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31)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31화(331/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31화
상황은 내 예상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내가 나갈 준비도 하지 않은 늦은 밤, 최승하가 내게 말을 붙인 것이다.
“형, 베란다에 있었구나.”
“할 말 있어?”
“별건 아니고요. 혹시 졸려요?”
“아니, 졸리진 않은데.”
“다행이다!”
최승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 배고픈데~ 같이 편의점 가지 않을래요?”
녀석이 작게 덧붙였다.
“오랜만에, 단둘이 이야기도 할겸?”
* * *
“으으음~ 다 맛있겠다. 그렇죠?”
“그러게.”
“요즘 편의점 음식, 진짜 다양하고 잘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뭘 사야 할지 모르겠네.”
“너 잘하는 거 있잖아.”
“……! 맞네요? 다 사면 되는 거지~”
푸핫 웃은 최승하가 다양한 음식을 하나씩 골라 한 아름 계산대에 올려놨다.
그리고 편의점의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삼각김밥을 뜯어 건넸다.
“근데 있잖아요.”
“……?”
“요즘에 은근히 저 피하는 거 맞죠?”
“쿨럭, 쿨럭!”
넌 무슨 그런 말을 삼각김밥 먹다가 직구로 던지는 거냐.
“그거 알아요? 형 요즘 밥 잘 먹는 거 진짜 보기 좋은 거. 옛날엔 ‘어떻게 저거만 먹고 사는 걸까’ 했는데 요즘은 좀 사람 같다니까요?”
다소 뜬금없는 말에 물음표를 띄웠을 무렵, 녀석이 음료수를 건넸다.
“마시면서 먹어요. 목 막힐라.”
“너도 먹어.”
양쪽 손으로 꽃받침을 하고 테이블에 턱을 괜 최승하가 헤실 웃었다.
“난 형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서!”
“실없는 소리 그만하고 먹어라.”
“그럴까요?”
쿡쿡 웃은 최승하가 음료를 한 모금 들이켰다.
“이렇게 둘이 있으니까, 꼭 룸메이트 하던 때 같고 그렇네요.”
“매일 보는 사이에 무슨.”
내가 삼각김밥을 한입 베어 물며 답한 순간이었다.
최승하가 작게 웃으며 본론을 꺼낸 것이다.
“내가 유하한테 방 바꿔달라고 부탁하면, 형은 괜찮다고 해줄 거예요?”
“아니.”
“이렇게 바로 거절한다고? 이건 상처지~”
장난스럽게 우는 척을 하는 최승하에, 나는 입을 열었다.
“어차피 너, 나랑 하루 종일 붙어 있는대도 걱정할걸.”
“……!”
“룸메이트면 뭐, 그래. 나랑 대부분 붙어 있을 수 있겠지. 그런데…….”
나는 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랑 욕실까지 같이 들어갈 거냐. 아니면 매일같이 밤샘이라도 하면서 날 지켜볼 거냐.”
“전자는 가능할지도~ 으븝.”
나는 헛소리를 해대는 입에 샌드위치를 물리곤, 짧은 상념에 빠졌다.
지금 내게 닥친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과거의 업보가 이어져 난감한 상태라고나 할까.
나는 눈을 데굴 굴려 최승하를 바라봤다.
‘특히 이 녀석한텐 더더욱.’
최승하는 내가 정상이 아닌 꼴을 가장 많이 목격했다.
이 녀석의 눈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 게 몇 번인데, 정신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나.
‘저 얼굴만 봐도 모를 수 없지.’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닌 얼굴.
약간의 두려움이 섞인 모습이었다.
최승하답지 않은 두려움이 말이다.
‘본인은 티를 안 내려는 것 같다만.’
그게 어디 숨긴다고 숨겨지겠나.
내가 이 녀석 앞에서 최대한 수상한 티를 내지 않는 이유도 이거다.
섭식장애가 아님을 증명하는 건 꽤 손쉬울 것이다.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고, 이틀 정도 최승하와 잠도 자지 않은 채 한 방에서 붙어 있으며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면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건 깨진 독에 임시방편으로 반창고를 붙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먼 미래를 보자면, 더더욱 최악인 수.’
지금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몸의 이상이 닥치고 있다.
동물들의 관심부터, 식욕과 수면욕.
그리고 눈에 띄는 건, 아무리 먹어대도 빠져대는 체중.
나야 두고 보고 있다만, 최승하의 눈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보일 게 분명하다.
그럼 이 녀석은 언제나 그랬듯, 나를 병원에 데려가겠지.
그리고 그 병원에서 결과가 나올 확률은 제로에 수렴한다.
여러 병원을 가도 동일할 것이다.
눈을 굴린 나는 최승하를 응시했다.
그럼 다음으로.
이 녀석이 그걸 납득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
분명 나에겐 납득한 척할 테지만, 속이 잔뜩 곪아 들어갈 것이다.
여태껏 그래왔듯이.
그러니 나는 차선책을 선택할 뿐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식이 쪽의 문제는 남녀를 불문하고 연예계에서 감기처럼 흔하니까.
– 아 살 좀 빼 살 좀 빼 코르셋 꽉 조이라고
– 관리도 못 할 거면 연예인 왜 함? 꼴리는 대로 살고 싶으면 은퇴해
외관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 요인이 심한 업계 특성상, 발에 채이도록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당장 무슨 일이 날 만큼 위급한 종류도 아니니, 최승하도 내 손을 붙잡고 병원에 가는 대신…… 이렇게 두고 보는 것이다.
“으음? 저 혹시 뭐 묻었어요? 왜 이렇게 시선이 열렬할까~”
최승하가 눈을 접어 웃었다.
“그렇게 바라보시면 조~ 금 부끄러운데!”
“생각을 해봤는데.”
나는 최승하의 입에 달달한 초콜릿 하나를 집어넣었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눈을 크게 뜬 최승하가 고개를 기울였고, 나는 입을 열었다.
“너는 내 걱정을 조금 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하, 그런가?”
꽤 오랜 시간 침묵하던 최승하가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근데 어쩔 수 없어요. 음, 나는 형 편이니까…….”
테이블에 턱을 괜 최승하가 웃었다.
“걱정을 할 수밖에 없거든!”
“…….”
내 입이 다물렸고, 녀석은 내 손을 끌어당겼다.
“있잖아요. 형은 힘든 일이 아주 많았어요. 그쵸?”
“……그런데?”
“으음~ 그러니까.”
최승하의 입이 호선을 그으며 올라갔다.
“힘든 일이 있을 땐 옆에 있는 사람들을 의지해도 된다는 거죠. 예를 들면 귀여운 승하라든가? 든든한 승하라든가? 깜찍한 승하라든가?”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지만, 수십 번을 고민하고 어렵게 꺼냈을 게 틀림없는 말.
그냥 평소처럼, 속이면 된다.
나에게도 최승하에게도 나쁠 게 없는 거짓말이다.
그러니까.
믿든, 믿지 않든, 속이면 되는 건데.
……그래, 그러면 되는 건데.
이상하리만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정적을 깬 건 최승하였다.
“형도~ 진짜 못 말린다니까.”
씨익 웃은 최승하가 제 손에 들려 있던 샌드위치를 건넸다.
“이거 먹고 싶었던 거죠?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내가 이 샌드위치에 단 한 번도 시선을 보내지 않았음을, 이 녀석이 모를 리 없었다.
“……그래, 먹고 싶었는데.”
“역시 최승하의 센스란.”
어깨를 들썩인 최승하가 내가 샌드위치를 입에 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귀에 대고 속닥였다.
“근데 사실, 그거 진짜 맛없어요.”
들은 체도 하지 않은 내가 한입을 더 베어 물자, 최승하가 물음표를 띄웠다.
“어라? 등 맞을 준비 했는데 안 때리나?”
피식 웃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먹었으면 이만 갈까.”
“어라? 어라아아?”
“버리고 가기 전에 얼른 나와라.”
“그거 형이 싫어하는 맛일 텐데 진짜 안 때린다고?”
“그래.”
나쁘지 않은 맛이었어서 말이다.
* * *
다음 날.
나는 <가면 속 가수>의 다음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연습실로 나섰다.
참고로 공백기의 비었을 연습실에서 마음 편히 배를 채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녀석들은 매일같이 연습실에 출석체크를 하거든.
“활동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몸이 조금 굳는 느낌입니다! 역시 연습은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해야 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이 쓸데없이 부지런한 자식들…….
공백기면 공백기답게 숙소에서 쉬어야 할 게 아닌가.
그때, 연습실 한편에서 다리를 일자에 가깝게 찢은 차윤재가 나를 불렀다.
“형님! 혹시 등을 조금만 눌러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래.”
다가간 내가 차윤재의 등을 밀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다리를 찢은 채 상체를 바닥 쪽에 붙여 스트레칭하던 차윤재가 다급하게 바닥을 탁탁 두드린 것이다.
“끄아아악, 형님, 형님!”
“아.”
다른 생각을 하면서 밀다 보니 너무 많이 멀었군.
“미안, 괜찮냐.”
“예! 문제없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나는 다음 무대의 곡 선택을 위해 노트북을 펼치곤, 연습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침에 밥 두 그릇을 비우고 왔음에도 고픈 배에, 나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회사는 숙소에 비해서 몰래 나가기가 좀 더 용이했다.
‘핑계 댈 사람이 많으니까.’
물론, 호기심 천국인 멤버들은 ‘나 나갔다 온다’를 외치는 순간 ‘누굴 만나냐’, ‘같이 가면 안되냐’ 등등의 질문 공세를 날리지만…… 이런 쪽으로 철판을 까는 건 전문 분야라서 말이다.
‘이번엔 정재진 이름을 대며 나가볼까.’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아.”
뇌리에 누군가의 낯짝이 스친 것이다.
어차피 2주에 한 번씩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약속을 안 지키는 건 내 특기다만, 그 녀석도 내 신도니 어기는 순간 페널티가 날아올 것이다.
“흠.”
그리고 이왕 만날 거면, 내가 배고플 때 만나면 좋겠지.
상당히 양심 없는 결론을 낸 나는 의현에게 곧장 메시지를 보냈다.
[ 야 ] [ 시간 있냐 ] [ 있으면 전화해 봐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울리는 스마트폰에 나는 질린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반응속도가 무슨…….
하지만 생각과 달리, 나는 선배를 대하는 후배의 싹싹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예, 선배님!”
– ……해온아?
“아아, 오늘 말씀이시군요.”
나는 수화기 너머 의현이 당황하건 말건, 혼신의 연기를 펼치며 시계를 살폈다.
“음…… 저는 시간이 괜찮을 것 같습니다.”
– 하하, 새롭다. 해온이 목소리가 평소랑 달라.
“그럼 1시간 뒤에 뵙는 걸로. 예, 예.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나는 의현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전화를 뚝 끊었다.
연습실에 있던 멤버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
* * *
사옥의 지하 주차장.
“…….”
나는 다소 칙칙한 얼굴로 의현의 차에 올라탔다.
“뭐 해, 출발 안 하고.”
“힘들어 보이는데, 연습하다 왔어?”
전화의 상대를 곧바로 눈치챈 몇 멤버들이 질문 폭격을 날린 탓에, 나가기도 전에 너덜너덜해졌다는 말을 넣어둔 나는 차내를 둘러봤다.
“볼 때마다 차가 바뀌냐.”
“하하, 별로야?”
“네 돈인데 내 알바 아니지.”
생긋 웃은 의현이 말했다.
“사실 먼저 연락을 줄 거라곤, 전혀 예상 못 했거든.”
시선을 내 쪽으로 옮긴 의현이 매끄럽게 미소 지었다.
“정말 기뻤어. 해온아.”
“…….”
울려 퍼지는 양심의 소리에, 나는 살며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야.”
“응?”
“빨리 가라. 배고프니까…….”
이 녀석의 인지도로 바깥에서 먹으면 나만 귀찮아질 뿐이니, 이미 문자로 배달음식을 잔뜩 깔아놓으라고 말한 상태였다.
“안 그래도 준비해 놨어.”
화사하게 웃은 의현이 핸들에 손을 올렸다.
“우리 집에 친구를 초대한 건 처음이라, 조금 떨리네.”
“징그럽게 굴지 말고 앞이나…….”
상대가 상대다 보니, 습관적으로 막말을 내뱉을 뻔한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앞이나?”
페널티를 떠올린 나는 흐릿한 낯짝으로 말을 바꿨다.
“……안전운전해.”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