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17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78화(178/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78화
슬슬 일어날 각을 재고 있는데, 명훈이가 무언가 중요한 걸 잊을 뻔했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아! 마침 해온이 너에게 말할 게 있었는데, 크흐흠.”
“……?”
“혹시 연기에 관심이 있느냐.”
[수식언을 공개하지 않은 한 성좌가 귀를 쫑긋댑니다!] [수식언을 공개하지 않은 한 성좌가 당신에게 관심을 갖습니다!]……이건 또 뭐야?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만큼 뻔뻔한 인간을 본 적이 없다며, 아마 천직일 거라 주장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긍정합니다! 다재다능한 아이라며 흐뭇하게 미소짓습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질색하며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눈에 반짝임을 잔뜩 추가한 나는, 명훈이와 눈을 마주쳤다.
“대표님, 제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흐흠! 당연한 일인 것을!”
실제로 MH는 배우 소속사니, 아이돌 활동보단 배우 활동 쪽이 서포트해 주기 쉬울 것이다.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을 테고.
하지만 때가 아니다.
애초에 연기를 할 생각도 없다만, 지금은 애매하게 연기 노선을 탈 시기가 못 된다는 뜻이다.
나는 아쉬워 죽겠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룹 활동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거야 병행하면 되는 게 아니냐.”
“그렇기야 하지만 제가 아직 부족하니까요.”
이 어정쩡한 위치에서 연기는 독이다.
팬덤 내부에서 분열이 시작될 가능성도 농후하고, 러브라인이 있는 배역에 캐스팅되기라도 하면 그건 멸망 루트다.
“크흐흠, 당장 답하지 않아도 되니 천천히 생각해 보도록 해. 좋은 기회가 아니냐.”
끝까지 의견 철회는 하지 않는군.
내 앞으로 들어올 만한 배역이라도 있는 건가.
* * *
어느 기다란 복도.
가장 선두에 선 나는 한 교실의 문을 거칠게 열었다.
드르륵-!
그렇다. 여긴 컴백한 아이돌들이 한 번쯤은 거쳐 간다는 예능 프로그램.
<우리 학교에 어서 와>다.
솔직히 말하자면, 섭외가 들어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프로그램이라 무척 놀랐다.
참고로 이 프로그램은 확고한 대중성을 추구하는 만큼, 인지도가 없는 게스트는 출연시켜 주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이건 방송가에서 바라보는 라이트온의 위치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신호와 다름없다.
1군은 아직 멀었다만, 망돌 신세는 확실하게 벗어던졌다는 거겠지.
탁!
교탁에 가방을 내려놓은 나는 패널들을 보며 눈을 접어 웃었다.
“우리가 누군지 보여줄게.”
굉장히 낯부끄러운 대사.
내가 제정신이라면 이런 멘트를 칠 리 없다.
즉, 대본이라는 뜻이다.
이 프로그램의 전통이기도 하고.
게스트들은 등장과 동시에, 방금 나와 같은 멘트를 치며 자신을 어필한다.
가수는 노래나 무대로, 배우는 연기로 말이다.
곧바로 음원이 재생되기 시작했고, 몇몇 패널이 수군거렸다.
“나 전학생 알아! 라이트온이잖아.”
“쟤네 춤 지~ 인짜 잘 춘다! 나도 저거 잘 출 것 같지 않아?”
“미화부장, 양심 챙기자.”
이 프로그램의 특이점이라면, 패널들에게 모두 직함이 있다.
반장, 부반장, 선도부장, 미화부장, 신문부장, 연극부장 등등.
음원이 종료되기 무섭게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고, 우리는 교탁으로 향했다.
“우리는 라이트온이야. 잘 부탁해.”
“라이트온! 드디어 나와줬구나! 언제 나와주나 섭섭했어~”
지금까지 안 불러준 건 이쪽이면서 굉장히 어이없다.
하지만 속내와는 다른, 순한 신인의 얼굴을 걸친 나는 입을 뗐다.
“우리도 너무 나오고 싶었어. 그치?”
“맞아. 해온이가 맨날 나오고 싶다고 했어.”
류인의 말은 당연히 거짓이다.
잘 시간도 없는데, 예능 프로그램 챙겨볼 여유가 있을 리 없다.
류인과 눈이 마주친 나는 조금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면 갈수록 눈치가 느는 게 기특하군.
“이야~ 근데 전학생들 너무 잘생긴 거 아니야?”
반장의 멘트와 함께 사방에 위치한 카메라가 집중되는 게 느껴진다.
자, 여기서 제작진이 바라는 대로 ‘그런 소리 많이 들어’라고 당당하게 나간다면?
– 그치그치 너네 잘생겼지 ㅋㅋㅋㅋㅋ
– 근데 진짜 잘생기긴 했다
– 부정 안 하는 것도 미덕임
물론 그룹의 비주얼이 훌륭한 건 사실이니 대부분 이런 반응이겠지만, 어그로를 끄는 사람들에게 먹이를 줄 가능성 역시 농후하다.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은 반응 말이다.
– 벌써 연예인병 지랄났네 아이돌이 잘생긴 건 당연한 거지 그게 뭔 자랑이라고 ㅋㅋㅋㅋ
└ 냅둬 자랑할 게 얼굴밖에 없으시대잖냐~
그런고로 내 선택은 이거다.
나는 곧바로 낯짝에 수줍음을 걸쳤다.
“……그래? 칭찬 고마워. 너희도 잘생겼어.”
“뭐, 진짜로? 나 잘생겼어?”
“넌 그걸 믿냐!”
“아냐, 아냐, 진짜 잘생겼어.”
“거짓말 못 할 거 같은 애한테 물어보자! 윤재야, 우리 진짜 잘생겼어?”
“예! 어! 잘생겼어!”
“푸하하하하! 말을 왜 그렇게 해! 존댓말이야, 반말이야?”
패널들이 단체로 폭소하자, 차윤재가 소리쳤다.
“기, 긴장해서 그래!”
“그나저나 해온이는 아직까지 숨이 많이 차 보이는데?”
“그러게! 누가 해온이 물 좀 줘라!”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저 인간이 눈치 없게 사실을 고한다며 손가락질합니다!]“…….”
빠르게 표정 관리를 마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무가 조금 힘들어서.”
“그렇다기엔 다른 멤버들은 너무 생생한데?!”
“아냐. 얘네도 안 힘든 척하는 거야.”
“정말 그래? 거기 귀엽게 생긴 친구가 말해봐.”
“한 곡이니까 나는 엄청 힘들진-”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한수현의 등을 꼬집기 무섭게 한수현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진짜 힘든 것 같아.”
“근데 그래 보이긴 해~ 우리 신문부장이 아이돌 출신이거든!”
신문부장을 맡고 있는 이는 40대 초반의 남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돌 그룹 멤버다.
그룹 자체는 옛날 옛적에 해체됐지만 특유의 입담이 훌륭해서, 지금은 거의 예능인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내가 봤는데, 쟤네 안무 진짜 힘들어. 괜찮아 보이는 건 연습을 하도 많이 해서 그런 걸 거야.”
“이상하다?! 해온이는 많이 힘들어 보였는데?”
“해온이 너 연습 안 했구나!”
패널들이 건수를 잡았다는 듯 나를 몰아가기 시작했고, 그 분위기를 끊은 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아니야……!”
신유하가 고개를 휙휙 저었다.
“해온이는 연습, 열심히 해! 진짜로!”
“그래! 해온이는 그냥 체력이 좀 그런 거야! 우리 해온이 놀리지 마!”
나를 안은 최승하가 패널들을 향해 소리쳤다.
확실한 건 이 자식이 패널들보다 나를 더 놀리고 있다는 거다.
“오케이! 해온이는 연습을 열심히 하는 걸로 하고, 슬슬 이걸 살펴볼까?”
패널들 중 메인 진행자를 맡고 있는 반장이 책상 아래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들었다.
“우리가 전학생에 대한 걸 조사해 봤어.”
종이를 펄럭펄럭 넘긴 반장이 미간을 좁혔다.
“얼굴도 잘생겼고, 무대도 잘한다? 공평하지 않다? 밸런스 붕괴다? 왜 다 칭찬뿐이지?”
반장의 말에, 류인이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가?”
“이게 팬들 반응을 모아둔 거거든.”
“아하! 그렇구나! 스위치 사랑해요!”
“난데없이 팬덤 언급? 그냥 내가 부러워졌으니 벌점 1점.”
“아앗, 선도부장님 너무해요!”
“우리 동갑인데 존댓말? 날 늙은이로 취급하는 건가? 최승하 벌점 1점 추가.”
“선도부장 진짜 무서운 사람이네!”
최승하를 보며 하하 웃던 반장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근데 너네가 그렇게 잘해?”
나는 패널들을 빠르게 훑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자연스러움을 유도하려는 건지 초반을 제외하곤 아무런 대본이 없다.
그리고 이런 식의 진행 패턴은 굉장히 오랜만이다.
섭외 소식을 듣고 근 몇 달간의 회차는 대충 훑어봤거든.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주춤하는 모습? 좋지 않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없진 않지.”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곧바로 터진 함성에, 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는 듯이 싱긋 웃었다.
“전학생들 뭐야? 자신감 엄청난데?”
“역시 자신감은 얼굴에서 나오나 봐!”
“미화부장, 조용히 좀 해!”
“전학생들 기세에 질 수 없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미화부장이 우리가 서 있는 교탁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배를 쭉 내밀었다.
“너희가 그렇게 자신 있어?”
이런 프로그램이 처음이라 조금 당황한 듯한 류인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있어.”
“허어?!”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모로 기울인 미화부장이 등을 돌려 패널들에게 소리쳤다.
“얘네 혼내줄까? 아앙?”
“그래! 혼쭐내 주자!”
“맞짱 뜨자!”
“싸워서 이기는 편 내 편(?)”
패널들에게서 반응이 터져 나왔고, 미화부장은 다시 몸을 돌려 우리와 눈을 마주쳤다.
“우리가 춤은 붙을 사람이 없지만, 노래는 있어! 우리 선도부장이 노래 일짱이거든!”
선도부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이는 엄청난 고음역대를 소화하는 가수다.
여태껏 이 인간을 이긴 게스트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니까 말 다 했다.
심지어 선도부장을 이기면 복도 한편, 명예의 전당에 얼굴 액자를 붙여주기까지 한다.
작년엔 가수 게스트가 출연할 때 많이 나왔던 흐름이지만, 올해에 들어서 잘 나오지 않았던 도발인데…… 이게 나올 줄은 몰랐군.
“이봐, 애송이.”
선도부장이 의자에 껄렁하게 앉은 채로 손가락을 까딱이자, 최승하가 물었다.
“선도부장 맞아? 태도가 엄청 불량한데!”
“최승하, 벌점 1점.”
“여기 학교 이상해!”
“맞아. 여기 학교가 약간 불공평하네?”
“류인, 벌점 1점.”
“푸흡…….”
“유하야! 우리가 지금 이렇게 벌점을 받고 있는데 웃겨?”
손으로 얼굴을 가린 신유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유하, 상점 1점.”
“어?! 갑자기 유하한테 상점은 왜 줘?”
“내 맘이다.”
비장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선도부장이 목을 뚜둑뚜둑 꺾으며 교탁으로 다가왔다.
“여기 나랑 붙을 놈이 누구야?”
“와아! 선도부장 무서워!”
“최승하, 너냐?”
“하핫, 나는 기권!”
“류인, 너냐?”
“난 노래보단 춤에 자신 있어.”
선도부장은 우리 앞을 느릿하게 지나치며 소리쳤다.
“누구냐! 나와 붙을 놈이!”
“우리가 의리가 있지. 바로 불 것 같으냐!”
“승하 쟤는 뭐야? 말투가 사극이랑 섞였는데?”
“이야, 라이트온 의리가 넘쳐! 다들 지목 안 하는 것 봐!”
아무도 대답이 없자, 선도부장이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스스로 자백하거나, 나와 붙을 녀석을 알려준다면 상점 1점을 수여하마!”
“……? 해온, 형……!”
선도부장의 멘트와 동시에 누군가의 등을 떠민 나는 신뢰의 눈빛을 걸쳤다.
“선도부장님! 이 친구의 이름은 신유하! 저희 팀의 보컬입니다!”
“성해온 상점 1점!”
“감사합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기함합니다!] [성좌, ‘황금의 신’이 어떻게 이런 인간이 있을 수 있냐며 이마를 짚습니다!]순식간에 등이 떠밀려 앞으로 나가진 신유하의 동공에 지진이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 큰 결심을 한듯한 신유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우리 팀, 메인 보컬은 따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