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60)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60화(360/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60화
한적한 카페.
사람들이 거닐지 않는 구석으로 향하자, 도진이 손을 흔들었다.
“나 진짜 너무 착하지 않나? 콘서트 초대석 티켓 하나로 이런 걸 알아봐 주고.”
“예, 선배님이 도와주시니 얼마나 감동이었는지요.”
나는 수줍게 눈을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
“역시 트윙클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그놈의 컨셉질! 그놈의 컨셉질!”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컨셉질이 아닌 진심인걸요.”
“어억…….”
자신의 뒷목을 붙잡은 채로 앓는 소리를 내던 도진이 이내 눈을 힐끔 떠 나를 훑었다.
피로가 잔뜩 물든 얼굴을 말이다.
“4연승 도전 무대가 내일모레랬죠?”
“벌써 그렇게 됐네요.”
내가 고개를 주억이며 말하자, 도진이 혀를 내둘렀다.
“그 준비만으로도 바쁠 텐데, 라이트온 컴백까지 준비하니 배로 피곤한 거지…….”
“기회가 될 때 열심히 해야죠.”
짧게 답한 나는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선배님. 부탁드렸던 것은 어떻게 되었을지요.”
<경계선> 활동 직전.
도진은 라이트온의 컴백일자라는 기밀이 BK에 흘러들어 갔다는 사실을 내게 전해줬다.
그 결과로 BK의 수장인 백준영은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는 신인 그룹인 에이원의 데뷔일을 뒤엎는 강수까지 두며 라이트온과 맞붙게 했고 말이다.
“근데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그거 내가 걱정되는 마음에 말하긴 했다만…… 라이트온이 결과적으로 에이원 완전 이겼잖아. 걔네 데뷔 앨범 미끄러지고 얼마 전에 컴백한 것도 성적 영…… 그닥이었고. 그런데도 잡으려고?”
“예.”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한번 뒤통수를 친 인간은 계속 칠 수밖에 없거든요. 비슷한 쪽으로든, 다른 쪽으로든.”
“그…… 혹시 나 싫어하는 거 아니지?”
“싫어할까요?”
“아니! 절대 싫어하지 마! 진짜…… 적으로 두면 제일 무서운 타입이라고.”
기겁한 도진이 고개를 절레 젓고는 말을 잇기 시작했다.
“부탁했던 건 바로 흘렸거든? 내가 라이트온의 정보를 원한다고.”
“반응이 왔을까요.”
“아니, 안 왔어.”
“그렇군요.”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생각에 잠겼다.
도진은 내 부탁대로 새 소속사를 통해 라이트온의 정보를 원한다는 말을 흘렸다.
하지만.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유출범은 기밀 유출이라는 리스크를 감당하고 BK에는 정보를 팔았다.
하지만 도진이 새로 들어간 기획사인 QN에는 정보를 팔지 않았다.
정보에 걸린 값은 오히려 QN 쪽이 높았는데도 말이다.
이게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정보를 판 값으로 오는 금전이 목적이 아니라는 거지.’
현실적으로 QN엔터는 규모가 크지 않다.
정보를 판대도 현시점에서 라이트온에 대항할 만한 카드를 내보이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BK에 정보를 판 것이 비단 돈 때문이 아니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내린 선택이라면?
대형 소속사인 BK의 후광을 받는 ‘에이원’은 ‘라이트온’을 충분히 누를 수 있겠다…… 라는 현실적인 가능성 말이다.
‘이거라면 납득이 가지.’
내가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무렵, 도진이 입을 열었다.
“지금 나 도움 안 됐다는 생각 중이죠?”
“아니요.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물론 도진의 선에서 내부의 유출범이 걸려들었다면 베스트였겠지만, 그게 아니래도 굉장한 도움이 됐다.
여러 경우의 수들 중, 가장 높은 확률일 거라 생각했던 것이 ‘금전’을 노리고 정보를 판 행위였으니까.
그게 제외되었으니, 경우의 수는 확연히 줄어든다.
그러니 나는 생각해 놨던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되는 것이다.
“아!”
도진이 무언가 생각난 듯 손뼉을 친 것도 그때였다.
“하나 말해줄 게 있었는데!”
* * *
도진이 마지막에 내뱉은 말은 엄청난 수확이었다.
– BK에는 이런 거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거든? 모니터링하고, 언론플 돌리고, 정보 사고, 일 터지면 기사 막고, 기자들 입막음으로 돈 쥐여주고…… 이런 일하는 팀이 따로 있어. 가수에, 배우에, 예능인까지…… 아티스트가 워낙 많으니 사건사고가 많거든.
이 정도는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중요한 건 도진이 이어서 꺼낸 이야기였다.
– 그리고 이건 내가 우연히 들은 건데…… 그 라이트온 <경계선> 때 컴백일 유출됐을 때 있잖아? 그건 듣자 하니, 배우 쪽 사람이 직접 정보를 물어 왔나 보더라고.
– ……!
– 누구인지까지는 모르는데, 아무튼 그렇다더라. 아, 말하고 보니 별거 없나?
“별거 없을 리가.”
조금 전, 도진과의 대화를 짧게 회상한 나는 입매를 끌어당겼다.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치지.”
정보를 담당하는 팀에서 경쟁 엔터의 정보를 빼오는 건 꽤 흔한 일이라지만, 이건…….
‘MH에서 정보를 빼돌린 이와 사적인 친분이 있다고 하는 편이 더 맞겠지.’
그러니 유출범은 라이트온을 담당하는 기획 3팀 소속이 아니라, 배우를 담당하는 기획 1팀이나 2팀의 사람일 거다.
그리고 정보의 값인 ‘금전’이 목적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아마도 유출범의 목적은.
“라이트온의 입지를 좁히는 것.”
그리고 그 이유는 현실적일 것이다.
리스크를 감당하고 BK에 기밀을 유출시킬 만큼 말이다.
“예를 들어…….”
나는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라이트온이 주춤하는 것만으로도, 직접적인 이득을 볼 수 있다거나?”
내 추측이 맞다면…….
유출범은 MH 내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일 테다.
* * *
다음 날.
나는 스마트폰을 톡톡 두드렸다.
“흠.”
이건 MH의 중심이 되는 배우 쪽을 건드려야 했다.
문제가 있다면…….
‘일을 맡길 만한 적임자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거지.’
그렇다고 내가 연관도 없는 배우라인을 막무가내로 헤집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나.
나는 생각을 정리할 겸, 연습실에서 나와 바깥을 걷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낯짝에 물음표를 새겼지만 말이다.
어떤 남자 하나가 잔뜩 사연 있는 얼굴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는 얼굴이었다.
‘서유현 매니저잖아.’
<한양연가> 촬영장에서 마주쳤던 기억이 있어 알아볼 수 있었다.
얼굴이 따가울 지경이었기에, 나는 먼저 고개를 까딱이는 것을 택했다.
그 매니저가 기다렸다는 듯이 한달음에 달려올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말이다.
“안녕하세요. 성해온 씨! 제 얼굴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서유현 배우님의 매니저님?”
“……! 맞습니다! 촬영에서 잠깐 뵈었는데, 기억해 주시는군요!”
살가운 목소리를 낸 매니저가 비밀 이야기라도 하는 듯, 목소리를 잔뜩 낮춰 말을 이었다.
“저희 아마 내일도 뵐 겁니다.”
“아아, 내일이라면…….”
“예! 내일 서유현 배우님도 <가속가> 패널로 촬영 가시거든요!”
“와아, 정말요?”
비즈니스용 리액션을 뱉은 나는 곁눈질로 매니저를 순식간에 훑었다.
같은 소속사라지만, 라이트온은 배우 쪽 이들과 엮일 일이 거의 없다.
뜬금없이 말을 건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뜻이다.
‘아마 한수현 때문일 테지.’
내 감이 맞다면, 서유현은 한수현을 좋아한다.
물론 한수현 쪽은 반대다.
정확히 말하자면, 싫어한다기보다는…….
‘재수 없어하는 쪽인 것 같지만.’
나는 숙소에서 다 함께 나와 차윤재가 출연했던 <한양연가>를 시청했을 때를 떠올렸다.
주인공인 서유현의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참과 동시에 한수현의 얼굴이 찌푸려졌고, 나는 녀석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물었었다.
– 무슨 일이라기보단…… 음, 그냥 재수 없고 꼴 보기 싫은 사람이 나와서 표정 관리가 안 된 모양이네요.
– ……쿨럭!
– 윤재 형에게 한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 그, 그럼?
– 저희 아버지의 아들이거든요.
이런 폭탄 발언을 잔잔하게 내뱉었던 한수현은 더더욱 충격적인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었다.
– ……서, 서, 서, 설마 서유현 선배님이?
– 네.
– 그, 그럼, 너의 형님 되시는?
– 아버지의 아들이지, 제 형은 아닙니다.
– ……!
– 성부터 다르잖아요. 한씨, 서씨.
자세한 집안의 사정까지는 모르겠다만, 한수현이 서유현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서유현으로 추정되는 연락을 매번 무시하는 것을 꽤 자주 봐왔으니까.
“그…….”
쭈뼛거리던 매니저가 본론을 꺼낸 것도 그때였다.
“한수현 씨를 따악! 한 번만 만나게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매니저님과요?”
“아니요! 아니요! 저희 배우님과…… 정말 딱 한 번이면 되는데 불가능할까요? 리더님이 잘 말해주시면…….”
아마 이 매니저는 서유현의 가정사를 대강 아는 모양이군.
한수현이 서유현의 연락을 모조리 무시한다는 것까지도.
그리고 하나 더 예상하자면, 이건 서유현의 지시가 아니다.
“수현이에게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예! 그…… 제 이야기는 비밀로! 어떻게 가능할까요?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연출을…… 하하하!”
서유현의 지시였다면 이렇게 비밀로 해달라며 식은땀을 뻘뻘 흘리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시, 실은 서유현 배우님은 제가 이러고 있는 걸 모릅니다!”
그럴 줄 알았다.
매니저는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말을 이었다.
“알면 저는 모가지입니다. 모가지!”
그리고 나는 신뢰의 낯짝을 걸쳤다.
“비밀은 꼭 지켜 드리겠습니다.”
“성해온 씨, 정말 감사드립니다……!”
내 말에 감동을 받은 듯한 매니저가 눈을 반짝이다가, 뒤늦게 거짓말을 하나 덧붙였다.
“아! 서유현 배우님이 한수현 씨의 팬이라서 이런 부탁을 드린 겁니다. 다른 이유는 없고요.”
내가 그 둘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군.
“그럼, 모쪼록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니저는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고,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이 상황에 대해 감탄을 삼키면서 말이다.
사실, 유출범이 배우 쪽에 있다는 것을 확신한 이후…… 유출범을 색출할 만한 적임자로 가장 먼저 생각났던 인물이 MH의 간판배우인 서유현이었다.
하지만 접점이라곤 거의 없는 터라, 금세 포기한 채 다른 마땅한 사람을 찾고 있었고 말이다.
“흠.”
나는 심각하게 꿈틀거리는 입매를 다잡았다.
그도 그럴 게.
이건…….
호박이 넝쿨째로 굴러들어 온 상황이지 않은가!
* * *
하지만 나도 양심이 있는 인간이라서 말이다.
‘내 계획에 서유현을 포섭하려면 한수현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고로.
나는 당사자인 한수현이 싫다면 억지로 밀어붙일 생각이 없다.
서유현이 적임자긴 하다만, 다른 사람도 구하려면 구할 수 있을 테니까.
“아, 해온 형.”
한창 연습을 이어가던 한수현이 연습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자마자 상체를 빙글 돌렸다.
“무슨 일이신가요?”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마침 조금 쉬려던 참입니다.”
“그럼 잠깐 나가자.”
나는 한수현을 붙잡고 연습실 바깥 복도로 향했다.
그리고 매니저가 비밀에 부쳐달라 신신당부했던 것들을 모조리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경악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비밀을 지키겠다는 그 인간과의 약속을 잊은 거냐 묻습니다!]그 죄 없는 매니저님의 목은 달아나지 않도록 일을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나는 한수현을 속이는 게 더 별로라서.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별로 안 놀라네.”
“딱히 놀라울 일도 아니라서요.”
덤덤하게 대답한 한수현은 내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당신에게 물들어 버린 어린 인간에 통탄스러움을 내비칩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조용히 근묵자흑을 중얼거립니다.]그래.
꼭 내가 떠올릴 것만 같은 답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