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27)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27화(327/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27화
<가면 속 가수>.
제목대로, 정체를 숨긴 출연진들이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섭외 소식을 전해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내가 섭외된 회차가 무려 첫 방송이었기 때문에!
이런 토너먼트형 프로그램은 첫 단추를 꿰멜 출연진이 굉장히 중요하다.
만일 한 출연자가 연승을 차지하면, 몇 달이고 주야장천 왕좌에 올라 출연을 이어갈 텐데…… 기왕지사 인지도가 많은 인간이 좋지 않겠는가?
라이트온도 업계에서 인지도가 큰 폭으로 상승하긴 했다만, 이렇게 연령층을 폭 넓게 아우르는 프로그램에선 글쎄.
“흠.”
무슨 비하인드로 내가 섭외된 건지는 모르겠다만…….
좋은 기회임은 확실했다.
그러니, 고민은 짧을 수밖에.
“출연한다.”
곧바로 결정을 내린 나는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음으로 처리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의현의 문자 메시지 말이다.
‘지긋지긋한 놈…….’
언제나 그렇듯, 오늘의 안부를 묻는 시시껄렁한 문자였다.
사실 이 문자는 자체 컨텐츠 촬영으로 산골짜기에 박히기 전날부터 시작됐다.
한수현에게 체력이 쪽쪽 빨리고 있을 때, 의현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숙소 근처로 오겠다는 녀석을 거절한 나는 이렇게 말했다.
– 오늘은 안 돼. 내일부터 촬영이니까 갔다 와서 보든가. 그래도 2주 안이잖아?
– 으음.
수화기 너머 의현은 잠시 고민하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 해온이가 바빠 보이니까, 이번 주에 만나는 건 넘어갈까.
– ……? 나야 좋지.
나는 당연히 덥석 물었고, 의현은 제안했다.
– 그 대신 너랑 문자 하고 싶은데.
– 원래도 하잖아.
– 으음, 답장을 받고 싶어서?
– …….
이것에 대해 설명하자면,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발리에서 촬영을 진행했을 때로 말이다.
그 당시, 의현은 독단적인 행동으로 나에게 올 비난을 막았다.
당연하게도 소속사인 VX와 합의된 내용이 아니었다.
나 역시 그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발리에서 인천으로 돌아왔을 때, 의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 했다.
그 기류를 눈치챈 의현이 먼저 장난스레 말을 건넸지만.
– 혹시 고마워?
– …….
– 고마우면 앞으로 연락 피하지 마, 해온아.
평소였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번호를 차단하며 싱긋 웃었겠지만, 나도 양심이라는 게 있었다.
– 대표님 무서우신 분인데.
– …….
– 많이 혼날까?
– …….
– 조금 두렵네.
눈깔을 내리깔며 불쌍한 척을 하는 꼴이 굉장히 뻔하고 열받았지만…….
이 녀석의 행동이 아니었다면 죽음으로 직행하는 멸망 루트를 밟았을 거라는 걸, 내가 제일 잘 알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 받으면 되잖아. 받으면.
– 하하!
그리고 의현은 이날부터 꾸준히 문자를 보내왔다.
나는 답장을 했고 말이다.
아, 물론.
내 쪽에서 보내는 답장은 전부 두 글자가 넘지 않는 단답형이었다.
자존심이라는 게 있는 녀석이라면, 이런 답장은 열이 뻗칠 수밖에 없는 형태 아니겠는가?
제 풀에 나가떨어지길 바란 거였다.
하지만 이 새끼는 생각보다 끈질겼다.
그래.
내가 또라이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재수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내 답장에도, 의현은 매일같이 연락을 이어갔다.
그러니 이번에 이 녀석이 말한 ‘답장을 받고 싶다’의 의미는…….
‘ㅇㅇ’, ‘ㄴㄴ’ 이딴 답장이 아닌, 제대로 된 답장을 말하는 것일 테다.
그리고 사실대로 불자면, 나 역시도 이쯤 되자…… 계속해서 이어지는 메시지에 양심의 찔림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깟 답장이 뭐 어렵다고?’라는 간단한 생각이었지만, 현재 후회 중이다.
이 자식의 메시지가 배로 늘어났기 때문에!
시끄럽게 울려대는 수준이었다.
문자를 보내기 무섭게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 미안 ] [ 해온이 네가 답장을 보내주니까 신났나 봐 ]“…….”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내 업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 * *
나는 어깨를 가볍게 흔드는 손에 눈을 떠올렸다.
……그새 또 잠들었던 건가.
“형님! 여기서 주무시지 말고 방에서 편히 주무십시오!”
“……그래, 고맙다.”
하루가 다르게 몸의 이상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문제는, 이 이상이 익숙하게 겪어왔던 ‘통증’의 종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그래.
‘욕구’의 종류에 가깝지.
“형님도 참, 요즘 곤하셨나 봅니다!”
쭈그려 앉아 나와 시선을 맞춘 차윤재가 내 손을 지압하듯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활동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바로 프로그램 섭외가 오다니…… 피곤하시지요?”
“아니.”
나는 픽 웃었다.
“활동기 스케줄에 비하면 거의 백수지. 안 피곤하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요즘 형님이 피곤해하시는 것 같아 걱정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틈만 나면 자는 게 어디 한두 번이냐.”
“푸핫, 그렇긴 합니다!”
다행인지 뭔지, ‘자는 게 남는 거다’라고 중얼거리며 틈이 생길 때마다 눈을 붙였던 전적이 있어서…… 멤버들은 내 수면에 대한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그만해도 되는데.”
“잠깐 있어보십시오!”
차윤재가 열심히 혈 자리를 꾹꾹 눌렀다.
“이래 봬도 하고 나면 개운할 겁니다!”
접촉으로 자비 특성이 발동되는 게 더 클 테지만, 굳이 뿌리치지 않은 나는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기별도 안 가는데. 더 세게 해봐.”
“……! 후, 후회하지 마십시오!”
화르륵 불타오른 차윤재가 내 손을 미친 듯이 누르기 시작했고, 나는 거실 바닥에 드러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말이다.
지금 내 꼴, 신생아가 따로 없지 않나.
먹고, 자고, 이런 욕구를 못 이기는 게 말이다.
“…….”
인지하고 나니, 강력한 현타가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내 꼴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냐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지금도 멀쩡하게 숙소와 연습실을 오가고 있지 않은가.
단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졸고 있을 때가 많은 것이다.
‘……생각해 보니 정상이 아니긴 하군.’
내가 안광 잃은 눈으로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 차윤재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도 너무합니다! 이렇게 급박하게 섭외를 주는 게 어딨습니까? 더 일찍 주면 뭐가 덧난다고요.”
그래.
이 녀석의 말마따나, 나는 섭외 연락을 녹화 7일 전에 받았다.
아무래도…….
‘나에 대한 섭외는 끝까지 설전이 있었던 모양이지.’
뭐…… 별다른 안무 없이 준비하는 무대니, 그 기간도 충분했지만 말이다.
* * *
“…….”
나는 제작진이 건넨 의상과 가면을 받아 들었다.
<가면 속 가수>는 가면 무도회 컨셉을 제대로 잡은 프로그램인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중세 귀족 컨셉이다.
내 의상도 무대의상 뺨치게 화려한 제복이지 않은가.
아, 참고로 가면 이름은 더 경악스럽다.
무려 얼음성의 북부대공, 이웃나라 금발왕자, 장미정원의 공작, 태양궁의 황태자, 이딴 식이거든…….
그래, 컨셉이 심각할 정도로 확실한 것이다.
“그럼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넵, 다른 분들 안 마주치게 조심해 주시고요!”
“예.”
다른 프로그램이었다면, 대기실을 돌며 패널들에게 인사를 나눴을 테지만 여긴 아니다.
패널들이 출연진의 정체를 추리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관통하는 포인트 중 하나였기에, 내 정체는 극비로 부쳐야 했다.
세트장을 둘러보는 것조차 안 될 정도니 말 다 했지.
대기실로 걸음을 옮기던 나는 곁눈질로 주변을 훑었다.
‘확실히 돈을 발랐군.’
투자를 많이 받았다는 프로그램답게, 음향 장비들도 최상급이었다.
* * *
백한은 하품을 하며 넓은 밴에 올라탔다.
“음냐…… 아침부터…… 졸려…….”
“하여간, 잠은 많다니까.”
피식 웃은 밀리어스의 매니저가 운전대를 잡았고, 한참 잠에 빠져 있던 백한이 물었다.
“오늘 누구 나온대요?”
“그거야 모르지. 절대 안 알려주던데? 근데 뭐어…… 유명한 애들 나오지 않겠어?”
“글쿤.”
길게 하품한 백한이 다시 졸기 시작했고, 매니저는 슬쩍 물었다.
“그으…… 요즘 멤버들이랑 어때?”
“별다를 거 있나? 똑같지.”
밀리어스는 세 명의 멤버를 제외하고는 각자 개별 생활을 한다.
그중, 백한은 숙소 생활을 하는 멤버였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나갈 집을 알아보는 것도 귀찮았고, 혼자 있는 것보단 여럿이 있는 게 더 재밌지 않겠냐…… 라는 간단한 생각 때문이었으니까.
의현은 일찍이 숙소에서 나간 멤버였는데, 매니저는 의현을 가장 대하기 어려워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단 말이지…….’
게다가.
요즘 의현에겐 자신의 연락이 닿지 않고 있었다.
그래, 한마디로.
……씹히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무시할 일이냐고~’
오늘까지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매니저는 그의 집에 직접 찾아가야만 했다.
섭외 온 것들을 전달하는 걸,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으니까!
‘매니저 인생, 쉽지 않다…….’
게다가 의현의 집은 왠지 모르게 조금 두렵게 느껴졌다.
딱 한 번 가봤지만, 드넓은 공간의 분위기가 어찌나 서늘하던지.
‘무서워서 가기 싫어~’
밀리어스는 매니저도 여럿인데, 다른 매니저들도 의현을 어려워해서 막내인 자신의 몫이 된 것이다!
속으로 눈물을 흘린 매니저는 티끌만 한 희망으로 물음을 던졌다.
“혹시 의현이랑 연락하는 애들이 있으려나? 하하, 없겠지? 나도 참.”
“그건 왜요?”
“닿는 애가 있으면 스케줄 전달 좀 부탁하려고 했지…… 아냐, 아냐, 그냥 내가 가면 돼.”
“음, 그렇구나~”
백한이 스마트폰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근데 나 어제부터 연락하고 있는데?”
끼익!
신호에 걸려 정지한 밴과 함께, 매니저가 경악했다.
첫 번째로는, 자신이 씹힌 게 맞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평소, 의현은 문자 메시지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급한 일이 있어도 전화로 간단하게 듣는 걸 선호했지…… 누군가와 히히덕거리며 문자를 주고받는 타입은 맹세코 아니었다.
그래서 더 놀라운 것이다.
이건 멤버들도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 무슨 이야기 중인데?!”
“몰라요. 그냥 오늘 나 출연하는 프로그램 물어보던데? 나도 갑자기 연락 와서 놀랐지 뭐야.”
백한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실은 의현 형도 여기 출연하고 싶다든가?”
“의현이가 그럴 리 없지. 예능 안 좋아하니까…….”
“하긴. 난 그 형이 저번에 그 뭔 예능 여행? 출연한다길래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잖아.”
* * *
“준비는 끝나셨죠?”
문을 열고 들어온 스태프가 전달 사항을 전했다.
“카메라 세 대가 따라갈 건데, 놀라지 마시고 그냥 걸어가 주시면 됩니다!”
“예.”
입장하는 출연진 하나에 그만한 인원이 붙는다니, 스케일이 대단하군.
대기실에서부터 따라붙은 카메라들은, 내가 무대로 향하는 모습을 각도별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각.
무대 위의 진행자는 기대감을 잔뜩 조성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가 가면의 이름으로 나를 소개하자─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넓은 공간에 가득 찬 인원들이 기대감 어린 함성을 내뱉었고, 나는 무대 위로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