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2)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2화(32/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2화
사실 나조차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다.
우리 노래가 좋다고 올린, 그 밀리어스 멤버 말이다.
누나의 옆에서 종종 봤을 때 이런 행동을 할 만한 녀석으론 안 보였는데.
거기에다가 지금 내 머릿속엔 밀리어스 팬인 이해성의 기억으로 인해, 녀석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가 들어 있다.
눈을 감고 정보를 천천히 훑어봤는데도, 의아함만이 남는다.
의현은 SNS도 유난히 잘 하지 않는 편이고, 팬들과 라이브 소통할 때도 말수가 없는 편이다.
게다가 음원이 올라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차트엔 들어오지도 못한 곡을 어떻게 들었을까.
‘이해가 안 되긴 한다.’
우연히 취향에 맞았다고 한들, 이 바닥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추천이 가져올 파장을 모르진 않았을 텐데.
차트 끄트머리도 터치하지 못한 곡을 말 한마디로 회생시킬 정도니까.
처음에 든 생각은, ‘멤버들 중 지인이 있나?’라는 생각이다.
가장 가능성이 크기도 한 전제니까.
뭐 연습생 시절 인연이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 예? 친분이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분은 그저 존경스러운 대선배님……!
– 모릅니다. 그리고 연습에 관련되지 않은 건 숙소에서 물어봐 주세요.
– 으음~ 밀리어스 선배님들은 먼발치에서 본 적은 있는데~ 그게 끝!
– 나도 개인적으로는 인연이 없어.
– 저도, 없어요……!
‘다들 모른다고 했지.’
“……흐음.”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지만 의뭉스러움이 도통 가시질 않는다.
‘상태창.’
[성해온]체력 B-
정신력 S+
비주얼 B+
노래 A
춤 B-
특성
▶[K팝 망령의 눈(A)]
▶[……그런가?(B)]
진행 중인 미션
▶망돌의 그림자를 없애라!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보유 골드 6,100G
나는 골드 상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물음표 처리되었던 것들 중 일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돈 부족하다고 안 보여준 거였군.’
확실히 돈이 있으니 살 만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5,000G짜리 가챠……?”
저번에 800G 가챠로도 쓸모가 많았던 [……그런가?(B)]가 나왔는데, 이건 얼마나 쓸모 있는 게 나올까.
무척이나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지만, 이내 유혹을 털어냈다.
눈짓으로 스크롤을 내리던 나는 어딘가에 시선을 빼앗겼다.
[황금 열쇠(A)]: 이 세상의 모든 잠금을 풀 수 있습니다.
▲ 76% 확률로 발동
▲ 1회 사용 시 100일간 사용 제한
‘이거면 비밀번호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은행도 털어버릴 수 있을 거 같은 위험한 아이템이지만, 나는 법을 준수하는 소시민이기에 성해온 계좌 비밀번호 그 이상을 바라진 않는다.
“……고민되는데.”
저렴한 가격이면 당장 샀겠지만 무려 4,000G였다.
심지어 확률이 100%로 발동되는 건 7,000G.
악랄한 상술에 절로 이가 갈렸다.
“…….”
하지만 역시 지금은 현실적인 돈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언젠간 다른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돈’에 국한되는 아이템도 아니니까.
[해당 상품을 구매하시겠습니까?] [YES] ◀ [NO] [YES]를 선택하자 곧바로 구매 확인 메시지가 떠올랐다.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나는 곧장 [황금 열쇠(A)]를 사용해 성해온의 계좌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음?”
비밀번호는 놀랍게도 이 그룹의 데뷔 날짜였다.
“……뭐 하는 새끼지?”
진지한 궁금증이었다.
멤버들에게 그렇게 인성질을 해대며 살았는데 비밀번호를 데뷔 날짜로 설정해 놓을 만큼 그룹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건 놀랄 일도 아니었다.
“……어?”
적막한 공기 속에 내가 숨을 들이켜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이런 전개는 상상도 못 했다고.
쩌억…….
입을 다물래야 도저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나는 팔소매로 눈가를 벅벅 문댔다.
진정하고 다시 세어보도록 하자.
“1, 2, 3, 4, 5…….”
중얼거리며 액정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개수를 세어나가던 나는 다시 한번 뒷목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0이…… 10개?”
정체가 뭐지.
부모 없는 녀석이 이런 돈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재벌가의 숨겨진 자식?’
수만 가지 망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 * *
내 돈은 아니지만, 펑펑 써질러도 티도 안 날 거 같은 잔고를 확인한 뒤로 마음이 아주 풍요로워졌다.
물론 그 풍요로움은 몇 시간 가지 못했다.
“……하아.”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지 같은 체력을 소유한 나는 당연하게도 극한 스케줄을 이겨내지 못한 채 연습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직 컴백 첫 주인데 다크서클로 줄넘기를 할 수도 있을 정도로 몸이 피곤했다.
‘……남은 골드로 체력 회복이 되는 포션이나 사볼까.’
드르륵-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 연습실의 문이 열렸고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전해 드릴 사항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정재진이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멤버들은 꾸벅, 인사하며 자세를 바로 했다.
“일단, 담당 스태프들의 배정이 끝났습니다. 내일부터 전담 매니저님과 스케줄 함께하시면 될듯합니다. 여기 매니저님 번호 미리 저장해 주세요.”
“그리고 첫 팬사인회 일정이 잡혔습니다. 이번 주 주말이에요.”
……올 게 왔군.
아직 초동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전적에 비하면 이번 성적은 엄청났다.
물론 잘나가는 아이돌에 비하면 매우 귀여운 수준이다.
하지만 이 그룹이 이 정도 팔았다는 건 기립 박수를 쳐줄 정도의 성과다.
추천 덕에 90위권에 들어왔었던 는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명곡이었고, 여름이 다가오는 시기 덕에 청량 컨셉이 플러스 요소로 적용되었는지 차트 끄트머리에 고정된 채 열심히 버티는 중이었다.
어제 새벽엔 무려 87위도 터치하고 내려왔다.
유입도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
– 나는 반바지 그룹이라는 소문만 듣고 왔다가 발목 잡힘
– 무매력 남돌이라고 했던 이 과거 발언, 철회하겠습니다… 라이트온은 신이 내린 남돌입니다
팬사인회 소식은 방금 팬들에게도 공지가 된 상태.
데뷔 첫 주 팬사인회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당첨을 위해 구매하는 앨범이 초동에 집계되기 때문인데, 팬들도 그걸 의식해서 커트라인보다 많이 사주는 경향이 있다.
피곤에 절어 있는 직장인의 얼굴을 한 정재진이 할 일이 바빠 이만 가보겠다며 연습실을 나서는 걸 보자마자 나는 진지한 얼굴로 멤버들을 돌아봤다.
길고 긴 강연의 시작이었다.
* * *
“팬사인회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 물음에 최승하가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딴생각하기?”
“틀렸어.”
“정답은 ‘아 진짜요?’다.”
내 단호한 대답에 최승하가 고개를 기웃댔다.
“그게 왜요?”
그냥 공감의 표현 아니냐는 순수한 질문이었다.
이 판에서 전설적인 단어 ‘아 진짜요?’에 대해서 알아보자.
보통 동태 눈깔을 기본으로 장착한 아이돌의 입에서 많이들 나온다.
생각해 봐라, 겨우 1분 남짓 대화하려고 그 큰돈을 썼는데 그딴 성의 없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 저 회사 합격했어요!
– 아, 진짜요?
– 축하해 주면 회사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 와아, 진짜요? 축하합니다.
– 오늘 저녁 뭐 먹을 거예요?
– 아아, 진짜요? ……가 아니라 글쎄요.
대충 이런 식이라고 보면 된다.
팬을 ATM기 취급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이 마법의 단어는 탈덕을 부추기는 데에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파괴력이 큰 놈이다.
나는 ‘아 진짜요?’에 대한 설명보다 팬싸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을 선택했다.
사인회에 당첨되려고 앨범을 몇 장 사는지 아는 사람이 있냐는 고요한 물음에 멤버들이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라이트온은 정산도 못 받아본 신세니 모르는 게 당연하긴 하다. 회사에서 알려줄 리도 없고.
내 입이 열리자, 멤버들이 소스라치듯 놀랐다.
“두세 장도 아니고 그만큼이나 사신다고요?”
2~3장이라니, 그건 정말 쓰러져 가는 기획사에서 내는 ‘진짜 망돌’에서 볼 수 있는 팬싸 컷이다.
사실 공백기가 너무 길었던 탓에 정확한 컷은 유추할 수 없어 내가 예상하는 컷에 약간 더 얹어서 말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숨 쉬듯이 사기를 치는 당신의 행동에 이마를 짚습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흐뭇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사기라니, 엄연히 유입된 팬까지 계산한 결과다.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라이트온의 팬싸 커트라인은 비슷한 성적을 냈던 타 그룹들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이제 주입식 교육을 시작해 볼까.’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감탄사를 내뱉습니다!]“모르겠는 주제여도 대화를 활발하게 이어가는 게 우리가 할 일이야.”
그리고 한수현의 부탁으로 어쩌다 보니 상황극까지 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팬 역할이다.
“수현아. 내가 너 보려고 연가내고 왔어.”
“아 잠시만요.”
샤샤샥!
순식간에 얼굴을 지배하던 불손함을 털어낸 한수현이 눈을 반짝였다.
가히 놀라울 수준이었다.
“와아, 너무 감사합니다!”
나쁘지 않지만 좋지도 않다는 냉정한 평에 한수현이 한 번만 다시 해달라고 부탁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누나 너 보려고 연가 내고 왔어.”
“와아- 그래도 되는 거예요? 혹시 저 때문에 고생하시는 거 아니죠? 저는 누나가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눈빛과 진심이 담긴 목소리까지…….
“완벽하다.”
나는 말을 내뱉으며, 한수현을 응시했다.
팬 앞에만 서면 순한 양이 되는 게 누군가는 가식이나 연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혀.
지켜본 결과, 이 녀석의 팬에 대한 태도는 오롯이 진심이다.
다소 맹목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말이다.
“……!”
내 대답을 들은 한수현이 눈을 살짝 크게 뜨더니, 이내 덤덤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형도 바쁘실 텐데, 계속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순간, 최승하가 질색하는 한수현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몸을 들이댔다.
“귀여운 우리 막내~!”
“저 연습할 거니까 떨어지세요. 무거워요.”
“하여간 좋으면서 툴툴대기는~”
“…….”
할 말을 잃어버린 한수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하하, 웃은 최승하가 고개를 훽 돌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형, 저도 해주세요!”
나는 피곤에 쩔은 메마른 얼굴로 곧바로 멘트를 내뱉었다.
“애교 3종 세트 보여줘.”
“어어? 어……. 자, 잠시만요. 형 타임 타임! 생각을 안 해봐서!”
“이봐, 지금 네가 고민하는 사이에 팬은 이미 옆으로 끌려갔다.”
“……아앗!”
그렇다. 아이돌들이 잠깐 고민하는 사이에 그 앞에 선 팬들은 공포의 ‘넘어가실게요’를 듣게 되는 것이다.
주고받은 대화도 없는데 얼레벌레 넘어가게 되는, 참담한 사태가 대부분 이렇게 벌어진다.
“형, 저 연습할게요! 혹시 모르니까 5종을 연습해야겠다……!”
최승하는 깨달음을 얻은 얼굴로 애교 5종 세트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낯가림도 안 돼.”
수줍은 거 아주 좋다.
하지만 일 분 일 초가 소중한 팬싸에서만큼은 낯가리면 안 된다.
가수가 낯가리는 사이에 팬은 옆으로 끌려가니까…….
“눈 똑바로 뜨고 웃으면서, 아이 컨택은 기본.”
이해성의 기억 속 태도에 문제가 있던 아이돌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동태눈깔을 장착한 채로 먼 허공만 바라보거나 테이블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놈들.
이렇게 보니 이해성…… 팬싸 다양하게도 다녔군.
“그리고 질문 몇 개는 생각해 가야 해.”
팬들은 팬싸 현장에 오기 전에 수많은 질문거리를 만들어 온다.
눈을 잘 맞춰주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면 말이 술술 나올 수 있지만, 간혹 과한 긴장으로 인해 생각해 뒀던 질문을 새하얗게 잊어버린 채 끝나 버려 터덜터덜 나오는 팬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아이돌 측에서도 정적이 길어진다 싶으면 먼저 질문할 거리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울을 보며 애교 맹연습을 시전하던 최승하가 고개를 휙, 돌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형은 진짜 가족중에 무슨 10년 차 아이돌 있는 거 아니에요?”
10년 차 오타쿠는 있는데.
그 와중에 성해온이 고아라는 걸 아는 차윤재는 그 와중에 몸을 흠칫, 떨며 최승하를 바라봤다.
최승하는 내가 영상 편집이라든가 PPT를 만드는 걸 지척에서 보아서 그런지, 종종 뜬금없이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일단 내가 방송 쪽이나 연예계 쪽 관계자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오늘도 이런 곤란한 질문에는 대충 고개를 휘저으며 무시하는 걸 선택했다.
역시 인성 파탄자의 삶은 생각보다 편하다는 걸 다시 한번 체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