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18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88화(188/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88화
“예, 프로듀서님.”
나는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댄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렇군요.”
당연하게도 전화를 건 사람은 없다.
그렇다.
나는 강찬혁을 팔아먹을 심산이다.
간편하게 메시지로 대화하며 한수현을 제외한 녀석들을 끌어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글쎄.
한수현의 눈치는 굉장히 좋은 편이라, 차윤재나 신유하 같은 놈들이 조금만 버벅대도 알아챌 게 뻔하다.
즉,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꽹가리까지 치며 이놈들을 전부 속여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군요.”
나는 진지한 얼굴로 미간을 좁혔다.
“어쩔 수 없죠. 괜찮습니다. 예, 멤버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뚝.
전화가 끊긴 척을 하기 무섭게, 다섯 쌍의 시선이 모여들었고, 나는 신뢰의 낯짝을 걸친 채 입을 열었다.
“우리 연말 무대 용으로 녹음한 거, 좀 문제가 생겼다는데. 잠깐 가서 추가 녹음 몇 개만 하면 될 것 같고.”
내 말에 멤버들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쉼 없이 지속된 연습으로 흐르는 땀방울을 훔친 한수현이 나에게 시선을 보냈다.
“해온 형, 저는 내일 새벽에 추가 녹음 있으니까 그때 할게요.”
역시.
나는 살짝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진정시켰다.
내일 이른 새벽, 한수현의 개인적인 추가 녹음이 잡혀 있던 게 기억나서 일부러 꺼낸 말이니까.
사실 이 녀석의 연습 중독은 혀를 내두를 수준이라, 요즘은 거의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한다.
이전보단 확실히 덜해졌지만…… 지금도 연습중독자 수준이란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한수현이라면 무조건 이렇게 나와줄 줄 알았다.
어차피 내일 녹음실 일정이 있으니, 효율적으로 연습 시간을 확보하고 싶어 하겠지.
“다들 겉옷 입고 따라와. 매니저님도 불러놨으니까.”
“예!”
“좋아요~ 수현아, 올 때 맛있는 거 사 올게!”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갔다 와요……!”
사옥의 주차장에 당도하자, 멤버들이 하나둘씩 물음표를 띄우기 시작했다.
“으음? 매니저님 안 계시네? 오고 계시는 중인 건가?”
“그런가 봐……!”
“매번 일찍 오시던 분이라, 조금 어색하네.”
류인의 말에, 추위를 타는 모양인지 차윤재가 손을 샥샥 비비며 끄덕였다.
“금방 오실 겁니다!”
“아니, 안 오신다.”
휘이잉…….
잠깐의 정적 끝에, 멤버들의 얼굴이 미리 맞추기라도 한 듯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마치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듯이.
* * *
“허어어어? 진짜 이 형 은근 스윗하다니까? 갑자기 웬 파티?”
차마 정신 나간 성좌 때문이라고 답하지 못한 나는 입을 꽉 다물었다.
“부끄러우니까 입 닫는 것 봐. 요, 요, 요, 귀여운 형~”
사색이된 신유하가 최승하의 옷을 잡아당겼다.
“너, 그만해……!”
친구의 목숨을 연명시켜 주려는 눈물겨운 의리였으나, 글쎄.
퍽!
“와! 진심으로 때렸어!”
단발마의 비명을 지른 최승하가 억울하다는 얼굴로 류인에게 다가갔다.
“형, 팔꿈치로 맞으면 아픈 거 알죠. 방금 근데 봤어요? 진짜 팔꿈치로!”
“그래. 해온아, 그건 좀 아팠 …….”
아마도 ‘아팠을 거야’, 라고 최승하의 편을 들어주려던 류인의 시선이 나와 부딪혔다.
타앗!
그리고 나는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연락ㅊ-”
잠시 놀란 얼굴이 된 류인이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근데 내가 앞에서 들어보니까 승하 네가 조금, 음.”
“흐으음~? 왜 갑자기 둘이 시선 이렇게, 어? 교환하더니 말이 바뀌지? 뭐야?”
나는 혀를 끌끌 차며, 최승하를 떼어냈다.
“쟤 버리고 얼른 가자.”
“예, 좋습니다!”
“같이 가! 너무해!”
짤랑-!
잡다한 물품을 파는 가게의 문을 열자, 문에 달린 벨이 울렸다.
곧바로 이벤트 용품 코너로 향한 나는 바구니에 물건을 마구잡이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어어엉? 이걸 다 사겠다고요? 근데, 와아아~ 풍선이 엄청 다양하네요.”
“……! 생각보다 본격적이십니다! 근데 이걸 시간 내에 준비할 수 있을지…….”
차윤재의 우려에, 나는 곧바로 고갤 끄덕였다.
“기획팀 분들이 도와주시겠대. 할 수 있어.”
“오오! 그렇습니까!”
“이거 선글라스도 사요! 수현이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그때 케이크와 촛불 모양 장식이 올라간 선글라스를 쓴 최승하가 헤헤 웃으며 그것을 바구니에 밀어 넣었고, 나는 결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자, 이제 준비하러 가볼까.”
* * *
그 시각, 스위치들은 의문의 사진을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 목격담 뜬 건데 나만 우리 애들같음? (사진)
└ 차윤재 성해온 류인 최승하 신유하 < 이 순서 아님? 수현이만 없는 것 같은데 ㅋㅋㅋ
– 아니 마스크랑 모자 챙겨 쓰면 뭐 해 100미터 뒤에서 굴러가면서 봐도 라이트온임
길을 걷고 있는 사진이 찍힌 것이다.
팬들은 류인의 손에 들린 쇼핑백에 주목했다.
– 뭐 하나? 뭐 하나? 뭐 하나?
└ 설마 생파? 그래서 수현이만 없는 거 아님?
└ 와 그거 맞는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바쁜 시기에 다섯 명이 우르르 나왔다? 스읍 이건 백퍼지
└ 우리 눈치껏 모르는 척해주자~ ^^ (신남)
그렇다.
……스위치들의 눈치는 무척이나 빨랐던 것이다.
* * *
그리고 같은 시각.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서프라이즈 파티를 주관한 당사자는 습관적으로 SNS를 살피다가 자신과 멤버들의 사진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
정말 꽁꽁 싸매서, 잠깐 나갔다 온 건데 이걸 눈치채시다니.
일부러 유동 인구가 없는 길목으로만 다녔는데 말이다.
심지어 팬분들은 금세 알아본 듯 말하시지만, 정말 눈만 나온 정도라 솔직히 말하자면 이걸 단번에 알아채신 게 놀라울 정도다.
그리고 내 뇌리엔 단 세 글자만이 강렬하게 스쳤다.
바로 ‘X됐다’라는 생각 말이다.
스윽…….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곧바로 파티를 준비하던 회의실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나갔다.
……지금 필요한 건 스피드였다.
X발.
“형님! 어, 어, 어디 가십니까!”
“저 형 풍선 불기 싫어서 도망치는 거 아니야?”
“너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려…….”
“으음? 유하야! 뭐라고?”
“떨어져…….”
작게 들려오는 멤버들의 외침을 뒤로하고, 나는 연습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래층에 붙잡혀 있는지, 엘리베이터는 올 생각이 없었고 내가 선택한 답은 비상계단이었다.
“……허억.”
풍선 불 때도 호흡이 딸려 뒈질 뻔했는데, 뛰기까지 하니 숨이 넘어갈 지경이군.
빌어먹을 몸뚱어리 같으니라고.
잠시 자리에서 멈춰 숨을 몰아쉰 나는 곧바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수현이 SNS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걸 보기라도 하면 곧장 퀘스트 실패다.
드르륵!
연습실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기 무섭게, 한수현의 동그란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피가 차게 식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지금 한수현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기 때문에.
* * *
11월 21일.
한수현의 생일을 담은 커다란 숫자 풍선 네 개가 벽에 붙었고, 각종 화려한 장식이 그 주변을 꾸몄다.
“오오! 생일 파티 분위기가 납니다!”
“와아, 이제 케이크랑 이런 거 세팅만 하면 되겠는데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저, 저기!”
신유하의 외침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고, 신유하는 메시지가 떠오른 스마트폰을 치켜들었다.
[ 빨ㄹ; 됐ㅅ어? ]“메, 메시지가 엄청 다급해 보입니다!”
“이 형이 읽씹하거나 단답은 보내도 이렇게 오타 만발을 하는 형이 아닌데!”
“큰일이 있는 게 트, 틀림없습니다!”
“그러게, 혹시 수현이가 눈치챘나?”
잠시 흠, 소리를 낸 류인이 곧바로 고갤 들었다.
“유하야, 해온이한테 준비 다 됐다고 해. 이 정도면 얼추 다 된 것 같으니까.”
“사실, 이미 데려오겠다고, 문자가…….”
“이 형 진짜 급하네! 이상하다? 왜 이렇게 급하지?”
성해온의 사정을 알 리 없는 최승하가 기겁하더니, 이내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윤재야! 넌 케이크 세팅하고, 형이랑 유하는 이거 마저 붙여주세요. 저는 해온 형이 타이밍 맞춰서 라이브 켜라고 했으니까, 그거 준비할게요.”
커다란 테이블 앞에 놓인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끼운 최승하가 멤버들을 돌아봤다.
“자아, 켜겠습니다아아~!”
– 알림 떠서 놀랐는데 지지진짜 라이브네 얘들아 안녕 ㅠㅠㅠㅠ
– 헉 수현이 생일파티?
– 진짜 잘생겼다
“여러분, 오늘 누구 생일인지 아시죠?”
– 당연이 알지 우리 깜찍이 생일인데 내가 모르겠니
“맞아요, 흐핫! 우리 막내 생일이라 멤버들이랑 같이 준비했어요. 이제 해온 형이 수현이 데리고 올 거예요.”
– 서프라이즈야?!?!
“서프라이즈, 맞아요……!”
“근데 음, 솔직히 수현이가 속아줄지 모르겠어요.”
“맞습니다! 저희끼리 내기해 보는 게 어떻습니까? 눈치챘는지 안 챘는지요!”
– 정리합니다!
막내가 눈치챘다파 : 차윤재, 류인
막내가 눈치 못챘다파 : 최승하, 신유하 ㅋㅋㅋㅋㅋ 과연 어떻게 될지?
– Eng Plz 🙁
* * *
멤버들이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을 무렵, 나는 한수현의 등을 꾹꾹 밀었다.
“해온 형, 어디 가시는 건가요?”
“정 대리님이 잠깐 뵙자던데.”
“그렇군요. 근데 아까부터 해온 형은 식은땀을 왜 이렇게 많이 흘리시는 건가요?”
“…….”
차마 회의실에서 연습실까지 정신 나간 놈처럼 뛰어왔다고는 말할 수 없어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 이 녀석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던 이유는, 찍어뒀던 연습 영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고로, 이 녀석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제 스마트폰은 왜 가져가서 돌려주시지 않는 건지 궁금해요.”
나는 뻔뻔한 낯짝으로 입을 열었다.
“전자파는 성장에 좋지 않아.”
“……역시 가족이란 사소한 것도 걱정해 주는 거네요.”
쿡! 쿡!
감동받은 듯한 얼굴에, 없다시피 한 양심이 찔려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은 혹시라도 눈치챌까 봐 뺏은 거니까.
“그런데 해온 형 스마트폰에 아까 U라이브 알람이 반짝이던데요.”
“다른 아이돌 구독해 놔서 그래. 항상 공부해야지.”
“역시 형은 매사에 열심히시군요. 본받겠습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본받을 게 따로 있지, 절대 안 된다며 경악합니다!]흐릿한 낯짝으로 걷다보니 어느덧 파티가 준비된 회의실에 당도했고, 멤버들과 사전에 맞춘 암호를 따라 문을 세 번 두드렸다.
똑똑똑.
그러자, 문이 열림과 동시에.
팡!
생일 폭죽이 터지며 색색의 종이가 한수현의 머리칼 위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한수현은 잔뜩 꾸며진 회의실 안을 조용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11월 21일…….”
숫자 풍선을 보고 작게 중얼거린 한수현이 난데없이 등을 돌렸다.
“잠깐만요.”
– 수현이 덤덤한 거보면 눈치챈 듯? 윤재와 류인이 승리인가?
– 제가 보기엔 아기토끼 놀란 것 같은데요 ㅠㅠㅠㅠ
– 저는 중국의 팬입니다. 저희의 말을 할 줄 아십니까?
– 그 와중에 수현이 옆에 해온이 왜 이렇게 얼굴이 심각함?
나는 곁눈질로 아직도 등을 돌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녀석을 유심히 살폈다.
“……?”
뭐지.
이 녀석이 회의실, 그러니까.
서프라이즈 파티가 준비된 공간을 마주하자마자 내겐 퀘스트 성공 알림이 떠올랐다.
그 말인즉슨, 연습에 몰두하느라 자기 생일이고 뭐고……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는 건데.
‘흠.’
솔직히 말하자면, 보자마자 반응이 터질 줄 알았는데 말이다.
매일 가족, 가족 하며 사소한 것에도 의미 부여를 하던 녀석이니까.
우선 라이브도 진행 중이니, 계속 회의실 문턱에 세워둘 순 없지.
나는 한수현의 어깨에 손을 올린 뒤, 안으로 밀어 넣었다.
척! 척!
멤버들의 손길로 순식간에 한수현의 머리엔 고깔이 올라왔고, 얼굴엔 선글라스가 씌워졌다.
“짜자자잔~! 자, 자, 자, 잠깐.”
답지 않게 말을 버벅거린 최승하가 경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