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16)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16화(316/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16화
훌쩍대는 녀석들을 대기실 안으로 밀어넣는 데에 성공한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아까 음향 장비를 떼어내다가 웬 끈적거리는 게 손에 묻어서 말이다.
드르륵-
대기실 층에 위치한 화장실의 문을 벌컥 연 순간, 나는 잠시 멈칫했다.
그도 그럴 게…….
울기라도 했는지 눈이 잔뜩 벌게진 재연이 세면대에서 눈가를 씻고 있었으니까.
[성좌, ‘희곡의 설계자’가 이 구도를 흥미로워합니다.] [성좌, ‘희곡의 설계자’가 멋진 대사를 내뱉길 원합니다.]멋진 대사라면?
[성좌, ‘희곡의 설계자’가 무언가를 열심히 써 내립니다.]곧이어 내 눈앞에 어떤 메시지가 떠올랐다.
[푸훗…… 자존심 상하나 보지?] [꺼져! 나 손 씻어야 하니까!] [울지 마, 네 눈물을 보면 내 마음이 슬퍼지는걸.]“…….”
순식간에 안광이 사라진 나는 눈을 껌뻑였다.
그러니까, 이 중에 하나를 내뱉으라는 건가?
[성좌, ‘희곡의 설계자’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 ‘희곡의 설계자’가 멋진 대사가 아니냐며 만족스러워합니다.]이게?
‘푸훗’ 이딴 대사가 들어가는 게, 진심으로?
그다지 존중해 주고 싶지 취향이로군…….
[성좌, ‘희곡의 설계자’가 무엇을 고를 거냐며 기대감을 내비칩니다.]미안하지만, 모든 선택지가 구리다 못해 아득할 지경이라 입 밖으로 내뱉을 생각 따위 없다.
혀를 끌끌 찬 내가 세면대로 향한 순간이었다.
[성좌, ‘희곡의 설계자’가 1,500골드를 후원하겠다 약속합니다.]“울지 마, 네 눈물을 보면 내 마음이 슬퍼지는걸.”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뒷목을 부여잡습니다!] [성좌, ‘희곡의 설계자’가 눈을 반짝이며 1,500골드를 후원합니다!]“……?!”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낯짝의 재연이 입을 벌린 채로,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이내 화장실에 다른 이가 없음을 확인한 재연이 삿대질로 자신을 가리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다는 낯짝이었다.
내 발언에 심각한 충격을 받은 것 같다만, 나도 어쩔 수 없었다.
‘푸훗’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내뱉을 수 없었고, ‘꺼져’ 같은 말은 더더욱 주의해야 했다.
혹시 녹음이라도 된다면 골치 아파지는지라.
뻔뻔한 낯짝을 걸친 채 세면대로 성큼 걸어간 나는, 거울로 비치는 재연의 낯짝을 곁눈질로 훑었다.
표정이 살벌하군.
물론.
이 녀석도 현재 에이원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면, 오늘 트로피를 거머쥐는 걸 욕심내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걸 바랐겠지.’
이를테면.
1위를 거머쥔 라이트온보다도 멋진 무대를 만들어내 대중들의 반응을 역으로 이끈다거나…… 뭐, 이런 거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계획이 실수로 인해 산산조각 났을 테니, 저 살벌한 낯짝도 이해가 가긴 한다.
솨아아-
손을 가져다 댐과 동시에 세차게 내려오는 물줄기가 내 손을 적셨고, 잠시 말이 없던 재연이 입을 열었다.
“좋으시겠어요.”
“음?”
“오늘 라이브 하신 것도, 일부러 그러신 건가요? ……저희 실수한 거 보고.”
“그건 아닌데.”
물론 라이브를 선택한 이유에 이 녀석들이 크게 일조했지만, 내가 무슨 예언가도 아니고…… 이 녀석들의 실수를 어떻게 알고 준비했겠는가.
그나저나, 끈적이가 더럽게 안 떼어지는군.
나는 구비된 세정제를 한 번 더 손에 짜내며 말을 이었다.
“알 텐데, 우리도 라이브 종종 하거든요.”
“근데 그게 왜 하필 오늘……!”
“음…… 더 말하면 후회할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눈을 굴리며 싱긋 웃었다.
“물론 후배님이.”
지금 네가 하는 말은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돌려 하자, 재연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손에 가득한 물기를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
“오늘 1위 후보, 열심히 겨루어봐요.”
“……!”
재연이 이를 바득 갈았고, 나는 등을 돌려 공간을 빠져나왔다.
* * *
1위 시상 직전.
거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무대 아래에 집합했다.
와글와글한 분위기 속, 그들의 관심은 모두 우리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친한 척을 해대며 이번 논란에 대한 인사를 전해오고 있다는 뜻이다.
‘과연, 새롭긴 하군.’
받는 대우가 정말 천지차이로 달라지지 않았는가.
관심에 둘러싸인 몇몇 멤버들은 잔뜩 삐그덕대기 시작했고, 나는 시선을 힐끔 돌려 근처에 선 에이원을 응시했다.
“에이원도 1위 후보 축하해요~”
“이번에 노래 크, 좋아좋아.”
“다음엔 더 잘될 것 같아!”
아티스트들이 한마디씩 건네고 있었고, 아까 화장실에서와 다르게 방긋방긋 웃는 얼굴을 걸친 재연이 목을 꾸벅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배님들!”
“그래, 그거 실수 별거 아니에요.”
누군가가 꺼낸 ‘실수’라는 키워드에, 에이원이 동시에 흠칫했다.
하지만 그걸 캐치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알고도 무시하는 건지, 슬쩍 웃은 아이돌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내가 5년 차, 아니, 6년 차잖아. 실수 한두 번 해봤겠어? 그 정돈 괜찮아요, 괜찮아.”
“……선배님, 조언 감사합니다!”
재연이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 올려 웃은 순간, 스태프의 입장 사인이 떨어졌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던 차윤재가 내 귀에 속삭였다.
“두고 보십시오! 제가 우는지, 안 우는지요!”
이 녀석이 이런 말을 하는 건…… 본무대가 끝났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니까, 눈물로 난장판이 났을 때로 말이다.
– 아주 스튜디오가 떠내려가겠는데.
– 해온 형님, 놀리지 마, 흑, 십시오! 눈물이 안 멈추는, 끕…… 걸 어떡합니까!
– 저도, 안 울, 어요…….
– 죄송합니다만, 유하 형. 현재 스위치들보다 더 울고 계실 게 분명합니다.
나는 한수현의 말에 내적으로 동의하며 녀석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 울 거면 이따가 울도록 해.
– 그래애~ 이 형 말대로, 숙소 가서 펑펑 울자. 예쁜 얼굴 다 망가질라~!
최승하가 내 말에 동조하며 멤버들을 달랬고, 나는 낯짝에 물음표를 띄웠다.
– 숙소? 웬 숙소.
– 으으응? 지금 애들 울지 말라고 한 말 아니었…… 설마!
내 말의 의도를 파악한 최승하가 귓속말로 다급하게 ‘애들 우는데 달래주진 못할망정!’이라고 속삭였지만, 나는 한 귀로 흘린 채…… 없는 기력을 짜내 눈물범벅인 녀석들을 대기실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인자한 낯짝으로 말했다.
흘릴 눈물이 남았으면 이따가 무대 위에서 흘리라고 말이다.
– ……! 저, 절대 울지 않을 겁니다!
나에게 당한 전적이 있는 차윤재는 곧장 결연한 얼굴로 눈가를 벅벅 문댔지만, 글쎄다.
픽 웃은 나는 자세를 바로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음악방송 MC를 가운데에 두고, 에이원이 왼쪽, 라이트온이 오른쪽에 선 구도.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향이 섞여 들며, 점수가 빠르게 합산되기 시작했고…… 최종 점수가 커다란 전광판에 공개된 순간.
MC가 힘찬 목소리로 호명했다.
“─축하합니다, 라이트온!”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스위치들의 함성과 동시에 팡파레가 터졌고, 멤버들의 품에는 순식간에 꽃다발과 트로피가 안겼다.
그리고 멤버들을 둘러본 나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다들 표정이 똑같지 않은가.
……물론 나도 멍청할 정도로 행복한 얼굴이겠지만 말이다.
결과를 예상했음에도, 벅차오른다.
심장이 기분 좋게 박동했고, 나는 천천히 마이크를 올렸다.
“팬분들은 항상 저희에게 감사하다고 해주시지만, 전혀요.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스위치가 있기에 존재하니까요.”
나는 작게 웃었다.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드리는 라이트온이 되겠습니다. 사랑해요, 언제나.”
말을 마친 나는, 마이크를 넘길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녀석들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 않겠는…… 가.
멈칫한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난리가 났군.’
안 울긴 뭘 안 운단 말인가.
멘트가 불가능할 정도로 울고 있는데.
최승하는 그런 멤버들을 챙기고 있었고, 음…….
그나마 말이 가능할 녀석은 저 녀석이로군.
“저는…….”
내게 마이크를 넘겨받은 한수현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녀석은 느릿하게 진심을 전했다.
“……평생 함께하고 싶어요. 라이트온으로서, 스위치와.”
당연히 환영이라는 듯, 스위치들의 거센 함성이 한수현에게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 * *
“와아~ 류인 형이랑 수현이까지 운다고? 이건 또 새로운데.”
“……승하야.”
류인이 놀리지 말라는 듯이 작게 불렀지만, 어림도 없었다.
“하핫, 아까 제가 마이크 넘기려니까 류인 형이 어땠는 줄 알아요?”
“뭐라고 했는데.”
내가 덥석 물자, 최승하가 신난 얼굴로 말했다.
“지금 말을 못 하겠다면서 스윽, 등을 돌리는 거예요. 카메라에 안 보이게! 근데 저는 봤거든요. 눈가가 아주 촉촉, 읍, 읍.”
“승하야…….”
눈을 질끈 감은 류인이 최승하의 입을 틀어막았다.
푸하하 웃으며 빠져나온 최승하가 이번엔 나를 타깃으로 삼았는지 고개를 내빼 시선을 마주쳤다.
“형도 기분 진~ 짜 좋아 보이던데에?”
“착각이다.”
“내 촉이 틀릴 리가 없는데!”
“착각.”
“아니~ 평소였으면 벌써 귀찮게 굴지 말라고 제 등을 때리고도 남았을 텐데! 지금은 정색만 하잖아요. 봐봐, 지금 기분 좋다니까?”
솔직히 불자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목숨줄을 위협하던 미션이 오늘 끝나지 않았는가.
“제 말이 맞죠?”
“그래.”
내가 피식 웃으며 답한 순간, 차윤재가 결심한 얼굴로 다가왔다.
“약속은 약속이니…… 지키겠습니다!”
“아, 그거.”
아까 대기실에서, 절대 울지 않을 거라 선언했던 차윤재는 내게 이런 말을 건넸었다.
– 제가 울면 형님께 손목을 다섯 대 맞겠습니다!
– 됐다.
– ……! 역시 제가 울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딱히 그건 아니었는데.
– 그럼 약속하십시오! 이건 제 다짐입니다!
차윤재는 의지를 불태웠고,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든가’ 라고 답했었다.
그리고 나는 이 녀석의 손목을 때릴 생각이 없다.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거니와, 때린다 해도 내 손가락만 아플 게 뻔하지 않은가.
이 거지같은 몸뚱어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거든.
“어서 때리십시오!”
눈을 질끈 감은 차윤재가 자신의 손목을 내놨고, 나는 짤막한 답을 내놨다.
“싫은데. 내 손가락만 아프…… 어라?”
순간적으로 대가리를 후려치고 사라진 찌릿한 통증에, 나는 뒤통수를 부여잡은 채로 눈깔을 껌뻑였다.
[신도와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만 합니다!] [페널티가 1회 누적됩니다.] [3/10]처음 보는 조항도 조항이었지만, 은은한 억울함이 고개를 내뺐다.
약속이…… 약속이긴 한데.
“…….”
안 때리겠다고 거절한 거면, 착한 일인 거 아니냐고.
모로 가도 약속만 지키면 된다는 거냐?
이 정신 나간 지침서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