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22)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2화(22/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2화
자고로 학교 컨셉이라 하면 대중성의 대표 주자다.
더 색다른 컨셉도 분명 있겠지만, 라이트온은 지금 그런 리스크를 감당할 만한 여력이 없다.
‘이번에도 망하면 정말 해체 수순을 밟게 될지도 모르지.’
게다가 이번에 강찬혁에게서 받은 곡은 청량함을 곁들인 학교 컨셉에 무척 잘 어울린다.
이전에 강찬혁이 들려줬던 곡들도 아주 좋았지만, 난 오늘 들은 곡이 확신의 타이틀감이라고 생각한다.
라이트온만을 위한 곡을 만들겠다더니, 정말 그룹의 색에 딱 맞는 곡을 만들어 온 그가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나는 메모장을 켜놓은 채로 일단 학교 하면 생각나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적기 시작했다.
“…….”
끊임없이 적고 있는 와중에도 머릿속에 청량과 학교 컨셉을 잡았던 수많은 아이돌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정말 얼굴은커녕 이름도 모르겠는, 수많은 아이돌이…….
‘……이해성, 많이도 봤군.’
그 모든 기억을 훑어본 나는,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
라이트온, 비주얼로는 절대 안 밀린다.
‘얼굴’만 놓고 평가한다면 이 바닥에서 최상위권일 거라 자신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의문이 떠오른다.
대체 이 소속사는 어떻게 이런 비주얼을 가진 놈들을 한데 모았으며, 어떻게 그렇게 말아먹을 수 있었을까…….
내가 보기엔 진지하게 연예계 5대 미스터리에 들어가야 할 사건이다.
악에 받친 라이트온 팬들의 심정이 백번 이해된다.
뇌리에 스치는 라이트온 팬덤의 험한 욕들을 곱씹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던 찰나, 방으로 들어온 최승하가 내 노트북을 힐끔 바라봤다.
“뭐 하세요?”
“컨셉, 생각해 보려고.”
“……저번에 편집도 혼자 하더니, 형은 대체 정체가 뭐예요?”
날아오는 질문을 무시한 채 노트북 위에 올린 손가락만 빠르게 움직였다.
성해온의 인상은 좋게 말해서 냉랭한 거지, 무표정으로 입 다물고 있을 땐 내가 봐도 말 걸기 무섭게 생겼다.
원래 내 인상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만, 성해온은 더하다.
근데 이 녀석은 그런 것도 없는지 옆에서 열심히 떠들기 시작했다.
“형은 꼭 이럴 때마다 묵비권 행사하더라! 좀 알려주면 안 되나?”
누나 굿즈 대리 구매하러 갔다가 트럭에 치여서 정신 차려 보니 이 몸이고 너넬 1군으로 못 만들면 바로 사망에 환생도 랜덤이란다.
-라고 말할 수도 없는데, 어쩌겠는가.
입을 다물 수밖에.
“설마……! 우리를 성공시키려고 내려온 천사?”
“……!!”
저 녀석, 지금 반이나 맞췄다.
정신력이 S+인 탓일까, 속으론 놀라도 겉으론 편안한 표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지금 그 덕분에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일단 너네한테 할 말 있으니까 나와”
나 혼자 명훈이를 설득한다면 그것 나름대로 빠른 진행이 될 것이나, 그보다는 멤버들의 의견을 듣고 참고하는 단계를 거치고 싶었다.
방문을 여니 옹기종기 모인 넷이 아직도 노래를 듣고 있었다.
‘지겹지도 않나.’
나는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왔다고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역시 열받는다.
나는 멤버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노래 나왔으니까 지금쯤 회사에서도 컨셉을 생각하고 계시겠지.”
나의 말에 다들 회사가 생각해 냈던 컨셉, 전설의 으라차차가 떠올랐는지 실시간으로 안색이 파리해지기 시작했다.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던 걸 내가 툭, 건든 것처럼.
나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컨셉을 제안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
“아, 아무래도 저희가 직접 부를 노래니까, 회사의 손을 빌리는 것보단 컨셉을 저희가 직접 고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내 말을 끊어먹은 차윤재가 진지한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 숨은 쉬고 말해라.
“하핫~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회사에서도 물론 잘해…… 음. 으음~ 해주시겠지만?”
차마 ‘잘’은 붙이지 못한 최승하가 벙글 웃자, 류인과 신유하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저도.”
“안 그래도 형들한테 말해보려고 했어요. 분명 또 거지 같은 컨셉 가져올 게 뻔하잖아요. 사람도 쉽게 안 변하는데 회사는 어련할까.”
필터 따위 없이 막타를 친 한수현의 발언에 다들 놀란 눈치였지만 뭐라 정정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맞는 말이니까.
제2의 으라차차는 절대로 사절인지 다들 눈동자가 의욕으로 일렁였다.
“다들 편하게 말해봐. 나는 적어둘게.”
방에서 들고나온 노트북을 가리키며 말하자 류인이 먼저 의견을 말했다.
“비트가 조금 신나는 느낌이니까…… 일단 밝은 컨셉이 떠오르긴 했어.”
“앗! 저도 비슷한 생각이었어요. 신나면서도 밝은 분위기! 아까 형이 만들고 있던 그 컨셉 좋던데요? 노래 분위기랑도 잘 어울리고~”
이건 참고로 나를 쳐다보면서 한 말이다.
순식간에 다섯 쌍의 시선이 집중됐다.
스윽-
나는 노트북을 멤버들 쪽으로 돌렸다.
“의상으로는 교복을 생각 중이신 겁니까?”
나는 청량+학교 컨셉으로 활동했던 역대 아이돌들의 티저 사진들을 보기 좋게 모아놨는데, 그걸 본 차윤재가 물었다.
아무래도 청량 컨셉으로 활동한 아이돌 같은 경우 교복 같은 의상을 입은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음, 아직 의상까진 별생각 없긴 해.”
생각이 없긴 무슨, 사실 이미 의상까지 다 정해놨다.
구체적인 의상에 대한 것은 마지막까지 비밀로 간직할 생각이지만 말이다.
* * *
멤버들과 컨셉에 대해 이야기를 마치고 이틀 뒤, 우리는 회사를 찾았다.
“기다리고 계시니 바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두꺼운 문이 천천히 열리자, 여느 때와 같이 상석에 나른하게 앉은 대표가 보였다.
“크흠, 다들 어서 앉거라.”
“네.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
“듣자 하니 너희에게도 곡이 갔다는데, 들어보았어?”
명훈이의 물음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들어도 노래가 꽤 괜찮더구나. 크흐흠!”
나는 곧바로 멤버들에게 눈빛을 보냈다.
‘지금!’
사실 명훈이 같은 타입은 꽤 다루기 쉬운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자존심도 세고 고집도 세지만, 이렇게 눈에 뻔히 보이는 타입일수록 칭찬에 약할 확률이 높지.
지금까지 보아온 모습으로도 그렇고.
딱 봐도 기분파인 명훈이를 칭찬으로 무장해제시킨 후, 은근슬쩍 컨셉을 들이미는 것.
그게 바로 내 계획이다.
회사로 출발하기 직전, 나는 멤버들에게 당부했다.
– 일단 오늘은 무조건 대표님의 기분을 좋게 해드려야 해. 칭찬이든 뭐든 간에.
– ……왜 그래야 합니까?
이해가 안 된다는 눈치였다.
– 직접 정한 컨셉을 어필하려면, 가장 중요한 건 대표님의 허락이야. 그리고 대표님은…….
……너희도 알지?
-라는 눈빛을 보내자 다들 한 번에 납득이 끝나더라고.
내가 보낸 눈빛을 가장 먼저 캐치한 최승하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대표님! 저는 어제 처음 듣고……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니까요? 대표님의 안목은 역시 엄청나십니다~!”
……양 엄지까지 치켜올린 채로 말이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크흠! 흐흠…….”
“귀 호강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눈이 반쯤 죽어 있는 한수현 다음으로는 차윤재가 말을 이었다.
“그 어떤 노래를 들어도 이보다 황홀할 순 없었을 거라고 화, 확신합니다!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흠흠, 크허흠!”
이제 보기 안타까운 것을 넘어서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물론 계획된 칭찬이란 걸 알 리 없는 그는, 기분이 몹시 좋은지 연신 헛기침을 하며 얼굴 근육을 씰룩이고 있었다.
“으허헛! 이 녀석들 좀 보게! 정말 마음에 쏙 들었나 보구나! 너희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이 김명훈이의 기분도 아주 좋아!”
“이게 다 대표님이 애써주신 덕분입니다. 저희는 보답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는 나의 대답에 명훈이의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꿈틀거렸다.
나의 공까지 스스로 자기에게 넘겨줬으니 저 성격에 얼마나 좋을까.
‘더러운 세상…….’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그룹 흥망의 열쇠를 쥔 내가 이 회사의 구린 안목을 어떻게든 뜯어고치려면, 자존심 상해도 숙이고 비위를 맞춰가며 내 의견을 천천히 피력해 나가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절대 갑은 소속사인 게 현실이니까.
“흠흠. 그리고 소개해 줄 사람이 하나 있는데.”
대표가 비서에게 손짓하자 곧바로 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들어왔다.
“제대로 인사드리는 게 처음이네요. 반갑습니다. 저는 기획 3팀 정재진 대리입니다.”
“앞으로 이 친구가 너희를 서포트해 줄 거야. 크흠, 유능한 친구니까 믿어도 돼.”
명훈이가 또 어디서 이상한 놈을 데려왔을 확률은?
합리적 의심이었다.
일단 이 망할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믿을 수 없다.
속으로 온갖 불신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정재진이 몸을 돌리더니 내게 악수를 청했다.
“아. 성해온 씨.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사회성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응수했다.
“이 친구는 아이돌도 많이 기획해 본 경력자야. 경력자!”
명훈이가 정재진의 등을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두드리며 으하하 소리 내어 웃었다.
아니, 아이돌을 기획해 본 사람이 이 회사에 있었단 말인가.
그럼 어떻게 그딴 희대의 망곡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거지?
대표의 말을 듣자마자 신뢰가 쌓이긴커녕 실시간으로 정재진에 대한 호감도가 땅에 처박혔다.
“……대표님. 혹시 저희 컨셉 정해진 게 있을까요?”
내 물음에 곧바로 답을 한 건 명훈이가 아닌 정재진이었다.
“아니요. 타이틀곡의 데모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탓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컨셉은 없습니다만, 금주에 예정된 회의를 통해 픽스될 예정입니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삼켰다.
아직 실무진들조차 컨셉에 대해 회의를 나누지 않은 모양이다.
“멤버들과 데모곡을 듣고 생각해 본 컨셉이 있는데, 괜찮으시다면 보여 드려도 될까요?”
대표는 어디 한번 보자며 흔쾌히 허락했고, 그 옆에 서 있는 정재진도 의아하지만 나름 호기심 넘치는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준비해 놓은 노트북 화면을 펼쳐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시작했다.
준비해 온 말을 하고 있을 때, 정재진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저도 노래를 듣자마자 청량한 여름에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굳이 ‘학교’와 연결 지은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청량 컨셉은 폭이 넓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꼽자면 다른 것들도 많을 텐데요. ……예를 들면 바다라든가?”
이 인간 봐라?
나는 헛웃음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저 같은 경우에도 그걸 가장 먼저 떠올렸습니다만…… 그런 계절감이 짙은 컨셉은 자칫하면 ‘여름 노래’로 인식이 굳어질 확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청량 컨셉은 사실 양날의 검이다.
대중들에게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으며, 계절 시기만 잘 맞춘다면 음원 성적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
하지만 케이스에 따라 치명적일 수도 있는 단점이 존재한다.
계절성이 짙어졌을 때, 대중들에게도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곡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연스레 새겨진다는 점이다.
물론 기반이 탄탄하다면, 매해 여름마다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차트에 되살아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라이트온 같은 망돌이라면?
운 좋게 한 철 사랑받고 나면, 바로 대중들의 뇌리에서 깨끗이 잊히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매해 청량한 여름 노래는 쏟아져 나오니까.
‘이 업계에서 아이돌 좀 키워봤다는 사람이 몰라서 묻는 건가?’
하긴 엔터 업계 실무진 중에 무능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눈앞의 저 사람도 그런 부류일 테다.
그러니까 그런 답도 없는 앨범이 세상에 나온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