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56)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56화(356/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56화
“와~ 날씨 좋다.”
“더운 게 아니고?”
“……사실 조금 더워요.”
나는 눈을 굴려 마스크를 살짝 아래로 내린 채 숨을 돌리는 최승하를 응시했다.
“앗, 왜 그렇게 쳐다봐요?”
내가 무어라 답을 내놓기도 전에 최승하가 수줍은 얼굴을 했다.
“매일 보는데도 그렇게 잘생겼, 읍, 으븝, 븝.”
“조용히 하고 갈 길이나 가.”
“으하하핫!”
뭐가 그렇게 신나는 거냐.
최승하는 기다란 다리로 휘적휘적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향한 곳은 한적한 공원이었다.
“와아~ 형이랑 이렇게 공원 걸으니까 너무 좋다. 약간 저희가 전세 낸 것 같네요. 사람이 왜 이렇게 없지?”
“그러게. 조용하네.”
“잠깐만 기다려요. 마실 것 좀 사올게요!”
말릴 새도 없이 최승하가 건너편에 보이는 카페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손에 음료를 든 채로 귀환했다.
“이 비주얼은 뭐냐.”
“아~ 맛있어 보이는 거 다 넣어달라고 했어요!”
나는 최승하가 건넨 화려한 비주얼의 프라푸치노를 바라보다가, 한입 빨아들였다.
“달아.”
나는 짤막한 감상평을 내놓고는 최승하의 손에 들린 커피를 낚아채 입에 물었다.
“아아앗!”
최승하는 순식간에 반절로 줄어든 자신의 음료를 보며 경악했다.
“나 애기들이 왜 부모님한테 한입만을 당하고 우는지 알겠어요. 반이 사라졌잖아!”
“그래서 너도 울게?”
“혹시 승하를 울리고 싶다거나? 으음, 형의 취향이 그런 거라면 맞춰줄 생각이…….”
“…….”
말을 말자.
내가 고개를 느릿하게 젓고 있을 무렵, 최승하가 근처 벤치에 앉으며 옆자리에 앉으라는 듯 내 옷을 주욱 끌어당겼다.
“이제 대화를 시작해 볼까요?”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 앉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봐.”
“그때는 으음…… 많이 놀랐죠? 미안해요.”
“놀라진 않았어. 걱정이면 몰라도.”
“하하, 정말요?”
헤실 웃은 최승하가 말을 이었다.
“으음…… 그걸 설명하려면, 일단 제가 숨겼던 것들을 하나씩 말해야겠네요.”
벤치에 앉은 최승하가 다리를 쭉 뻗어 장난치듯 움직였다.
“형은 제가 연습생 기간이 꽤 긴 편인 거 알아요?”
“너 연습생 기간 짧잖아.”
“MH에서는 그랬죠.”
“……? 그 전에 소속사가 있었다고?”
“제 발로 나오긴 했지만, 네. 있었어요.”
“……!”
나는 대가리를 빠르게 굴리며 경우의 수들을 조합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녀석의 트라우마가 전 기획사와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아하핫, 형 얼굴이 초마다 심각해지고 있는 거 알아요? 은근히 내 걱정 많이 해준다니까~ 진짜 감동이 커!”
“…….”
한참 웃던 최승하가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형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내가 그런 데서 기가 죽을 사람인가?! 아마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 거예요.”
어이없지만 맞는 말이로군.
아무리 봐도 최승하가 소속사에서 괴롭힘을 당할 타입은 아니었다.
홀로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최승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어느 기획산데?”
“아아, VX였어요.”
주르륵…….
최승하의 입이 열림과 동시에, 내 입에서 음료가 저항 없이 흘러나왔다.
다급하게 입가를 닦은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며 말했다.
“뭐…… 뭐라고?”
“형 이렇게 당황하는 거 진짜 오랜만에 본다. 제대로 들은 거 맞아요.”
“……!”
“VX.”
“……제정신이냐?”
최승하의 확인 사살이 날아온 순간.
나는 녀석이 어떤 답을 하든 태연하게 굴겠다는 결심을 저 멀리 던질 수밖에 없었다.
VX는 연습생들의 꿈이자 목표인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엔터테인먼트다.
남들은 들어가지 못해서 안달인 곳을 제 발로 나왔다고?
“대체 왜?”
이유나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묻자, 최승하가 약간 고민하는 얼굴을 했다.
“으음…… 애초에 들어간 것도 제 의지가 아니었어요. 아버지가 연예인은 아니지만 유명한 사람이거든요.”
“……!”
“그리고 그 인간은 제가 아이돌이 되길 원했어요. 저를 쓸모 좋은 패로 쓰고 싶어 했으니까요.”
죄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내 눈이 조금 커졌고, 최승하는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아버지라는 작자가 VX에서 연습생들과 관련해 입김이 거센 이사진들과 연이 있었죠.”
“……!”
“물론 어린 나이부터 트레이닝을 받은 탓에 실력은 꽤 좋았지만, 다른 연습생보다 진입이 수월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겠죠? 제 의지가 아니었대도 결론적으로 보면 말이에요.”
“그 정도로 너의 데뷔를 원하신 거냐.”
“그 말은 틀렸어요. 형.”
고개를 저은 최승하가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 인간이 원하는 건 한국에서 가장 알아주는 엔터테인먼트에서 탄탄대로를 타고 성공한 흠 없는 아들이거든요.”
“……! 너 설마!”
무언가 퍼즐이 맞춰진 내가 경악하자, 최승하가 눈을 사르르 접어내렸다.
“맞아요. 그 인간 열받게 하고 싶어서 몰래 계약서 파기하고 나왔어요. 저도 돈이라면 많았거든요.”
“아버지를 싫어하는구나.”
“싫어한다라…… 그 정도로 설명이 될까요? 저는 그 인간을 좋아해본 적이 없거든요. 기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단 한 번도.”
“……!”
“그런데 열받게 하기는 무슨…… 제가 VX를 박차고 나온 그때까지도 수습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지 동요가 없더라고요. 한마디 듣기만 했죠. 넌 내 말에 따를 수밖에 없을 거라고.”
하기야.
이사진들과 연이 있는 사이라면, 연습생 하나 돌려놓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뭐, 말 잘 듣는 아들이라면, 그렇게 원한다는 아이돌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그길로 MH랑 도장 찍었어요.”
나는 눈을 껌뻑였다.
도저히 그런 모습의 최승하가 그려지지 않았다.
“조금 놀랍죠?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지금이랑 성격도 좀 딴판이었거든요. 완전 어둠의 승하였지~”
“이 와중에도 장난이냐.”
“하핫!”
짧게 웃은 최승하가 하던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성공했어요. 그사이에 제가 다른 기획사랑 도장을 찍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모양인지…… 그제야 동요하더라고요. 집안은 거의 뒤집어졌고 말이죠. 온갖 폭언이랑 협박은 다 들은 것 같네요.”
최승하가 얼음이 든 컵을 달그락거리며 말을 이었다.
“나이도 찰 대로 찼는데 고작 그런 협박으로 겁먹을 리가. 무엇보다 집에서 나가라는 건 제가 바라던 거였거든요. 그래서 바로 나왔죠. 그때 속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밝게 웃은 최승하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형한테 처음으로 하는 이야기인데, 들어줄래요?”
“당연한 말을 하는군.”
내 답에 설핏 웃은 최승하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제가 MH를 선택한 이유는 그 인간의 혈압을 빠르게 올리기 위해서였기도 하지만.”
“하지만?”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였어요. 일단 계약 당시부터 ‘그룹 결성이 불투명할 수도 있다’, ‘안 되면 배우 쪽으로 매니지 해주겠다’…… 이런 말을 건네셨을 정도니까요.”
“그럼 너는 아이돌에 뜻이 없었던 거냐.”
“으으음…… 오히려 그 반대였죠.”
“……?”
“이건 말하는 지금까지도 부끄러운데, 사실은요.”
최승하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처음엔 등 떠밀리듯 시작했지만,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겼어요. 심지어 저 나름 괜찮았거든요. 이사진 입김이 닿지 않는 월말평가에서도 항상 괜찮은 점수 받았고요. 연습생들이 모이면 항상 ‘다음 데뷔조엔 누가 들어갈까’라는 주제로 말을 하곤 하는데, 제가 자주 언급될 정도였어요. 그땐 그게 기쁘더라고요.”
“……!”
“근데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니까 끔찍한 거 있죠? 그 인간이 종용한 길을 그대로 걷고 있잖아요.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어요.”
최승하가 조금 복잡한 얼굴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일을 벌인 와중에도 아이돌이 하고 싶더라고요. 미련을 남기는 제가 정말 싫었죠.”
“그래서 여길 선택했구나.”
“정확해요.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별다른 미래가 보이지 않는 회사.”
덤덤하게 말하고 있지만…… 이 녀석이 어떤 마음으로 이런 선택을 했을지. 나로서는 감히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여기 있다 보면 아이돌을 하고 싶은 마음도 흐르는 시간과 함께 옅어질 거라 생각했죠.”
최승하가 고개를 들어 올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응시했다.
“그런데 운명이란 게 참 신기하죠? 라이트온이 결성된 거예요. 제 예상을 깨고.”
내가 무어라 말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기대를 다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소식을 듣자마자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뛰더라고요. 하하…… 처음엔 설레임을 느끼고 있는 제가 혐오스러웠거든요?”
최승하가 내 어깨에 머리를 콩콩 부딪혔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 바꿔보니까…… 라이트온은 지금의 최승하가 해낸 거잖아요.”
“……!”
“누구의 도움도 없이, 누구의 바람도 없이 최승하 혼자서!”
순식간에 상체를 곧게 세운 최승하가 씨익 웃었다.
“그래서 지금은 마냥 행복하기만 해요. 어느 정도냐면…….”
눈썹을 심각하게 까딱이던 최승하가 하늘을 꼬집는 것처럼 손가락을 오므렸다.
“이 정도를 뺀 전부만큼 행복하거든요. 라이트온이 된 게!”
“……!”
“그리고 만약 VX에서 데뷔했다면, 저는 영원히 행복하지 못했을 거예요. ‘진짜’ 내가 선택한 인생은 라이트온으로부터 시작됐으니까요.”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최승하의 미소엔 정말이지 행복감만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뭐 이런 걸로 감동을 받고 그러시나~ 흠흠.”
금세 장난스럽게 말을 돌린 최승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뻗었다.
“다음 비밀 이야기는 여기서 하기엔 조금 그런 거라, 장소를 옮길까요?”
* * *
4인을 수용할 만한 작은 사이즈의 프라이빗한 룸이 있는 술집.
주문한 안주와 술은 금세 나왔고, 최승하는 내 잔에 술을 채워주며 말했다.
“형이랑 단둘이 술을 마시다니~ 일기장에 적어놔야겠다!”
“일기도 안 쓰면서.”
“들켰네.”
나는 헤헤 웃는 최승하를 바라보다가 먼저 본론을 꺼냈다.
“그럼 네 트라우마는 아버지 때문인가.”
“와아, 직구네요.”
눈을 동그랗게 뜬 최승하가 이내 술을 한잔 마셨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니에요. 탓이 있기야 하지만.”
“그럼?”
“엄마와 관련된 거거든요.”
잠시 말이 없던 최승하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느릿하게 두드렸다.
“어쩌다 보니 과거 이야기를 잔뜩 꺼내게 되네요. 별로 듣기 좋을 이야기도 아닐 텐데.”
“나는 네 이야기라면 뭐든 듣고 싶은데. 물론 네가 내킬 때의 이야기지만.”
“……!”
조금 놀란 얼굴의 최승하는 이내 쓰게 웃으며 자신의 아주 오래된 과거를 천천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였어.’
최승하가 내 건강에 대해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은 정도로 신경을 기울인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은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맹세코.
최승하에게 이런 과거가 있을 거라고는…… 감히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내뱉었던 말과 행동들이 이 녀석의 트라우마를 건드렸다고는 더더욱.
* * *
“도련님!”
“으응.”
“……오늘 기분 안 좋은 일 있으셨어요?”
“아니이, 아무일도 없었어.”
“사모님은 도련님을 가장 사랑하는 거 아시죠?”
하지만 나는 아빠를 빼닮았는걸.
날 보는 모든 사람들이 아빠를 닮았다고 해.
그런데 엄마가 날 사랑할 수가 있을까?
이 모든 물음을 깊숙한 곳에 숨긴 어린 최승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밝게 웃었다.
“……응! 엄마는 승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