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07)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07화(307/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07화
나는 스마트폰 액정을 작게 두드렸다.
화면에는 건너건너 넘겨받은 블랙재규어의 연락처가 띄워져 있었다.
참고로 발신은 수십 번이었지만, 연결된 적은 0번.
그래.
……이 인간, 잠적했다.
처음엔 내 번호를 알고 연락을 피하나 싶었다.
하지만 나는 곧,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다.
블랙재규어의 SNS에 아름다운 풍경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이 올라왔기 때문에!
[ 마음 비우기 여행 #peace ] [ 나만을 생각하는 이 순간 ]그래, 이 인간.
지금 해외다.
심지어 전화나 문자 메시지 등 연락이 가능한 스마트폰은 국내에 두고, 몸만 훌쩍 떠난 모양이다.
SNS로 꼴값 떠는 걸 좋아하는 인간답게, SNS를 즐길 수 있는 공기계나 노트북 따위만을 가져간 모양.
그런 상황이다 보니, 현재 이 인간과의 유일한 소통 창구는 SNS 하나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DM을 확인하지도 않으니 연락할 방도가 전무했다.
정말이지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의 상황엔 불을 질러놓고, 혼자 마음의 평화를 되찾으면 다란 말인가.
‘언젠간 족친다.’
그리고 사실, 블랙재규어고 나발이고…….
당장 문제가 되는 건 따로 있었다.
드르륵-
대기실의 문을 열자, 차디찬 기운이 나를 감쌌다.
겨울은 다 지나갔는데, 내가 계절을 회귀한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군.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동료들과의 화해를 원합니다.]글쎄.
이건 싸웠다기보단, 내가 일방적으로 잘못한 거라서 말이다.
생각해 봐라.
상식적으로, 과로로 코피까지 쏟으며 쓰러진 새끼가 스케줄을 강행하겠다고 나대는데 그 누가 정상으로 생각하겠나.
나 같아도 정신이 나갔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말할 수도 없는 내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입을 닫고 있는 게 최선이라는 뜻이다.
녀석들의 바람대로 휴식을 취한다면?
그 모든 것이 논란으로 돌아올 것이다.
– 거봐 라이트온 스케줄 다 캔슬했잖아 내 예상이 맞지 ㅋㅋㅋㅋ
– 이건 백퍼 찔리는 게 있는 거지 스트레스로 쓰러진 것만 봐도 뻔함
라이트온의 논란은 모두 우리에게 악감정이 있는 이들이 부풀린 것이다.
원래라면 라이트온은 이 논란에 엮이지 않았어야 맞다.
왜?
라이트온은 제대로 된 ‘증거’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 모든 건 어그로를 끈 이들의 뇌피셜일 뿐이거든.
하지만 선동과 날조의 파급력은 꽤나 끝내줬고, 지금 이 상황까지 도달한 것이다.
뭣보다, 내 혼절이 이들의 상상력에 불을 붙여줬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휴식이라는 떡밥을 던져줘 버리면 어떻게 될까?
답은 간단하다.
물어뜯고 싶어 하는 이들이 순식간에 모여들 것이다.
– 지금 음원 사재기꾼들 다 활동 쉬고 잠적했는데 라이트온도 주작 선배님들 노선 따라가네~ 푹 쉬다 와라~
– 라이트온 평생 쉬세요!
이런 식으로 말이다.
멤버들은 이런 걸 알면서도, 내가 걱정되는 모양인지…… 오늘 새벽에도 나와 협상을 시도했다.
– 그럼 해온아, 우리는 그대로 활동할게. 너만 쉬자. 최소한 며칠이라도. 응?
대표로 나선 류인은 차분한 목소리로 나를 설득하려 들었으나, 당연히 어림도 없었다.
이건 이거대로 난리일 게 뻔하니까.
아니, 오히려 나한텐 더 독이다.
– 해궁이 어지간히 힘들었나 보네 혼자 활동 쉬고 ㅜ
– 심약해 보이는데 조작은 왜 했누 ㅋㅋ 떳떳하게 살지 그랬어
상상만 해도 목구멍에 칼날이 들어올 것 같군.
혼절일지, 피를 쏟을지, 알 수 없다는 게 더 호러이지 않은가.
내가 혀를 차고 있을 무렵이었다.
스마트폰이 반짝인 것이다.
[ Speedy 클락션 선배님 : 우린 아닌 거 안다~ 파이팅 리더리더~ ]클락션의 문자였다.
사실 논란이 물 위로 올라온 이후, 몇몇의 연락이 오고 있었다.
몇 시간 전에도 도진의 문자가 왔었으니 말이다.
[ Twelve 도진 선배님 : 내가 보니까 운이 더럽게 나빴네. ] [ Twelve 도진 선배님 : 아 비꼬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괜찮아요. 이 정도는 금방 잊혀질걸? ㅋㅋ ]마약, 폭행, 클럽, 연애, 태도 논란 등등.
다채로운 논란을 겪은 현자의 조언이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애초에 실체 없는 사재기 논란.
지금 이렇게 달궈졌다 해도 금세 사라질 것이다.
한 반년에서 일 년 정도의 공백기를 가지면 되려나.
물론, 이미지에 손상이 갈 테고.
물론, 팬덤이 반 토막 날 테고.
물론, 여태껏 라이트온이 쌓아온 게 도미노처럼 무너질 테지만 말이다.
셀 수도 없을 정도로 개 같은 단점이 널렸지만, 재기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 목숨이 달리지만 않았다면 말이지.’
나는 속히 이 논란이 우리와 관련이 없다는 걸 ‘증명’해내야 했다.
목숨을 건지고 싶다면 말이다.
대충 예의 있게 답장을 보낸 나는 스마트폰을 던진 뒤, 진득하게 느껴지는 시선과 눈을 마주쳤다.
……한수현 말이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어제부터 입을 다물고 있다.
그렇다고 내게 화를 내고 있는 거냐 묻는다면, 전혀.
오히려 그 반대다.
내가 무언가를 필요로 하면 손에 쥐여준 뒤,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반복하고 있으니까.
한수현에게서 시선을 뗀 나는, 최선을 다해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고 있는 녀석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오오, 이번엔 새로운 김밥입니다! 맛…… 맛있는데요!”
“윤재야, 물이랑 같이 먹어.”
“감사합니다. 류인 형님도 드셔보십시오!”
“날씨, 가 정말 좋아요…… 화창해요! 정말, 봄 날씨.”
“그러게~ 언제 이렇게 봄이 왔지? 시간 진짜 빠르다니까.”
심지어 나와 한바탕 한 최승하조차 아무렇지 않게 굴고 있으니 말 다 했다.
당연히, 이 모든 건 ‘척’이었다.
사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멀쩡할 수가 있겠는가.
우리와 팬덤의 정당한 노력으로 일구어낸 결과가 한순간에 사재기라는 불법 행위로 매도당하고 있는데.
아무리 믿는 사람이 소수래도, 화나지 않을 리 없었다.
단지, 지금 화를 내거나 억울함을 표해봤자 해결되는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을 뿐.
그리고.
그러한 감정을 드러내면, 논란에 불을 붙인 장본인.
그래, 나의 죄책감이 쌓일 거라는 것까지.
하지만 녀석들의 이런 배려가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화를 냈으면 좋겠을 정도로 말이다.
매니저가 커피 대신 먹으라며 사온 차를 삼킨 나는, 안부인사를 건네듯 자연스럽게 운을 뗐다.
“굳이 괜찮은 척 안 해도 돼.”
“……!”
단번에 시선들이 모여들었고, 나는 말을 이었다.
“미안하단 말은 너희가 듣기 싫겠지.”
“…….”
“해결은 어떻게든 될 테니 걱정 말고.”
어제부터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있는 최승하가 입을 연 것도 그때였다.
“……그 몸으로 활동 강행하는 게 해결 방법이에요?”
“아니, 이건 해결 방법이 아니지. 논란을 키우지 않으려는 것뿐.”
“하하. 그놈의 책임감…….”
누가 봐도 비꼬는 듯한 웃음소리에, 신유하가 최승하의 팔을 다급하게 잡아챘다.
“최, 승하!”
“왜?”
작게 웃은 최승하가 소파에 머리를 기댔다.
대기실 거울에 비치는 녀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서늘해졌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만, 그만해!”
신유하가 말리자, 최승하가 눈을 감았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다는 듯이.
* * *
사전 녹화를 끝내고도, 살얼음판은 이어졌다.
뭐…….
나도 딱히 말을 걸거나, 정정하려 들지 않고 있으니 도긴개긴인가.
무대에서 내려온 나는 방송국을 천천히 둘러봤다.
모두가 우리를 힐끔대고 있었다.
호기심과 안타까움이 고루 담긴 시선들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말을 거는 인간은 없었다.
연예계에서 펑펑 터지는 논란은 거의 달마다 있는 이벤트 수준이다 보니, 이 스태프들도 어느 정도 눈치가 생긴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에이원이 복도 끝에서 목을 꾸벅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웃음기를 걸친 얼굴로 인사를 받았고, 금세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재연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마치 곤란한 주제를 입에 담기 어려워하는 얼굴.
내가 물음표를 띄운 순간, 주먹을 쥔 재연이 파이팅 포즈를 지었다.
“논란은 금세 사라질 겁니다. 선배님!”
“……그래요.”
이 이야기를 ‘굳이’ 꺼낸다고?
스태프들도 입을 꾹 다물고 눈치만 살피는 이 주제에 대해서, 우리와 안면도 없다시피 한 에이원이?
내 시선을 느꼈는지, 놈은 세상물정 모르는 신인의 얼굴로 쭈뼛거렸다.
“저희가 언급되더라고요. ……그래서, 선배님을 뵙게 된다면 사과의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하.
이 새끼, 비꼬는 거구나.
내 속을 긁으려는 거야.
이거…… 구미호는 무슨, 잘 쳐줘봤자 덜 자란 여우 새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 티가 나니 원.
나는 화사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아아, 저도 봤어요. 대형 출신인 에이원이 음원에서 수를 못 쓰고 빌빌대는데 어떻게 저희가 10위권에 있을 수 있냐! 이거 맞나요?”
“……!”
필터 없는 직구에, 라이트온과 에이원을 막론하고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했다.
말을 꺼낸 장본인인 재연 역시, 이런 상황까진 생각 못 했는지 순진무구하게 관리하던 낯짝에 쩌적 금이 갔고 말이다.
“정말 다행인 일이죠.”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에이원도 음원 성적이 잘 나왔으면, 얽혔을지도 모르잖아요.”
“……!”
재연의 얼굴에 언뜻 수치가 물들었고, 나는 상체를 숙여 재연의 귓가에 속닥였다.
“걱정, 고마워요?”
나는 휘어 접은 눈꺼풀 아래로 눈알을 굴렸다.
일을 빨리 해결해야겠다, 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이런 웃기지도 않은 놈들에게까지 무시를 당할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
* * *
나는 주변을 살폈다.
“음.”
아직까지 내가 여기 앉아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군.
그러니까, 지금 나는 VX에 있다.
그것도 대표이사실에 말이다.
다른 아이돌이라면 신기해할 수도 있겠다만, 글쎄.
‘오히려 찝찝하지.’
일면식도 없는 라연수가 나를 갑작스럽게 불러냈을 때는…… 솔직히 놀랐다.
VX의 대표나 되는 인간이 왜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단 말인가.
팔짱을 낀 내가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 회색 정장 셋업을 입은 인영이 걸어 들어왔다.
“내가 불러놓고, 늦어서 미안해요.”
“아, 괜찮습니다.”
나는 곧바로 라연수가 건넨 악수에 응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래요. 편하게 앉아요. 음, 실물이 더 잘생겼네?”
“과찬이십니다.”
“피차 귀한 시간이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다리를 꼰 라연수가 옅게 웃었다.
“내가 이번 일 도와줄 수 있어요.”
“그에 대한 대가는요?”
“보통은 놀라거나, 고맙다고 하는 게 먼저 아닌가? 급하잖아?”
“글쎄요. 그 정도로 순진하진 않은 모양입니다.”
찻잔을 내려놓은 나는 웃는 얼굴 아래로 라연수를 살폈다.
내가 보기엔, 이쪽도 급해 보이거든.
고작 연예인 하나와의 대화 자리를 만들 정도로 말이다.
“제게 원하시는 게 무엇일지, 저도 궁금하거든요.”
“……!”
“라연수 대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