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274)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74화(274/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74화
드림캐처를 파는 가게에 들어온 나는 진지한 얼굴을 했다.
“음.”
멤버들에게 줄 선물 중 하나로 괜찮지 않나.
방마다 창이 나 있으니, 하나씩 걸어도 괜찮을 것 같고.
디자인도 굉장히 다양해서, 나는 쭈그려 앉은 채 그것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
솔직히 이젠 구매보다 흥정이 막막했다.
벌써 날 가늠하고 있는 상인의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리고 몇 분 뒤.
나는 나름대로 뿌듯한 낯짝으로 발을 내디뎠다.
‘괜찮게 산 것 같은데.’
경험이 있어서인지 수월했다.
뒤이어 나는 고개를 훽훽 돌리며 의현을 찾았다.
‘저기 있는 모양이군.’
내게 붙은 카메라 2대를 제외하고, 다른 카메라들이 우르르 몰려 있었기에 단번에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간 내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대충 봐도 의현이 호구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뭘 저렇게 들고 있는 거야?
나는 다급하게 다가섰다.
“선배님, 뭐 하세요?”
의현의 품엔 온갖 물건이 한 아름 안겨 있었다.
참고로 굉장히 일괄적이지 않고, 혼자 사는 남성에겐 쓸데없는 물건들이었다.
나는 귓속말로 말을 전했다.
“쓰려고 사신 건가요?”
“글쎄, 사실 이 나무 인형을 보고 있었는데.”
의현이 나무로 깎아낸 작은 공예품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구매하니까 다른 것들도 추천해 주시더라고.”
“그 품에 안겨 있는 것들이요?”
“응, 필요한 분들께 나눠 드릴까?”
역시.
이 새끼, 냉철한 현지인들에게 호구로 찍힌 게 틀림없었다.
사실 그것보단 본인이 이런 사소한 일에 관심 없다는 것에 가깝겠지만.
누가 덤터기를 씌우든, 강매를 하든, 그냥 말할 가치를 못 느끼는 것이다.
겪어본 결과, 여기서 더 둘러보는 순간 꼼짝없이 구매 루트다.
눈 깜짝 할 사이에 계산까지 마친 상태가 될 거라고.
의현의 품에 가득 올려진 물건을 하나씩 척척 제자리에 내려놓은 나는 상인에게 작게 목례했다.
그리고 또 붙잡히기 전에.
“갈까요.”
“하하!”
뭐가 좋다고 처 웃어, 웃기는.
* * *
시장을 조금 급하게 빠져나온 나는 숨을 골랐다.
이 빌어먹을 체력아.
“해온아, 저기 잠깐 앉을까?”
호오.
나는 벤치를 가리키는 의현을 가늘게 뜬 눈으로 응시했다.
평소보다 친절한 목소리라.
과연, 이 바닥에서 구른 놈답게 이미지 메이킹이 훌륭하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대체 어떻게하면 그렇게 연결이 되는 거냐며 기함합니다!]질 수 없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본신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걸 보라며 기겁합니다.]미안하지만, 가식으로 질 생각은 없다.
나도 그건 자신 있거든.
나는 곧바로 눈깔에 생기를 돋웠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그런 걸로 자신 있어 하지 말라며 경악합니다!]“선배님이 걱정해 주시니 괜찮아진 것 같아요.”
“다행이다.”
의현이 PD와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해온이가 이겼어요. 내기.”
“……!”
여기서 이런 멘트를 선수치다니.
내가 먼저 하려고 했는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눈을 질끈 감습니다!]방송에 저 녀석이 얼마나 훈훈하게 나올지, 벌써부터 열받는군.
나는 이를 바득 갈며 우승자 특전인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었다.
* * *
“해온 형은 지금쯤, 도착하셨겠죠.”
“아마도……!”
한수현의 얼굴이 조금 아까보다도 더 흐릿해졌다.
“유하 형.”
“응?”
“형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사람?”
“그냥…… 정말 유명하신 선배님, 신기하다.”
“그것뿐이에요?”
한수현의 물음에, 신유하가 조용히 속삭였다.
“사실, 조금 질투도 나! 친구 뺏긴, 기분…… 유치하지?”
“전혀요.”
한수현이 산뜻하게 말을 이었다.
“전 그냥 싫거든요.”
“수, 수현아! 누가 들으면, 어떡하려고……!”
“숙소인데 뭐 어때요? 흥.”
당황한 신유하가 갑작스럽게 상담 선생님 모드로 돌변했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
“처음부터요.”
한수현이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재수 없어…….”
“수현아……! 나, 쁜 말을 하면 안 돼……!”
신유하가 팔을 붕붕 휘저었다.
“착한 말!”
“알겠어요. 조금 많이 재수 없게 느껴진 것 같아요.”
“말투만 착하게, 하면 어떡해……!”
경악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내 진정한 신유하가 목을 가다듬었다.
“음, 있잖아. 나는 그, 선배님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진심으로, 형을…… 걱정하는 것 같았어.”
“해온 형을요?”
“그러니까, 수현이 너도…… 너무 싫어, 하지는 마.”
“형은 너무 순하셔서 세상에 앞뒤가 다른 사람이 많다는 걸 모를 수도 있어요.”
순간적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린 한수현이 혀를 찼다.
“앞에선 성자처럼 굴어도, 뒤에선 아닐 수도 있으니까.”
“나도, 알고 있어. 어떤 사람은…… 못됐, 다는 거!”
한수현이 동의한다는 듯 끄덕였고, 신유하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선배님은 정말, 괜찮다고 생각해. 적어도, 해온 형한테만은…….”
신유하는 성해온의 사고 소식을 듣고 병실로 처음 찾아온 의현을 떠올렸다.
제정신이 아닌 얼굴.
적어도 그건 꾸며낼 수 없는 감정이었다.
* * *
시장 근처 로컬 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친 우리는 호텔로 들어왔다.
다음 목적지까지 시간이 조금 떠서 미리 체크인한 것.
“들어가셔도 됩니다~ 카메라 없으니까 푹 쉬세요!”
룸 내부 영상 촬영을 마친 제작진들이 룸에서 우르르 나왔고, 나는 곧장 침대에 엎어졌다.
여기서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다가, 오후에 무슨 공연을 보러 간다더라.
그리고 지금 나는.
공연이고 나발이고, 거지 같은 체력이 바닥났다.
공항에서 거덜난 체력이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바로 촬영에 들어갔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사실 길바닥에서 드러눕고 싶은 걸 성인의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폭신한 침대에 드러누운 나는, 옆 침대에 걸터앉아 작은 나무 공예품을 매만지고 있는 의현을 응시했다.
더럽게 안 어울리는군.
“그렇게 안 어울리나?”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먹던 포도주를 쏟습니다.]미안하지만 더 놀란 건 나다.
이 자식, 연예인 할 게 아니라 돗자리를 깔아야겠는데.
“누구한테 주려고?”
“음, 지금 나한테 먼저 질문해 준 거야? 감동인데.”
“…….”
눈을 접어 웃은 의현이 내 흐릿해진 낯짝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냥, 내가 이런 걸 좋아해서.”
“쓸데없는 걸.”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의현이 공중으로 던진 나무 인형을 낚아채며 작게 읊조렸다.
“싫어하는 건 똑같네.”
모호한 말이었음에도, 누굴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원래의 성해온.
순식간에 기분이 더러워진다.
내가 저 자식을 피하는 이유도 비슷했다.
마치 내가 성해온의 인생을 빼앗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 기분은 몇 번을 겪어봐도 별로다.
“야.”
“응, 해온아.”
“나 잘 거니까 말 걸지 마.”
30분 뒤로 알람을 맞춰놓은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내렸다.
하지만 잠이 올 리 없었다.
어디서 시작됐는지도 모를 미약한 죄책감이 자꾸만 존재감을 키워갔으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눈깔 치워. 자는 사람을 왜 쳐다봐?”
“하하, 들켰네. 이제부터 안 볼게.”
“너 등신이야? 이렇게 막말을 하는데도 처웃는다고.”
“싫지 않은 걸 어떡해.”
살풋 웃은 의현이 말을 이었다.
“내가 무슨 답을 하길 원해, 해온아?”
“…….”
“너 지금 얼굴이 안 좋아. 혹시 내가 무언가 실수한 걸까?”
“아니, 너는 잘못 없어.”
곧바로 상체를 일으킨 나는 말을 이었다.
“문제는 나지.”
나는 저 새끼가 내게 악감정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불쾌하다.
아는 사람의 몸을 뺏은 영혼이 있다면, 싫어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 의현은 어떠한가.
누가 봐도 호의적인 태도.
그래.
이 사실이 미친 듯이 거슬린다.
“네가 성해온이랑 무슨 사이였든, 관심 없어. 나랑은 관계가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의현과 눈을 마주쳤다.
“난 네가 아는 성해온이 아니야. 나한테서 뭘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지.”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의현은 도움 되는 카드다.
‘실제로 당장 내게 도움이 되고 있기도 하고.’
이만한 인지도를 가진 사람이 나한테 호감을 품고 있다는데, 써먹고자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원래의 나라면 고민도 없이 써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이 나에게서 과거의 성해온을 보는 이상,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가감 없이 말하자면, 현재 의현에 대한 악감정은 그다지 없다.
그저 내 이기적인 욕심이다.
계속 성해온으로 살고 싶은 욕심.
그것도 죄책감 없이 살고 싶은 욕심.
“네가 알던 성해온을, 내가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아?”
“성해온.”
“알맹이가 달라도 상관이 없다고? 그런 우스운 소리를.”
나는 의현과 눈을 마주쳤다.
“이 껍데기가 아니었으면 관심이나 가졌을까? 그리고 네가 아는 성해온도…….”
나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성해온은 체스말이다.
미션을 성공시켜 줄.
그러니.
어쩌면 이 녀석이 아는 성해온도 진짜 성해온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걸 말하려 했다.
내가 바라는 건 의현이 나에게 정이 털리든, 뭐든, 더 이상 접근하지 않는 것이었으므로.
하지만 입이 다물렸다.
……굳이 이런 상처를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순식간에 가까운 사람이 사라지는 경험, 나는 해봤으니까.
그거 힘들잖아.
종류가 다르긴 하다만, 이 자식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거 아냐.
뭣보다, 이 정도면 내 말을 알아들었을 거다.
나는 뒤통수를 털며 혀를 짧게 찼다.
“……됐다. 촬영할 준비나 하자.”
내 말과 동시에, 룸의 문이 두드려졌다.
제작진 중 하나가 온 것일 텐데, 아마 카드키가 없는 모양.
내가 일어나려던 찰나였다.
한참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고 있던 의현이 말문을 연 것이다.
“네 말은 이해했어.”
“다행이네.”
내가 등을 돌린 순간이었다.
타악-!
억세게 붙잡힌 손목에, 나는 무게중심을 잃고 방금까지 앉아 있던 침대에 넘어지듯 주저앉았다.
내 손목을 붙잡은 의현이 사르르 웃었다.
“그런데…… 그걸 왜 네가 판단해, 해온아?”
“…….”
“조금 섭섭해, 아니, 화나는 건가.”
중얼거린 의현이 내 볼을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그래, 어느 정도는 인정할게. 이 얼굴. 이게 아니었으면 관심조차 없었겠지. 하지만, 해온아.”
녀석이 작게 속닥였다.
“그 외엔 다 틀렸어.”
“……!”
의현이 눈을 데굴 굴렸다.
“날 밀어내는 이유가 그거였구나. 어쩌지? 그거, 오해인데.”
순식간에 얼굴에서 표정을 지워낸 의현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네가 성해온을 대신하길 바란다라…… 그래, 확실히 처음엔 그랬을지도 모르지.”
“이 손 떼.”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나는 네가 다른 사람이면 좋겠거든. 완전히.”
“……!”
“난 네 생각보다 욕심이 많아, 해온아.”
의현이 내 귀에 속삭였다.
“유감스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