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237)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37화(237/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37화
돌겠군.
예상은 했다만.
드르륵-!
나는 경쾌하게 열린 병실의 문을 힐끔 바라봤다.
숙소로 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여길 또 와?
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눈앞의 인영들을 응시했다.
“해온 형, 심신 안정에 좋은 곡들을 추려 왔습니다.”
“형님! 말도 마십시오! 숙소에 가자마자 계속 이어폰만 끼고 노래만 찾더랍니다!”
“……! 그것만 찾진 않았어요.”
“아냐, 내가 봤는데 수현이는 그것만 찾았어~”
빙그레 웃은 최승하가 내 쪽으로 성큼 다가왔다.
멤버들이 병실 이곳저곳에서 복작대고 있었다.
이유는 당연히 내 수발이었다.
지금 내 옆에 철썩 붙은 최승하만 해도 말이다.
“필요 없다니까.”
내 어깨를 주무르던 최승하의 손을 밀어내자,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위치를 아래로 옮겨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
그래,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내버려 두자는 결심이 무색하게도, 내 눈깔에선 점차 안광이 사라지고 있었다.
눈 깜짝할 새에 사지가 주물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른쪽 다리는 최승하, 왼쪽 다리는 신유하.
팔은 차윤재와 한수현이었다.
이건 뭐…….
엄청난 꼴을 내려다보고 있을 무렵, 최승하가 눈을 접어 웃었다.
“형, 저희 없는 동안 잘 잤어요?”
“나간 지 세 시간 만에 왔으면서 자긴 뭘 자냐.”
지금 시간이 4시 20분이었다.
척 봐도 매니저를 재촉해 일찍 나온 게 틀림없었다.
이럴 거면 번거롭게 왜 나간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이 녀석들답다고 해야 할지.’
이걸 준비하려고 순순히 물러난 거였군.
“형님! 입을 벌려보십시오. 숙소에 가자마자 류인 형님이 만드신 겁니다!”
“아냐, 애들도 도와줬어.”
보온 도시락통에 미음 수준의…… 고운 입자로 끓여진 죽이 담겨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먹어도 괜찮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조금씩이요!”
죽을 한 숟가락 뜬 차윤재가 팔을 뻗었다.
“자아, 형님! 어서 드셔보십시오! 허기지실 것 아닙니까!”
사실 배고프긴 했다.
나는 별생각 없이 입을 벌려 죽을 받아먹었다.
“……!”
내 눈이 순식간에 커다래지자, 죽을 먹인 차윤재가 덩달아 놀란 얼굴을 했다.
“형님, 너, 너무 뜨거웠습니까?! 이럴 게 아니라 찬물을…….”
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손을 휘적거리며 죽을 꿀꺽 삼켰다.
……맛있다!
맛있다는 감정을 느껴본 게 얼마 만이지?
굉장히 중2병스러운 발언이다만, 진짜다.
충돌을 겪는 내내, 음식물이 자갈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맛있다.”
나는 생각한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으며, 류인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병실 구석탱이에서 물티슈로 창틀을 닦던 녀석이 물음표를 띄우며 다가왔다.
나는 다가온 류인의 귀에 대고 속닥였다.
“달콤이밖에 없네.”
화르륵!
류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해온아!”
나는 피식 웃으며 죽그릇과 숟가락을 차윤재에게서 뺏었다.
“내가 먹을 테니까 할 일들 해.”
“형님, 그…….”
차윤재가 안절부절못하며 입술을 달싹였다.
“뭐.”
내가 짧게 되묻자, 차윤재가 기밀 사항을 전달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속닥였다.
“파, 팔에 힘이 들어가긴 하십니까아……?”
“…….”
이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걱정일 거란 점이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군.
“숟가락 들 힘도 없으면 죽어야지…….”
내 말과 동시에 차윤재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희 할아버지랑 똑같은 말을 하십니다! 그런 말은 농담으로도 입에 담지 마십시오!”
더 돌겠는 건, 병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아련해졌다는 거다.
이봐, 난 21살…… 아니.
22살이라고.
아직 뒈지기엔 심각하게 창창한 나이란 말이다.
“끄흡, 밥도 넘어가지 않으시는 겁니까!”
미안하지만 굉장히 잘 넘어간다.
옆에서 누가 오열을 하고 있으니 못 먹은 거지.
“이리 내.”
숟가락을 강탈한 내가 죽을 입에 넣자, 최승하가 하핫! 웃으며 차윤재를 연행하기 시작했다.
“형 밥 먹게~ 우리 윤재는 저어어기 가서 눈물 닦고 올까?”
“예에? 흡, 끅, 하지만 밥을 먹여 드려야…….”
“으응~ 우리 윤재 착하지~”
“아이 취급 하지 마십시오!”
“움쪽~”
“으아아아아!”
차윤재를 완벽하게 제압한 최승하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내게 메시지를 전했다.
음, 입 모양을 추측하자면…….
맛있게 먹으라고?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정말 맛있게 먹고 있다.
죽을 한술 더 뜬 나는 신세계를 체험했다.
‘이렇게 맛있다고?’
평생을 나무껍질만 삶아 먹다가, 난생처음 쌀밥을 맛본 것 같은 기분이라면 설명이 되겠는가.
나는 죽그릇을 단숨에 비웠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류인이 은근슬쩍 물어왔다.
“해온아, 죽 하나 더 있는데 꺼내줄까?”
……어쩐지 눈이 조금 반짝이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류인이 죽 하나와 정체를 모르겠는 작은 보온병 하나를 꺼냈다.
‘저건 뭔데?’
의문과 동시에 류인이 보온병의 뚜껑을 열었고, 김이 모락모락 솟아올랐다.
“……떡국?”
“소화가 잘되진 않을 것 같아서 조금만 가져왔어. 맛만 보라고.”
류인이 머쓱하게 볼을 긁었다.
“새해…… 니까.”
죽다 살아나서 먹는 떡국이라, 감회가 남다르군.
떡국을 입에 넣은 순간, 뒤통수에 시선이 콱콱 박혔다.
안 봐도 멤버들의 것이었다.
나는 시선을 느릿하게 들어 올렸다.
또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음.”
나는 눈을 도록 굴렸다.
시선이 멈춘 곳은, 내 식사 시간 동안 근신을 선고받아 구석탱이에 찌그러져 있던 차윤재였다.
“……성인 축하해?”
내 말과 동시에 차윤재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생성되기 시작했다.
아까 그렇게 흘리고도 나올 게 있단 말인가.
놀라울 지경이다.
“울기만 해봐.”
“메이크업도 안 했는데 왜 그러십, 니까! 우는 건 제 자유입니다!”
오호라.
제법 논리적이군.
“그리고!”
그렁그렁한 얼굴의 녀석이 가까이 다가왔다.
“형님에게 꼭 축하를 받고 싶었는데……”
차윤재가 활짝 웃었다.
“정말이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마터면 나까지 기분이 묘해질 뻔했군.
이 녀석들은 대체 왜 이렇게 순해 빠진 건지.
나는 작게 헛기침하며 고개를 돌렸다.
게다가 이 감동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도…….
‘졸려 죽겠네.’
말 그대로 졸려서 뒈질 것 같다.
몸뚱어리가 지극히 본능만을 좇게 된 것 같다.
이 녀석들을 얼른 다시 내보내고, 모니터링도 제대로 하고…… 할 게 산더민데.
눈이 자꾸만 껌뻑 감겼다.
“해온아, 졸려? 이거 한번 먹어볼래?”
류인이 접시에 잘게 썬 디저트를 올렸다.
“아까 의현 선배님이 사 오신 건데. 병원에 여쭤보니까 검사할 건 다 해서 속만 괜찮으면 먹어도 된다 하더라고. 아, 물론 속 안 좋으면 나중에 먹어.”
이 와중에도 맛있어 보이는 빵에, 나는 포크질을 이어갔다.
의현은 재수 없지만 음식은 죄가 없기 때문이다.
평생 식욕이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충돌이 끝난 탓인지 당긴단 말이지.
뭐, 맛있기도 하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내 옆에 앉은 한수현이 음울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차라리 먹어서 사라지면…….”
그러곤 의현이 사 온 음식을 본인의 입속으로 마구 넣기 시작했다.
한수현은 원체 식욕이 없는 편인데도 말이다.
그냥 의현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유일하게 둘만이 몰랐다.
여기서 둘이란, 차윤재와 류인을 말한다.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매일 새 모이같이 먹는 녀석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형님, 여기 물 좀 주십시오!”
나는 볼이 빵빵해질 때까지 음식을 욱여넣은 한수현을 응시했다.
봐라.
눈부터 안광이 없지 않은가.
당장에라도 뱉고 싶은 얼굴이다.
“수현이가 잘 먹네. 보기 좋다.”
말을 마친 류인이 고급 과일 바구니 속 과일을 깎기 시작했다.
저것도 의현이 사 온 거라서, 한수현이 모조리 입에 넣을 텐데 말이다.
눈앞에 놓인 빵이나 씹던 내 고개가 꾸벅꾸벅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건 뭐, 갓 태어난 것도 아니고.
나는 눈을 부릅떴다.
절대 안 잘 거다.
며칠을 처잤는데, 여기서 또 자면 양심이 없는 거지.
* * *
“어……?”
멜론을 썰던 류인의 눈이 조금 커졌다.
“쉿!”
최승하가 자신의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류인은 속삭이듯 작게 물었다.
“해온이 자는 거야?”
“네!”
재밌어 죽겠다는 듯, 최승하가 키득 웃었다.
“이 형 오른손에 포크 쥐고 자는 것 봐요. 빵까지 꽂혀 있어. 미간은 왜 이렇게 심각하게 구겨져 있는 거지?”
“얼마나 피곤했으면 앉아서 졸지……? 일단 눕혀줄까?”
“하핫, 그 전에! 이걸 어떻게 넘어가요?”
류인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마트폰을 쥔 최승하의 손이 얕게 떨리고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아직 자신조차 성해온이 깨어난 게 실감 나지 않으니.
사진 한 장을 찍은 뒤,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최승하가 성해온의 오른손에 쥐어진 포크를 위로 빼냈다.
그러곤 눕히려 어깨를 잡고 누른 순간.
……번쩍!
성해온의 눈꺼풀이 들어 올려진 것이다!
“와아아아, 윤재가 이런 기분이었구나. 소리 지를 만하네…….”
“나 안 자.”
“이거 약간 그 드라마에서, 거실에서 코 골면서 잤으면서 리모컨 쥐고 ‘아빠 안 잔다!’ 하는 그거 아니에요?”
“……? 나 코 안 골 텐데.”
“그냥 말이 그랬다는 거죠! 어, 형 침 흘렸다. 잘 잤나 보네?”
최승하가 빙글 웃으며 자신의 턱을 콕콕 두드렸다.
“안 잤다니까. 거짓말이면 등짝 20대.”
“앗, 큰일 났다. 턱 깨끗했는데.”
“뒈질래, 읍.”
“못된 말 하는 입에 멜론 넣기~”
음.
최승하는 열받지만 달군.
당이 들어오니 잠이 깨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입에 들어온 큼지막한 멜론 덩어리를 씹다가 주변을 둘러봤다.
“애들은?”
드르륵-!
내 말과 동시에 병실의 문이 거세게 열렸다.
“콜록, 큽, 콜록!”
멜론이 목에 걸린 나는 가슴을 탕탕 쳤다.
가장 앞에 있던 신유하가 화들짝 놀라며 내게 물을 건넸다.
그리고 문가에 서 있던 정재진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다가왔다.
“해온 씨가 깨어나셨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달려왔습니다! 하필 지방 출장이 있어서…….”
한참을 주절거리며 내 건강 상태에 대한 염려를 이어가던 정재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을 뵈니, 이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저는 회사에 작은 이슈가 하나 터져서 이만 돌아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쉬워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다른 것에 꽂혔지만 말이다.
……이슈?
내가 그것에 대해 질문하자, 정재진이 고개를 휘저었다.
“해온 씨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안정을 취하셔야 하는데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내가 끈질기게 묻자, 정재진이 결국 입을 뗐다.
“아 그게…… 정말 어처구니없는 거라서요.”
뭔데 이렇게 뜸을 들여?
빨리 말해보라는 듯, 시선으로 재촉하자 말이 이어졌다.
“그게, 해온 씨가 사실 사망했다는…… 해, 해온 씨!”
데구르르-
내 손에 쥐어져 있던 포크가 병원 바닥을 싸늘하게 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