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17)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7화(17/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7화
대청소를 마친 뒤 나는 멤버들을 거실에 앉혀놓고 촬영 계획에 대하여 간단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영상은 내가 너희를 깨우는 걸로 시작한다.”
“으으음? 형이 촬영 맡아요?”
최승하의 물음에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측에서 아무리 그래도 촬영할 스태프는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던 걸 내가 극구 반대하며 우리끼리 찍겠다고 주장했다.
안 그래도 내성적인 녀석들이 많은데, 처음 보는 외부인이 하나라도 끼는 순간 영상 진짜 재미없어질 거라고 확신한다.
뭣보다 숙소 영상 같은 건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우러나오는 케미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기도 하고.
방금 샤워를 했으니, 아침에 다시 머리를 감지 말라는 말에 최승하가 물음표를 띄웠다.
“앗, 새벽에 미리 일어나서 또 감으려고 알람 맞춰놨는데!”
나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숙소 컨텐츠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생명인데, 방금 일어났다면서 1시간은 치장한 것만 같은 모습이라면 어떻겠는가.
보는 입장에선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이질감은 영상을 보는 내내 계속될 것이다.
무슨 행동을 해도 꾸며낸 듯, 작위적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머리카락은 베개에 살짝 눌린 정도를 유지하면 돼. 약간 부스스한 느낌…….”
“그런 걸, 어떻게……?”
신유하가 작게 중얼거렸으나, 오타쿠 자아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는 먼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얼굴만은 깔끔해야 해.”
작위적인 걸 피하겠다고 정말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찍어야 하냐 묻는다면, 절대 아니다.
얼굴만은 최상의 컨디션이어야 한다.
“다들 한 3시쯤에 깨울 테니까 일어나서 세수하고 다시 자.”
이 정도면 얼추 자연스러워 보이면서, 추한 몰골은 아닐 테다.
“제일 중요한 건 재미겠지.”
나는 멤버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 녀석들은 자체 컨텐츠를 비롯해 예능적인 무언가를 하기엔 굉장히…….
우선 류인, 이 녀석은 원체 무뚝뚝한 건지 도통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다행인 것은 무덤덤할 뿐, 소심하지는 않다는 거겠지.
그리고 부족한 재미는 분홍색 앞치마로 살려줄 예정이니 넘어간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경악합니다! 거부하면 입히지 않겠다던 본인과의 약속을 지키라고 전합니다!]……떠오른 메시지에서 슬그머니 눈길을 돌렸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양심을 믿어보겠다고 전합니다!]사실상 가장 문제는 이 녀석이다.
신유하, 이놈은 하루에 한 번 말하는 걸 들을까 말까, 할 정도로 말수가 없다.
정말로 묵언수행이라도 하는 게 아닐지 심히 의심될 정도다.
그리고 한수현, 이 녀석은 카메라 켜지면 알아서 잘할 것 같은 놈이라 그닥 걱정이 들진 않는다.
차윤재, 엄청난 호감은 아니더라도 이제 경계를 어느 정도 푼 것 같으니 괜찮다.
하지만 사회성이 훌륭해 보이진 않으므로 걱정되기는 매한가지.
마지막으로 이 녀석.
나는 고개를 돌려 최승하를 바라봤다.
“으음? 형,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이 그룹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 * *
약간 부스스한 얼굴로 캠코더를 켠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녹화가 되고 있는 건가?”
당연히 캠코더 사용법이야 눈 감고도 쓸 정도로 줄줄 꿰고 있다만, 이렇게 풋풋한 모습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성해온의 S+ 정신력 덕에 티끌만큼도 떨리지 않지만, 나는 잔뜩 수줍은 낯짝을 걸쳤다.
샤라락!
“제대로 찍히고 있는 거 맞겠죠? ……이거 혼자 이러고 있으니까 약간 쑥스럽기도 하고 좀 떨리네요…….”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연기에 재능이 있다고 말합니다!]사실 나조차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긴 한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칭찬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나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가볍게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알람 없이 가장 먼저 일어난 사람이 이거, 캠코더 들고 다른 사람 깨우기로 했거든요. 어쩌다 보니 제가 제일 먼저 일어났습니다. 여섯 시 조금 넘었네요.”
나는 사인펜을 흔들었다.
“……이것도 챙겼는데, 역시 얼굴에 낙서했다가는 애들이 깰까요? 흠. 역시 킵해두겠습니다.”
나는 거실에서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룸메이트부터 깨워야겠죠.”
끼이익-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니 최승하가 세상모르게 자고 있다.
방 전등을 켜기 전에, 나는 어두컴컴한 실내 때문에 형체만 보이는 최승하를 캠코더에 담으며 속닥거렸다.
“팬분들은 이 형체(?)만으로도 왠지 알 수 있으실 것 같아요.”
타악-!
어두웠던 실내가 눈이 아플 정도로 환해졌는데도 안대 덕분인지 녀석은 잠에 깊이 빠져들어 미동조차 없었다.
흔들어 깨워야 하나. 쯧.
“깨우기 미안할 정도로 잘 자는데.”
고민도 잠시, 난 곧바로 녀석의 어깨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얼른 일어나라. 시간 없으니까.
“어…… 어으어…… 형?”
이상한 소리를 내며 일어난 최승하는 안대를 내리자마자 밝은 실내에 눈을 잔뜩 찌푸렸다.
내 안의 오타쿠 자아가 찡그린 것도 잘생겼다고 유난을 떨고 있는 걸 보니 이것도 찍어야겠군.
최승하는 내 손에 들린 캠코더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헤실 웃더니, 잠이 덜 깼는지 몽롱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하핫…… 안녕하세요.”
“승하는 잠 깨게 두고 이번엔 다른 멤버들을 깨우러 가볼게요.”
문턱을 넘은 나는 곧바로 두 번째 방문을 조심스레 열며 속닥거렸다.
“여긴 누가 쓰는 방일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이불로 둘둘 말려진 인영을 영상에 담아냈다.
“…….”
슬슬 분량에 위기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해성은 얼굴이 곧 재미라고 주장했지만, 과연 이게 재밌을까?
“음…… 그냥 깨우면 심심하니까, 이번엔 좀 놀래켜 볼까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망설임 없이 어떤 침대로 향했다.
미안하지만 네 녀석이 분량에 도움을 줘야겠다.
그리고 이불 속 인영의 귀에 얼굴을 가져다 댄 후에.
워!
-하고 짤막한 소리를 냈다.
“……!!”
‘내 계획대로 아주 착착 반응들을 해주는군.’
갓 잡은 활어처럼 파닥거리며 이불에서 나온 건 한수현이었다.
“하아, 진짜…… 노, 놀, 놀랐, 잖아요~!”
호오?
분명 ‘하아, 진짜’까지는 평소의 성격대로 짜증이 잔뜩 서려 있었는데, 카메라를 눈치채자마자 손바닥 뒤집듯 목소리가 부드럽게 변했다.
‘역시 천상 연예인이로군.’
멤버들은 세수하라고 새벽에 깨울 필요도 없이 긴장된다며 잠 못 이루더니, 새벽 3시가 훌쩍 넘어서야 하나둘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깊은 잠에 취해 있었다.
뭐, 자연스러운 반응을 해줄수록 나야 좋다.
“하하~ 귀여워라.”
“……!!”
귀여워 죽겠다는 목소리와 상반되는 삭막한 눈빛으로 한수현을 바라보며, 놈의 머리칼을 두어 번 쓰다듬었다.
어차피 앵글엔 한수현과 내 손만 나오니 굳이 표정까지 꾸며낼 필요는 없었다.
내 손이 닿자마자 캠코더가 돌아가고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녀석은 잔뜩 기겁하는 표정을 지으며 소름 돋는다는 듯이 몸을 파드득 떨었다.
물론 이런 반응을 당연히 예상하고 녀석의 머리칼만 보이게 캠코더의 구도를 설정했지만 말이다.
그룹 내에서의 막내 사랑은 필수라고.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철저함에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질색합니다!]떠오르는 메시지들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던 찰나, 부스럭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어…… 음, 아무래도 목소리가 좀 컸나 본데요.”
나는 그 말과 함께 바로 캠코더를 전환해 한수현의 룸메이트를 담았다.
저 녀석 같은 캐릭터가 놀리면서 깨우는 맛이 있을 것 같아 가장 기대했는데 깨버리다니.
침대에 앉아 비몽사몽 한 표정으로 이불을 끌어안고 있던 차윤재가 소매로 눈을 비비며 캠코더를 향해 꾸벅 허리를 숙였다.
“그럼 수현이랑 윤재는 잠 깨게 두고, 마지막 방으로 가볼까요!”
캠을 셀프모드로 돌리면서 거실로 나오는 순간에, 누군가 갑자기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뛰어들었다.
“……!!”
그와 동시에 내가 들고 있던 캠코더 속 화면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이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정을 되찾았지만.
– 진심으로 너는 웬만한 홈마보다 직캠 잘 찍는다니까? 어떻게 이렇게 손을 안 떨지? 앞으로도 종종 같이 와주는 거다.
– 싫…….
– 여기 고생한 수고비.
– 다음 무대에선 누구 찍을까.
– 이런 기특한 놈! 누나 티켓값까지 벌어주려는 계획이구나. 쟤 찍어 쟤. 노란 머리. 쟤가 인기 많으니까. 단가도 제일 높다.
거친 풍파 속에서도 아이돌 직캠을 찍어온 난데, 이 정도쯤이야 아무렇지 않다.
“짜잔~ 잠 깬 승하도 같이 가볼까요~?”
셀프 캠코더 화면 안으로 갑작스럽게 들어온 녀석이 화면을 향해 브이를 날리며 생글생글 웃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캠코더를 들고 있는 오른 손목을 약간 돌려 녀석이 화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각도를 조정했다.
마지막 방문 앞에서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 방엔 누가 있을지 팬분들은 아마 이제 눈치채셨겠죠?”
그러고는 아주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끼이이-
아직도 고요한 숨소리만 울려 퍼지는 방 안에서 나는 캠코더에만 녹음될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차윤재 깨버린 것도 아쉬운데, 얘네까지 깨버리면 분량이 없으니까.
“다들 아직 꿈나란데, 흠. 이거 어떻게 깨울까요.”
내 말에 최승하가 자신 있는 얼굴로 속닥거렸다.
“저만 믿으세요. 제가 깨워볼게요.”
나는 캠코더를 전환해 자신만만한 표정인 최승하를 담았다.
녀석은 류인이 누워 있는 침대로 다가가더니, 슬금슬금 침대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뭘 하려는 거지?’
아까 내가 한수현을 깨웠던 것처럼, 놀라게 하기라도 하려는 건가.
녀석은 침대 끝자락에 아슬아슬 눕는 것을 성공한 뒤 고개를 살짝 돌려 내 카메라를 향해 브이를 날렸다.
그 순간 감히 상상도 못 하던 일이 일어났다.
누운 상태로 갑자기 백허그를 하듯 류인의 허리를 꼬옥 끌어안는 게 아닌가.
‘……뭐야?’
놀란 건 나뿐이 아닌 듯 내 안의 오타쿠 자아도 놀라움에 물음표를 잔뜩 그리고 있었다. ……이해성, 진정해라.
“으음?”
이상한 기척에 눈을 뜬 류인이 최승하를 보고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지만, 원체 과묵한 성정 탓인지 당황한 기색이 크게 비치진 않았다.
“어……? 음……?”
잠시 눈을 굴리며 상황 파악을 하는 듯하더니 금세 파악이 끝났는지 캠코더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 안녕하세요. 류인입니다.”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약간 잠긴 채로 흘러나왔다.
최승하가 나와 아직 잠들어 있는 누군가를 번갈아 바라보며 비장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이번엔 이쪽을 깨워볼까요? 흠. 사실 이쪽 분은 굉장히 예민하신 분인데…… 도전해 보겠습니다.”
끄덕!
당장 실행하라는 의미를 담아 캠코더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녀석은 아주 조심스레 옆 침대로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기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침대에 걸터앉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오른쪽 다리를 올리고, 왼쪽 다리까지 올리려는 순간-
“으음……”
신유하가 뒤척이는 소리에 이 현장에 있는 모두가 잔뜩 긴장한 채 얼어버렸고, 공간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이 찾아왔다.
곧이어 최승하가 완전히 눕는 데에 성공하더니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왔다.
그러고는 아까처럼 조심스럽게 신유하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
뭐야 왜 안 일어나.
바로 기겁하며 일어날 줄 알았는데, 신유하는 그저 평온하게 고른 숨소리만 내뱉을 뿐이었다.
“……어떡해요?”
나보다 백 배는 당황한 표정의 최승하가 고개를 조금 돌려 입 모양으로 뻥끗댔다.
물론 나는 양심이 없는 사람이기에 알아서 하라는 의미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최승하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결심한 듯 캠코더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최승하는 자고 있는 신유하의 귀에 얼굴을 가져다 대더니.
“후우.”
-하고 바람을 불었다.
“뭐, ㅁ, 머, 뭐, ……뭐야!”
어지간히 놀랐는지 내가 지금껏 들어본 신유하의 목소리 중의 가장 큰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쿠당, 탕-!
작은 방 안에 둔탁한 소리도 함께 울려 퍼졌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신유하가 놀란 나머지 최승하를 바닥에 던지듯이 밀어버린 것이다.
“……너무해.”
“……하아.”
다행히 떨어지면서 다치진 않았는지 녀석은 굴러떨어진 모양 그대로 누워 꿍얼거렸고, 신유하는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별 기대 안 했는데, 최승하 저 녀석 덕에 쓸 만한 모먼트를 꽤 담아낸 것 같다.
‘기특한 놈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