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296)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296화(296/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296화
부서진 신전.
옅은 빛이 스며든 공간은 점차 넓혀진다.
웅장한 내부가 드러남과 동시에 금이 간 천장에서 굵은 물방울이 다시금 떨어진다.
토옥.
처음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신전의 바닥이 아닌……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에 떨어졌다는 것일 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기다란 속눈썹 위에.
감겨 있던 성해온의 눈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눈가에 고였던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마치 눈물처럼.
폐허가 된 신전 속, 질서 없이 늘어진 대리석에 기댄 성해온은 무력해 보였다.
어떤 의지도, 감정도 엿볼 수 없는 얼굴로 클로즈업이 들어간다.
동시에 꿈속을 유영하는 것처럼 신비로운 느낌의 인트로가 미끄러지듯이 들어온다.
– Whoa-whoa, whoa-whoa
어느새 상체를 일으킨 성해온의 목소리가 더해진다.
누군가에게 속삭이듯이.
혹은 스스로에게 되뇌이듯이.
– feelin’ dull
feelin’ nothing
고막에 전해진 짜릿함에, 곽덕배는 숨을 참았다.
‘……멜로디 무슨 일인데!’
별다른 꾸밈이 없는 파트임에도, 박자감과 멜로디가 기함할 수준이었다.
뮤직비디오는 조금 어둡고 컨셉추얼한 느낌이었지만, 곡의 분위기는 전혀!
세련되고 라이트한 무드의 알앤비 팝이었다.
곽덕배가 곡에 감탄하고 있던 순간, 성해온이 깨진 거울 조각을 손에 쥐었다.
동시에 카메라가 성해온의 시점으로 전환된다.
깨진 거울에 성해온의 얼굴이 비쳤고, 흔들리는 동공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마치 보아선 안 될 것을 마주한 듯한 얼굴이었다.
– 꿈결같이 다가온 세계 속
경계선에 머물러있는 who is mm
성해온은 날카로운 거울 조각을 손에 쥐었다.
그 손에서 선혈이 뚝뚝 떨어짐과 동시에 곽덕배의 동공이 휘둥그레졌다.
……뒤늦게 알아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뮤직비디오가 흑백이었다는 것을.
색이라곤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단지 흑백의 톤만 존재했을 뿐.
……붉은 피가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이다!
“연, 연출…… 미쳤나 봐.”
곽덕배는 카타르시스로 쿵쿵대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성해온의 선혈이 무채색의 화면에 떨어짐과 동시에 화면이 뒤바뀐다.
“이런 미친.”
다음으로 나타난 멤버를 마주한 곽덕배는 반사적으로 허벅지를 내려쳤다.
조금 전 성해온의 파트는 어두운 느낌이었기에, 이제야 의상을 온전히 눈에 담은 것이다.
“의상 뭐, 뭐, 뭐야? 작정했네……!”
저번 앨범의 의상이 워낙 임팩트 있었기에, 이번엔 솔직히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곽덕배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웬만큼 비주얼에 자신이 있지 않고서야 소화할 수 없다는 올화이트 의상이었다.
게다가.
등을 비롯한 몸통 부분, 팔, 허벅지까지 불규칙적으로 찢기기까지!
곽덕배는 화면에게 고함쳤다.
“얼, 얼마나 비겁하게 성공하려고!”
질책하는 말과 다르게 행복한 얼굴의 곽덕배는 금세 화면에 시선을 빼앗겼다.
맨발의 차윤재가 어지러이 늘어진 대리석 조각 위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화면의 분위기도 확연히 밝아져 있었다.
마치 무용하듯, 아름다운 선을 그리던 차윤재가 카메라와 시선을 마주함과 동시에 미소 지었다.
– 지금부터 만들어갈 이야기
이제부터 집중해 봐 Attention
포근하게 감싸주는 듯한 신스사운드가 귀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전환된 화면.
군데군데 으스러지고, 하얀 먼지가 쌓여 있는 대리석 계단.
그리고 곽덕배는 이 자본의 맛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전이라는 컨셉은 까딱하면 저퀄리티의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뮤직비디오는 말이 달랐다.
돈을 얼마나 발랐는지, 뮤비에 전반적으로 들어간 CG가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최승하가 맨발로 가파른 계단을 오를 때마다, 잔뜩 금이 가고 낡은 계단이 삐그덕대는 것까지 연출되고 있지 않은가.
세세한 디테일이 놀라운 수준이었다.
따분한 얼굴의 최승하가 가파른 계단의 끝에 올라 멈춰 선 것도 그 무렵이었다.
고개를 치켜들어 하이 앵글의 카메라와 시선을 마주친 최승하가 입을 열었다.
– 문득 내가 아닌 기분이 몰려와
질문을 던져 Questions
몰려오는 자본의 맛에, 싱글벙글 웃으며 영상을 보던 곽덕배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최승하가 그대로 몸에 힘을 뺐기 때문에.
그러니까.
……스스로 선택한 추락이었다.
“미, 미, 미, 미!”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만큼 놀란 곽덕배가 눈을 부릅떴다.
추락과 동시에 화면 전환.
신전의 높은 난간에 걸터앉은 류인이 검은 눈동자를 데굴 굴렸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 눈동자를 주목했다.
류인의 눈동자가 클로즈업되며, 독배를 마시는 류인이 비친 것이다.
마치 자신의 미래를 예지한 것처럼.
– 잠든 본능만을 일깨워
내 세상을 채워줄 유일한 I know
독배일 것을 알면서도, 류인은 망설임 없이 들이켠다.
잔에서 흐른 검붉은 포도주가 류인의 기다란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리고 화면은 한수현으로 넘어간다.
붉은 사과를 쥔 한수현은 누군가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한수현의 걸음이 멎은 건 불길한 느낌의 보랏빛 하늘을 마주했을 때였다.
– 알 수 없는 세계 속에서 멈춘 하늘
경계선을 넘어서 Call your name
카메라는 한수현의 손에서 떨어져 굴러가는 사과를 좇았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콰직.
사과는 누군가의 발에 밟혀 단번에 으깨졌다.
사과의 과즙이라기엔 아름다울 정도로 붉은 액체가 신유하의 맨발을 적셨다.
바닥까지 길게 늘어진…… 허리를 감싸고 있는 리본의 끝자락 역시 붉은빛으로 물들어간다.
신유하의 발끝에 포커스를 맞춘 앵글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신전의 벽면에 붙은 커다란 거울을 발견할 때까지.
그 화려한 거울에 신유하의 얼굴이 가득 찬다.
– 저편 속 너를 불러내
Give it back
평소 신유하의 부드러운 파트와 다른 느낌의, 속삭이는 듯한 파트와 함께.
파삭, 하는 굉음이 섞이며 거울이 산산조각 난다.
“……!”
놀랄 시간도 없이 화면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전환된다.
신비롭지만 불길하던 하늘은 마치 이 세계가 아닌 것처럼, 오로라로 가득 찼다.
개성 넘치는 퍼커션들이 한데 뭉쳐 통통 튀는 개러지 리듬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트랩 비트까지 뒤섞이자, 곡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와…… 와아아…….”
곽덕배의 입에선 짤막한 감탄사만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니, 너무 예쁜데……?”
오로라로 가득 찬 하늘 아래.
낮게 깔린 물이 멤버들의 동작마다 찰랑였고, 멤버들은 신난 아이처럼 자유롭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가벼운 스텝으로 센터에 나온 성해온의 리드미컬한 목소리가 파트를 장식했다.
– Look at me Look at you
잠든 날 깨워주는 하늘 그 아래
동시에.
여섯 멤버가 드넓은 공간 위에서 서로 마주 본 상태로 군무를 시작했다.
타인임에도, 한 치의 오차 없는 군무는…… 정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같았다.
찰랑이는 물엔 멤버들의 그림자까지 비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화면이 만들어졌다.
이쯤 되니 곽덕배는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없었다.
“미쳤다고…….”
뮤직비디오 초반부터 눈에 띈 오브젝트였던 거울을 이렇게 활용할 줄이야!
– Look at you Look at me
널 알기 전까지의 나는 글쎄
신유하와 최승하가 마주 본 채로 소화한 더블 파트가 이어졌고, 몰입한 상태로 뮤직비디오를 보던 곽덕배의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해, 해.”
무언가를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해온이만, 안 비치잖아!”
여태껏 화면에 집중하느라 눈치채지 못했는데, 물에 성해온 실루엣이 비치지 않고 있었다.
“굴러가면서 봐도 세계관!”
흥분에 가득찬 곽덕배가 몸을 일으켰다.
멤버들은 쏟아지는 별빛 아래, 끝도 없이 드넓은 공간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르던 성해온이 멈춰 선 것도 그쯤이었다.
얼굴에 가득했던 웃음기는 한순간에 사라진 채였다.
성해온의 시선은 잔잔하게 물결치고 있는 물에 닿았다.
아무런 것도.
그래, 자신조차 비치지 않는 그 물을 말이다.
성해온은 가만히 눈을 감는다.
마치 시간이 다 되었다는 듯이.
성해온의 부드러운 머리칼이 가볍게 살랑인다.
사아아-
무서울 정도로 고요해진 뮤직비디오엔, 스산한 바람 소리가 섞여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해온이 다시 눈을 떴을 때.
화면엔 온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어, 어어…… 어어어어!”
회사라는 것도 잊고 경악한 곽덕배가 화면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커다란 고함을 삼킨 곽덕배는 튀어나올 듯이 커진 눈을 껌뻑였다.
“미, 미쳤다. 이건…….”
곽덕배의 입에서 다음 단어가 간신히 튀어나왔다.
“되, 된다.”
* * *
같은 시각.
연습실 역시 소란스러웠다.
음원 성적은 라이트온에게도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그룹의 위치는 보통 음원과 음반의 성적으로 평가되니, 떨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몇몇 멤버들은 이미 진동 모드였다.
나는 저렇게 떨고 있진 않다만, 낯짝이 그다지 좋진 않을 것이다.
최승하가 이미 힐끔대고 있지 않은가.
“형, 긴장해요?”
미안하지만 이건 고작 긴장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 부족했다.
목숨이 걸려 있었으니까.
누군가가 낭떠러지 앞에서 칼을 들이밀고 있다고 생각해 봐라.
그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리라.
최대한 티를 안 내려 했는데도, 평소와 다른 게 보이나 보군.
내가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젓자, 최승하가 헤실 웃었다.
그와 동시에 내 손을 끌어 자신의 가슴팍에 올린 최승하가 비밀이라는 듯이 속닥였다.
“사실 제 심장도 엄청 빨리 뛰어요. 떨리긴 하나 봐요.”
그렇군.
확실히 빠르게 뛰나.
“그러니까, 형도 떨리는 게 당연해요!”
내가 픽 웃자, 입매를 끌어 올린 최승하가 신유하에게 달려갔다.
“우리 타이틀 진입 몇 위일지 예상하자! 가깝게 맞힌 사람 아이스크림 사주기!”
“좋아……!”
제안을 받아들인 신유하가 심각한 얼굴로 고민했다.
“으음, 저번이…… 35위였, 으니까! 욕심, 조금 내서……!”
“응~ 내서?”
“……3, 30위!”
일단 내뱉은 신유하가 볼을 긁적였다.
“너무 욕심냈, 나?”
무릎을 끌어모은 녀석이 멋쩍게 웃었고, 내 낯짝은 급속도로 칙칙해지기 시작했다.
신유하가 욕심낸 수치라는 30위는 내 목숨 커트라인에 한참 모자라서 말이다.
“으하하하, 유하는 꿈이 소박하네!”
“이게 소박……?”
“그러어엄~ 소박하지!”
나는 최승하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소박해도 한참 소박했다.
꿈은 크게 가져야지.
신유하가 작게 되물은 것도 그 순간이었다.
“그럼, 너는 몇 위?”
“으으음~ 난 말이지.”
흠, 소리를 내며 고민하던 최승하가 눈을 번쩍 떠올렸다.
벌써부터 신유하를 놀려먹겠다는 의지가 가득 찬 눈이었다.
“빌보드 1위~?”
“…….”
어쩐지 더더욱 비참해진 나는 불안하게 발을 탁탁 굴렀다.
착실히 움직이는 시곗바늘이 목숨을 위협하는 칼날로 보일 지경이니 말 다 했다.
현재 시각, 오후 6시 55분.
그래.
……진입 순위 공개 5분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