할 정도로 텅 빈 백스테이지를 조용히 살폈다.
‘귀여운 재간’이라는 게, 그 공간에서 시간이 흐르지 않게 하고.
동시에 원래 여기 있어야 할 스태프들을 흩트린 모양이지.
“형님! 넘어지신 겁니까!”
“다치신, 건가요……!”
“으음? 유하야, 무슨? ……형.”
예상대로, 내 뒤에서 멤버들의 목소리와 워커 굽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벌떡!
빛과 같은 속도로 계단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화장실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 꼴을 들키면 X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