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2)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화(2/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화
정신을 차려보니 눈에 보이는 건 온통 빛밖에 없는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음.”
여기는 어디고, 저건 뭘까.
지금 내 눈앞엔 비현실적인 무언가가 떠다니고 있었다.
……그러니까 진짜 공중에 ‘둥둥’.
사람과 비슷한 형태지만,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직감적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주위로는 은은한 빛이 일렁였고, 몸을 감싼 하얀 천은 자아를 가진 것처럼 나풀거렸다.
성별을 유추할 수조차 없는, 찬란한 외관이었다.
방금 죽음까지 겪고 나니 이 비현실적인 광경도 놀라울 정도로 별생각이 안 들었다.
‘사후세계, 뭐 그런 건가.’
그 거대한 트럭에 치였으니, 목숨 보전은 힘들 테지.
운 좋게 살아남았대도 어디 몇 곳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게 뻔했다.
나는 차분하게 주위를 다시금 둘러본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죽은 건가요.”
내 앞의 존재는 고개를 살풋 끄덕이며 하얀 속눈썹을 포개 접었다.
“새로 태어날 거야.”
뜬금없는 말에 내게서 멍청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예?”
그러니까, 환생 비슷한 걸 시켜준다는 건가?
‘원래 죽으면 이런 건가.’
믿는 종교는 없지만 사람이 죽으면 환생한다는 이야기는 꽤 유명하지 않은가.
그나저나 죽었냐는 물음엔 제대로 답을 듣지 못했다.
“저기, 그러니까-”
제대로 확인을 받고 싶은 마음에 운을 뗀 그 순간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간은 하얗고 긴 손가락을 허공에 빙글 돌리더니 가볍게 튕겨냈다.
타악-!
“그럼, 응원할게?”
……무슨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시야가 암전됐다.
* * *
“……윽.”
마치 두개골이 반으로 쪼개지는 것 같다.
날카로운 통증에 신음을 흘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잠깐, 아파?
아픔이…… 느껴진다고?
혹시 목숨을 건진 걸까.
통증에 쉽사리 열리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올렸다.
눈을 몇 번 느릿하게 껌뻑이자 흐릿했던 시야가 서서히 정돈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 눈을 뜬 내 앞에 보이는 것들은…….
“음.”
이건, 그래. 그거네.
그거잖아.
“……낡은 벽지?”
한국인이라면 너무나도 친숙할 풍경에 잠시 넋이 나간 채로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문득 시선을 내렸다.
“……허.”
폐부에서 바람이 빠지며 조소에 가까운, 허탈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거, 내 손이 아닌데.
“아아.”
목소리를 확인하려, 소리를 내뱉자 내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환생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건 이미 다 성장한 몸이 아니던가.
나는 이곳이 어딘지 알아보기 위해 삐그덕 소리가 나는 스프링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방문을 열자 휑한 느낌이 드는 거실과, 다른 방들로 통하는 문들이 보였다.
한국인의 감이 맞다면, 아마 여기가…….
끼이익-
역시 욕실이다.
곧장 세면대 앞으로 직행한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했다.
이윽고 거울 속에 비치는 모습을 본 순간-
“……!!”
나는 축축한 물기가 흥건하게 남아 있는 타일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다리에 힘이 풀린지는 오래였다.
황급히 타일 벽을 붙잡은 나는 느릿하게 침을 삼킨 뒤, 다시금 거울 속 인영을 바라봤다.
“…….”
빌어먹게도 이건 내가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 야야, 이리 와봐. 이거 같이 보자.
– 나는 관심 없다니까…….
– 알아! 근데 얘네 잘생겼다? 얼굴 하나는 진짜 끝내준다고.
– 라이트온? 밀리어스도 아닌데 왜 챙겨 보는 거야.
– 이 새끼, 이거 뭘 모르네. K-pop 흘러가는 분위기 정도는 알아줘야 시대에 동떨어지지 않는 거란다.
– …….
– 혼자 보면 재미없으니까 옆에 앉아서 리액션이나 해.
– 싫어.
– 보면서 먹으려고 치킨 시켰는데도? 이 새끼 은근슬쩍 앉는 것 봐. 신기한 거 알려줄까? 얘네 리더, 너랑 이름 똑같다? 성씨만 달라.
누나는 자칭 타칭 K-pop 전문가로서 수많은 아이돌의 무대 직캠, 자체 컨텐츠를 비롯한 예능들을 섭렵했고, 나 역시 반강제로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아주 많은 것들을 말이다.
바쁜 오타쿠인 이해성으로 인해 대리 스밍은 기본.
대리 사녹, 공식 스토어와 콘서트를 비롯한 비공식 행사 굿즈 대리 구매에도 밥 먹듯이 불려 나갔다.
……그렇다 보니, 사실상 웬만한 사람들보다는 이 바닥을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별로 알고 싶지 않았지만 말이다.
나는 거울 속에 비치는 남자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이 차갑다 못해 냉랭한 느낌이 드는 얼굴.
그래, 인정하자.
이건 아무리 봐도 이건 라이트온의 리더, 성해온인 것 같다.
결론이 나기 무섭게 나는 오른손을 높이 들어 뺨을 내려쳤다.
‘이건 개꿈이다’를 머릿속으로 되뇌면서.
제발 개꿈이어야 한다.
짜악-!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거울 속 얼굴이 왼쪽으로 빙글 돌아갔다.
“……아.”
오른쪽 뺨이 불에 덴 듯이 화끈거렸다.
“아프네.”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느껴지는 통증이 이건 꿈이나 환상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게다가 이 상황이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이딴 미션이 떠올랐다.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제한 기간 내에 타깃의 노래를 음원사이트 TOP100 이내에 랭크하세요!
타깃 – Light on
제한 기간 – 365일
성공 시 ▶ 5,000골드 지급
실패 시 ▶ 사망 (환생 랜덤)
동시에 내 얼굴도 사정없이 우그러졌다.
“이게 무슨 헛소리야.”
안광을 잃은 눈으로 떠오른 창을 바라보고 있던 와중에, 불길한 소리가 연거푸 울렸다.
띠링!
띠링!
띠링!
깜빡.
깜빡.
도저히 제정신으론 이해하기 힘든 메시지들에 나는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초 단위로 떠오르던 메시지가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동기화 실패?’
나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이내 입밖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껍데기만 성해온이고, 춤이나 노래…… 흠. 어쨌든 아이돌 활동에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인가? 그냥 원래 내 능력치와 동일하다는?”
나도 정말 정신이 나가긴 했나 보군.
“이런다고 말이 통할 리가 있나.”
자조적인 웃음이 터져 나오던 그 순간이었다.
[시스템이 당신의 탁월한 이해력에 감탄을 표합니다!]……이게 된다고?
나는 상황을 인지하기 무섭게 예의 바른 낯짝을 걸쳤다.
“아, 그럼 제가 한 말이 전부 정답이라는 말씀이실까요?”
[시스템이 고개를 끄덕이며, 연습을 하다 보면 괜찮아질 테니 걱정 말라는 말을 덧붙입니다!]“그럼 정말 능력치는 제 원래 몸과 동일한데, 아이돌로서 이 그룹을 1군으로 만들라는 말씀이시군요?”
[시스템이 정확하다고 답변합니다!]싱긋…….
나는 곧장 만면에 해사한 미소를 띄웠다.
“죽여.”
[시스템이 당황합니다!]나는 허공을 바라보며 눈을 조금 더 곱게 접어 웃었다.
“얼른 죽이라니까. 얼른.”
방금 죽었는데, 또 죽는 게 무서울 리가.
한번 죽어보니까 별거 아니더라고.
[시스템이 상부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일부 성좌들이 응답합니다.] [상황을 살펴봅니다.] [일부 성좌들이 시스템의 답답한 일처리에 미간을 찌푸립니다!] [시스템이 시말서를 작성하겠다고 용서를 빕니다!] [일부 성좌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나는 미소 띤 얼굴로 화사하게 말문을 열었다.
“저는 일반인입니다. 일반인. 21년 동안 한 거라곤 공부밖에 없는 일반인이요. 그런 사람한테 난데없이 아이돌을 해라?”
[시스템이 이유 모를 오류라며 억울해합니다!]“게다가 뭐? 이 망돌을 일 년 만에 차트인 시켜라? 실패하면 죽일 거고?”
사아아-
순식간에 표정을 지워낸 나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냥 지금 안 아프게 죽여주세요. 아니면 뭐, 제가 죽을까요?”
[일부 성좌가 기겁합니다!] [시스템이 시말서를 작성하기 시작합니다!] [일부 성좌가 개연성을 감당하기 위해 힘을 모읍니다!] [성좌들의 권능(權能)으로 본체와 빙의체의 동기화가 시작됩니다!] [동기화 진행 중…….]깜빡.
눈을 깜빡이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동기화에서 발생하는 통증을 가져가 준 게 본신이라며 우쭐해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감당한 개연성도 얼마 없으면서 으스댄다고 눈초리를 보냅니다!] [수식언을 공개하지 않은 한 성좌가 당신의 대장정에 응원을 보냅니다!]“흠.”
입매 사이로 작은 중얼거림이 터져 나왔다.
“……역시 트럭에 치이면서 머리라도 다친 걸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그나마 납득이 되는 가정이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에게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며 200골드를 후원합니다!]나는 눈을 최대한 선량하게 뜬 채 허공을 바라보았다.
“정리하자면 제가 앞으로 성해온. 그러니까, 라이트온 리더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저기요.”
나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안 합니다.”
끽, 탁-!
아까부터 틀어놨던 수도꼭지를 잠근 나는, 곧장 물이 가득 찬 세면대에 얼굴을 들이박았다.
첨벙!
보글보글…….
수면 위로 공기 방울이 애처롭게 떠올랐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경악합니다!] [수식언을 공개하지 않은 다수의 성좌가 기겁하며 눈을 부릅뜹니다!] [시스템이 시말서를 한 장 더 작성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개연성을 소모하며 사태에 개입합니다!]그 순간이었다.
메시지가 연속적으로 떠오르더니, 세면대에 가득 채워져 있던 물이 허공으로 방울방울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코와 입, 내 모든 숨구멍을 틀어막고 있던 물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포르르!
욕실 천장에 뭉게구름처럼 뭉친 물방울들이 잠시 슬라임처럼 꿀렁이더니, 순식간에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솨아아-
물바다가 된 욕실 바닥과 달리, 물기 하나 없이 건조한 세면대에서 고개를 든 나는 히죽 웃었다.
애초에 지금 당장 죽을 생각 따위 없었다.
‘누구 좋으라고 죽어?’
게다가 환생까지 담보 잡고 협박을 해대는 모양새라니.
사실 이미 죽어버린 거, 이 목숨엔 딱히 미련이 없다.
하지만 굳이 다음 생이 주어진다면,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이번 생도 그닥 평탄한 편은 아니었던지라.
툭, 툭-
나는 무언가를 생각하며 세면대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당장 확실한 게 하나 있다면, 이 양심 없는 놈들은 나를 못 건든다는 것이다.
왜?
‘그야 내가 필요한 거겠지.’
주어진 미션에 실패하면, 그때는 날 죽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나는 이들에게 ‘필요한 패’인 것 같으니까.
나는 곧장 맑게 웃었다.
“미션 내용, 바꿔주세요.”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사람이라면, 이 미션이 말도 안 된다는 것쯤은 알 거다.
음원 차트 랭크인.
어떤 사람은 쉽다고 하겠으나, 망돌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면 절대 그런 말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연예인에는 관심조차 없고 덕질도 해보지 않은 내가 이런 걸 어떻게 아냐고?
……자랑은 아니지만.
난 까마득한 옛날부터 이해성의 스트리밍 셔틀이었다.
– 이거 공기계인데 누나 공부할 동안 계속 돌려줘야 해! 알겠지? 그리고 꼭 멈추지는 않았는지 수시로 확인해 주고!
이건 내가 10살, 이해성이 19살일 때쯤 기억이다.
지금은 자타 공인 1군 밀리어스를 파고 있다지만, 유구한 오타쿠 경력을 가진 이해성은 2D와 3D를 넘나들며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그런 누나가 망돌을 거치지 않았을 리 없다는 뜻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그런 거다.
소위 1군이라고 불리는, 그래. 밀리어스 같은 그룹을 예로 들어보자.
그놈들은 음원 공개와 동시에 불같은 화력으로 1위를 차지한다.
그뿐인가? 수록곡까지 나란히 차트 상위권에 랭크인하는 일명 ‘줄 세우기’라는 기염까지 토해낸다.
자, 다음으론 망돌의 경우를 살펴보자.
안 그래도 한 줌인 팬덤이 기를 쓰고 여러 계정으로 스트리밍을 돌린다 해도 TOP100차트에 들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라이트온은 후자에 속하는 망돌이다.
이건 현실성을 떠나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나는 아직까지 아무런 답이 없는 시스템을 향해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내용 바꿔주세요.”
[……시스템이 자리를 비웠습니다.]“아, 그래요?”
첨벙!
보글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