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화(3/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화
[시스템이 차라리 시말서를 더 쓰겠다며 눈물을 흘립니다!]나는 물이 뚝뚝 흐르는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입을 열었다.
“음, 미션은 죽어도 못 바꿔준다라…….”
수차례의 물고문, 아니, 물 협박을 통해 알아냈다.
그리고 하나 더 알아낸 게 있다.
‘상태창.’
속으로 중얼거리자, 곧바로 창이 떠올랐다.
[성해온]체력 B-
정신력 S+
비주얼 B+
노래 A
춤 B-
진행 중인 미션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보유 골드 500G
이런 게 있더라고.
‘무슨, 판타지 세계도 아니고.’
정말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성좌, 음. 성좌님이라고 부르면 되는 건가.”
작게 중얼거린 나는 고개를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반짝, 반짝…….
누군가를 존경해 마지않는다는 올망졸망한 눈빛을 걸친 채 말을 이었다.
“이런 작은 그룹 하나는 성좌님들의 권능으로 단번에 1군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그깟 거야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가능하다며 우쭐댑니다.]나는 곧장 눈을 휘어 접어 화사하게 웃었다.
“근데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 왜 나 같은 소시민을…… 착취하실까? ……이해가 잘, 안 되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버럭 언성을 높입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금제만 ■■■다면 ■깟 ■■ ■■■ ■■] [ERROR ERROR ERROR!] [시스템 오류!] [일시적으로 연결이 종료됩니다.]“흐음.”
시스템의 간섭으로 곧장 사라졌지만, ‘금제’라는 단어는 똑똑히 봤다.
이들은 전지전능한 신이면서도, 무언가에 영향을 받고 있다.
나는 흐릿한 눈으로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그래서 쓸모가 없으시겠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의 무도한 언행에 분기탱천합니다! 본신은 위대한 ■■■] [ERROR ERROR ERROR!] [시스템 오류!] [일시적으로 연결이 종료됩니다.]“음.”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이들은 내게 직접적인 도움은 줄 수 없다.
하지만 ‘직접적’이 아니라면?
나는 허공을 향해 눈을 데굴 굴렸다.
‘간접적’인 도움은?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에게 호기심을 느낍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400골드를 후원합니다!]“더 좋은 거 주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누굴 상대로 저울질을 하는 거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주세요. 그럼 해볼 생각이 들지도 모르죠.”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흥미로운 얼굴로 당신을 내려다봅니다.]사실상 내게 별다른 선택지는 없다.
미션을 거부하고 도로로 뛰어든다거나, 건물에서 뛰어내린대도 그건 개죽음일 뿐.
‘애초에 이것들이 내가 자의로 죽게 내버려 둘지도 의문이다.’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양심이랄 게 있다면, 내게 무언가를 줘야 하지 않겠는가.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당신에게 줄 선물을 고심합니다.] [비정상적인 효과의 특성을 감지, 시스템의 간섭이 일어납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감히 누굴 막는 거냐며 코웃음을 칩니다!]파아아앗-
허공에서 찬란한 빛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자신의 권능(權能)으로 당신에게 적합한 특성을 내립니다!]기대감을 품고 있던 내 두 눈엔 약간의 당혹스러움이 일렁였다.
[K-pop망령의 눈(A)]“……망령의 눈?”
특성명이 묘하게 기분 나쁘다.
‘내가 남들보다 이 판에 대해서 잘 알긴 하지만…… 망령 정도는 아니라고.’
미간을 찌푸린채 특성을 누르자 관련된 설명이 떠올랐다.
“케이팝 관련된 것에 대해서 미래를 예지할 수 있다. 예지 시점은 랜덤?”
미래 예지라…….
“음.”
쓸 만한 특성임은 분명했다.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정말 내가 성해온으로 살아가야 하는 거라면…….
‘적어도 내 몸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아야 한다.’
나는 곧장 성해온의 것으로 추정되는 스마트폰과 카드를 들고 길을 나섰다.
‘미안하지만 잠깐 빌려 쓰자.’
다행히 스마트폰의 잠금은 얼굴 인식이었고, 얼굴을 가져다 대자 자연스럽게 잠금이 풀렸다.
날짜를 확인해 보니, 내가 트럭에 치였던 날로부터 단 하루가 지나 있었다.
……곧장 이 몸으로 들어왔다는 뜻이겠지.
쏴아아아-
숙소로 추정되는 아파트 복도에 위치한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니,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이더니, 기어코 비가 내리는군.
현관 앞에 있는 우산 하나를 꺼내 들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 * *
무작정 도로 쪽으로 걷다 보니 택시 하나를 잡을 수 있었다.
푸근한 인상의 기사가 행선지를 물어왔다.
“어디로 갈까요?”
“한국대학교로 가주세요.”
일단 내 몸이 어떻게 됐는지 파악은 해야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이렇게 성해온의 몸에 들어간 걸 보면, 내 몸도 어쩌면.
‘……살아 있을지도.’
빠르게 바뀌는 창밖 시야 속에서 어렴풋이 익숙한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택시에서 내렸다.
나는 주머니에 넣어뒀던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이 시간이면, 전공 수업 시간이다.’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군.
20분쯤 지나자, 예상대로 수업을 끝낸 학생들이 우르르 건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아는 얼굴들이었다.
딱히 친한 녀석들도 아니건만, 이유 모를 안도감이 차올랐다.
나는 덩치가 큰 남학생의 길을 막았다.
“……누구세요?”
이 녀석의 이름은 남영민.
나와 같은 학번의 동기다.
– 이해온, 해온아! 딱 한 번만 나와주라. 네가 와야 오겠다는 애들이 몇 명인 줄 알아? 술 안 먹어도 되니까, 그래. 앉아만 있어. 그 잘난 얼굴 썩히지 말고. 어?
친하지도 않은데 계속 아는 척을 해대서 비호감에 가까운 인물이다만, 이 녀석이라면 나를 모를 리 없다.
“혹시 같은 학과의 이해온이라고 아시나요?”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올까, 혹은 어디선가 멀쩡히 살아 있을까.
아니면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사고 소식이 전달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나는 대답을 기다리며 녀석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떤 대답을 듣는대도, 지금은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해온? 어어, 음. 이해온이요?”
내 이름이 흔한 이름도 아닐 텐데, 되묻는 녀석이 의아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 생각을 더듬는 듯, 미간을 찌푸렸던 남영민이 입을 열었다.
“저는 그런 이름 처음 듣는데요.”
이 새끼가 평소에도 질이 안 좋은 건 알았지만, 모르는 사람 상대로도 장난을 쳐?
나는 올라오는 짜증을 애써 누르며 되물었다.
“제가 급한 일이어서요.”
“아, 아니, 정말 없다니까요? 제가 발이 넓어서 같은 학과면 학년이 달라도 이름쯤은 알고 있는데, 이해온이란 애는 없어요. 들어본 적도 없어요. 다른 과랑 착각하신 거 아닐까요?”
그렇게 말하는 남영민의 얼굴은 무척이나 억울해 보였다.
스윽-
본인도 답답했는지, 남영민은 내 눈앞에 본인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자, 보세요.”
……학과 단체 메시지방이었다.
곧바로 ‘이해온’이라는 이름을 검색한 남영민이 말을 이었다.
“없죠? 이해온도 없고, 해온도 없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나를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흘겨본 남영민이 친구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그러니까, 내가 사라졌다는 건가?
쿵.
쿵.
쿵.
심장이 묵직하게 박동했다.
무언가가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21년 동안 살아온 내 존재가 지우개로 지운 듯 사라졌다는 소리를 면전에서 듣고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꽤나 우스웠다.
‘……정신력이 S+인 영향인가.’
사실 숙소에서 나오기 전부터 이상함은 느끼고 있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머저리도 아니고, 내가 몇 년 동안 쓰던 번호를 못 외울 리 없다.
몇 번이나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어도 들려오는 안내 메시지는 똑같았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하지만 나는 그것을 애써 무시한 채 이곳에 왔다.
차마 누나에게 가볼 용기는 나지 않아서.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던 나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뗐다.
* * *
익숙하다 못해 눈 감고도 갈 수도 있을 것 같은 길을 몇 분이나 걸었을까, 찾던 건물이 보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어지간히 퇴근하고 싶나 본데.”
친절한 영업용 미소를 걸치고 있지만, 확실한 가짜 웃음이었다.
이해성은 이 동네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자 활짝 웃으며 눈앞의 노부부에게 조제약을 건네는 이해성이 선명해졌다.
사실상 내 존재가 사라졌다는 확인 사살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제 내가 다치거나, 죽었다면 이해성에게 가장 먼저 연락이 갔을 거고.
‘그럼 저렇게 웃으며 일이나 하고 있을 리 없잖아.’
“음.”
머리를 차갑게 식히니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모르긴 몰라도, 나까지 부모님과 비슷한 사고로 잘못됐으면 아마 이해성은 제대로 살아가지 못했을 테니까.
이해성과 나는 보통의 남매라고 하기엔, 글쎄다.
그도 그럴 게, 어렸을 적부터 9살 터울인 이해성이 나를 거의 업어 키웠으니까.
확실히 치고받고 남보다 못한 듯이 지낸다는 다른 남매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약국의 문이 짤랑, 소리를 내며 열렸고 약 조제를 마친 노부부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깥에서 맴돌던 나는, 이해성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약국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무슨 일이 벌어질 줄도 모르고 말이다.
이해성이 고인물 중의 고인물이라는 것을 망각해 버린 것이 실책이었다.
나는 망돌의 리더 신분, 어지간한 팬이 아니라면 못 알아보는 것이 당연하다.
‘가끔 이해성이 라이트온을 보고 비주얼만은 1티어라며 감탄한 적은 종종 있었지만, 큰 관심을 두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게다가 지금은 속이 깊은 모자까지 쓰고 있어서, 얼굴의 반이 가려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팬들도 알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여기까지 걸어오는 데 알아본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니까 말 다 했다.
하지만 내 눈앞의 사람이 누구인가?
‘……설마, 알아봤나.’
이해성의 동공이 미세하게 커졌다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갔다.
사아아-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나는 모자를 조금 더 눌러썼다.
다행히 알아보지는 못했는지, 이해성이 내 쪽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건네왔다.
“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
비즈니스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물어오는 이해성의 눈을 피하며 대충 생각나는 약 이름을 입 밖으로 꺼냈다.
살 약도 없이 약국에 들어왔다면 수상하잖아.
“……두통약 하나 주세요.”
“……!!”
내가 목소리를 내자, 갑작스러운 정적과 함께 이해성의 입에서 ‘허억!’ 하고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설마 지금 긴가민가하다가 목소리 듣고 알아챈 거냐고.
스윽-
나는 아예 시든 이파리처럼 고개를 숙인 채 카드를 내밀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띠링!
띠링!
띠링!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불쾌한 소리와 함께 메시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나를 알아보는 이를 만났습니다!] [K-pop 망령의 눈(A)]의 히든 특성, [COPY]의 최소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히든 특성?’
[K-pop 망령의 눈이 떠집니다!] [K-pop 망령의 눈이 대상자, ‘이해성’을 분석합니다.] [Loading…….] [분석 완료!] [해당 대상자를 적합자로 판단합니다!]적합자는 또 뭐고?
……왜 이해성을?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떠오른 메시지와 두통약을 찾고 있는 이해성을 번갈아 바라봤다.
[K-pop 망령의 눈(A)]의 히든 특성, [COPY]가 발동됩니다!“……윽!”
정체 모를 히든 특성이라는 것이 발동된다는 메시지와 동시에 뇌가 줄줄 녹아버리는 듯한 강렬한 고통이 밀려들어 왔다.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을 정도의 통증이었다.
“……허, 읍.”
약국의 하얀 매대를 간신히 붙잡고 숨을 몰아쉬는 그때, 이해성이 스마트폰을 들고 안절부절못하며 내 옆을 맴돌았다.
‘이해성, 이해성은 괜찮은 건가?’
통증에 눈꺼풀을 들어 올리기도 힘겨웠다.
분명 이해성이 촉매제가 된 것 같은데.
“손님, 손님! 괜찮으세요?”
흐릿한 시야 속 이해성이 내 어깨를 부축하며 키패드를 눌렀다. 본인도 놀랐는지 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
……설마, 지금 앰뷸런스라도 부르려는 건가.
고통으로 눈앞이 뿌옇게 변하는 와중에도 나는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괜찮, 습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속으로 외쳤다.
제발 멈추라고 말이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도움이 될 것이니 조금만 참아보는 것을 권합니다!]도움이고 나발이고, 이게 무슨 X같은 행패란 말인가.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십니다.]곧이어 내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히든 특성이 아직 전부 개화되지 않았습니다. 멈추시겠습니까?] [YES]◀ [NO]나는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YES]를 선택했다.
이게 뭔 줄 알고 멍청하게 가만히 있겠어.
게다가 이해성한테 무슨 피해를 줄줄 알고?
설령 좋은 것이라 해도,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건에 대해 배팅하는 건 질색이다.
[K-pop 망령의 눈(A)]의 히든 특성 [COPY] 65% 진행 완료!“…….”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니라 ……도중에 중단된 채로 남는 건가.
[K-pop 망령의 눈(A)]이 감깁니다!마지막 메시지가 끝나기 무섭게, 전신을 관통하던 고통이 일순간에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한계를 넘어선 통증으로 여전히 머리는 멍했고 귀에서는 이명 비슷한 것이 들려왔다.
나는 애써 자세를 꼿꼿이 바로 세우며 웃었다.
“……괜찮습니다. 잠시 어지럼증이 일어서요.”
“정말 괜찮으신가요?”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이해성을 살폈다.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제외하면 딱히 이상한 부분은 없었다.
이름부터 [COPY]인 히든 특성, 직관적인 느낌으로는 분명 이해성에게서 무언가를 가져왔다는 건데.
알 수 없는 불안감 같은 것들이 불쑥 머리를 들이밀었다.
슥-
곁눈질로 약국 벽에 붙어 있는 큰 거울을 바라보니 얼굴도 몸도 체격도, 외관은 그대로다.
‘……음, 전혀 모르겠는데.’
그리고 이해성에게서 가져온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