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213)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13화(213/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13화
“…….”
안 그래도 허접한 체력에 뜀박질까지 하려니 뒈질 지경이군.
나는 강찬혁의 작업실 건물과 멀찍이 떨어져 숨을 골랐다.
[성좌, ‘황금의 신’이 격분합니다! 아해를 그렇게 두고 나오면 어쩌냐며 경악합니다!]내가 거기 있어봐야, 도움 안 된다.
그리고 원래 애는 강하게 키워야 하는 법…….
[성좌, ‘황금의 신’이 이럴 생각으로 거래 보상을 먼저 받은 거냐며 뒷목을 부여잡습니다!]눈치가 좋군.
내가 시선을 피한 순간,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울렸다.
강찬혁의 문자였다.
아까 나오면서 신유하를 잘 부탁한다는 문자를 보냈거든.
나는 텍스트를 빠르게 읽어내렸다.
[누구 부탁인데 당연합니다. 제가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주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네요.]-로 시작해서, 의지와 포부까지 담긴…… 끝도 없는 장문이었다.
대충 답장한 뒤, 스마트폰을 다시 욱여넣은 내 입꼬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히죽…….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웠다.
신유하도 강찬혁에게 던져놨, 아, 아니, 맡겨놨고.
성좌와의 거래 보상으로 짭짤한 보상도 꿍쳐놨으니 말이다.
그 와중에, 스마트폰이 한 차례 더 진동했다.
“……?”
정재진이었다.
활동이 마무리된 것을 축하하며, 휴식을 잘 취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긴…… 꽤나 구구절절한 메시지였다.
‘요즘은 장문 메시지가 유행인가.’
의문 섞인 얼굴로 답장을 보낸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 * *
배우로만 굴러가던 MH에서 새로 창설된 부서.
기획 3팀!
이들은 라이트온만을 담당한다.
원래는 가수 쪽 아티스트를 전담하는 부서라지만, 연습생도 없고…… 소속 가수는 라이트온 하나뿐이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보니 기획 3팀은 아주 소수정예다.
적은 인원임에도, 그룹을 하나만 담당하다 보니 이들의 업무량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은 아래와 같이 생각하곤 한다.
“어이~ 정재진이! 3팀은 요즘 아주 편하지?”
기획 1팀 소속인 남자가 팔을 흔들었다.
맞은편엔 남자와 같은 기획 1팀이었으나, 기획 3팀으로 차출됐던 정재진이 서 있다.
남자는 불러도 대답 없는 정재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부르면 쳐다봐야지, 이 사람아…… 어?”
기획 1팀의 젊은 꼰대로 유명했던 남자의 고개가 서서히 기울어졌다.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요. 행복합니다.”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올 기세인 정재진은 하하 웃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재진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약간 미친 사람 같아 보일 정도로 말이다.
남자의 고개가 또다시 기울어졌다.
기획 3팀 쪽에서 나온 인영을 마주한 것이다.
‘이름이 이해성이었던가…….’
기획 잘한다는 소문을 들었었지.
남자의 의문은 커져만 갔다.
저 멀리서 지나가는 신입의 얼굴에도 피로가 찌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하, 저는 행복해요. 정말입니다.”
심지어 저 상태로 실실 웃고 있는 정재진을 보고 있자니, 꼰대력이 하늘로 치솟는 남자조차도 주춤했다.
“그, 그래. 열심히 하고.”
다급하게 등을 돌린 남자가 중얼거렸다.
“기획 3팀 터가 안 좋은가…….”
* * *
한편, 기획 3팀.
“으어어…….”
“으어…….”
어제도 야근을 강행한 팀원들이 도미노처럼 책상에 엎어지기 시작했고, 이해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엎어졌다.
듣기로…… 배우를 맡는 1팀과 2팀은, 3팀이 꿀을 빤다고들 생각한다지?
……정말 대가리를 후려갈기고 싶은 발언이었다.
배우에 비해 아이돌은 기획할 게 더 산더미였다.
하나의 앨범에 들어갈 컨셉부터 기획…… 게다가 앨범엔 한 곡만 있나? 전혀, 여러 개의 수록곡이 들어간다.
그뿐이랴, 공백기에 접어들었음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기획을 짜내는 게 이들의 일이었다.
끊이지 않는 섭외도 이 일 더미에 한몫을 차지했고.
종합하자면 쉴 틈은 전혀 없다.
개꿀은 오히려 인원도 많고, 체계도 제대로 잡혀 있는 1, 2팀이 빨고 있는 거다.
이해성이 혀를 차던 순간이었다.
드르륵!
경쾌하게 열린 기획 3팀의 문과 함께, 아메리카노가 잔뜩 담긴 캐리어를 든 정재진이 신명 난 걸음걸이로 들어왔다.
“여러분! 음료 배달 왔습니다!”
카페인이 절실했던 이해성은 그 커피를 곧장 받아 들며, 힐끔 정재진을 바라봤다.
다크서클은 자기들 중에 가장 많이 내려와 있으면서, 왜 저렇게 신난 거지?
그리고 그 의문은 금세 풀리게 된다.
“해온 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장을 받았습니다!”
콰과광!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팀원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칙칙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들은 성해온을 공포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처음엔, 아티스트가 기획에 참여한다는 신기함.
그다음으론, 아티스트가 이런 기획을 한다는 놀라움.
그다음으론, 쏟아져 오는 야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성해온 본인이 가장 일을 많이 하기도 하고, 내오는 기획들이 족족 훌륭하기 때문에…… 울면서 따를 수밖에 없던 것이다.
하지만 이해성은 생각이 조금 달랐다.
무섭다기보단, 신기하지 않나?
자신이 아이돌 덕질을 오래 해서 그런지 몰라도, 신기하던데.
성해온 말이다.
“흠.”
사실 쿠키를 전해 받은 이후에, 성해온을 직접적으로 본 적은 없다.
기획은 전부 메일을 통해 주고받았을 뿐.
그리고 여기서 팩트를 따지자면, 성해온은 이해성을 자주 보러 왔다.
그러니까 그 어느 때보다 기획 3팀에 자주 들렀다는 뜻이다.
그저, 가까이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를 것 같다는 판단으로 먼발치에서 지켜보다가 금세 발걸음을 돌렸을 뿐.
이러한 사실을 알 리 없는 이해성은 흠, 소리를 냈다.
성해온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성해온이 기획의 큰 토대가 담긴 메일을 보낼 때마다, 이해성은 기겁했다.
‘나랑 취향이 너무 똑같아서!’
정말 무서울 정도로 비슷했다.
그래서 기획을 주고받을 때마다 굉장히 재밌다고나 할까.
그 때문인지, 무서워하는 팀원들이 이해가 안 갈 정도다.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돈 이해성은 정재진에게 시선을 보냈다.
“문자 답장이요? 그래서 기분 좋아 보이시는 거였네요.”
“당연합니다! 해온 씨는 정말 특별하시니까요. 저는 여러분께 몇 번을 말씀드렸지만, 성해온 씨 같은 아이돌을 본 적이 없어요. 아마 다시 태어나도 없을 테고…….”
이해성은 정재진을 익숙한 눈으로 바라봤다.
오타쿠를 바라보는 오타쿠의 시선이었다.
그 와중에, 말린 시금치처럼 엎어져 있던 한 팀원이 손을 들었다.
“호, 혹시…… 오늘 오신대여……?”
“아니요! 오늘은 아쉽게도…….”
정말 아쉽다는 얼굴을 한 정재진이 고개를 젓자, 팀원의 얼굴이 환해졌다.
“다행이다…….”
* * *
나는 숙소에 발을 내딛자마자,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공백기!
이 시간에 여유롭게 누워 있자니, 드디어 공백기라는 게 실감 나는군.
나는 침대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눈을 껌뻑였다.
물론, 무대만 안 설 뿐이지 스케줄은 예정되어 있다.
“흠.”
그럼에도 이렇게 편안하게 누워 있는 게 얼마 만인지, 어색할 지경이다.
나는 몸통에 손을 올렸다.
충돌도 이상할 정도로 얌전하고.
일도 잘 풀리고.
생각에 생각을 물던 내 낯짝이 조금씩 미묘해졌다.
“…….”
조금 불길하지 않나?
나는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일이 잘 풀리면 항상 불안하단 말이지.
‘쓸데없는 생각이군.’
고개를 저으며 상념을 깬 나는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혀엉, 좋은 아침이에요.”
방금 깨어난 듯한 최승하가 눈을 비비적거리며 나왔다.
심각할 정도로 뻗쳐 있는 머리를 바라보자, 최승하가 작게 하품했다.
“아침에 씻자마자, 덜 말리고 바로 다시 잠들어서…… 와아, 진짜 자도 자도 졸리지 않아요?”
하긴, 활동기 땐 새벽 사녹을 소화하느라 잠을 제대로 잔 날이 손에 꼽았으니 이럴 만도 하지.
체력 스탯이 가장 높은 최승하조차 이렇게 피곤해하는데, 다른 멤버들은 뻔했다.
“형, 형은 얼굴이 또 왜 이렇게 초죽음이에요? 잠 못 잤어요?”
지금은 컨디션이 좋은 데도 이런 소리를 들으니 아찔해지는군.
평소엔 얼마나 그지 같은 낯짝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 너 때문에 못 잤다.”
“그런 것치곤 간밤에 제 방 잠깐 가니까, 형 잘 자던데요? 아~ 주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던데~?”
“…….”
이 개복치 몸뚱어리에 피로까지 더해지면 그렇게 된다.
“너도 뭐 먹을래?”
“허어! 형이 먼저 뭐 먹자고 한 거 되게 오랜만인 거 알아요?”
“뭐 좀 먹고, 일찍 자려고.”
“으으으~”
기지개를 쭉 켠 최승하가 헤헤 웃으며 달라붙었다.
“그쵸~ 자는 게 남는 거죠. 그럼 얼른 맛있는 걸 먹어야겠네요.”
거실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는지, 방에 있던 멤버들도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으하하하, 다들 얼굴이 붕어야~ 잠을 얼마나 잤으면 이래?”
“형님, 놀리지 마십시오!”
“윤재는 오늘 늦게 일어났네?”
“예! 간만에 늦잠을 잤습니다!”
작게 웃고는 시계로 시선을 돌린 차윤재가 펄쩍 뛰었다.
“……! 오후 1시! 세상에, 어제 일찍 잠이 들었는데, 이 시간까지 자다니이이!”
“근데 유하가 없네?”
류인의 혼잣말에, 최승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형 아침에 유하랑 나갔잖아요. 지금 유하는 자나?”
“제가 깨우러 갈게요. 유하 형도 식사하셔야 하니까요.”
어느샌가 나온 한수현이 내 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나는 그 손목을 붙잡았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설마 아닐 거라며 중얼거립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동료 간의 의리를 지키라고 합니다!]대체 날 뭘로 보는 건지 모르겠군.
신유하가 말하기 전엔 말할 생각 없다.
잠깐 외출한 것 같다고 둘러대자, 차윤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형님이 외출하신 건 오랜만입니다!”
“…….”
양심이 조금 찔리지만 괜찮다.
따지고 보면 내가 강제로 데리고 나간 거지만, 결론적으론 외출이 맞다.
방금, 강찬혁에게서 온 문자를 보아하니 신유하는 잘 있는 것 같더라고.
조금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친 나는 곧바로 침대에 엎어졌다.
피로에 찌든 몸이 금세 노곤노곤해지기 시작했다.
‘알람은 맞춰야지.’
몸뚱어리의 꼴을 봤을 때, 지금 마음 놓고 자면 하루 종일도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알람을 맞춘 뒤,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던져놓은 나는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 * *
“으음.”
의식이 반쯤 깨어난 나는 눈을 뜨지 않은 채로 시간을 가늠했다.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지 않은 걸 보면, 아마 밤이나 이른 새벽인가.
조금 더 자야겠다고 결심한 내 미간이 설핏 찡그려졌다.
“……음.”
조금 추운데.
한번 의식하니 심각하게 으슬으슬해진 몸에, 나는 상체를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려 했다.
온몸이 무언가에 묶여 있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
아무리 발버둥 쳐도, 침대에 눕혀진 몸을 결박한 매듭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움직일 때마다, 쓸린 살이 따가울 정도로 아렸다.
사아아-
대가리에 얼음물이라도 맞은 것처럼, 순식간에 온몸이 빳빳하게 굳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눈꺼풀을 껌뻑이며, 시야를 정돈했다.
그리고 주변을 살핀 내 안색이 점차 희게 질리기 시작했다.
여기, 어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