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26)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6화(26/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6화
밖으로 나오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한수현의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멤버들의 반응을 보면 혼자 추가 연습을 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닌 듯 보였다.
나이도 어린 녀석이 저러면 말리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보통 아닌가?
밥도 안 먹고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자처하는데, 고작 18살이.
“……흐음.”
나는 모르는,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건가.
다른 놈들은 몰라도 최승하 성격이면 분명 유난에 난리 법석을 치면서 한수현을 숙소로 끌고 갔을 것 같은데,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챙기는 게 꽤 작위적이었다.
조수석 창에 머리를 기댄 나는 점점 작아지는 사옥을 바라봤다.
나는 당연하게도 아이돌들은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여러 아이돌의 예를 들어보자.
연차가 쌓이고 팬들이 쌓이는 순간부터 나태해져서 ‘칼군무’ 소리 듣던 안무는 점점 삐끗대고, 세상 간단한 동선 대칭조차도 안 맞추는 놈들 진짜 많다.
‘초심을 잃어버린 거지.’
그런 의미에서 더 노력한다는 게 기특한 일이지. 걱정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다만 어린 나이부터 저런다는 게 조금 걱정될 뿐이다.
아까 구희승한테 멘탈 제대로 털린 것 같던데.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은 연습이란 걸 더 하지 않아도 되는 거냐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지금 내 꼴이 보이지 않는가.
……사지가 종이인형처럼 떨리고 있다.
물론 연습이야 필요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할 수 없다.
이미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니까.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그런 거였냐며 인자한 미소를 짓습니다.]헛소리를 차단할 새도 없이 눈앞에 창이 떠올랐다. X발.
“매니저님. ……저 여기서 내리겠습니다.”
“어? 무슨 일 있으세요?”
임시 매니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저도 연습을 조금 더 하고 들어갈 생각입니다.”
휙! 휙! 휙! 휙!
내 대답이 나오기 무섭게 차 시트에 늘어져 있던 놈들이 귀신이라도 마주친 듯 놀란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으응? 지금 그렇게 갓 태어난 송아지 같은 꼴을 하고 무슨 연습이에요!”
“승하 말이 맞아. 오늘은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맞습니다. 형님! 휴식도 필요한 겁니다!”
“마, 맞는 말…….”
탁!
내가 안전벨트를 풀자, 뒷좌석에 있는 멤버들까지 눈치를 살피며 벨트를 풀었다.
나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
“난 아까 지적받은 부분 연습만 하고 들어갈 거야.”
나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 녀석들은 휴식이 더 중요하다.
“너희는 들어가. 아, 매니저님 차 안 돌리셔도 괜찮아요. 멀리 가지도 않았으니까요.”
나는 다른 놈들이 따라 내리기 전에 서둘러 밴에서 내렸다.
툭, 툭-
그리고는 밴을 작게 두드리자, 매니저가 창문을 스륵 내렸다.
“애들은 쉬어야 하니까 못 내리게 해주세요.”
역시나 나올 채비를 하고 있던 멤버들이 문을 열기 전, 나는 매니저에게 어서 출발하라 전했고…… 밴은 빠른 속도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성좌가 내려준 특성을 살폈다.
……심지어 이거, 받는 순간 강제로 활성화까지 됐다.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A)]: 연습만이 살 길!
▲ 5일 지속 후 자동 소멸
▲ ‘연습’하는 모든 것에 대한 습득 속도 2배 상승
▲ 전체적인 체력 증가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감사 인사는 됐다며 손사레를 칩니다!]“…….”
열받긴 하지만, 내게 필요했던 특성임은 틀림없다.
다른 멤버에 비해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으니까.
드르륵-
연습실 문을 열자, 거울 속으로 나와 눈을 마주친 한수현의 눈이 커졌다.
“형이 여긴 왜…….”
샤락!
곧장 신뢰의 낯짝을 걸친 나는 연습실 한편에 가방을 내려놨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거, 호감도나 얻는다.
“너 혼자 어떻게 두고 가?”
“네? 평소엔 잘만 두고 가셨잖아요.”
팩트폭력에 할 말이 사라지는군.
나는 한수현의 옆으로 다가가 작게 웃었다.
“그래도 같이 연습하면 좋잖아. 서로 안무도 봐줄 수 있고, 안 그래?”
“……그렇긴 하죠.”
“넌 왜 이렇게 열심이야?”
넌지시 던진 내 물음에, 한수현은 한참 말이 없었다.
‘너무 나갔나?’
내가 화제를 돌리려던 찰나, 무서우리만큼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보셨잖아요. 뒤떨어지는 거.”
말끝을 흐린 한수현이 연습실 스피커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 * *
매일같이 몸을 혹사하는 수준의 연습이 계속됐다.
“……피곤하네.”
웬만해선 불평을 하지 않는 류인조차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쉬어댈 정도면 말 다 했다.
정말 매일같이 구희승에게 치이고, 치이고, 또 치였다.
물론 그중에 가장 뒈질 것 같은 건 다름 아닌 나였다.
“으…….”
시체 같은 낯짝에서 앓는 소리가 간간이 터져 나왔다.
당장이라도 침대에 누워 기절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받았던 특성은 며칠 전 소멸됐다.
체력의 소모가 줄어든다지만, 줄어들어봤자 연습량이 두 배로 늘어나니 무용지물이었다.
오늘은 뮤직비디오 촬영 전날이라고 그나마 일찍 숙소에 돌아올 수 있었다.
영상에 거무죽죽한 다크서클 달고 나오면 안 되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라이트온은 얼굴이 생명이자 특기이자 비기다.
멤버들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최승하가 문 앞에 있는 작은 택배 박스를 손에 들며 고개를 까딱였다.
때맞춰 왔군.
“형, 음. 이거 형 앞으로 왔는데요?”
“이리 줘.”
최승하가 곧바로 내게 박스를 건넸다.
지이익!
숙소로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테이핑을 뜯었다.
“음.”
나는 설명서를 읽어내렸다.
계획을 위해 내가 직접 산 거지만, 이걸 이 녀석들에게 쓰려면 역시…….
“기획팀에서 뮤비 촬영 전에 해놓으라고 보내주셨어.”
정재진 팔아먹기다!
물론 정재진은 이거에 대해 입도 벙끗하지 않았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당신의 자연스러운 거짓말에 찬사를 보냅니다!]욕인지 칭찬인지 모르겠군.
내가 물건을 들이밀자 멤버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일렁였다.
“어, 어어. 그러니까 제모를요?”
무척 혼란스러운 얼굴의 최승하가 볼을 긁적이며 왁싱 제품을 손에 받아 들었다.
“어.”
회사가 하라는데 얘네가 어쩌겠는가, 밀라면 밀어야지.
물론 회사는 이런 거 안 시켰지만.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악랄함에 치를 떱니다!]나는 조용히 뚜껑을 열며 읊조렸다.
“……머리털이랑 눈썹털 빼고는 다 미는 게 좋겠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경악합니다!]그 날은 숙소에 비명 소리만이 가득했다.
……물론 나조차도 그 고통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 * *
뮤직 비디오 촬영날이 밝아왔다.
멤버들은 아닌 척하지만, 설레하는 기색을 감추지는 못했다.
아, 그리고 내 춤 실력도 나름 봐줄 만하게 성장했다.
– 이야~ 해온이, 너 많이 늘었다? 어? 늘었어? 하하! 기특한 놈!
나름 인정도 받았다는 말씀.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욕할 땐 언제고 이제는 즐기는 거냐 묻습니다.]“…….”
이렇게 짚어줄 때마다 현타가 밀려들어 온다.
댄스 포지션인 멤버에 비하면 뚝딱이지만 그래도 평균권에 들어왔달까.
아무튼 단체 무대를 봤을 때 ‘혼자 못 추는 거 티 난다’ 소리 듣지 않을 정도로는 성장했다는 뜻이다.
새벽 3시, 회사에서 보낸 차가 숙소 앞에 도착했다.
멤버들은 눈도 못 뜬 채로 하나둘씩 차에 올라탔다.
“뮤비 콘티 숙지는 하셨죠? 바로 촬영장으로 가겠습니다.”
엊그제 콘티를 받았는데, 딱히 어려울 것 없어 보였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차 안에서라도 눈을 붙여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잔 건지 옆에서 매니저의 목소리가 들려와 눈을 떴다.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에 또 그 꿈을 다 꾸는군.
얕은 잠에서 깨어난 나는 몽롱한 시야를 정리하며 바깥을 둘러봤다.
도착한 건 경기도 외곽의 한 학교.
촬영지가 학교라는 건 뮤비 콘티에 적혀 있는 내용이라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규모가 컸다.
연식이 조금 있어 보이는 건물이지만, 곳곳에 포인트 삼기 좋은 부분이 많아 보인다.
오히려 영상미로는 이런 곳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던 차에 저 멀리 누가 봐도 총괄 감독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STUDIO. HERO]오늘 함께하는 촬영팀의 이름이자, 요즘 각광받고 있는 영상 컨텐츠 기획 회사다.
콘티를 받자마자 보이는 스튜디오 이름에 나는 헉 소리를 삼켰더랬다.
아무래도 명훈이가 이 그룹을 푸쉬해 주기로 결심한 것 같지.
“저분, 감독님 같은데.”
내가 조용히 속삭이자 굳이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발걸음의 방향이 같아졌다.
“안녕하세요! 오늘 촬영 잘 부탁드립니다!”
사회생활 실전편, 권력 있는 사람한테 어떻게든 잘 보이면 콩고물이 떨어진다.
예쁘게 봐준다면 조금 더 잘 찍어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스윽-
감독으로 추정되는 인간은 우리의 인사를 받고 아무 대답도 없이 우리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음, 딱 봐도 재수 없는 놈이군.’
주변 스태프가 귓속말로 ‘오늘 촬영할 친구들입니다’라고 알려주자, 그제야 대충 인사를 받아줬다.
자기는 아쉬울 것 없이 잘나가는 감독이고 우리는 듣보다, 이거다.
이 업계에 인성 똑바로 박힌 놈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앞에서 이렇게 폴더 인사를 해대는데 눈 깜짝하지도 않는 인성이라…….
“그럼 저희는 이만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우린 생글생글 웃으며 다시 90도 폴더 인사를 한 후 자리를 떴다.
촬영장엔 이미 우리 쪽 스태프들도 도착한 상태였는지 저 멀리 정재진을 비롯한 아는 얼굴들이 보였다.
“아티스트분들 여기로 와주세요!”
준비실을 강당으로 지정했는지, 우리가 오늘 입을 옷들과 메이크업, 헤어 도구들이 즐비했다.
“일단 A 의상부터 입어주시고, 그다음 메이크업과 헤어 진행할게요.”
옷걸이엔 오늘 입을 3개의 의상이 A, B, C로 나누어져 있었고 그중 무려 2개의 의상이-
“……반바지?”
그래. 반바지다.
어제 내가 녀석들에게 제모를 시킨 것도 다 이 의상 때문이다.
오타쿠의 동생으로 21년을 살아온 나는 팬들이 반바지를 입거나 민소매를 입으며 제모를 안 하는 아이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충 알고 있다.
다행히도 어제 녀석들은 내가 내민 것들을 별 의문 없이 잘 사용해 줬다.
정재진이 보냈다는 거짓말을 쳐서겠지, 양심에 찔리긴 했지만 역시 잘한 선택이었다.
‘이런 걸 선의의 거짓말이라 하는 거겠지…….’
얼빠진 얼굴의 멤버들 사이에서 홀로 고개를 끄덕이자, 메시지가 연달아 떠올랐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흐뭇한 얼굴로 당신을 내려다봅니다.]한창 컨셉을 정했을 무렵, 난 개인적으로 정재진에게 반바지 위주의 의상 컨셉본을 보냈다.
정재진은 내 의견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수용해 준 듯했다.
물론 멤버들은 내가 이 의상을 하자고 한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히죽…….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을 바라보며 침음성을 흘립니다!]사실 [아이돌]에게 [반바지]란, 히든카드와도 같은 것이다.
대형 소속사에서도 화제성을 챙기고 싶을 때 반바지를 써먹는다.
호불호는 갈리지만 그만큼 화제성이 어마어마해서, 반바지를 입혔다 하면 실시간 트렌드에 뜨기도 한다.
보통 반바지는 귀여움을 담당하는 멤버나 막내 한둘에게만 입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우리는 한 명도 빠짐없이 전원 반바지다.
– 독기 ㄹㅈㄷ
– 형님 이 친구들 비겁하게 성공하고 싶은가 본데요 하지만 오히려 좋아
이런 반응이 쏟아져나올 거라 예상한다.
‘뭣보다 관심을 끌 수만 있다면 이 정도야 대수롭지 않다.’
멤버들은 모두 슬렌더 체형이고, 근육이 있다 해도 보기 좋은 잔근육 느낌이기에 반바지를 입혀도 괴리감이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지금 입으면 되는 거죠?”
곧바로 반바지를 잡아 올린 한수현을 제외하고는 다들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오…… 와, 와아…… 반바지?”
최승하도 애써 긍정적인 낯짝을 걸치고 의상을 집어들었다.
“이! 이런! 너무 망측합니다! 바지 길이가, 두 뼘, 아니, 세 뼘! 이, 이걸 어떻게……!”
당장 뒷목이라도 잡을 기세로 경악하는 차윤재를 힐끗 바라본 류인이 반바지를 유심히 살폈다.
“이런 반바지는 집에서도 안 입어 본…….”
흠.
누가 봐도 안 내킨다는 분위기로군.
그리고 이미 예상했다.
이해성의 빅데이터를 참고하자면 아이돌들은 대부분 멋있어 보이는 의상을 선호하지, 이런 의상은 자존심 상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척! 처억!
나는 망설임 없이 의상을 집어 들었다.
드르륵-!
간이 탈의실의 커튼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정적이 찾아왔다.
의상을 갈아입고 나오자, 몇몇 놈들이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뭐, 뻔하다.
내가 이딴 거 입기 싫다며 바닥에 던질 줄 알았나 보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대체 돗자리는 언제 깔 거냐고 묻습니다!]……이걸 맞혔다고?
사실 과거 성해온의 인성 전적을 생각하면, 그다지 어려운 예측도 아니다.
모든 상황에서 가장 인성 파탄적인 결말을 생각하면 된다.
천상계의 인성을 소유한 성해온이 군말 없이 의상을 입자, 다른 멤버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의상을 갈아입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분주해 보이는 스태프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의상 입으셨어요? 스타일링 시작할게요. 다들 앉아주세요!”
모든 스타일링이 끝난 후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교실, 교무실, 미술실, 체육관, 푸른 잔디가 깔린 축구장 등등 찍을 만한 곳은 다 돌며 찍었다.
여러 장소에서 개인 컷 촬영, 단체 컷 촬영은 물론, 중간중간 들어갈 안무까지 장소마다 춰댔다.
옷까지 계속 갈아입으면서 말이다.
……이거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새벽부터 시작한 촬영이었는데 어느새 저녁이었다.
“아, 여러분. 촬영팀에게서 지금 급히 전달받았는데, 수영장에서 마지막 컷 찍고 싶으시다네요. 괜찮을까요?”
이 학교가 특이한 점은 수영장이 있다는 것이다.
정재진의 말에 우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촬영도 막바지에, 젖는 거 한 번 정도야 괜찮겠지.
이 생각은 크나큰 오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