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189)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189화(189/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189화
“……?”
내 고개가 서서히 기울어졌다.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이벤트용 선글라스.
그러니까, 하얀 케이크와 촛불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선글라스 아래에서…….
후두둑.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쪽 뺨은 흥건하게 젖어든 지 오래였고, 한수현이 고개를 숙이자 바닥에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요즘 이 녀석의 행동을 봤을 때, 눈물을 보일 수도 있겠다고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눈물을 쏟는 건…….
음.
……예상 못 했는데?
* * *
– 오늘자 라이브 이거 공짜로 봐도 되는 거임? 눈물 콸콸 아기 깜찍이 미남과 입 떡 벌어져서 막내 어화둥둥 시전하는 다섯 미남을 내가 꽁으로 봐도 되는 거냐고
– 성해온 그는 대체… (칭찬임)
└ 진짜 난 아직도 이 남자의 정체를 모르겠음 항상 뛰는 오타쿠(스위치) 위에 날아다니는 성해온 있다고
– 라이브 길게 해줬는데도 너무 여운이 남음… 당연함… 라이트온은 신임…
└ 대체 무슨 논리야 진짜 근데 인정함
– 한수현 프사들 단체로 성해온한테 고마워하고 있는 거 ㅈㄴ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라이브가 끝난 뒤, 퉁퉁 부은 눈을 껌뻑인 한수현이 케이크를 먹던 포크를 내려놨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흉하게 운 것 같아요.”
알고 보니 이 녀석, 회의실 내부를 보자마자 정신이 반쯤 나가서 라이브를 촬영하는 스마트폰을 보지도 못했다고.
그 눈치 빠른 녀석이 말이다.
“……스위치들이 보고 있는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참았을 거예요.”
“근데 이건 해온 형님이 너무하셨습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그 의견에 깊이 공감합니다!]아, 이 녀석들이 이러는 이유는 내가 한 행동 때문이다.
잠시 회상해 보자면…….
– ……저, 잠깐만 세수하고 올게요.
– 어딜 가.
– 꼴이 너무 흉해서요.
– 흉해? 누가? 네가?
– 네, 지금 얼굴이 스위치들한테 인사드릴 정도가 아닌…….
나는 정색하며 한수현의 손목을 낚아챘고, 이 녀석은 영문도 모른 채 내게 끌려왔다.
그 와중에 나는 이 녀석이 얼굴을 피하지 못하게 양 볼을 손으로 꽉 잡은 채, 라이브로 중계되는 카메라 앞으로 대령했다.
– ……! 설마, 라이브.
– 와하하, 수현이 설마 몰랐어?
– 진짜 몰랐나 봅니다! 지금 눈이 두 배는 동그래졌다고 채팅창에서 난리입니다!
나는 싱긋 웃으며 당황한 한수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저희 팀 불만즈, 불어터진 만두즈의 새 멤버입니다.
– ……! 해온 형, 잠깐 이 손 좀. 방금 너무 울어서 제 꼴이……!
– 저 형 진짜 너무하네! 잔인한 것 봐! 으음, 근데 스위치들이 엄청 좋아하는데? 댓글을 볼 수가 없어. 너무 빨리 올라와서.
– 진짜, 좋아하셔……!
대충 이렇게 된 일이다.
멋모르는 멤버들은 생일자를 공개 처형시키는 게 어딨냐며 기함했지만, 이건 굳이 따지자면.
이로운 공개 처형이었지.
끄덕…….
나는 양심 없는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 [한수현아기햄스터연대] 대표로서 성해온 군에게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볼 찌부 + 얼빡 + 오열 햄스터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한수현아기햄스터연대] 대표로서 선언합니다. 저희 [한수현아기햄스터연대]는 앞으로 성해온 군을 강력하게 지지하겠습니다.
봐라, 한수현의 팬분들이 가장 좋아하고 계시지 않은가.
게다가 라이브 자체의 반응도 좋다.
순정만화 남돌 이후로 이렇게 화제가 된 라이브는 오랜만이다.
키워드도 ‘사이 좋은 그룹’으로 퍼지고 있고 말이다.
히죽…….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의 따뜻한 마음에 감탄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따뜻한 마음의 뜻을 모르는 것 아니냐며 격분합니다!]내가 흐릿하게 뜬 눈으로 메시지들을 무시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정말 감사해요. 형들.”
“하하, 오늘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는 거야? 세볼 걸 그랬다.”
류인의 말에, 한수현이 입꼬리를 작게 당겼다.
“생일에 이렇게 축하받은 거, 처음이거든요.”
“……!”
“사실 생일에 별 의미 부여를 한 적이 없었는데…… 좋은 날이었네요. 생각보다.”
회의실이 잠깐의 정적으로 휩싸였고, 이내 멤버들이 동시에 한수현을 부둥켜안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타인과의 스킨십에 불쾌감을 느끼는 나는 진즉에 벽 쪽으로 빠졌고 말이다.
“형들, 저리 가세, 으윽.”
“우리 귀여운 막내! 뽀뽀 몇 번~?”
“0번. 저리 가세요. 숨 막혀요.”
“으아악! 형님 입술이 저한테 닿았습니다!”
“뭐? 윤재야, 부러우면 말을 하지 그랬어. 내 입술 비싸지만, 윤재한테라면…….”
“오, 오, 오지 마십, 으아아아아!”
* * *
그리고 그날 밤, 여러 팬덤의 SNS가 떠들썩해졌다.
– 와 드희콘 출연진 개짱짱하다 웬만한 돌들 다 나옴
– 미쳤다 진짜 이 정도면 11월 버전 연말 무대네
[DREAM 희망 콘서트]간략하게 줄여서 드희콘이라고 불리며, 기부라는 목적이 있는 커다란 규모의 콘서트다.
각종 기업들의 스폰서를 받아 초청 라인업이 예년보다 화려해졌다.
그리고 장소가 공개되자, 팬들은 경악했다.
– 뭐야? 이번엔 왜 야외에서 함?? 게다가 임진각? 너무 좋은데 ㅁㅊ
– 진짜 임진각 야외무대임? 절대로 참석 응응
무척 설레는 일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팬들의 걱정을 일으켰다.
기온에 관계없이, 무대의상은 얇을 테니 말이다.
– 아 진짜 이런 진행 좀 안 하면 안 되나 실내에서 해도 되는 걸 왜 굳이 야외에서 함
– 울 애들 감기 걸리지 말아라ㅠㅠ 소속사 제정신 머리 있으면 애들 잘 챙겨
하지만 물밑 고인물들은 걱정과 동시에 두근거림을 감추지 못했다.
– 랕깅이들한텐 미안한데 너무 기대돼 얼마나 끝내줄까
– 추워서 벌게진 얼굴 + 몸도 끝내주는데 입에서 나오는 김까지 합쳐지면 진짜 개쩌는 컷 나온다 두고 봐라 이거 진짜다
– 난 쓰레긴가 봐 걱정되는데 너무 좋아 레전드 갱신 예약이라고 오타쿠로서 참을 수 없음
– 근데 겨울 야외무대는 진짜 실패할 수가 없음 ㄹㅇ 주최 측 잘알이다 어케 이걸 임진각에서 할 생각을 하냐
* * *
“잘 어울리네요~ 역시 무슨 색 머리를 하든 간에 제일 눈에 익은 건 원래 머리색이에요.”
샵 스태프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익숙하긴 합니다.”
오늘은 연말 무대를 앞두고 머리를 재단장하는 날이었다.
머리에 색을 입힌 멤버들은 단체로 뿌리 부분의 탈색과 염색을 진행하고 있었고, 나는 원래 머리색으로 돌아왔다.
머리칼이 너무 상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좀 퍼석해졌다만 느꼈지, 별다른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많이 손상됐다나 뭐라나.
그래도 아직은 버틸 만해서 추가 탈색을 감행하려다가, 샵과 예산을 조율하는 사측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무산됐다.
“…….”
정재진이 목소리를 냈을 게 틀림없다.
나는 미묘한 얼굴로 흠, 소리를 냈다.
‘내가 뭘 해줬다고 그러는지.’
가면 갈수록 이상해진단 말이지.
원래도 내 말을 잘 반영해 주긴 했다만, 이제 거의 생명의 은인 수준으로 따르는 수준이다.
“형, 빨리 끝났네요?”
옆자리에 앉아 있던 최승하가 드라이까지 마친 내 머리칼을 자신에 손가락에 돌돌 감았다.
“스위치들이 형 블루베리라고 부른다면서요? 블루베리 컴백했네! 블루베리 블루베리~”
“떨어져라.”
“으음? 말하는 블루베리라니, 제보해야겠다.”
지나가던 신유하의 옷자락을 잡은 최승하가 입을 열었다.
“유하야, 너 말하는 블루베리 본 적 있읍, 으븝, 븝.”
* * *
“아이고, 오늘 진짜 눈이 오려나. 엄청 춥네요. 패딩을 입어도 추운데, 여러분 야외무대가 걱정이네요.”
이른 새벽.
우리를 픽업하러 온 매니저가 몸을 잘게 떨었다.
“아직 주차장이라 그런지 저는, 허억!”
매니저의 패딩에 손가락을 댄 차윤재의 눈이 땡그래졌다.
“어, 엄청 차갑습니다! 오늘 날씨가 무척 추운가 봅니다!”
“맞아요. 밖에 나가면 어마어마할 거예요. 다들 따뜻하게 잘 입으셨네요.”
“하핫, 저희 정도면 눈사람 아니에요?”
– 해온 형, 잠깐만요. 이 옷을 다 입으란 말씀이신가요?
– 당연하지. 이제 연말무대가 코 앞인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껴입는 거 아니에요? 패딩에 팔 안 들어가겠어!
– 빨리 안 입으면 내가 입힌다. 얼른 이거 다 걸쳐. 욱여넣으면 다 들어가.
– 흠, 형한테라면 강제로 입혀지는 것도 괜찮을지도?
– ……넌 그냥 맨몸으로 나가든지, 알아서 해라.
성해온의 적극적인 감기 방지 의상으로 꽁꽁 싸매진 멤버들은, 정말로…….
“하하! 듣고 보니 정말 눈사람 여섯 개 같네요!”
매니저가 한참을 웃더니 핸들을 잡았다.
“다들 옷을 얼마나 입으신 거예요?”
“팔을 굽히기 힘들 정도로 입었습니다……! 솔직히 지금 조금 덥기까지 합니다!”
“근데 좋은 선택이에요. 감기라도 걸리면 억울하잖아요. 자, 출발합니다.”
목적지는 파주의 임진각 야외 공원이었다.
* * *
“──분! 여러분!”
무의식중에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느릿하게 눈을 떠올렸다.
“……도착했네요.”
“아까 샵에서도 엄청 피곤해하시길래, 더 주무시게 두고 싶었는데…… 슬슬 대기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아이고, 요즘 많이 피곤하시죠?”
아이돌이란 직업에서, 연말은 그야말로 특수다.
온갖 시상식과 무대가 줄지어 있는데 쉴 틈이 있을 리가.
다시 말해, 지옥의 연습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잠이 깨지 않아, 칙칙한 낯짝으로 밴의 뒷문을 열었다.
드르륵-
멤버들이 시트에 몸을 기댄 채 거의 기절하듯 잠에 빠져 있었다.
요즘 평균 수면 시간이 3시간에서 4시간 남짓이니 이럴 만도 하지.
무척 안쓰러운 광경이었다만, 이제 일어날 시간이다.
내가 멤버들의 몸을 펄럭펄럭 흔들자, 몇몇 녀석들이 눈을 번뜩 떠올렸다.
“허으어, 스위치 감사합, 으어, 형님? 도…… 착한 모양이군요.”
“1위 꿈이라도 꾼 모양인데.”
“그, 그걸 어떻게!”
기겁한 차윤재가 이내 나를 올려다봤다.
“……비밀로 해주십시오!”
“너 하는 거 봐서, 옆에 수현이도 좀 깨워라.”
내 말과 동시에 한수현이 퀭한 얼굴로 안대를 내렸다.
“저 일어났어요. 안깨우셔도 됩니다.”
“오늘 스위치 분들이 많이 보러 와주실까요? 드드드.”
밴 바깥으로 나옴과 동시에 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파르르 떤 차윤재가 입김을 불었다.
“흐아, 오, 오늘 정말 춥습니다! 보러 오신 분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으셔야 할 텐데!”
앞장선 매니저가 줄지어 있는 천막 중 하나를 가리켰다.
“추우시죠? 저기가 여러분 대기실입니다. 얼른 들어가시죠.”
천막에 발을 내디딘 멤버들이 의외로 따뜻하다며 감탄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막인 만큼 차디찬 외풍이 사방에서 들어오긴 한다만, 중간에 난로가 있어 실내 온도는 꽤 살 만했다.
“흠.”
생각보다 괜찮군.
오늘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나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