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1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8화(18/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8화
잠에서 깬 멤버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나는 잠시 캠코더를 내려놓고 말문을 열었다.
“지금부터 친한 척을 해야 한다.”
……끄덕!
멤버들은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어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안 친해 보이는 그룹의 폐해를 설명한 덕이다.
나는 내려놨던 캠코더를 슬며시 손에 쥐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삑!
“멤버들을 모두 깨웠는데 이제 뭘 할까요?”
휘이잉, 마치 이런 효과음이 들리는 착각이 일 정도로 어색한 기류가 숙소를 휘감았다.
이 놈들도 카메라 앞에 선지 오래됐으니, 어색한 것이다.
삑!
녹화 중지 버튼을 누른 나는 멤버들을 바라보며 해사하게 웃었다.
이름하여 협박성 미소인 것이다.
파르르, 몸을 떤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삑!
“멤버들을 모두 깨웠는데 이제 뭘 할까요? 예, 당연히 숙소를 보여 드려야죠.”
마치 레크레이션 강사의 혼이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홀로 북 치고 장구 치고 꽹과리까지 쳐대며 말을 이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건가 강렬한 현타가 밀려왔지만, 영혼을 저 멀리 던져두고 나불거리니 생각보다 할 만했다.
“숙소 설명은 우리 막내가?”
갑작스럽게 한수현을 지목하고 캠코더를 들이대자 그는 난감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자고로 이런 자컨일수록 멤버 분량이 공평하게 나와야 하는 법이다.
음, 이렇게 당황할 줄 알았으면 시킬 거라고 미리 언질을 줄 걸 그랬나.
캠코더를 든 내가 응원의 의미로 활짝 웃어 보이자, 한수현의 동공이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이 부분은 편집해야겠군.
“수현이가 참 수줍음이 많아요. 그런 점이 귀엽지만.”
사아아-
내 멘트에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나는 나에게 꽂히는 수많은 시선들을 뒤로한 채 말을 이었다.
“수현이가 해주는 숙소 설명 듣고 싶으신 분?”
“와아~ 저요 저요 저요~”
“……저.”
“저도 굉, 굉장히 듣고 싶습니다!”
“저도요.”
이 녀석들, 어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 많이 하라고 했던 보람이 있다.
나는 짐짓 만족스러운 얼굴로 한수현에게 손짓했다.
얼른 멘트를 시작하라는 뜻이었다.
“그럼…… 네. 제가 소개해 볼게요. 여기는 저희 거실입니다.”
혼자 이러는 게 부끄러운 듯, 귀끝이 약간 붉어진 한수현이 말을 이었다.
“여기서 쉬기도 하고 으음…… 티비로 영화도 가끔 봅니다. 아, 그리고 여긴 저희 주방이고…… 저는 요리를 잘 못하는데, 다른 형들이 요리를 잘해요.”
한수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최승하가 화제를 이어받았다.
“와아 그러고 보니 화제의 인물~”
최승하가 추임새를 넣으며 말을 꺼내자마자, 나는 곧바로 포커스를 류인에게 맞췄다.
실제로 류인의 요리 실력은 SNS에서 꽤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잘하진 않는데, 으음.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슬슬 배고플 시간인데~ 화제의 요리 솜씨 좀 볼 수 있을까요~”
최승하가 벙글 웃으며 말하자 류인이 머쓱한 목소리를 냈다.
“어…… 가능한데, 마땅히 재료가 없어서…….”
* * *
캠코더엔 맑고 푸른 하늘의 모습이 가득 찼다가, 점점 앵글이 아래로 내려오더니 6명의 남자의 얼굴이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로 저희는 다 같이 장을 보러 왔답니다. 여기는 숙소 근처 마트 앞!”
마트 안으로 들어가며 적당히 말문을 열자 최승하가 류인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바로 멘트를 이었다.
“쉐프님~! 오늘의 메뉴는 뭔가요?”
전부터 느꼈지만, 눈치도 빠르고 티키타카도 굉장히 자연스럽단 말이지.
딱 필요할 때 멘트를 쳐준다.
류인이 조용히 대답했다.
“……카레?”
생각보다 평범한 메뉴 선정이었다. 휘황찬란한 요리일수록, 썸네일 어그로를 끌기 쉬워 기대했는데 조금 아쉽군.
그렇게 말하며 류인은 자연스럽게 야채 코너로 발걸음을 옮기더니 망설임 없이 장바구니에 야채들을 담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냥 마구잡이로 담는 것도 아니었다.
야채 하나를 골라도 이리저리 살피면서 개중에 상태가 좋은 것만을 담고 있었다.
‘아마 팬분들은 이런 모습…… 좋아하려나?’
스스로 건넨 물음이었는데, 곧바로 오타쿠 자아가 격렬하게 동의했다.
‘좋아하시는군……. 알겠으니까, 그만해라.’
흐릿한 낯짝으로 류인이 야채를 고르는 모습을 찍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최승하가 다가왔다.
“형! 저도 이거 잡아봐도 돼요?”
고개를 끄덕이며 캠코더를 넘기자, 녀석이 빙그르르 돌며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분량을 뽑기 시작했다.
“와! 안녕하세요~ 이렇게 하면 녹화되는 건가? 하핫, 이거 진짜 신기하네? 저~ 어는 승하입니다!”
최승하는 산책 나와서 신난 강아지처럼 마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멤버들에게 질문 세례를 날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내가 돌아다니기 귀찮았는데, 정말 기특한 놈이 아닐 수 없다.
“윤재 씨! 지금 뭐 하시나요?”
“아…… 그냥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구경 되세요! 그리고 윤재 씨 앞에 있는 그 과자 맛있으니까 삽시다!”
최승하는 정말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여기저기 말을 걸고 있었다.
“유하 씨는 거기서 뭐 하시나요~ 아까 저를 딱딱한 바닥에 던져 버리신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어라? 묵비권을 행사하시겠다는 건가요?”
최승하의 능글맞은 깐족거림에도 입을 다물고 있던 신유하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없습니다.”
“아! 면목이 없으시다고요?!”
“죄가.”
“허어……!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러면 저도 생각이 있거든요. 저희 팀의 솔로몬에게 물어보러 가겠습니다.”
곧바로 최승하가 긴 다리만큼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솔로몬?
도대체 언제부터.
“성로몬 님! 솔직히 누구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하시나요?”
“……음.”
나는 잔뜩 고민하는 듯한 모션을 취하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어차피 할 말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분량 뽑아야지.
“솔직히 형이 생각해도 유하가 너무했죠?”
“저는.”
내가 말문을 열자 녀석은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희가 또 룸메이-”
“유하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안 그래도 우중충한데 극도로 내성적이기까지 한 신유하랑 제대로 대화도 못 나눠봤는데, 벌써부터 담을 쌓을 필요는 없지.
……화들짝!
신유하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시선을 피했다.
내가 무슨 귀신이라도 되냐고.
“와아아…… 배신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더니!”
그렇게 말하고 녀석은 씩씩거리며 신유하에게로 다가갔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쿨하게 사과하겠습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나도 미안.”
무슨 법정 예능 찍는 것도 아니고.
둘을 지켜보던 나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흠, 그나저나 슬슬 소란스러워지는군.’
촬영 때문에 마스크도 벗고 나온 데다가 평소에 보기 힘들 정도의 잘생긴 남자들이 무려 6명씩이나 몰려다니니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연예인인가?”
“글쎄? 딸한테 보내봐야겠다.”
“뭐 찍나 본데?”
“유O버같은 거 아니야?”
“그렇다기엔 지나치게 훤칠한데.”
인지도가 없어서 그런지, 정확하게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으나 수군거림은 피할 수 없었다.
간간이 셔터 소리도 들리는 걸 보니, 몰래 찍고 있는 사람도 많은 모양.
하지만 기껏해야 동네에 있는 개인 마트라서, 주목을 받아봤자 그렇게 불편할 정도의 큰 관심은 아니었다.
* * *
“잠깐 이리로……”
“……?”
식재료 구매를 마치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은밀하게 류인을 방으로 이끌었다.
물론 캠코더는 끈 채로 말이다.
“무슨 일, 음. 그건 뭐야?”
내 손엔 곱게 포개져 있는 앞치마가 들려 있었는데, 저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양심이란 게 조금 저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아플 양심이 있었냐며 놀라워합니다!]‘…….’
“이거 선물인데.”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린 걸 건네자, 녀석은 네모 반듯이 접혀 있던 것을 촤르륵 펼쳤다.
펄럭!
분홍색 앞치마에 달린 레이스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허공에서 화려하게 펄럭였다.
“…….”
“…….”
일순간 민망할 정도의 적막이 휘몰아쳤다.
“……?”
한참 앞치마를 탐색하듯 바라보던 류인이 제 손에 들린 앞치마와 나를 민망할 정도로 연신 번갈아 쳐다보기 시작했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요리하는 게 취미 같길래 사봤다며, 나는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없는 말을 되는대로 나불대기 시작했다.
“……나 주는 거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눈알을 굴려 류인의 반응을 살폈다.
‘음. 아무래도, 욕먹으려나.’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그럴지도 모른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내 예상과 다르게 녀석은 속내를 유추할 수 없을 만큼 무덤덤한 얼굴로 앞치마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입기엔 너무 안 어울-”
“잘 어울릴 거 같은데.”
미안하지만 난 네 모습으로 화제성을 끌고 싶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지금 비겁하게 성공하고 싶은 거냐 묻습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본인과의 약속을 지키라고 말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코웃음을 칩니다!]아, 이 인간들 나 가지고 내기했었지.
“음…… 고마워.”
녀석은 정말 자신을 생각해 사 온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걸 어떻게 입냐고 핀잔을 주며 너나 입으라고 돌려줘도 할 말 없을 정돈데. 나였으면 받자마자 휙 던졌을 거다.
녀석은 내 계략과 성공에 대한 야망이 담긴 앞치마를 보관할 셈인지, 다시 곱게 접기 시작했다.
나는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오늘 입는 건 어떨까.”
“……음. 이걸, 지금?”
표정과 말투 모두 내키지 않는 듯 떨떠름했다.
“팬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걸 정말 좋아하실까 싶고, 잘 이해가 안 가지만…….
내 머릿속에 있는 이해성의 정보로 미루어볼 때 이건 된다.
“……이거를?”
누가 봐도 입기 싫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지!
[성좌,’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잠깐만.”
나는 녀석의 손에 들린 앞치마를 빼앗아 거부할 틈도 없이 몸에 두르기 시작했다.
“…….”
“정말 잘 어울린다.”
나는 엄지손가락을 처억, 들어 올린 채로 녀석의 얼굴을 살폈다.
“…….”
음. 누가 봐도 개소리하지 말란 표정이군. 쉽지 않다.
지원군이 필요하겠어.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분명 거절당하면 포기하겠다 하지 않았냐고 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낄낄댑니다!]나는 곧바로 문을 열고 누군가에게 손짓했다.
“저 불렀어요?”
한달음에 달려온 최승하가 문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곧 류인을 마주한 녀석이 바로 으하하, 배를 잡고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 형…… 너무 귀여운데요?”
“그래. 진짜 귀엽다니까……?”
나는 기밀 정보를 말하듯 진지한 얼굴로 속삭였다.
띠링!
[……그런가?(B)]가 발동됩니다!“……정말 귀엽다고?”
류인의 중얼거림에 가까운 말에, 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악랄함에 혀를 내두릅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본인이 옳았다며 깐족댑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이를 악뭅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200골드를 후원합니다!]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는 메시지를 꿈뻑꿈뻑 멍하니 바라본 나는 호오, 소리를 삼켰다.
뭐야, 내기라는 게…….
누가 이기든 간에 나한테 골드를 주는 거였단 말인가.
나는 허공을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선생님들, 또 내기 거실 건 없으신가요?’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거품을 물고 쓰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