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185)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85화(185/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85화
나는 약국으로 향하면서도.
그리고 또다시 건물 위로 오르면서도.
계속해서 상태창을 불러냈다.
‘상태창.’
‘상태창.’
‘상태창.’
‘상태창.’
수십 번의 확인 끝에, 나는 하나의 결론을 얻어냈다.
아직까지 오류가 복구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잘된 일이다.
나는 지금부터 내 목숨을 가지고 원하는 걸 얻어낼 심산이다.
그렇다고 죽을 생각은 전혀.
나는 확실히 살고 싶어졌으니까.
– 자네, 소중한 사람이 생겼잖나? 이전엔 겨우 하나였는데, 이젠 꽤 늘었군.
이 성좌는 내 속내를 완벽하게 간파하고 있으니 속지 않겠다만…… 다른 성좌들 몰래 내게 거래까지 제안한 이가 내 행동을 방해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게다가 시스템을 비롯한 다른 성좌들도 아직 쓸모를 증명하고 있는 나를 죽게 놔둘까?
그럴 리가 없지.
미션을 해내지 못했을 때면 몰라도, 지금은 아닌 것 같거든.
자조적으로 자문자답을 마친 나는 옥상에 올라 난간에 몸을 기댔다.
제법 아찔한 높이였다.
떨어지면 무조건 죽을 것 같은, 그런 층고 말이다.
참고로 성좌들은 내 속마음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완전히 읽지는 못하지만, 대략적인 나의 기분 따위를 읽어내는 걸로 추측 중이다.
그런고로, 나는 진지하게 뛰어내릴 생각을 해야 한다.
어쭙잖은 협박? 먹힐 리가 있나.
그 존재들이 등신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대도 조금 떨리긴 하는군.
그때 마침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스템의 복구가 완료됩니다!] [다수의 성좌가 시스템의 무능함을 지적합니다!] [시스템이 원인 모를 오류였다며 억울함을 표합니다!]나는 머릿속에 ‘뛰어내리겠다’라는 생각만 남긴 채, 다른 감정은 모두 지워냈다.
이레귤러 수준의 정신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본능이 자아내는 공포감이 있지만, 이런 데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공포감이 없겠는가?
다른 감정을 키워내면 되는 거다.
게다가 나는 지금 그닥 제정신이 아니라서 말이다.
나는 난간에 팔을 건 채, 마치 눕듯이 상체를 기울였다.
차디찬 바람이 머리칼을 흩날렸고, 사위가 태풍의 눈처럼 고요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을 지켜봅니다.]역시 이 또라이라면 그냥 지켜볼 줄 알았다.
더, 조금 더.
나는 계속해서 상체를 기울였고, 다리가 바닥에서 떠올랐다.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어깨를 툭, 치면 곧바로 떨어질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상태가 되자-
예상대로 메시지들이 연거푸 떠오르기 시작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경악합니다! 당장 내려올 것을 권합니다!] [수식언을 공개하지 않은 성좌가 이 장면을 흥미로워합니다!] [수식언을 공개하지 않은 성좌가 당신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며 즐거워합니다!]지금 내가 궁금한 건, 다름 아닌 이거다.
내가 라이트온을 1군으로 만들지 못하면 죽게 되는 미션을 받은 것처럼, 이해성에게도 시스템이 공작을 친 거라면?
이해성의 모든 행보를 응원하고 싶다만, 이걸 알기 전엔 글쎄.
세면대에 대가리를 박았을 때처럼, 권능인지 뭔지를 사용해 이 존재들은 나를 죽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게 확실하게 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일까?
방금도 이렇게 시스템 오류로 연결이 끊겼는데?
내가 그사이에 마음먹고 뛰어내렸으면 난 이놈들이 손쓸 틈도 없이 뒈졌을 거다.
우선 떠보도록 할까.
나는 허공을 향해 곱게 눈을 접어 웃었다.
“이건 선을 넘은 것 같은데.”
[시말서를 쓰던 시스템이 다급하게 달려옵니다!]순식간에 얼굴에서 표정을 지워낸 나는 말을 이었다.
“나야 이미 뒈졌다지만, 날 제대로 써먹고 싶었다면 가족은 건들지 말았어야지.”
[시스템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절대 아니라며 결백을 주장합니다!]나는 몸을 좀 더 기울였다.
무게중심이 아슬아슬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등에 땀까지 흐르는 느낌이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머릿속을 비웠다.
읽으려면 읽어보라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쇠로 이루어진 얇은 난간…… 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닿지 않아야 할 내 등에.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을 지켜봅니다.]“……!”
서둘러 놀란 얼굴을 갈무리한 내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아무래도, 저 성좌는 정말 다른 성좌들과 다른 편인 모양이지.
지금 무언가가 내 등을 받쳐주고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떨어져도 죽게 두지 않을 거라는 확신.
그 확신이 들자, 망설일 게 없었다.
나는 희미한 미소를 띠며 몸에서 힘을 뺐다.
다리는 바닥에서 떠올랐고, 시야가 뒤집히기 직전이었다.
오늘 비가 내린다더니, 먹구름이 그득하군.
정말로 몸이 기울기 직전, 띠링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스템이 ‘이해성’과는 특성을 제외한 접점이 없다고 단언합니다!]오호라.
‘가족’이라는 말 외엔 꺼내지도 않았는데, 꽤 급한 모양이다.
사실…… 당장에라도 성좌들이 권능을 쓴다면 내 행동을 막을 수야 있겠지만, 추측하기론 인간계 개입엔 큰 소모가 따른다.
그러니 대뜸 나서기보단 메시지로 설득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리스크를 지기 싫다는 거지.
끼릭-
난간을 강하게 쥔 나는 몸을 바로 하며 허공으로 시선을 던졌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수식언을 공개하지 않은 한 성좌가 반전과 스릴이 담긴 장면에 환호합니다!]“그런 말로는 못 믿겠는데.”
‘거짓말일지 누가 알아?’라고 덧붙인 나는 어서 다음 패를 꺼내보라는 듯, 조용히 허공을 바라봤다.
[시스템이 이대로면 시말서 지옥에 갇히게 될 거라며 절규합니다!] [시스템이 세면대의 악몽을 떠올리며 괴로워합니다!] [시스템이 반복된 오류 때문에 이러는 거냐며 재차 사과합니다!]……역시 시스템도 오류의 존재만 인지하고 있을 뿐, 내가 무엇을 보고 왔는지 모르고 있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소수의 성좌가 경악하며 손가락질합니다!] [다수의 성좌가 한 성좌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합니다.]알 수 없는 메시지가 떠올랐고, 나는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내 눈앞에 하나의 메시지가 더 떠올랐기 때문에.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자신의 신성을 걸고 보증인을 자처합니다.]‘신성’을 건다는 게 보통 미친 짓이 아닌지, 성좌들의 기함 섞인 메시지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한 가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고, 내 질문은 당연히 정해져 있었다.
* * *
한편.
성해온의 부탁을 받은 신유하는 연습실 앞에 우뚝 선 채, 결연한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솔직히 거짓말은 자신 없지만…….’
“할 수 있어……!”
드르륵-
하지만 연습실에 발을 딛기 무섭게, 신유하의 동공이 안타까울 정도로 팽글팽글 돌기 시작했다.
멤버들의 질문 공세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간신히 제정신을 차린 신유하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을, 만나러…….”
“으음? 대표님 오늘 회사에 안 계신데? 아침에 나가시는 거 마주쳤어.”
“……! 대, 표님을 만났다가, 잠깐 밖에 급한 일이……!”
“그 형이 급한 일이 있다고?”
“……친구.”
당황한 신유하의 대답에, 한수현이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해온 형은 친구가 없으신데.”
“맞습니다! 그 형님은 저희 빼고 친구가 없으십니다!”
몰아치는 팩트폭력에 신유하가 속으로 거의 울고 있을 때쯤, 누군가가 신유하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진짜로? 거짓말이면, 해온 형 갑자기 우산도 없이 비 맞는다.”
“우, 우산도 없이……?”
“오늘 비 쏟아진다는 거 봤지? 룸메이트의 안위를 챙기고 싶다면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걸~”
속삭이는 최승하에, 신유하가 눈을 질끈 감았다.
“거짓말 아니야……! 진짜, 친구만 만나고 온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과광!
연습실 창이 번쩍임과 동시에 천둥소리가 울려 퍼진 것이다.
* * *
“……?”
옥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회사로 돌아가는 길, 갑작스레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쫄딱 젖는 건 당연했고, 정신 나간 폭우는 대각선으로 치며 내 면상을 사정없이 후렸다.
“……무슨 비가 이렇게, 프븝.”
잠깐 중얼거린 사이에 입에 빗물이 잔뜩 들어올 정도니 말 다 했다.
편의점까지 고난의 행군을 마친 나는, 흐릿한 낯짝으로 구매한 우산을 펼쳤다.
아, 그리고 질문의 답은 나왔다.
열받긴 하지만 믿을 만한 보증인이 끼기도 했으니 확실하다고 봐야겠지.
내게 이해성의 오타쿠 자아를 심어준 [K-pop 망령의 눈(A)]의 히든 특성을 제외하면, 시스템과 이해성 사이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말이 사실로 밝혀졌다는 소리다.
따라서 이해성의 행보는, 온전히 이해성의 선택.
나는 작게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 * *
그 시각, 이해성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내가 뭔, 실수라도 한 건가?’
자신을 마주치자마자 얼굴이 싹 굳었지 않은가.
“흠.”
떠오른 하나의 가정에, 이해성은 정재진의 책상을 두드렸다.
“이번에 제가 활동 의상 기획을-”
“아! 무조건 벗겨야 된다고 하셨던?”
“……벗겼다기보단, 등 좀 드러내고, 배 좀 보이고 한 거죠.”
이해성이 정재진에게 시선을 보냈다.
“혹시 그게 좀, 아니었던 걸까요? 불쾌했다거나.”
“에이!”
곧바로 이해성의 말을 자른 정재진이 하하, 웃었다.
“그럴 리가 없죠! 의상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셨는데요.”
그렇다.
성해온은 그런 의상을 보자마자, 속으로 무한한 감탄을 내뱉으며 정재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이대로만 해달라고 할 정도였는데요. 웬만하면 다른 멤버들 위주로 그런 의상 디자인해 달라고…… 정말 그렇게 팀원들을 챙기는 리더가 어디 있을까요?”
“……?”
그게, 챙기는 건가?
그건 자기가 입기 싫어하는 거 아닌가?
이해성은 떠오른 의문을 접어둔 채,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해성 씨 아이디어인 것도 아는데, 싫어할 리가 있나요. 그냥 컨디션이 안 좋으셨던 것 같으니 걱정 마세…… 에에?”
……벌떡!
말을 마치지 못한 정재진이 경악 섞인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쏜살같이 달려 나가는 정재진에, 이해성은 물음표를 띄웠다.
“뭐야?”
그리고 몇 분 뒤, 둘은 동시에 눈을 부릅뜨게 된다.
“……그러니까, 이걸 저한테 주시겠다고 오셨다고요? 그리고 대리님한테 이것만 전해주시고 바로 가셨고?”
말을 마친 이해성이 눈을 힐끔 돌려 창문을 바라봤다.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데요?”
“이걸 사러 나가신 게 틀림없습니다. 역시 상냥하신 분! 완전히 비에 젖으셨던데…… 아이고.”
완전한 헛다리였지만, 정재진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해성 씨한테 잘 부탁드린다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정재진은 할 일이 있다며 떠났고, 이해성은 곱게 포장된 박스를 열었다.
신기하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맛만 들어 있는 쿠키 세트였다.
그냥 낯가린 거였나.
하마터면 오해할 뻔했군.
지익-
포장을 제거한 이해성은 쿠키 하나를 입에 넣었다.
“맛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