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21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18화(218/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18화
침대에 누운 나는, 굉장히 낯선 몸 상태에 눈을 데굴 굴렸다.
갇혔을 때부터 느낀 것이다만, 정말 이 공간에선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다.
허공에 손을 뻗은 채, 주먹을 쥐었다 펴길 반복하던 내 낯짝에 강렬한 의문이 감돌았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천장이 울렁거리고 있거든.
“……?”
나는 곧바로 내 뺨을 후려갈겼다.
철썩!
철썩!
“아픈데.”
내가 중얼거리는 순간에도, 천장은 쉴 새 없이 꿀렁이고 있었다.
“음.”
이런 광경을 보고 제정신을 유지하는 놈이 얼마나 되겠냐만, 일단 나는 멀쩡했다.
별 또라이 같은 광경을 한두번 봐야 놀라지.
내가 동태와 다를 바 없는 눈깔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쯤, 꿀렁이는 천장 속에서 머리가 삐져나왔다.
무척 익숙한 데자뷔였다.
“…….”
대가리만 빼꼼 내민 성좌가 아쉽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내 해가 저물기 전까지 즐기려 했으나, 그대의 분노가 여기까지 전해져 오는 탓에 서둘렀다네.”
알고는 있군.
내가 싱긋 웃자, 성좌가 거꾸로 매달린 채 두팔을 들어 장난 섞인 항복 자세를 취했다.
“자네에게 해가 될 행동은 하지 않았으니 표정 풀게. 또한, 이와 같은 일은 앞으로 없을 거야.”
말을 마친 성좌가 흐음, 소리를 내며 눈알을 데굴 굴렸다.
“다른 인간도 아니고, 자네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건 나로서도 위험하거든. 까딱하면 우웨에에에에에엑~”
“죄송하지만 피는 다른 데에 가서 토해주시면…….”
“빌어먹을 금제.”
혀를 끌끌 찬 성좌가 손가락을 빙글 돌리자, 핏자국이 사라졌다.
동시에.
천장에 매달려 있던 인영이 단번에 내 눈앞으로 옮겨졌다.
성좌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상체를 숙여 얼굴을 들이밀었다.
“오호…… 사기꾼 새끼? 자네, 내게 하는 말인가?”
“……?”
분명 속마음이었는데.
어떻게?
성좌들은 내 속마음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 이상 이렇게 정확하게 알 수는 없을 텐데?
“아아, 여긴 내 특별한 공간이라네. 그러니 당연하게도 자네의 생각과 감정이 다 전달되는 게지.”
말을 마친 성좌가 호탕하게 웃었다.
“자네에게 나의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은 겐가? 사기꾼이라니, 그건 습관적으로 남을 속여 이득을 꾀하는 사람이라더군.”
내 얼굴로 저런 말을 하니, 얼마 없던 타당성마저 증발하는 기분이군.
“게다가 어폐가 있지 않은가. 내가 남을 속이는 걸 즐긴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자네에게는 이득을 보지도 않았다네.”
“예예…….”
성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답에, 성좌가 빙그레 웃었다.
“자네의 이런 점이 참 마음에 들어.”
나는 재밌다는 듯 웃고 있는 성좌와 눈을 마주쳤다.
“이상해요.”
“뭐가 그리?”
성좌가 훅, 하고 얼굴을 붙이더니 눈을 접어 웃었다.
“말해보시게.”
내 얼굴이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기분이 묘하군.
나는 할 말을 이어갔다.
“성좌님은 저와 거래를 하고 싶으시잖아요? 이 충돌을 친히 없애준다고 하신 만큼.”
“그렇지, 그렇지.”
“그리고 제 착각이 아니라면, 지금 요즘 저의 몸 상태에 성좌님이 개입하신 건가요?”
“……!”
성좌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 놀랐다는 듯이 말이다.
“하하하하하하! 정말 놀랍단 말이지, 그래. 속여봤자 자네는 속지 않겠지.”
한참을 웃어젖힌 성좌가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래, 내가 손을 썼다네. 나도 참 마음이 여린지, 자네의 활동이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더군.”
역시나.
내내 이상했다.
요즘따라 충돌이 잠잠했던 게 말이다.
“그럼 이것도 알려줘야겠군.”
“……?”
내가 물음표를 그리자, 성좌가 내 가슴팍을 눌렀다.
“자네의 그 충돌 말일세. 이제 곧 날뛰기 시작할 거라네.”
“……날뛴다고요?”
“그래, 이것들도 지금 성이 잔뜩 났거든. 지금까진 내가 억눌러 줬다만…….”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젠 억눌러 주지 못한다는 것이로군.
사실 지금까지 손을 써줬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울 지경이다.
이해는 안 간다만, 정말 내게 호의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나는 충돌이 시작될 시점을 물었고, 성좌는 곧장 답을 내놨다.
“자네가 돌아가서 눈을 뜰 순간부터.”
“……!”
곧바로 충돌이 온다는 뜻인가.
“자네의 생각이 맞네. 더 정확하게는 나의 이 공간을 벗어난 순간부터겠지.”
내가 충돌에 대비할 계획을 세우며 대가리를 굴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하아아아아~”
나를 빤히 바라보던 성좌가 고개를 도리질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원래 손해 보는 걸 질색하는 데 말이지~”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성좌가 내 심장 부근에 손을 올렸다.
“……!”
맞닿은 피부 아래에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따스한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한나절.”
짤막한 말이었다만, 이해할 수 있었다.
한나절 간 충돌을 막아주겠다는 소리일 테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자, 성좌가 히죽 웃었다.
“어떤가.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보상이 될까?”
“…….”
내가 보상을 뜯어낼 거란 속마음까지 읽어냈었나 보군.
그래.
인정하긴 싫다만, 썩 괜찮은 보상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성좌가 입매를 느슨하게 올렸다.
“자네, 내가 제안 하나 하지.”
* * *
“……!”
눈을 뜬 나는 곧바로 상체를 세워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휙! 휘익! 휙!
……밴이다.
그 공간이 아닌, 밴.
시선을 내려 살피니, 옷도 제대로 입혀져 있었다.
내가 얼을 타고 있을 무렵, 뒷좌석의 최승하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형, 일어났어요? 갑자기 졸길래 추울까 봐 이거 덮어줬는데 금방 일어나네요?”
어쩐지 덥더라.
나는 녀석들이 내 몸뚱어리에 올려놓은 외투를 뒤로 치우려 상체를 돌렸…….
돌렸다가 기절할 뻔했다.
반짝반짝…….
이 눈빛들을 마주해 버려서 말이다.
“…….”
화면이 꺼졌던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군.
나는 조용히 몸을 돌리는 걸 택했다.
자매품으로 자는 척까지.
내가 슬그머니 눈꺼풀을 내리자, 뒷좌석에서 최승하가 입을 열었다.
“으음, 아까 그 말이 자꾸 아른 거려요.”
……뭐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맥락에, 등에서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저도, 궁금해요……!”
대체 뭐가 아른 거리고, 뭐가 궁금한 건데.
돌겠네.
가자미눈을 뜬 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손을 휘적거렸다.
“방금 깨서 정신없으니까 한 명씩 말해.”
그리고 이어지는 멤버들의 말에, 나는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
나는 마른 얼굴을 쓸어내렸다.
손금을 볼 줄 안다며 멤버들의 손을 덥석 잡았다고 한다.
한참 다섯 놈의 손을 주물럭거리다가, 성에 안 찼는지 관상을 봐주겠다는 개수작까지 부렸다고.
그리고 가장 돌겠는 건.
“그래놓고 갑자기 그냥 팔자가 나쁘지 않다면서 쓱, 갔잖아요!”
“저도 궁금합니다! 제게도 그저 관상이 좋다고만 하셨습니다!”
“흐으음, 형 솔직히 말해봐요. 그냥 우릴 만지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
“…….”
실컷 주물러 놓고 그냥 튀었다는 거다.
아무리 또라이라 해도, 시답잖은 장난질을 다섯 놈에게 고루 쳤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목적은…….
나는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아 있는 멤버들을 바라봤다.
애초에 목적은 이 녀석들과 접촉하는 거였나.
* * *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들 모여.”
척! 척! 척! 척! 척!
다섯 개의 시선이 모였고, 나는 신유하의 등짝을 밀었다.
“유하가 할 말이 있다는데.”
신유하의 얼굴이 점차 경악으로 물들었다.
[성좌, ‘황금의 신’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혀, 형……!”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깨달은 듯한 신유하가 내 입을 틀어막을 기세로 다가왔고, 나는 그런 녀석을 옆에 앉힌 뒤 속닥였다.
“어차피 말해야 하잖아. 그렇지?”
“……!”
눈을 질끈 감은 신유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강찬혁에게 작곡을 포함한 프로듀싱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털어놨고, 거실엔 정적이 흘렀다.
그도 그럴 게, 나를 제외한 녀석들은 신유하와 작곡의 관련성을 0.1%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얼마 안 가, 멤버들이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럼 형님이 저희의 곡을 만들어주시고, 그러는 겁니까?”
“아, 아니……! 그 정도는, 절대 아니야……!”
역시나 기겁한 신유하가 손을 내젓자, 최승하가 찰싹 달라붙었다.
“신 프로듀서님~ 유하한테 잘 보여야겠다, 그치?”
화르륵!
신유하의 얼굴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니야! 그렇게, 부르지 마!”
“우리 프로듀서님은 수줍음도 많으셔라~!”
“그, 그……!”
“유하야, 근데 정말 대단하다.”
류인의 담백한 축하와 함께, 한수현이 고개를 주억였다.
“유하 형은 뭐든지 잘 해내실 겁니다. 항상 꼼꼼하신 데다가, 많은 것들을 두루 살필 줄 아시는 분이니까요. 제가 가족이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유하 형 그 자체를 보고 하는 말입…….”
한수현이 스스로 자신의 말을 잘랐다.
왜냐면, 신유하의 눈에 습기가 차오르기 시작했거든.
“우, 우, 우십니까아?!”
“으하하하, 신유하 운- 악!”
나는 최승하의 등짝을 후려친 뒤, 신유하의 등을 토닥였다.
아, 이렇게 동료애가 넘치는데.
어?
동료애가 이렇게 넘치는데.
나는 힐끔 허공을 바라보며 입 모양으로 ‘동료애’를 중얼거렸다.
쯧쯧…….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불손한 얼굴을 지적합니다!]나는 신유하의 등을 더더욱 빠르게 토닥이기 시작했다.
탁! 탁! 탁! 탁! 탁!
[성좌, ‘황금의 신’이 우리 아해가 놀라지 않았냐며 경악합니다!]“혀, 형……?”
“그래, 우리 유하.”
“저, 저, 부르시는, 딸꾹……!”
어지간히 놀랐는지, 신유하가 그렁그렁한 눈을 번뜩 떠올렸다.
나는 인자한 낯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음.”
이거 안 보이나? 어?
동료애.
안 보여?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100골드를 후원합니다!]히죽…….
* * *
숙소가 고요해졌다.
방 안에서는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나는 눈을 살며시 떠올렸다.
‘자는군.’
신유하를 확인한 나는 스마트폰을 켰다.
새벽 1시 30분경.
신유하가 몸을 뒤척이며 잠결에 웅얼거렸고, 나는 최대한 발소리를 죽인 채 움직였다.
숙소를 나서기 직전, 나는 거실 테이블에 쪽지 하나를 올려뒀다.
상체를 빙글 돌려 어둠이 내려앉은 거실을 눈에 담은 나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 나이 먹고 가출하는 기분이군.”
* * *
목적지는 숙소에서 택시로 30분 거리인 호텔.
프론트에서 체크인을 마친 뒤, 나는 곧장 룸으로 향했다.
카드키를 꽂자, 문이 열렸고 나는 내부를 대강 훑었다.
쓸데없이 좋은 방을 잡았군.
얼마 없는 짐을 던져놓은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덤덤한 얼굴로 시간을 기다렸다.
아.
나는 이곳에서 지긋지긋한 충돌을 끝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