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25)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25화(325/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25화
“왕!”
날아오듯 달려온 커다란 리트리버가 나를 깔아뭉개는 건 순식간이었다.
무게감이 내 몸을 짓누른 순간.
찹찹찹찹찹!
개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내 얼굴을 마구 핥기 시작했다.
“……?”
정말이지, 마구잡이로.
찹찹찹찹찹!
축축하고 매끈한 혓바닥이 얼굴을 사정없이 젖혔다.
순식간에 침 범벅이 된 낯짝에, 내가 멍청한 얼굴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쯤…… 당황한 주인이 달려왔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푸근한 인상의 중년이 연신 사과하며 개를 떼어냈다.
“얘, 얘가 왜 이런담!”
엄청난 힘으로 주인 손에 들린 줄을 벗어나 내게 달려온 듯 보였다.
하지만.
“끼이이잉, 낑!”
주인의 간절함이 무색하게도, 개는 내게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덩치가 있는 녀석이 작정하고 버티니, 주인조차 한번에 떼어내질 못했다.
달려온 멤버들이 나를 빼내려 다가왔고, 나는 손을 들어 녀석들을 제지했다.
그러곤 상체를 일으켜 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달려올 때 놀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순하게 생긴 얼굴을 보니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 같지 않은가.
“왕!”
짧게 짖은 개가 내 목덜미에 머리를 비비며 그르릉댔다.
중년의 남자가 내게 사과했다.
“옷이 더러워져서 어째요. 내가 세탁값이랑 옷값이랑…… 혹시 다치진 않았어요? 병원이라도 같이 가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괜찮다면 번호 좀 줄 수 있나요?”
아, 연예인인 걸 모르시는군.
카메라도 멀찍이 떨어져 있는데다가, 돌발 상황에 놀라 주변까지 살피지 못하신 모양이다.
나는 곧장 고개를 내저으며 몸을 일으켰다.
“흙이 폭신해서 다치진 않았습니다. 근처에 날카로운 것도 없었고요. 멀쩡하니 걱정 마세요.”
“아이고, 아이고, 그래도…… 얘가 원래 사람을 이렇게 좋아하는 애가 아닌데…….”
“예?”
난 발톱을 세우지도 않은 채, 낑낑대며 안아달라고 하는 개를 내려다봤다.
누가 봐도 사람을 좋아하는 갠데, 무슨 소린지.
“보호소에 있던 애라…… 우리 가족 제외하면 눈길도 안 주는 애거든요.”
중년의 말은 이러했다.
이 개는 어렸을 적부터 인간에게 학대받은 경험이 있으며, 수년간의 노력 끝에 지금은 가족들에게만 마음의 문을 연 상태.
하지만 사람이 많은 곳을 꺼려하는 건 여전해서, 평소 자신이 종종 버섯을 캐러 오는 이 산으로 이렇게 산책을 나오신다고.
그리고 그의 말은 사실로 보인다.
“그르르…….”
멤버들이 다가올 때마다 녀석이 몸을 빳빳하게 긴장시킨 채로 경고음을 흘리고 있었으니까.
“쉬이.”
결 좋은 리트리버의 털을 토닥이며 진정시킨 나는, 이 녀석의 주인에게로 시선을 올렸다.
“미안해서 어쩌죠? 내가 줄을 더 세게 잡았어야 하는데…… 평소에 사람한테 다가가긴 무슨, 가끔 마주친대도 오히려 겁나서 피하는 놈이라 방심했어요. 정말 미안해요.”
연거푸 사과를 전하는 중년에게, 정말 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왕! 왕!”
안아달라는 듯, 내 다리를 긁던 개가 점프해 내 몸에 다시금 몸통박치기를 한 것이다.
“어억…….”
“예끼, 이노무 자식! 네 몸무게가 몇인데 형한테 달려들어!”
“끼잉, 낑.”
주인의 손에 붙잡힌 개가 연신 낑낑거리며 날 애처롭게 바라봤다.
그럴수록 내 의문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사람 안 좋아한다며?
그렇다고 내가 동물에게 호감상이냐 묻는다면 ‘아니’였다.
이해온일 때부터, 대부분의 동물들은 날 싫어했으니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건 성해온이 되고 나서도 여전했고.
가끔 길을 가다, 강아지나 고양이와 눈이 마주치면.
– 하아아아악!
– 으르르르르르르르…….
이렇게 대놓고 하악질을 하거나, 리드줄을 잡고 있는 주인이 ‘얘가 왜 이런담?’ 하며 당황할 정도로 날 싫어했다.
‘동물과는 영 연이 없군’ 따위의 생각으로 살아온 지가 어언 22년인데, 이렇게 날 좋아한다고?
찹찹찹찹찹!
내 낯짝에 이어, 목까지 침 범벅을 만들 정도로?
나는 신나게 내 목을 핥고 있는 개를 응시했다.
……이상한데?
* * *
처음엔 내 몸뚱어리를 이리저리 살피며, ‘다친 곳은 없냐’, ‘당장 병원에 가자’ 유난을 떨던 녀석들은 내가 손톱만큼도 다치지 않은 걸 확인한 뒤 안도했다.
그리고 그제야 내 처참한 꼬라지가 눈에 들어온 모양인지, 안타까운 눈빛들을 걸치기 시작했다.
넝마가 된 나는 흐릿한 낯짝으로 눈을 껌뻑이다가, 보물찾기의 식재료로 시선을 돌렸다.
“이 정도면 얼추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냐.”
내 물음에, 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충분할 것 같아.”
“그럼, 돌아가자.”
나는 침으로 축축하게 젖은 앞머리를 힐끔 올려다봤다.
“…….”
일단 씻어야겠으니까…….
* * *
“어어, 으음~ 음…….”
최승하가 내 뒤를 힐끔 보더니 뜸을 들였다.
“할 말 있어?”
“혹시 막 누굴 때리고 싶다든가, 분노가 차오른다든가, 뭐 그런 생각 안 들어요?”
“내가?”
최승하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을 했다.
“……? 내가 이유도 없이 사람을 왜 때리냐.”
“헤헤, 그렇구나아~”
웃은 최승하가 다급하게 등을 돌려 어딘가로 걸어갔다.
목적지는 멤버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고, 그들은 속삭이며 작전회의를 시작했다.
‘어떡해, 낙서 완전 지워졌어!’
‘저 형님 모르시는 거지요? 어떡합니까! 시, 심장이 떨립니다!’
‘아마 샤워하는 도중에 자연스럽게 지워진 모양입니다.’
‘어떡, 하지……!’
‘……해온이한테 일단 빌까?’
현장에서 발각됐으면 사이좋게 등짝을 한 대씩 얻어맞고 끝났겠지만, 이건 심각한 문제였다.
이대로 간다면.
……성해온이 업로드된 컨텐츠에서 알게 된다!
다섯 멤버는 다시금 머리를 맞댔다.
‘저는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무슨 소리야, 수현아? 매는 피해야지!’
‘가장 매를 많이 맞는 승하 형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영…….’
멤버들이 심각하게 토론을 하고 있을 무렵.
멀찍이 떨어진 상판 위에 앉은 성해온은 작게 하품한 뒤, 햄을 썰기 시작했다.
탁, 탁, 탁.
도마 위에서 통조림햄과 소시지가 일정한 크기로 썰렸다.
보물찾기에서 찾은 식재료들 중에 햄 종류가 두 개나 있어, 메뉴를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바로 오므라이스.
멤버 둘이 닭장에 계란을 가지러 갔으니…… 어떻게든 가져올 것이다.
양심 없는 낯짝으로 가지각색의 채소까지 썰어낸 나는, 가마솥 뚜껑에 재료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볶음밥은 꽤 자신 있는 분야라서 말이다.
* * *
“우와! 비주얼이 굉장합니다!”
감탄사를 내뱉은 차윤재가 곧바로 한 숟가락을 크게 떴다.
하지만.
입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
[성좌,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험가’가 자네의 과거를 떠올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말합니다.]동의한다.
별생각 없이 먹으려는 순간, 지옥에서 올라온 소금 김치볶음밥 맛을 떠올린 얼굴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럴 땐 그냥 절벽에서 등을 떠밀어주면 된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이 생각하는 동료애에 경악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차라리 눈을 감는 걸 택합니다!]메시지를 무시한 나는 화사한 낯짝으로 입을 열었다.
“윤재야.”
“예?”
차윤재가 짤막한 대답을 위해 입을 연 순간, 나는 녀석의 숟가락을 밀었다.
고슬고슬하게 잘 볶아진 볶음밥이 차윤재의 입속으로 강제 직행된 순간이었다.
“……!”
갑작스러운 상황에, 녀석은 내가 이 볶음밥에 장난을 쳤다고 생각했는지 눈을 크게 뜬 상태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혀에 닿은 볶음밥의 맛이 느껴짐과 동시에, 차윤재의 눈이 점점 커졌다.
“맛, 맛이! 맛있습니다!”
“그렇지?”
“일전에 형님이 해주셨던, 우어어억, 으븝, 으븝븝.”
어디서 그 빌어먹을 볶음밥의 흑역사를 꺼내려고.
내가 차윤재의 입을 틀어막은 채, 웃으며 ‘꼭꼭 씹어 먹어?’를 속삭이고 있을 순간이었다.
볶음밥 위에 얹어진, 부드러운 계란 지단을 숟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던 류인이 입을 연 것이다.
“근데 닭들이 어제보단 얌전하더라.”
나는 말도 안 되는 단어의 조합에 고개를 기울였다.
그 토종닭들이 얌전?
“사실, 먼저 가져오겠다고 나서놓고 긴장하긴 했거든.”
내가 당한 꼴을 직관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그런데…… 나랑 수현이한테 전혀 관심이 없더라고.”
“……?”
그럴 리가 있나.
양 날개를 펼친 채, 인간에게 호기롭게 돌진하던 그 토종닭이?
내가 못 믿겠다는 낯짝을 걸치자, 한수현이 말을 얹었다.
“류인 형 말이 맞아요. 정말 관심이 없던데요. 덕분에 계란 가져오는 것도 수월했어요.”
이쯤이면, 나랑 다른 닭장 간 거 아니냐.
내가 의문을 띠고 있을 무렵, 신유하가 입을 열었다.
“어쩌면, 그 닭들도…… 해온 형을 좋아했, 던 걸지도 몰라요! 오늘, 강아지처럼!”
“어?”
손뼉을 경쾌하게 친 최승하가 고개를 돌려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근데 정말로! 그럴듯하지 않아요? 생각해보니까, 그 닭도 딱히 공격한 건 아닌 것 같았거든요. 형도 기억 나죠?”
“…….”
눈물겹게도 기억 난다.
내게 입술 박치기를 했던 토종닭은 그대로 넘어진 내 배 위에 얌전히 앉아 고고한 자태를 뽐냈으니까.
‘공격’이 주목적이었으면 부리로 내 낯짝을 연타하지 않았겠나.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말이다.
나는 볶음밥을 입에 넣으며, 자연스럽게 질문했다.
“그게 끝이야? 더 듣고 싶은데.”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라는 말을 돌려 하자, 류인과 한수현이 차례로 말했다.
“음…… 별게 없긴 했어. 확실한 건 어제랑 달랐다는 거?”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어제는 해온 형 주변에 닭들이 몰려 있기에, 수상한 인간을 경계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저희 둘한테 시선도 안 주더라고요.”
그래.
……녀석들의 말마따나, 어제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내게 달려든 토종닭을 제외하고도, 닭장의 다른 닭들이 내 주위를 걷기 힘들 정도로 배회했으니까.
– 닭, 닭들이 해온 형님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큰일입니다!
지켜보던 멤버들이 현장에서 경악할 정도의 광경이었으니 말 다했다.
하지만 그 닭들은 내게 위해를 가한다기보다는, 그저 나를 쫓아다닐 뿐이었다.
나 역시 한수현과 같이, 수상한 인간에 대한 ‘경계’ 정도로 이해했는데…… 이 녀석들에게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
게다가.
오늘 벌어졌던 작은 사고 역시 의문스러웠다.
학대당한 경험으로 가족을 제외한 이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개가, 초면인 나에게 그만한 호감을 보인다고?
그게 말이 되나?
내가 미간을 좁힌 순간, 어깨에 누군가의 팔이 둘러졌다.
“흐으음~ 무슨 생각을 하길래.”
최승하가 내 미간을 장난스럽게 콕 찔렀다.
“이렇게 심각해요?”
“……!”
대강 둘러대는 답을 내뱉으려던 순간이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녀석이 몸을 일으킨 것이다.
빙글 웃은 최승하가 입을 열었다.
“다들 잠깐 저한테 시간 좀 내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