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289)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89화(289/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89화
“저희 아버지의 아들이거든요.”
“누, 누가……?”
차윤재의 물음에, 한수현이 대답 대신 인상을 구겼다.
한수현의 시선이 닿는 TV 화면 속엔 서유현의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박혀 있었다.
“……서, 서, 서, 설마 서유현 선배님이?”
“네.”
“……?”
차윤재의 동공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 그럼, 너의 형님 되시는?”
“아버지의 아들이지, 제 형은 아닙니다.”
충격적인 말을 연달아 내뱉은 한수현이 뭐 별거냐는 얼굴로 어깨를 까딱였다.
“성부터 다르잖아요. 한씨, 서씨.”
“……어, 으음.”
멤버들이 동시에 얼빠진 얼굴로 말을 흐리기 시작했다.
뭐라고 답을 해야 좋을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이다.
한수현의 집안 사정을 모르는 입장에선, 같은 아버지인데 성씨가 다르다는 사실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음.’
이제야 촬영장에서 서유현이 보였던 묘한 태도가 납득 가는군.
그건 한수현을 기다렸던 사람의 것이었나.
일단 추측하자면…… 집안 분위기가 정상은 아닌 것 같지.
모르긴 몰라도, 한수현이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이 녀석은 서유현을 무척 싫어한다.
봐라.
서유현의 대사가 나오고 있는 지금도 미간이 한껏 찌푸려져 있지 않은가.
우리가 나올 때와는 180도 다른 얼굴이다.
짤막한 생각을 이어가던 나는 한수현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뭐…… 트라우마 종류라면 살살 캐내 정서적인 도움을 줘보려 시도했겠지만, 한수현은 글쎄.
그냥 서유현을 꼴 보기 싫어하는 느낌이라서.
딱히 관여할 필요가 없어 보인달까.
하지만 차윤재는 심각하게 놀란 모양인지, 그걸 왜 지금까지 숨기냐고 경악했다.
그리고 한수현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답했다.
“딱히 숨기진 않았는데요. 여쭤보셨으면 말했을 거예요. 뭣보다 지금 제 가족은 형들인 걸요.”
당사자가 아무렇지도 않아하니, 분위기는 얼렁뚱땅 풀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한참 여주인공이 나오던 화면에, 다시금 서유현이 등장하자 한수현이 혀를 끌끌 차며 리모컨을 손에 쥐었다.
“형들 나오는 파트가 지나갔으니, 채널을 돌려도 될까요.”
“그래.”
어지간히 싫은 모양이로군.
* * *
어느새 따스해진 햇살을 맞으며 발걸음을 옮기던 곽덕배가 멈칫했다.
“……어, 어라?”
– 오늘 유하랑 수현이 봤어요 ㅜㅜㅜㅜ 시간 많이 지나서 올려봅니다! 평생 쓸 운 다 썼다 애들 너무 착하고 순둥이들임 (사진)
– 사진은 못 찍어줬고, 대신 옷에 사인해 줬어요 ㅋㅋㅋㅋ 마침 네임펜이 있어서 티셔츠에 해달라니까 동공지진 난 애들… 귀여워… (사진)
타임라인에 이런 트윗이 넘어왔기 때문이다.
인증 사진으론 멤버들의 뒷모습 사진과 사인이 그려진 티셔츠가 올라왔다.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던 곽덕배는 경악했다.
“……어떡해!”
단순히 목격담에 놀란 게 아니었다.
사진 속 멤버들은 평범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하지만!
고인물 오타쿠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게끔 눌러쓴 깊은 모자.
……이건 90%의 확률로 컴백의 신호였다.
아이돌들은 컴백 직전, 앙큼하게 염색한 머리를 숨기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근, 두근, 두근.
기대감으로 물든 곽덕배의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자물쇠 계정 속, 다른 고인물들의 반응도 자신과 같았다.
– 컴백이로구나
– 진짜 컴백이야? 진짜? 진짜로? 할 때 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할 줄은
– 개같이 떨린다 명훈아 이번에도 믿는다 돈 써라 지갑 열어라
컴백을 확신하는 분위기.
기대와 설렘, 그리고 김명훈에 대한 불신이 넘실거리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 명훈이 요즘엔 돈 꽤 잘 썼는데 아직까지 신뢰 못 얻는 거 ㄱㅇㄱ다
– 김명훈이 갑자기 또 개똥퀄 내놓는다? 바리깡 들고 MH 쳐들어가서 명훈이 대머리 만들 거임
– 마법의 소라고둥님 명훈이가 이번에도 정신줄을 똑바로 잡을까요?
그리고 곽덕배 역시 다를 바 없었다.
“명훈아, 제발 잘하자……!”
스위치들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누구도 아닌, 김명훈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 * *
“음.”
나는 대자로 누운 채 눈을 껌뻑였다.
2월에 본격적인 앨범 준비를 시작해…… 녹음과 연습을 반복하며 쉴 새 없이 달려왔다.
그리고 우리의 컴백일은 5월 9일로 픽스됐다.
사실 5월 2일이었으나, 목록에 있는 그룹 중 셋씩이나 그 부근에 컴백한다는 정보를 듣고 1주일 늦췄다.
– 다음엔 이런 거 시키지 마세요! 제가 동료들 입 열게 하려고 쓴 술값만 얼만지 아십니까!
– 역시 저는 기자님이 해내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제 이야기, 들은 건 맞죠?
“음.”
역시 유인성은 쓸 만한 인맥이다.
솔직히 불자면, 목록에 있는 그룹들의 대부분을 알아 올 거라곤 생각 안 했다.
그중의 절반만 피해도 선방이었으니까.
그런데 해 오더라고.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이 협박했지 않느냐 말합니다!]협박이라니, 협업이라니까.
나는 고개를 돌려 창문에 찰싹 달라붙은 최승하를 응시했다.
“벚꽃…….”
녀석이 음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4월 초인데 벚꽃도…… 창밖으로만 보고.”
딱 봐도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로군.
– 우리 벚꽃 보러 가면 안 돼요? 숙소 근처에 예쁘게 난 데가 있다던데~
– 될 리가 없지.
– 모자 쓰고, 마스크 쓰면 되잖아요!
벚꽃길에 나타난 6명의 수상한 인간들?
시선 끌기 딱 좋은 데다가, 알아보는 사람이 안 나올 리 없다.
내가 시큰둥해하니, 최승하는 작전을 바꿨다.
– 그럼 아예 컨텐츠를 찍는 건요? 벚꽃 아래에서 피크닉이라든가!
꽤나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지만, 불가능한 이유가 있었다.
– 아주 컴백한다는 걸 동네방네 자랑하지 그러냐.
멤버들 중 몇몇이 컴백을 앞두고 염색한 상태였기 때문.
이걸 숨기기 위해 근처 편의점에 갈 때도 어떻게든 무장시키는데, 영상을 찍을 수 있을 리가 없지.
나는 벚꽃을 중얼거리는 최승하의 옆에 선 채로 창밖을 내다봤다.
확실히 봄은 봄이로군.
* * *
라이트온의 숙소 근처, 모여 있는 이들이 불만을 표했다.
“요즘 라이트온 초심 잃은 듯.”
“내 말이.”
컴백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
이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는데, 모를 수가 없는 것이다.
비활동기보다 라이트온의 얼굴을 자주 보게 되었지만, 이들에겐 그다지 호재가 아니었다.
“이젠 재미가 없어. 눈 하나 깜짝 안 하잖아. 우리 봐도.”
“성해온이 관리하잖아. 그 새끼가 나댄 후론 별 반응도 없음.”
사실 라이트온은 갓 데뷔했을 때부터, 사생들의 커뮤니티에서 유명했다.
보안이 제대로 되어 있을 리 만무한 망돌인데, 얼굴은 1군 못지않다!
이 전제는 자신이 따라다니고 있는 그룹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사생들을 동하게 하기 충분했다.
게다가 사생들을 무서워하고 어려워하는 멤버들까지 많았던지라,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숙소의 이전과 동시에 보안이 대폭 상승했으며, 자신들과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던 라이트온의 몇몇 멤버들은…… 이제 자신들을 본체만체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말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들을 불만스럽게 만들었다.
한참 불만을 토로하던 한 사생이 무언가 생각난 듯, 운을 뗐다.
“야, 그리고 이번에 인규호랑 뮤비 찍는대. 찐으로.”
“인규호? 그 인규호?”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말도 안 되는데…… 인규호가 라이트온을 왜 해줌? 잘못 안 거 아냐?”
“진짜라니까.”
채팅창이 띄워진 스마트폰이 내밀어졌다.
“봐봐. 맞지? 건너 아는 사람이 거기서 스탭 해서 들은 거임. 팩트.”
어느정도 이 바닥을 아는 이들은 인규호라는 이름을 알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까지 아는 판국이니까.
밀리어스와 함께한 작업들로 유명세를 떨친 인규호의 뮤직비디오는 글로벌 KPOP 팬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별 듣보인 HoI 엔터에서 나온 엔어스가 해외에서 주목을 끌어낸 것도…… 굳이 따지고 보자면 인규호의 뮤직비디오 덕이 컸을 거라는 평이 많았다.
“…….”
스마트폰 속 화면을 확인한 사생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 들어갔다.
인기가 많아질수록, 그들에겐 실이었다.
그들이 팬이면서, 팬이 아닌 본질적인 이유는 여기 있었다.
“라이트온 처망해야 하는데. 아…… 짜증 나. 더 빡세지겠네, X발.”
한창 짜증 섞인 목소리가 공기에 흩뿌려질 무렵이었다.
스마트폰을 내밀었던 사생이 속닥이며 제안한 것이다.
“우리 한번 들어갈래?”
“야, 설마…….”
“어차피 여기서 더 좋은 데로 이사가면 그땐 진짜 힘들어. 어떰? 그리고 걸려도 기껏해야 벌금 아니겠냐고.”
“아 잠깐만 있어봐. 그건 쉽게 결정할 게…….”
“인규호라고, 인규호. 그 정도면 라이트온이 앨범 칼 갈고 준비했을 게 뻔하잖아. 이거 뜨면 이제 숙소 앞에 죽치고 있는 것도 못 할걸?”
“……그렇긴 하지.”
“기회는 지금뿐이라고. 야 그리고.”
제안한 사생이 웃었다.
“나한테 방법이 있음.”
* * *
현재 라이트온은 뮤직비디오 촬영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멤버들의 분위기는 며칠 전부터 조금 들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돌이라면 협업을 꿈꿀 수밖에 없는 인물이 인규호니까.
‘원래라면 라이트온이 비빌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도 하고.’
당장 스케줄이 내후년까지 들어차 있을 인간이 우리에게 시간을 내준 사유는 이러했다.
– 그거라면 제가 동생에게 이야기를 전해 보겠습니다. 아니, 스케줄이 안 되어도 내달라고 해야지요!
인규호가 인철호의 동생이기 때문에.
HoI 엔터의 그 인철호 말이다.
임진각에서의 딜.
그걸 써먹는 게 오늘이었다.
‘아껴두길 잘했지.’
이렇게 목숨이 간당간당할 때가 아니면 언제 써먹겠냐고.
뮤직비디오도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니만큼, 끝내주는 퀄리티로 나와야 했다.
그나저나.
‘정신이 없어 보이는데.’
밴에서 내린 나는 바삐 움직이는 스태프들을 바라봤다.
일단 인규호에게 인사할 생각이었는데, 우리가 낄 자리가 없어보였다.
내가 주변을 살피고 있던 순간, 스태프 하나가 다가왔다.
“라이트온 오셨네요! 일단 바로 준비하러 가실게요!”
아무래도 인사는 나중으로 미뤄야겠군.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한편에 마련된 대기실로 들어가자, 멤버들의 입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나와 함께 활동하며 나름대로 적응이 됐는지, 펄쩍 뛰는 반응은 없었지만 말이다.
녀석들이 옷걸이에 걸린 의상을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이, 이거 옷에 구멍이 몇 개인 겁니까?”
“그러게? 여기저기 많이 뚫렸다. 만들기 어려우셨겠는데~”
태평한 최승하의 말에, 차윤재가 작게 소리쳤다.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혹, 혹시 춤추다가 찢어지기라도 하면……!”
어쩌긴 어째.
상의 정도의 찢김은 팬분들이 좋아하실 거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 없었던 나는 신뢰의 낯짝을 걸친 채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