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28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80화(280/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80화
여행 프로그램엔 의료진이 한 명 즈음 동행된다.
바로 여기 갓 레지던트를 수료한 여자처럼 말이다.
이런 사고의 골든 타임은 4분.
물 안의 상황을 알 수 없으니, 성해온이 언제부터 산소통의 도움을 받지 못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함께 수면 아래에 있던 제작진이 요트로 올라와 위급 상황을 전달한 지는 3분 정도가 지났다.
……아슬아슬한 시간.
의료진의 심장이 빠르게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
친한 선배의 소개로 참여하게 된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상황은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사람이 죽고, 살아나는 것은 셀 수 없이 봐왔다.
하지만 이건 그것과 궤를 달리했다.
병원에선 내가 아닌 다른 의료진들이 널려 있었다.
내가 부족하면, 그들이 도움을 줬다.
하지만 이 요트 위에서 의료진은 자신 하나였다.
홀로 해결해야 했다.
홀로 살려내야 했다.
이 전제는 의료진의 손을 축축하게 적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민할 시간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CPR을 할 목적으로 성해온의 흉부에 손을 올린 의료진이 멈칫했다.
‘따뜻해.’
……숨을 안 쉬는데, 어떻게 체온이?
게다가 물에 빠진 환자인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태에 의료진이 의문을 품은 순간이었다.
“──허어억.”
성해온의 호흡이 돌아온 것이다.
“정신이 드세요? 성해온 님, 정신이 드세요?”
물을 뱉어낸 성해온이 얕고 가쁜 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에 초점이 잠시나마 돌아온 순간.
성해온의 입이 작게 열렸다.
“……이해성?”
“네? 방금 뭐, 뭐라고……?”
의료진이 되물은 순간, 성해온은 다시금 의식을 잃었다.
……방금 이해성이라고 했나?
이해성이 누군데?
의식을 방금 되찾은 환자 같은 경우,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종종 뜬금없는 말을 내뱉는 경우가 있다.
의료진은 성해온의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호흡은 돌아왔지만 의식은 아직이에요. 빨리 이송시켜야 합니다!”
호흡이 돌아왔다.
이 사실만으로도 잠시나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된 의료진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하아아…….”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맞은 편에 있는 의현을 힐끔 바라본 의료진이 입을 달싹였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못 살폈지만…… 충격이 컸나?
표정을 찾아볼 수가 없는 의현은 성해온의 목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정확히 맥박이 뛰는 자리에.
그런 의현이 느릿하게 입을 뗐다.
“저를 구하려다가 이렇게 됐어요.”
바닷속에서 사고를 목격한 제작진은 정확히 네 명이었다.
제작진은 여럿이지만, 수중촬영의 특성상 소수만이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수중 컷을 따는 제작진들은 따로 움직였으니, 출연진의 곁에 있던 제작진은 오직 넷.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보았다.
성해온이 먼저 의식을 잃은 채 가라앉았고, 의현이 뒤따라 갔다는 것을.
네 명의 제작진 중 하나가 작게 답했다.
“예? 그, 그게 무슨…… 분명 성해온 씨가 먼저 의식을 잃─”
“아니요.”
제작진의 말허리를 끊은 의현이 말을 이었다.
“잘못 보신 거예요.”
“……!”
제작진의 입이 다물렸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할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입을 열 수조차 없었다.
누가 지금의 의현 앞에서 반대되는 말을 할 수 있을까.
“혹시 이미 소속사에 연락이 닿았나요? 그렇다면 정정해 주세요. 방금 제 말대로.”
의현이 제작진과 시선을 마주했다.
“지금 당장.”
* * *
정의현과 성해온의 출국은 진작에 사생발로 정보가 풀려 있었다.
– ㄷㄱㄷㄱㄷㄱ 대체 뭘 찍길래
– 둘이 드디어 뭐 하는구나 친분 있다길래 신기했는데 재밌겠다
– 나대지 말고 각자 그룹이랑 놀아 얘들아
– 공항 사진 보면 카메라에 프로그램 스티커 붙어 있음 ㅇㅇ 둘이 발리 가는 듯
인천공항에서의 사진이 풀렸을 때부터, 양쪽 팬덤은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 방향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그리고 인도네시아 현지 팬들이 둘의 사진을 SNS에 공유하자, 한 차례 더 관심이 몰렸다.
– 와 진짜 사생 언니들 정보 정확하네 발리 갔네 ㅋㅋㅋㅋㅋ
– 여러분 우린 이런 걸 범죄라고 해요 ^^ 사생발이고 나발이고 소비하는 너네도 범죄자랍니다
언제나 그랬듯 논란이 일었지만,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 그나저나 귀엽넼ㅋㅋㅋ 멀리서봐도 관광객임 아 야자수 셔츠 진짜 귀엽다 의현아 (사진)
– 정의현 신난 것 같은 건 내 착각이냐
– 블루베리야 반바지 미쳤냐고 여자 무서운 줄 모르고 아주 ㅠ
– 성해온 오늘도 직장인 고양이네 기력 ㅈㄴ없어 보여서 개웃기다
워낙 관심을 끌어모을 법한 조합인데다가, 의현은 평소 예능에 관심이 없기로 유명했기에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졌다.
– 정의현 단독 예능 처음 아닌가? 의현이 예능 싫어하지 않음? 멤들이랑 단체 출연하는 거 아니면 따로 이런 거 출연한 적이 없는데 ㄷㄷ 첫 단추가 여행 예능이라니 믿기지가 않음
– 의현아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프로그램 섭외 꽂아준 거 아님? 의현이가 후배들 중에 유독 성해온 챙기던데
각종 추측글이 난무하던 시점, 각 팬덤엔 뜬금없는 폭탄이 떨어진다.
– 나는 인도네시아의 밀러스다. 지금 의현과 해온은 병원으로 들어갔다. 엄격한 통제로 사진은 없지만 작은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우는 이모티콘)
번역된 트윗이 올라오자, 팬들은 코웃음쳤다.
– 왤케 나댐? 이건 좀 신박했다
– 진짜 지랄 마세요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증거 사진이나 두고 말해
└ 통제로 불가능했지만 걸어가는 의현을 봤다.
– 어그로 끄는 방식은 한국이나 글로벌이나 공통이구나!
하지만 현지 팬들의 증언이 늘어나자, 팬들은 점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 설마 진짜임? 이왜진?
– 무슨 개소리야 ㄹㅇ 멀쩡히 프로그램 찍으러 간 애들이 다치긴 왜 다쳐
– VX 입장문 떴어요 (링크)
그러던 와중에, 평소 일 처리가 빠르기로 유명한 VX의 입장문이 올라왔다.
커다란 문제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축약된 입장문이었다.
– 아 VX 이 새끼들 밀리어스 문제 터져서 주가 떨어질까 봐 헐레벌떡 이 지랄 떠는 거 개열받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래서 뭘 하다가 어떻게 다쳤는데 중요한 건 쏙 빼놓고 말하는 게 말이 되냐고
– 팬들 민심 달래려는 것 같은데 지랄 말고 상세히 말해
└ ㄴㄴ 얘넨 주가에 미친놈들이라 주가 떨어질까 봐 이러는 거임
동시에 팬들은 프로그램의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렛츠트래블>의 프로그램 홈페이지는 물론, 방송사인 SBC의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화력이 몰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밀리어스가 끼어 있었기 때문에.
논란이 커지기 전에 VX의 입장문이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그 부피를 키워만 갔다.
그리고 때마침 MH의 입장문도 업로드됐으나, VX의 것과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애매모호한 입장문이었다.
사실 소속사 측에서도 해외에서 발생한 일이니 정확하고 빠른 대응이 어려운 것이었지만, 팬들에겐 중요치 않았다.
양측의 팬덤은 분노를 키워갔고, 물밑에서는 슬슬 시비가 시작됐다.
– 해궁이는 뭔 놈의 사고를 몰고 다니는 것 같냐 ㅎ
└ 찝찝함 진짜 ㅋㅋㅋㅋ
밀러스 중 일부가 성해온을 까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스위치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고’라는 주제를 들먹이면서 말이다.
이에 분노한 스위치들은 어그로들의 주장을 강하게 맞받아쳤다.
– 밀러스들 유별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은 몰랐지 느그 오빠들이 1군 먹고 있다고 너네까지 1군 같음? 뇌절도 적당히 해라 모자란 것들아
– 이 지랄 날 줄 알았다 혐러스들앜ㅋㅋㅋㅋㅋㅋㅋㅋ 어우 짜증나 혐러스들 쪽으론 숨도 쉬지 말아야지
감정이 가득 실린 말다툼이 이어졌고, 그것은 곧 팬덤 간의 기싸움으로 이어졌다.
– 스위치는 그냥 태초부터 양심이 없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임 ㅇㅇ 의횬이가 친히 망돌 구제 해주시는데 고마움도 모름 의횬이 아니었으면 느그 러닝메이트 차트인이나 했겠냐고
– 도와준 건 의현인데 그 생색은 빠가 내고 자빠져 있네 혐러스들 엄청나~!
물론 중재하려는 이들 역시 여럿 존재했으나, 이 다툼은 진정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쪽수는 밀러스 쪽이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우세했지만, 버튼이 눌려 버린 스위치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팬덤 간의 조롱이 한창 심화될 무렵이었다.
– 유니아워 떴어요
– 밀러스들 당장 유니아워 ㄱ
UNIOUR.
세계를 뜻하는 Universe와 Our의 조합으로, 유니아워는 일정 금액의 구독료를 지불하면 아티스트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다.
덕질의 핵심이 되는 플랫폼 중 하나이기에, 많은 수의 팬들이 가입되어 있었다.
크게 다치지 않은 건 이미 VX의 입장문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의 메시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밀러스들은 안도했다.
– 의현이 몸에 문제 없대요 ㅠㅠㅠㅠ 그냥 작은 사고였대요 ㅠㅠㅠㅠ
– 마음이 놓인다 의현이 메시지 덕에
하지만 이쪽에도 중요한 건 나오지 않았다.
‘왜’ 다쳤는지.
‘어쩌다가’ 사고가 일어났는지.
그러니 물밑에선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 진심으로 쎄하다니까 ㅎ? 이렇게 숨기는 거 보면 뭐 말하기 곤란한 사고인 거임?
* * *
의현은 스마트폰을 응시했다.
각국의 팬들에게 답장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유니아워의 시스템이었다.
[어쩌다가 다쳤어? 안 다쳤다니 진짜 다행이다…] [よかったです。 いつも健康に気をつけてください。] [의현아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괜찮은 거 맞아요? 그리고 소식 전해줘서 고마워요 의현아! 덕분에 한시름 놨어요.]언제나 그렇듯.
여러 종류의 메시지가 밀려들어 온다.
의현은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눈길을 돌렸다.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한 채 누워 있는 성해온에게로.
숨을 쉰다.
바닷속에선 숨을 쉬지 않았던 성해온이 지금은 숨을 내뱉고 있지 않은가.
“죽지 않았어.”
이번엔 내가.
“구했어.”
습관처럼 성해온의 맥박을 느끼고 있던 의현은 생각에 잠겼다.
아마 VX는 곧 기사를 쏟아낼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었다.
이 모든 건 회사의 이득을 위해서니까.
그리고 VX에게 이득이 될 그 기사는, 성해온에게 엄청난 손해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회복이 쉽지 않을 정도의 이미지 손상일 게 뻔했다.
‘다음 활동에도 막대한 영향이 가겠지.’
의현은 눈을 데굴 굴렸다.
이미 VX가 원하는 대로 유니아워 메시지는 보낸 참이었다.
하지만 의현은 또 다른 메시지를 보낼 요량이었다.
그래.
이건 확실히 자신답지 않은 선택이었다.
[전송하시겠습니까?]혹시 모를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아티스트 쪽에 깔려 있는 크로스체크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의현은 주저 없이 메시지를 발송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