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177)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77화(177/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77화
나는 빠르게 대가리를 굴렸다.
그래, 이놈들 입장에서야 놀랄 만하다.
안 그래도 내 평소 상태가 썩어빠진 시금치 같았으니, 더 걱정되겠지.
하지만 여기서 시스템이니 뭐니, 사실대로 이야기를 꺼냈다간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을 게 뻔하다.
그런고로, 내 선택은 이거다.
“……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하셨습니까?”
차윤재의 되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도 들어본 적 있을 거야. 생각보다 흔하니까.”
자율신경계의 일시적인 불균형으로 몇 초 의식을 잃었다가 바로 깨어나는, 짤막한 의식 소실로 1,000명 중 20명은 경험해 봤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흔하다.
심지어 인체에 무해한 종류.
특별한 치료를 요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두면 대부분 회복이 된다는 것까지 완벽한 핑곗거리다.
순식간에 숙소가 조용해졌고, 검색이라도 하는 모양인지 액정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다들 봐서 알겠지만, 위험한 건 아냐. 아까도 갑자기 핑 돌길래 내가 먼저 누운 거고.”
나는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까딱였다.
“더 설명이 필요한가?”
“검색해 보니 피로나 스트레스, 무리한 다이어트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하네요.”
한수현의 중얼거림에, 신유하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요즘, 제대로 못 먹었잖아요!”
“일리 있습니다!”
“그러네. 해온아, 조금만 기다려 봐. 냉장고에 고기 있는데, 금방 덮밥 만들어줄게.”
“……? 지금 저녁이고, 우리 아까 밥 먹었는데.”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순식간에 사라진 류인의 등짝을 바라보고 있을 때, 한수현이 입을 열었다.
“두 그릇 드세요.”
“아닙니다! 세 그릇! 이렇게 호리호리하신 것도 밥을 적게 드시니 그런 것 아닙니까! 한국인은 밥심인데!”
나와 비슷하게 호리호리한 놈들이 이런 말이나 하니 굉장히 어이없다.
그리고 20분쯤 뒤, 식탁으로 연행된 내 낯짝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걸 다 먹으라고? 이 머슴밥을?”
사극 드라마에서나 봤을 법한 비주얼이었다. 정말 산처럼 쌓여 있는…….
“하핫, 머슴 웃기다. 그럼 제가 마님 할게요~”
옆 의자를 끌어당겨 앉은 최승하가 내 입가에 밥이 가득 감긴 숟가락을 가져다 댔다.
“돌쇠야, 자아. 아~ 하렴.”
“…….”
“으음? 왜 입을 안 벌리지? 마님 팔 떨어지겠는데?”
순식간에 내게 다가온 최승하가, 멤버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속닥였다.
“이걸 다 먹으면, 돌쇠가 원하는 대로 생각해 줄 의향이 들 것 같기도 하고?”
생글 웃은 녀석이 숟가락을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했다.
“슈우우~ 비행기 날아갑니다~”
“내가 그런다고 밥이 맛있어 보일 나이는 아닌데.”
강렬한 현타가 밀려온 나는 숟가락을 내놓으라는 의미로 손가락을 까딱였다.
“내가 먹을게.”
“이상하다?”
“뭐가.”
“오늘 돌쇠는 숟가락 들 힘도 없을 텐데?”
“돌쇠가 왜 돌쇤데.”
내가 짧게 비꼬자, 최승하가 흠 소리를 내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게, 이 병약한 돌쇠를 어떡할까? 그래, 그러는 게 좋겠다.”
“……?”
“활동 중-”
“마님, 잘 먹겠습니다!”
하압!
곧바로 덮밥을 받아먹은 나는 싱긋 웃었다.
“우리 돌쇠가 맛있나 보구나.”
“네가 입만 다물면 더 맛있겠는데.”
나는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도 않는 덮밥을 씹으며 신유하를 응시했다.
‘상태창.’
연습실에서 살펴보려고 했으나, 타이밍을 놓쳤었다.
[신유하]체력 C+
정신력 C-
비주얼 S-
노래 A-
춤 B+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39%(*위험 1단계)
“……!”
분명, 위험 2단계였는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43%였으니 말이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음악방송 1위가 큰 영향을 끼친 모양이지.
나와 다르게 이 녀석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아이돌을 꿈꿔왔던 녀석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첫 1위는 엄청난 의미일 테니.
사실 더 놀라운 건 이쪽이다.
[차윤재]체력 B+
정신력 B
비주얼 A+
노래 B+
춤 A-
※ 망돌의 그림자 수치 : 37%(*위험 1단계)
이 녀석의 그림자가 원래 비상사태에 속했던 걸 떠올리자면 이건 믿기지 않는 결과다.
다른 놈들에 비해 유독 빠르게 옅어지고 있다는 건 이전부터 느꼈지만…….
첫 트로피가 확실한 기폭제가 된 모양이다.
아, 그리고 상태창 속 스탯은 아무래도 변할 수 있는 부분인 듯하다.
이 두 녀석만 봐도 체력 스탯이 한 단계씩 올랐고, 차윤재는 정신력 스탯까지 한 단계 올랐다.
물론 다른 녀석들의 상태창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본 능력치의 상승이 스탯에 반영되는 모양이다.
예를 들어 활동을 이어가며 춤 실력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춤 스탯이 상승하는 식으로 말이다.
“저 형님이 갑자기 저희를 쳐다보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요?”
“윤재야, 다 들릴 것 같아……!”
그림자는 30%에 접어들면 자동적으로 소멸된다.
즉, 고지가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돌쇠야. 갑자기 왜 실실 웃느냐?”
“맛있어서.”
“맛있다면서 벌써 숟가락을 내려놔?”
“반은 먹었어. 그리고 아까부터 묘하게 말이 짧다?”
“어허~”
이상한 소리를 곁들인 최승하가 손가락으로 류인을 가리켰다.
“저이의 정성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냐!”
“……나?”
손가락질로 본인을 가리킨 류인이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해온아, 그래 보여도 양은 얼마 안 돼.”
“고기 몇 그램 넣었는데?”
류인이 내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200그램?”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저 인간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전합니다!]그쯤이야, 알고 있다.
이게 어딜 봐서 200그램인가.
최소 400그램이다.
내가 어이없어하고 있을 사이, 주방을 뒤적거린 최승하가 접시에 무언가를 올려왔다.
“형! 이제 디저트! 한 입만~”
“…….”
“이거 지인~ 짜 맛있는 빵인데?”
“해온 형, 역시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신 거죠?”
“그으~ 런 것 같지? 이것도 못 먹고? 역시 활동 중~”
역시 이 영악한 놈,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 구는지 눈치채고 있다.
나는 빵을 입에 욱여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거쓰니까 다들 할 일 해.”
“으하핫, 우리 형 잘 먹네~? 하나 더?”
“명절 때 할머니들도 이렇겐 안 먹여.”
“그 할머니들도 지금 형 몰골 보면 이만큼 먹일걸요?”
“빵 말고 떡은 어떠십니까!? 좀 더 소화가 잘될 텐데요!”
“……됐다.”
방으로 향하던 나는 걸음을 멈췄다.
이 자식들이 죄다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너넨 할 일도 없어? 한가해?”
“아무래도 해온 형이 걱정되니까요.”
“걱정도 정도껏이지.”
“우선 누우세요.”
“배불러서 못 누워. 토하는 거 보고 싶으면 눕히든가.”
“예? 다 드시지도 못하셨지 않습니까!”
“그 산처럼 쌓인 걸 어떻게 다 먹어?”
내 대답에 차윤재가 진지한 얼굴로 물음표를 띄웠다.
“……? 왜 못 먹습니까?”
“너나 최승하나 먹을 수 있는 거지.”
“형님이 너무 못 드시는 겁니다!”
“말을 말자…….”
“어디 가십니까!”
“양치하러.”
“칫솔 가져다 드릴 테니 누워 계십시오!”
“뭣 하러. 코 앞인데.”
후다닥 달려온 차윤재가 내 팔을 붙잡았다.
“그, 그럼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너 내가 곧 관짝에 들어갈 사람처럼 보이나 본데.”
“……어, 어떻게 아셨!”
“제발 사람답게 살자.”
* * *
칙칙한 낯짝을 걸친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표의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제 그 많은 음식을 다 욱여넣고, 온갖 지랄을 다 한 후에야, 멀쩡하다는 걸 어필할 수 있었다.
자세하게 댔던 핑계가 어느 정도 먹혀들어 갔는지, 멤버들은 미심쩍어하면서도 내 말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했다.
하도 처먹었더니 아직도 속이 더부룩하군.
이 상태로 오늘 새벽에 사전녹화를 진행하다가 속에 있는 걸 다 뱉어낼 뻔했다.
드르륵-
대표이사실의 무거운 문이 느릿하게 열림과 동시에, 나는 반짝이는 안광을 걸쳤다.
“대-”
“어서 들어와 앉거라!”
몹시 싱글벙글한 얼굴의 명훈이가 어서 앉아보라는 듯, 손을 파닥파닥 흔들었다.
“크흠, 크흐흠!”
익숙하고도 열받는 헛기침이로군.
나는 비즈니스용 낯짝을 걸친 채, 마저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작년에 용한 무당한테 사주를 봤는데 말이야. 흐흠.”
“……?”
“올해 귀인이 들어온다지 뭐냐! 사실 그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말이다.”
입꼬리를 씰룩거린 명훈이가 테이블 위 커피를 후룩 삼켰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귀인이, 해온이 너인 것 같지 뭐냐! 크흠…….”
……김명훈이 왜 이러는 걸까?
자, 지금부터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자.
매니저에게 듣기론, 의현과의 친분이 공개되기 무섭게 사측으로 섭외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덤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의현은 밀리어스 멤버 사이에서도 유난히 개인 활동을 하지 않는 편이고, 섭외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만만한 내 쪽으로 섭외가 온 것이다.
출연시켜 줄 테니, 의현 설득해서 데려오라는 거지.
물론 내가 수락했을 리 없다.
조심스레 물어오는 매니저에게 계속해서 거절 의사를 밝혔더니, 이제 대표가 직접 설득하려 하는 거고.
명훈이의 입장에서 의현과의 친분은 아주 매력적인 먹잇감일 게 뻔했다.
같이 엮어서 뭐라도 추진해 보고 싶겠지.
밀리어스와 엮였다, 하면 뭐든 화제가 되는 게 현실이니까.
뭐, 이해는 되지만 난 그놈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서, 어떻게 아는 사이인 게야?”
“대표님.”
“흐흠, 그래, 그래!”
흐뭇한 얼굴로 헛기침을 뱉은 명훈이가 말을 이었다.
“아니면 한번 데리고 오는 건 어떠냐. 크흠, 내가 잘 아는 일식당이 있는데…….”
아주 집에 데려오라고 하지?
“흐흠, 기회가 된다면 한번 우리 회사에도…….”
진짜였냐.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신기를 의심합니다!]“……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명훈이의 반짝거리는 눈빛이 다이렉트로 꽂혀왔다.
샤라락!
잔뜩 아련한 낯짝을 걸친 나는 입을 달싹거리며 머뭇거렸다.
“무슨 말인데 그렇게 뜸을 들이나그래!”
나는 고개를 숙이며 말끝을 흐렸다.
“기대해 주시니 죄송스러워서…….”
“해온이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단 말이냐! 무슨 일이기에!”
“……연이 끊겼습니다.”
투욱…….
대표의 손에서 떨어진 고급 만년필이 허망하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미 머릿속으로 의현과의 친분을 이용해 큰 그림을 그려놨을 것이 분명한 명훈이가 세상이라도 무너진 듯한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어, 어, 어쩌다가 그, 그렇게 된 게야!”
별거 아닌 걸 말했다간, 소속사 대표가 직접 화해의 판이라도 깔아줄 기세다.
나는 테이블에서 티슈를 뽑아 눈가에 가져다 댔다.
쿡! 쿡! 쿡!
눈물 한 번 더럽게 안 나오는군.
눈알을 찌를 기세로 누르자, 건조한 눈알에 수분기가 차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고개를 45도 각도로 틀며 숙였다.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다, 다시는……?”
침을 꿀꺽 삼킨 명훈이가 달래듯 말을 이었다.
“……화, 화해할 가능성은 없, 없는 게냐. 내가 인생을 오래 살아보니, 인간관계는 종잡을 수 없는 것이야!”
끈질기군.
나는 생각만 해도 비통하다는 듯이 가슴팍을 퍽퍽 두드렸다.
“매스컴에 보이는 것과 다르게 정이 없고 사람을 잘 내치는 성격입니다. 보시다시피 저도 내쳐졌지 뭡니까!”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숨만 쉬면 나오는 당신의 사기 행각을 비난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그게 매력인 거라며 혀를 찹니다!]메시지를 흐린 눈으로 무시한 나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 정신 나간 놈이 어딘가에서 또 날 언급할 가능성이 있으니, 미리 대비해 놔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분이 저를 언급한대도, 그건 후배를 챙기는 이미지 메이킹일 뿐…….”
나는 시선을 내리며 목소리에 떨림을 추가했다.
“……이미 저는 끈 떨어진 신세입니다.”
“사, 사람은 겉만 보고 알 수 없다더니……!”
나는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명훈이가 바보라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