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219)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19화(219/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19화
그러니까, 성좌는 꽤나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 * *
“자네, 내가 제안 하나 하지.”
내가 의문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자, 성좌가 빙그레 웃었다.
“아직도 나를 믿지 못하는군그래. 무슨 제안일 줄 알고, 이런 재미없는 반응이란 말인가?”
성좌는 섭섭하다는 듯이 눈썹을 까딱였다.
그래봤자, 내 얼굴이라 타격은 제로에 수렴한다만.
“이거, 각오는 했지만 꽤나 서운한데. 내 자네에게 준 도움이 한두 개가 아닌데 말이야.”
“…….”
“자네가 누이의 일로 목숨 걸고 나설 때도 그렇고, 무엇보다 우리는 이미 피를 나눈, 읍~ 읍~”
진짜 열받게 하는군.
나는 성좌의 입을 틀어막은 채로 혀를 쯧쯧 찼다.
“그런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편이 조금 더 멋있으셨을 텐데요.”
“나도 그러려고 했네만, 이러지라도 않으면 자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할 것 같아서 말일세.”
싱긋…….
나는 만면에 옅은 미소를 띄웠다.
“그 얼굴로 그런 말을 하시니 더더욱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만…….”
“자네만큼 신뢰를 주는 얼굴이 어디 있는가.”
“진심이신가요?”
끄덕!
싱글벙글한 얼굴의 성좌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다시 한번 더 확신했다.
눈앞의 이 인영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나 스스로도 본인에 대한 객관화가 잘 되어 있는 편인데, 이 사람은 무슨 필터라도 씐 게 확실했다.
내가 홀로 고개를 주억이고 있을 무렵, 성좌가 작게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래, 그 까딱임과 동시에.
후욱!
내가 앉아 있던 침대가 순식간에 증발했고, 몸뚱어리가 순식간에 성좌의 코앞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성좌가 내 얼굴을 잡아챘다.
“흐음, 모르겠단 말이지.”
“저도 성좌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시는지가 궁금한데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쉽지.”
생긋 웃은 성좌가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지금은 온통 자네 생각뿐일 거라네~”
소름이 돋은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성좌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이상하단 말이지.”
훌륭한 자기소개로군.
“하는 짓이 깜찍하긴 하다만…… 왜 이리 신경을 쓰게 되는지 모를 일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대로 신경을 꺼주시면 될 텐데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내가 냉큼 화답하자, 성좌가 턱을 괸 채 흐음, 소리를 냈다.
“자네가 믿기 힘들 수도 있겠다만…… 난 자네가 고통스러워하는 게 그다지 즐겁지 않아.”
“……?”
“하하하하! 안 믿는 얼굴이군! 하지만 정말일세. 자꾸 답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거래를 위한 환심 사기가 아니고요?”
“아하하하하! 그래,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턱을 괸 채로, 본인의 볼을 두드리던 성좌가 눈을 도록 굴렸다.
“뭐…… 나도 이 나이를 먹고 한순간의 변덕이겠거니 생각하고 있다네~”
“…….”
“충돌은 이미 시작되었어. 내가 막아줄 수 있는 건, 자네가 이 공간에서 빠져나간 순간부터 정확히 한나절일세.”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성좌가 말을 이었다.
“아무리 자네라도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겠지. 자네가 아무리 강인하게 굴어봤자, 한낱 인간이 아닌가?”
“그래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무엇인가요? 굳이 빙빙 돌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야기가 빨라서 좋군. 내 제안은 오롯이 자네를 위한 것이라는 걸 미리 알아주시게.”
그거야 들어보고 판단할 일이다.
“자네에게 닥치는 충돌에 내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알고 있다.
도와줬으면 도와줬지, 충돌에 관여하진 않았다는 것 말이다.
내 생각을 읽은 듯한 성좌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 애초에 난 그것을 조종할 수 없다네. 신력으로 어찌저찌 소멸시키는 건 가능하겠다만- 그것조차 엄청난 부담을 품어야 하는 일이지. 알다시피 우리에게도 제약이 한 두 개가 아닌지라…….”
성좌가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 아직까지 충돌의 해결 방법을 알아내지 못했지? 기껏해야 주기 정도를 짜 맞췄으려나. 하지만 그 주기도 일정치 않았겠지. 당연한 일일세.”
“…….”
“아, 놀리려던 건 아닐세. 따지자면 감탄이지. 웬만한 인간은 그 충돌을 한 번도 견뎌내지 못했을 거거든. 한편으로는…….”
성좌가 내 턱을 잡아 올렸다.
“괘씸하기도 하다네. 나와의 거래로 자네가 볼 손해는 없을 텐데 말이야. 나를 얼마나 믿지 못하면, 그것을 이 작은 몸으로 다 받고 있었을까…….”
나를 꿰뚫는 듯한 시선이 온몸을 훑었다.
입술을 뗄 수조차 없었던 압박감.
……탁!
내가 그 손을 치워낸 순간이었다.
“아흐레.”
“……?”
“아흐레 동안 올 충돌을 모두 견뎌낸다면-”
성좌의 손이 내 심장 쪽으로 향했다.
“거래 없이. 이 충돌, 해결해 주겠네.”
* * *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믿기 힘들 정도로 내게 좋은 제안 아닌가.
나는 제안의 증표로 생긴, 작은 흉터로 시선을 옮겼다.
숙소에서 확인해본 결과, 남들 눈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02시 22분 45초.
02시 23분 12초.
‘슬슬 때가 된 것 같은데.’
아까 밴에서 눈을 뜬 게, 오후 2시 30분 무렵이었으니 말이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시계의 분침이 28분으로 향한 순간이었다.
“……!!”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나는 욕실로 향했다.
이 느낌, 익숙하지 않은가.
건조한 타일 바닥에 무릎을 꿇은 나는 가쁜 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욱, 윽…… 하, 하으.”
먹은 게 없으니, 나올 것도 없는데…… 징글맞기도 하군.
누군가가 장기를 두 손에 틀어쥐고 짜내는 기분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요새 몸이 좀 편안했던 탓인지.
아니면 충돌도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는 탓인지.
“…….”
정말, 더럽게 아프다.
아흐레.
즉, 9일.
그 시간 동안 내가 충돌을 견뎌내면…….
이 지긋지긋한 충돌도 끝인 거다.
당연하게도 실패의 전제도 붙는다.
실패하면, 내가 거래에 응하는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성좌는 거래 자체도 내게 해가 되지 않을 거라며 툴툴거렸다.
– 만일 실패한대도, 자네에겐 이득일 거라네. 이렇게까지 나를 신뢰하지 않는다니…… 서운하군그래.
거래가 내게 해가 되지 않을 거라 확언하는 그 눈빛에선 조금의 거짓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등신도 아니고, 그걸 곧이곧대로 믿겠냐만…… 그냥 그랬다고.
나는 바닥에 웅크려졌던 몸을 들어 수도를 틀었다.
솨아아-
“아.”
무언가를 깨달은 나는, 아파 뒈지겠는 와중에도 헛웃음을 지었다.
들을 사람도 없는데 수도는 왜 틀어?
둔탁하게 파고드는 통증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후두둑.
마른 타일 바닥에, 붉은 선혈이 떨어진 것이다.
“……허.”
충돌의 시작부터 이 정도면, 앞으론 어떨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군.
* * *
한편, 라이트온의 숙소.
“음.”
오늘 가장 먼저 눈을 뜬 건, 류인이었다.
“유하는 괜찮으려나.”
어제 눈가가 불어 틀 때까지 훌쩍댄 신유하를 떠올린 류인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맛있는 걸 만들어줄까.”
그가 떠올릴 수 있는 위로 방법 중 하나였다.
“음.”
일단 주방으로 향한 류인의 얼굴이 조금씩 심각해졌다.
뭐든 잘 먹는 최승하나 차윤재와 다르게, 신유하는 음식에 별다른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어보고 만들자.”
마음대로 만들었는데, 주인공이 당기지 않는 메뉴면 곤란하잖아.
작게 문을 두드린 류인은 이내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드르륵-
그와 동시에, 류인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음?”
성큼성큼 안으로 발을 내디딘 류인이 한 침대의 이불을 걷어냈다.
“……없어?”
작은 인기척이 퍼지자, 잠귀가 밝은 신유하가 눈을 비비적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해온, 형 일어나셨…….”
말을 이어가던 신유하의 눈이 커다래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류인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
“유하야, 일어났네?”
“네, 네! 형, 일어, 나셨어요……!”
“응. 유하야, 해온이는 어디 나갔어? 방 욕실에도 없는 것 같은데.”
신유하는 잠시 고장 난 듯 눈을 껌뻑이며, 빈 침대를 빤히 응시했다.
상황을 파악 중인 것이다.
“음…….”
작게 침음성을 낸 신유하가 차분하게 일어났다.
“베란다에서 통화하고, 계실 수도, 있어요……!”
성해온은 종종, 아니, 꽤 자주 베란다로 나간다.
그 이유는 유인성을 협박하기 위해서라든가, 회사에 멤버들 몰래 기획을 들이민다거나, 하는 일이었다만…… 멤버들이 거기까지 알 리 없었다.
“형은, 제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바깥에서만, 통화하시, 더라고요.”
그게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런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신유하였다.
“해온이가 룸메이트 생각을 많이 해주네.”
“맞아요. 정말…….”
유인성을 비롯한 몇몇 성좌들이 들었다면 뒷목을 잡을 만한 발언이었지만,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르륵-!
호기롭게 베란다 문을 열어젖힌 신유하의 몸이 멈칫했다.
“어……?”
한발자국 더 내디딘 신유하는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없어, 없어요. 편의점, 에 가신 걸까요……?”
“그럴 수도 있겠다.”
류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초의 목적을 꺼냈다.
“유하야, 혹시 먹고 싶은 거 있…….”
말을 이어가던 류인의 시선이 어느 한 지점에 닿았다.
거실에 있는 테이블.
……그 위에 올려진 쪽지.
류인은 조용히 그 쪽지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엔 서서히 경악이 물들었다.
바로 그 순간.
타이밍 좋게 최승하의 방문이 열렸다.
“으으음, 다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오늘 햇살 좋다.”
이른 시각, 아직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최승하가 노곤노곤한 얼굴로 소파에 드러누웠다.
“어라? 이 조합은 또 오랜만이네.”
서서히 눈을 뜨며, 류인과 신유하를 마주한 최승하가 하핫 웃었다.
“둘이 나 빼고 놀고 있었던 건가~?”
“…….”
“으음?”
최승하의 얼굴에 의문이 서리기 시작했다.
수상한 분위기를 눈치챘기 때문에.
* * *
거실에 동그랗게 모여 앉은 멤버들 사이에서, 차분하게 운을 뗀 건 한수현이었다.
“그러니까, 종합하자면…… 해온 형이 가출하신 거군요.”
휘이잉-
이딴 효과음이 들릴 것만 같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참고로, 다들 성해온이 넘기고 간 쪽지를 읽은 상태였다.
“호, 혹시 라, 라디오에서 제가 괜한 입방정을 떤 탓일까요?!”
“아냐, 아냐, 해온이도 별말 없었고, 반응도 좋았잖아.”
류인은 차윤재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오랜만에 생기가 넘치던 해온 형님의 얼굴이, 숙소로 돌아오는 밴에서 다시 수척해지셨습니다! 역시 제, 제가!”
완벽한 헛다리였다.
팩트를 짚자면, 진짜 성해온이 돌아오면서 원래의 낯짝으로 돌아온 것이었으니 말이다.
“와아, 근데 쪽지 내용이 상당히~ 어이없는데!”
최승하가 쪽지를 손에 들고 허공에 펄럭였다.
그도 그럴 게, 성해온이 남기고 간 쪽지 내용은 상당히 뻔뻔했기 때문이다.
한참 편지를 살피던 최승하가 화사하게 웃었다.
“역시, 우리 형은 종잡을 수가 없단 말이지~”
상체를 서서히 바로 세운 최승하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 형을 어떡하면 좋을까.”
……성해온의 가출 1일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