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44)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44화(344/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44화
“포도알 잡아준다.”
“어, 내 별명 포도알 헌터야.”
곽덕배가 슬픈 얼굴로 말을 이었다.
“물론 언제나 사냥당하는 건 내 쪽임.”
“이거 꽤나 눈물나는 명언인데…….”
곽덕배와 근돌은 익숙하게 오타쿠적인 대화를 나누며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 사시나무처럼 떨리는데 어떡하죠
– 나 못 잡으면 진짜… 그냥… 흐아앙 울어버릴 거임…
– 티켓팅 ㅈㄴ 잘하는 친구한테 부탁은 했는데 미친 듯이 긴장됨 티켓팅하다가 약간 심장에 무리 올 것 같은데 이게 맞아?
그렇다.
……오늘은 라이트온의 콘서트 티켓팅날이었다!
곽덕배의 퇴근 시간에 맞춰, 컴퓨터의 사양이 좋다는 PC방에서 모인 둘은 결연하게 손가락을 풀었다.
“이거 오랜만인데.”
“내 말이.”
이 둘은 KPOP 고인물로서 티켓팅은 지겨울 정도로 많이 해봤다.
하지만 그렇다고 떨리진 않는 건 아니었다.
……타율은 언제나 높지 않았으니까!
그래.
……이 냉혹한 티켓팅의 세계는 고인물에게도 너그럽지 못했다.
“미안한데 누구 스마트폰 진동 울리는 거 아니지. 지금?”
“내 심장이 울리는 거라면 맞긴 한데…….”
둘의 다리가 미리 말이라도 맞춘 것처럼 떨려왔다.
인기 있는 아이돌의 콘서트의 예매란 무엇인가?
세계 시간을 보며, 1초의 오차도 없이 접속한대도 수십만 명의 대기 인원을 보게 되는 것이다.
“결제 수단은 등록해 놨지?”
“너무 당연해서 자존심 상하는 물음이네…….”
둘은 째깍째깍 흐르는 시간만을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어디 노릴 거임?”
“여자는 말이다. 언제나 큰 걸 봐야 한다……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마음으로…….”
근돌이 마우스를 딸깍이며 본인이 노리고 있는 구역을 가리키자, 곽덕배가 심각한 얼굴을 했다.
“근돌아!”
“너도 여기 노리게?”
“아니, 그게 아니라…….”
곽덕배가 아련한 얼굴을 했다.
“나…… 방금 티켓베이에서 티켓 사는 네 미래를 본 것 같아.”
“……반박할 수가 없어서 슬프다면?”
근돌은 라이트온을 파기 이전에도 팔로워가 많은 사진 계정을 운영했다.
그런고로, 사진을 위해서라도 매번 좋은 자리에 가야만 했다.
참고로 본인의 손가락으로 간 적은 손에 꼽는다.
눈물겹게도, 프리미엄이 잔뜩 붙은 티켓을 구매해 왔다는 소리다.
순식간에 숙연한 분위기가 된 둘은 주변을 살폈다.
“새삼…… 라이트온 팬 많네.”
근돌은 조금 놀랍다는 얼굴로 근처에 앉은 다른 이들을 힐끔 바라봤다.
그들의 화면엔 라이트온의 콘서트 예매창이 떠올라 있었다.
“라이트온 국내팬 많아서 피 튀길걸.”
곽덕배는 조금 아득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첫콘이니까 더……”
말끝을 흐린 곽덕배는 입을 다물었다.
[19:59:12] [19:59:19]……남은 시간이 초 단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19:59:59] [20:00:00]그리고 20시 정각이 된 순간.
둘은 빛과 같은 속도로 예매 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리고 결과는.
“미, 미, 미, 미, 미친 대기 인원 35만 명이 실화야?”
곽덕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껌뻑였다.
“이 정도라고? 이 정도라고? 빡셀 건 알았지만 이 정도라고?”
곽덕배는 본능적으로 새로고침을 누르려던 자신의 오른쪽 손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새로고침을 하는 순간 티켓팅과는 이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침착하자. 곽덕배……”
곽덕배는 작게 중얼거리며 근돌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
옆 모니터에 띄워진 포도알에 경악한 곽덕배는…… 마치 기계 같은 얼굴로 결제창에 접속한 근돌을 바라봤다.
……이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다고?
인생은 될놈될임을 깨달은 곽덕배가 자신의 답도 없는 대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런 미친!”
옆에서 진심이 가득 담긴 욕설이 들려온 것이다.
벌떡 일어난 근돌이 자신의 머리를 헤집었다.
“겨, 결제…… 결제창에서 튕겼어. 미친놈들아…….”
“나는 아직 접속도 못 했어…….”
티켓팅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안타까운 케이스들이 이어졌다.
여전히 처참한 대기 화면인 자신의 모니터를 바라보던 곽덕배는 슬픈 얼굴로 눈을 감았다.
티켓…… 사자!
* * *
[체조경기장(KSPO DOME) 단독 콘서트 전석 매진… 라이트온 티켓파워 입증] [라이트온, 성공적인 체조경기장 입성 예고… 대세 아이돌 확인]선예매에 이어 일반예매까지 마무리된 뒤, 기사들이 우후죽순 떠올랐다.
‘라이트온이 체조를 어떻게 채우냐’, ‘언플하려고 무리했네’라고 비꼬던 반응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짐은 당연했다.
그도 그럴 게.
선예매와 일반예매는 정말 순식간에 매진되었기 때문에.
– 스위치들 진짜 다 칼 갈았네 ㅋㅋㅋㅋㅋㅋㅅㅂ
– 다들 동굴에서 티켓팅 폐관수련했지 솔직히 불어
– 난 행운아다… 바로 잡았음… 기운 나눠 드립니다…
– 취소석 노린다 ㅋㅋ 좌석 어떻게든 잡아준다 ㅋㅋ (안울어요안운다고요)
– 티켓팅을 조져버리겠다 선언해 놓고 결국 조져지는 건 나였음을…
스위치들은 티켓팅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라이트온의 성장세에 감격스러워했다.
– 우리 애들 진짜 최고다 스위치 뽕 지금 완전 MAX임
– 콘서트 열기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ㅠㅠㅠㅠ 첫콘부터 체조 전일 매진시킨 아이돌의 콘서트라고 ㅠㅠㅠㅠ
– 쉬엄쉬엄 연습해 갓기들아 다치면 안 된다 너희 건강이 제일 중요해
* * *
수면욕을 거부한다면?
그러니까…….
내게 다가온 이상을 거부한다면?
사실 이러한 욕구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기 전까지는, 이 욕구를 거부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행동으로 내게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으니까.’
최악의 경우로…… 내가 혼절이라도 해버린다면 답이 없지 않나.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 어떤 최악의 수가 발생한대도, 내가 가능한 선에서는 모든 패를 꺼내봐야 했다.
콘서트가 다가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점점 존재감을 키워가며 커다란 불안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상을 팔자 좋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평범한 이라면 저항조차 불가능하겠지만, 나는 정신력이 조금 남달랐다.
오늘은 멤버들보다 조금 일찍 숙소로 돌아온 참이니, 시도를 노린다면 오늘이 적기였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타이밍 한번 좋군.”
수면욕이 몰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픽 웃으며 주먹을 억세게 말아쥐었다.
바짝 깎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통증이 일었지만, 그깟 것은 체감도 안 될 만큼의 격통이 시작됐다.
“……윽.”
내 상체가 본능적으로 숙여졌다.
머리가 갈라지는 것 같은 두통이 단번에 몸뚱어리를 장악했다.
……아마도, 수면욕을 거부하는 행위에 대한 반동일 게 분명한 통증.
깨문 아랫입술에서 비릿한 맛이 났다.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있는 이 순간에도, 반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벌써 무의식에 빠진 것처럼 시야가 잔뜩 흐릿해졌다.
버텨.
버텨내야 한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작은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성공했다.”
내가 끝내 수면욕을 거부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에.
하지만 찰나였다.
끈질긴 수면욕이 다시금 내게 찾아왔으므로.
몸뚱어리가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 * *
“형…… 괜, 찮으세요?”
터진 내 아랫입술을 조심스레 매만진 신유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안색이…….”
그리고 나는 녀석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대화를 끊어냈다.
“그냥 피곤해서 그래.”
“네에.”
억지로 입을 다문 신유하가 미소 지었다.
상대방이 이 주제로 더 이상의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한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런 신유하를 알고 있었다.
“뭐 해, 연습하러 가야지.”
내가 평소와 같이 말하자, 신유하가 고개를 붕붕 끄덕였다.
“그렇죠! 연습, 해야 해요. 그런데 형은.”
“……?”
신유하가 나를 연습실의 구석, 그러니까 내 지정석으로 이끌었다.
누우라는 듯이 어깨를 꾹꾹 누른 신유하가 속삭이듯 말했다.
“여기서, 조금만…… 쉬고 오세요.”
♩♪♬─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고, 신유하는 멤버들의 대형에 빠르게 합류했다.
다섯 쌍의 발이 짜 맞춘 듯이 움직였다.
──탁, 탁, 타악!
흠을 찾을 수 없는 동작에 연습실 바닥이 듣기 좋게 울렸다.
그걸 보던 나는 시선을 거뒀다.
머릿속이 더더욱 어지러워졌기 때문에.
아직까지 확신이 서지 않은 탓이었다.
저 녀석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더더욱 그랬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떡해야 저 녀석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고, 가장 좋은 결과를 안겨줄 수 있을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함에도,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입안이 썼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의 발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형.”
무릎을 굽힌 최승하가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음료 마실래요? 달달한 거!”
눈을 사르르 접어 웃은 녀석이 말을 이었다.
“형이 좋아하는 딸기~ 초코~ 생크림~ 와르륵!”
“내가 그런 걸 언제 좋아했냐.”
내 대답에 최승하가 헤헤 웃었다.
“막상 사다주면 잘 먹잖아요.”
“뭐, 맛있으니까.”
과제에 찌들기 시작하며 아메리카노를 찾게 된 거지, 그 전엔 나도 그렇게 달달한 것만 찾아 먹었으니…… 딱히 내외할 이유도 없었다.
“그럼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수현이랑 가려고 했거든요!”
“나도 같이 가자.”
“으응? 형도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 좀 쐬고 싶어서.”
가볍게 목을 뚜둑 꺾은 나는 한숨을 삼켰다.
‘……이상할 정도로 정신이 안 차려지는군.’
종일 몽롱한 게, 바깥공기를 마시면 조금 나아질 것 같기도 했다.
멤버들에게 메뉴를 묻고 온 최승하가 내게 마스크를 건네며 헤실 웃었다.
“그러엄~ 가볼까요?”
“형님들! 저도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으음, 윤재한테는 형이 맛있는 케이크 사줄게~”
“어, 어린애 아닙니다!”
“달달~ 한 케이크 사줘야겠다. 그렇지?”
“저 단 거 안 좋아합니다아악!”
“알지, 알지, 그래서 윤재는 초코? 치즈? 생크림?”
오늘도 착실하게 차윤재를 놀려먹던 최승하가 두 막내의 어깨에 팔을 걸친 채 연습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덥습니다! 팔 내리십시오!”
“승하 형은 가끔 저희를 팔걸이로 이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것보단~ 애정 표현이지.”
시끌벅적한 녀석들의 뒤를 조용히 따르던 나는, 잠시 멈칫했다.
……시야가 어지러이 핑 돌았기 때문에.
수면욕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뒤로 종종 느꼈던 것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다시 걸음을 뗀 순간이었다.
“아~ 윤재는 왜 이렇게 내가 키운 것 같을까? 이거 아주 곤란한데~”
“……형님은 대체 절 몇 살로 보시는 겁니까?!”
입을 삐죽 내민 채 씩씩대며 최승하의 팔을 치운 차윤재가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상체를 빙글 돌렸다.
“빨리 오기나 하십…….”
말을 내뱉던 차윤재의 몸이 순식간에 빳빳하게 굳어 들어갔다.
“혀, 형님!”
차윤재가 내게 달려오기 시작하자, 앞서 걷던 멤버들의 고개도 자연스럽게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한곳으로 모인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양새로 벽을 간신히 짚은 채, 가쁜 숨을 내뱉고 있는 내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