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06)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06화(306/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06화
시선들이 따갑군.
나는 내게 꽂히는 숱한 시선들을 가볍게 받아내며 소파에 앉았다.
일단 이 녀석들에게도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최우선이니 말이다.
우물쭈물대던 신유하가 입을 연 것도 그때였다.
“죄송해요…… 하지만, 형이 스케줄을, 강행하실, 것 같아서.”
“사과 안 해도 돼. 화 안 났으니까.”
애초에 내 걱정으로 그랬다는 걸 아는데, 화가 날 리가 있나.
“아, 그럼……!”
신유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방금 내 말이 멤버들에겐 긍정적인 쪽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일단, 쉬시고…… 스케줄은, 회사와 천천히, 논의를!”
“예! 회사에서도 분명-”
나는 신유하와 차윤재의 말허리를 동시에 끊어냈다.
“그럴 필요 없어.”
그 순간, 모든 멤버가 입을 다물었다.
내 입에서 나올 말을 예상한 것이다.
“난 멀쩡해. 너희들 눈에 보이다시피.”
“……!”
부여된 상태이상으로 몸뚱아리는 정상이 아니긴 하다만…… 녀석들에게 티를 낼 정도는 아니었다.
워낙 이쪽으로 내성이 생겨서 말이다.
하지만 멤버들은 내가 이런 말을 꺼내는 것 자체를 마음 아파 할 것이다.
봐라.
지금도 울 것 같은 얼굴들 아닌가.
최승하가 무릎을 굽혀 몸을 숙인 채로, 소파에 앉은 나와 시선을 마주친 것도 그때였다.
“형.”
평소의 여유로움을 잃었으면서도, 애써 감정을 꾹꾹 누른 얼굴이었다.
“저희는 형을 걱정해서 이러는 거예요, 알죠?”
……일단은 회유를 택한 모양이다만, 나는 응해줄 수 없었다.
다툼은 각오한 부분이니, 강하게 나가야 했다.
“방금 내가 한 말 들었을 텐데, 멀쩡하다고.”
“…….”
“캔슬 낼 생각 없어. 전부 소화할 거다. 내 몸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내 양쪽 어깨가 강하게 틀어잡힌 것이다.
“……윽.”
“지금 제가.”
평소였다면 내가 아픈 기색을 보임과 동시에 기겁하며 손을 뗄 놈인데, 역시 어딘가 다르다.
화난 얼굴? 아니면 간절한 얼굴?
내가 녀석을 파악하고 있을 때쯤, 최승하가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그걸 믿어주길 바라요?”
나는 그 시선을 정통으로 받아내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믿고 말고 할 게 없지.”
“……!”
“그래, 내 꼴이 말이 아니었다는 건 인정해.”
나는 최승하의 손가락 두어 개를 떼어냈다.
“하지만 활동은 내가 결정해. 정말 힘들면, 먼저 쉬겠다고 했을 거다.”
“형.”
“난 지금 컨디션이 좋아. 잠을 푹 자서 그런지, 평소보다도 가뿐하고.”
“…….”
“애초에 그 사달이 난 것도 수면 부족 때문이었을 테니까.”
“할 말 끝났어요?”
서늘하다 못해 눈발이 날리는 착각까지 일 것 같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거 참…… 믿을 만한 핑계네요.”
“네가 생각하기 나름이지.”
“형, 무대에서 쓰러졌어요. 그것도 오늘.”
최승하가 작게 헛웃음을 흘렸다.
“혹시 쓰러졌다는 걸…… 기억 못 하나?”
“아니, 정확히 기억해.”
사아아-
숙소의 분위기가 단숨에 얼어붙었고, 나는 말을 이었다.
“너라면 알 텐데.”
“뭘? 지금 형이 정상이 아니라는 거라면…… 음, 확실히 알겠네요.”
“지금 이 상황에서 스케줄을 캔슬 내는 건 독이라는 거.”
“…….”
최승하의 동공이 약하게 흔들린다.
그래.
이 녀석의 눈치로 그걸 모를 리 없지.
그리고 다른 녀석들도 알고 있을 거다.
아무리 순한 녀석들이라도, 이 바닥에서 구른 경력이 있는데 아무 것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그저, 나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래야 했다.
“너희가 걱정하는 건 알겠어. 그래서 병원에선 뭐라든?”
“…….”
“누워 지내야 할 병이라도 걸렸대? 활동까지 내팽개쳐야 할?”
나는 내가 던진 물음에 속으로 답했다.
그럴 리가 없지.
아마 끽해봐야 스트레스가 많아서였다거나, 과로 정도로 진단 내렸을 거다.
병원에서 파악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니까.
“…….”
“…….”
예상대로 멤버들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고, 나는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말을 이었다.
표정이 잔뜩 굳어가는 이 녀석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일단은 상황의 해결이 우선 아니겠나.
* * *
모든 공간이 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방마다 완벽하게 방음이 되어 있는.
평범한 사람은 예약조차 힘든 프라이빗한 한식당.
그곳에서 두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제는 요즘 핫한 음원 사재기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이 열띤 대화를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드르륵-
각잡힌 직원의 손에 문이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열렸고, 등장한 인영은.
“백준영 대표님, 일성현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라연수가 자리에 앉자마자 눈을 굴렸다.
“BK와 INT…… 대표님들이랑 이렇게 만나는 건 꽤 오랜만이네, 그렇죠? 음, 그래서 바쁘신 분들이 무슨 일로 모이셨을까?”
라연수의 물음에 백준영이 테이블에 잔을 내려놨다.
“그럼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나는 우리가 함께 행동하길 원해.”
“행동이라면?”
“라 대표, 다 눈치챘으면서 그러지 말지.”
INT의 수장인 일성현의 말에, 라연수가 웃었다.
“설마…… 음원 사재기 논란에 대한 입장문. 그걸 VX, INT, BK. 이 세 대형 소속사가 함께 내기라도 하자는 건가?”
“정확해.”
“아하하하, 아~ 미안, 미안합니다. 대표님들은 언제 봐도 재밌으시다니까?”
“음원 사재기는 이 바닥에서 뿌리 뽑아야 할 문제니, 일을 제대로 끌어올리려면 지금만 한 적기가 없어.”
백준영의 말에, 라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듯한 말이었다.
이 세 기획사는 규모답게, 아티스트들이 보유한 팬덤의 크기도 커다랗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사재기는 필요치 않다.
그딴 게 없어도 성적이 잘 나올뿐더러, 리턴보다 리스크가 크니까.
그런데 웬 같잖지도 않은 이들이 사재기로 자신들의 소속 가수들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니, 이들에겐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대표님들 말이 일리가 있긴 하네요. 흐음…… 그렇지만.”
라연수는 작게 미소 띤 얼굴로 백준영과 시선을 마주쳤다.
“백준영 대표님은 트웰브 음원 조작한 적 있잖아?”
“……!”
“우리 같은 상장사는 조금이라도 책잡히면 골 아파지는데, 그걸 무릅쓰고…… 정말 대단하시다니까.”
“그, 그것은!”
백준영이 당황했고, 라연수는 픽 웃으며 정교한 무늬가 새겨진 작은 술잔을 내려놨다.
“탓하려는 건 아니니 걱정 마세요. 뭐…… 당시에 트웰브 마약 터져서 팬덤 붕괴되고 난리났을 때니까, 눈에 보이는 성적이 중요했겠지.”
“흠.”
백준영이 미간을 좁히며 헛기침했고, 라연수는 궁금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백 대표님, 톡 까놓고 말해봅시다. 정말 음원 조작 문화를 없애고 싶으신 건가?”
“그거야, 당연히!”
“참, 이상하단 말이지…….”
백준영의 말을 자른 라연수가 잔을 빙글 돌렸다.
“왜 내 눈엔 걸리적거리는 그룹 하나 묻으려는 걸로밖에 안 보일까?”
“……!”
“아니, 하필이면 타이밍이 그렇잖아. 지금 이 상황에서 3대 기획사가 입을 모아 적폐를 청산하자고 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뭐라고 생각할까?”
“…….”
“당연히 ‘라이트온이 진짜 사재기였네. 같은 업계에서도 조작이 판을 치니, 기획사 대표들이 들고일어난 거구나!’ 하지 않겠냐고요. 어라…… 그러고 보니!”
라연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세상에, 지금 보니까…… 두 분이 모두 라이트온과 인연이 깊은 분이네. 이게 무슨 우연이람?”
라연수는 즐거운 얼굴로 INT 대표 일성현과 시선을 마주쳤다.
“대표님은 참…… 평소엔 괜찮은데, 중요한 순간에서 엇나간다니까? 신유하 같은 애를 왜 내보냈을까.”
“지금 그런 말이나 하자고 모인 게 아닐 텐데!”
“아하하, 나라면 다른 잔챙이들을 내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그 친구는 끝까지 안 놔줬을 텐데.”
“장난이 정도를 넘는군!”
일성현이 낮은 목소리로 버럭했고, 라연수는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당연히 대표님들 열받게 하려고 꺼낸 말인데, 눈치가 느려지셨네. 세월이란…….”
“라 대표!”
“아무튼, VX는 안 낍니다. 알고 계시잖아요? 라이트온은 이번에 조작안 했다는 거.”
입꼬리를 당겨 웃은 라연수가 문을 드르륵 열었다.
“뭐…… 나도 청렴한 사람은 아니다만, 이런 자리에만 오면 나를 재평가하게 된다니까?”
“……!”
* * *
“대표님, 이야기는 잘 마무리되셨습니까?”
라연수가 차에 오르자, 비서가 이동 중에 체크할 서류를 건네며 물었다.
“뭐, 별 이야기도 안 했지만…… 대충은.”
얇은 금테 안경을 꺼내 걸친 라연수가 피식 웃었다.
아마 저 두 인간은 자신이 참여하지 않으면, 행동에 나서지 않을 확률이 컸다.
‘체면이 중요한 인간들이니.’
대형 기획사들이 한데 뭉쳐 목소리를 내는 그림이 그려진다면 몰라도, 하나가 빠진다면 줄줄이 흩어질 작자들이다.
그게 아니면.
다른 기획사 대표들을 섭외해 아예 판의 크기를 키우려 들겠지.
서류를 읽어 내리던 라연수는 손가락을 느릿하게 두드렸다.
‘라이트온…… 라이트온…….’
백준영, 그 끈질긴 놈한테 밉보인 모양이던데.
이번에 백준영이 신인 그룹에 칼을 갈았다는 건 라연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어땠는가.
‘완벽하게 실패했지.’
돈만 처바르면 뭐해?
‘다 별론데.’
그에 반해 라이트온은 곡부터 컨셉, 무대까지.
라연수도 놀랄 만큼 훌륭했다.
문득, 백준영의 얼굴을 떠올린 라연수는 미간을 좁혔다.
‘기분 나빠졌네.’
백준영은 여러모로 한심한 인간이다.
라연수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이었다면, 트웰브의 행실이 엇나간 순간에 진작 손을 썼을 거다.
그럼에도 논란이 터졌다면?
‘바로 버려야지.’
하지만 백준영은 투자한 게 아깝다는 이유로 빛바랜 영광을 계속 붙들고 있었다.
백날천날 공들여 봤자, 공들인 망한 작품이 될 뿐…… 회생 가능성은 극히 적은데 말이다.
물론 회생하는 그룹이 없는 건 아니다만, 모자란 대표 밑에선 어려운 일이다.
라연수도 업계에 속한 사람으로서, 관련 프로그램을 종종 모니터링 하곤 한다.
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망돌 수준이던 라이트온에게 수를 못 쓰고 빌빌대던 트웰브는 정말이지 안타까운 수준이었다.
이번에도 라이트온의 컴백 시기에 굳이 신인 그룹을 데뷔시킨 것도 속셈이 뻔하지 않은가.
‘라이트온을 얼마나 만만히 보면.’
멍청한 데다가 자존심까지 센 것만큼 최악인 게 없는데, 백준영은 그 모든 걸 아우르는 작자였다.
‘솔직히 웃겼지.’
에이원의 성적이 라이트온의 한참 밑에서 웃돌 땐, 라연수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백준영은 국내 대기업 중 하나인 백송그룹의 방계라는 덕으로 이 자리까지 올랐을 뿐…….
그래.
감이 없다.
KPOP이 한창 커질 시기에 운 좋게 몇 그룹을 터뜨려 회사의 규모를 키운 것.
그것조차 백송그룹의 거대한 자본이 뒷받침해 주니 낼 수 있었던 성과였지, 백준영의 힘은 아니었다.
딱 거기까지인 별 볼 일 없는 인간이다.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백준영을 지워낸 라연수는 서류 종이를 넘겨내며 작게 중얼거렸다.
“우리 의현이는…… 뭐 하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