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61)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61화(361/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61화
“해온 형.”
매니저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한수현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이 이야기를 제게 하시는 이유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야…… 제가 아는 해온 형이라면 제게 물어보지도 않고 단칼에 거절했을 것 같아서요.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 중이었습니다.”
역시 눈치가 대단한 녀석이로군.
실제로 나는 이번 유출범을 잡는 데에 서유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없었다면, 아예 한수현에게 말을 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서유현을 크게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제 3자인 내가 굳이 들쑤시고 싶지는 않으니까.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어렵지 않지.”
나는 한수현에게 유출범에 대해 알아낸 것들과 더불어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계획에 서유현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전부.
<경계선> 활동 전, 도진에게 들었던 말을 나는 굳이 멤버들에게 전하지 않았다.
‘괜히 심란해질 게 뻔하니까.’
무엇보다 라이트온은 이미 김민성 매니저의 유출 건에 덴 적이 있지 않은가.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떠들어 좋을 건 없었다.
그런고로, 한수현은 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이다.
“……!”
약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던 한수현의 얼굴은 금세 차분해졌다.
“그래서 에이원과 저희의 활동 시기가 겹친…… 아, 이제 알겠습니다. 이해됐어요.”
“만나달라고 부탁할 생각은 없어. 너만 괜찮다면 전화 정도로…….”
“아니요.”
잠깐 생각에 잠긴 듯 보였던 한수현이 내 말을 자른 것도 그때였다.
“절 써먹으세요.”
“……!”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을 내뱉은 한수현이 덧붙였다.
“저는 아버지가 혐오스러운 거지. 그 아들에겐 별생각이 없거든요. 조금 재수 없고, 조금 꼴보기 싫고, 조금 짜증날 뿐…… 아무튼 별 악감정은 없습니다.”
이봐.
그 모든 게 대체 어딜 봐서 악감정이 없는 거냐.
아무리 봐도 악감정이 꽤 있는 것 같은데.
“어차피 한 번은 만나려 하기도 했고요.”
“……만나려고 했다고?”
“네. 요즘따라 다시 끈질기게 번호를 바꾸며 연락을 해대서 차단하는 것도 손가락이 아팠거든요. 만나서 정신을 차리게 할 생각이었죠.”
대화를 하면 할수록 이 녀석과 서유현이 어떤 사이일지 상상이 안 가는데.
내가 물음표를 띄우고 있을 때였다.
“그러니 이렇게 된 거…….”
한수현이 내 손을 맞잡은 것이다.
“영혼 끝까지 털어먹어 주세요. 해온 형.”
“……!”
나는 감동한 얼굴로 그런 한수현과 시선을 마주했다.
대체 언제 이렇게 컸는지…….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제발 그런 걸로 감동받지 말라며 눈물을 흘립니다!]나는 메시지를 무시한 채 한수현의 결 좋은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래, 수현아.”
아련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가 꼭 책임지고 털어먹을게…….”
“영혼까지요.”
“형을 뭘로 보는 거니.”
나는 이런 걱정을 받은 것이 몹시 억울하다는 얼굴로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거야 당연하지…….”
* * *
주가가 끝도 없이 높아지고 있는 톱배우의 매니저란, 누구나 부러워할 자리일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서유현의 매니저는 극한직업이었다.
‘진짜…… 쉽지 않다…….’
어린 나이부터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의 주조연으로 출연하며 승승장구!
대중들에게 국민 첫사랑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잘생긴 얼굴!
게다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가히 천재라고 불릴 정도의 연기력!
서유현은 연기자로서 모자란 게 없었다.
완벽한 배우에 가까웠다.
‘……그놈의 동생만 제외하면!’
서유현의 측근에서 꽤 오래 매니저노릇을 한 자신만 알고 있는 극비에 가까운 사실이지만, 서유현의 동생은 라이트온의 한수현이다.
이걸 알게 된 건 매니저 생활 3년 차였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서유현이 무슨 일인지 잔뜩 취해 누군가의 이름을 느릿하게 중얼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 수현이…… 보고 싶어…….
– 나, 나 말하는 건가?
공교롭게도 이 매니저의 이름은 남수환이었다.
이름이 억울하게 비슷했던 것이다.
– 수환이 왔어요! 수환이! 절 이렇게 기다리셨을 줄이야…… 꿀물이라도 타드릴까요?
자신을 부른 거라고 착각한 매니저가 밝게 답하자, 드넓은 펜트하우스 안에서 홀로 처량하게 엎드려 있던 서유현이 상체를 벌떡 들어 올렸다.
그리고 눈을 가느다랗게 좁히며 자신을 바라봤다.
– 수현이는…… 피부도 하얗고, 눈도 크고, 코랑 입도 귀여운데…….
– ……!
– 왜 지금은 피부도 거뭇거뭇하고, 눈코입도 귀엽지가 않지? 못생겼잖아…… 아무리 봐도 수현이가 아닌데…….
난데없이 팩트폭행을 맞은 매니저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쯤, 서유현은 속이 울렁거리는지 본인의 입을 틀어막았다.
– 수현…… 수현이가…… 날 차단했어…….
이쯤 되니 자신을 부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매니저가 물었다.
– 수현이? 여자 친구 있으세요? 무슨 일이신데요. 제가 또 연애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 수현이, 내 동생인데…….
사실 남수환은 이때까지 조금 신났다.
평소 서유현은 말수가 없고, 타인들에게 선을 그으며 비즈니스적으로만 구는 성격이었다.
3년차 매니저인 자신에게도 말을 편하게 놓지 않을 정도니 말 다 한 것 아니겠는가.
그랬기에, 이렇게 대화를 이어주는 것이 매니저로서 나름 기뻤다.
– ……! 동생이 있으셨어요? 모, 몰랐는데?!
– 엄청나게 귀여워…….
곧바로 갤러리를 열어 자신에게 한수현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던 서유현은.
– 와 진짜 귀엽게 생기셨네요!
자신이 이런 감탄사를 내뱉기 무섭게 스마트폰을 거두며 중얼거렸다.
– 궁금해하지 마…… 수현이는 예쁜 것만 봐야, 으읍…….
– …….
안 그래도 팩트폭행으로 너덜너덜해졌던 마음에 전치 4주 정도의 팩트폭행이 더해진 매니저는 그날 밤 눈물 한 방울을 또르륵 흘렸다.
그리고 다음 날.
언제 그런 모습을 보였냐는 듯,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서유현이 계약서상 발설 금지 조항을 톡톡 두드리며 무언의 협박을 했기에, 지금까지 형제의 관계에 대한 비밀은 지나가는 비둘기에게도 발설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가정사가 복잡해 보이지?’
여기까진 괜찮다.
가정사 복잡한 사람들이야, 솔직히 말하면 주위에 널리고 널렸다.
문제는…….
‘동생을 왜 저렇게 좋아하냐고. 왜 저렇게!’
거의 중증이었다.
며칠 전부터 서유현의 얼굴은 다시금 암울해졌다.
그리고 매니저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또 한수현한테 차단당했겠지…….’
거의 분기마다 있는 이벤트라서 모를 수가 없었다.
‘내가 이러다간 답답해서 제 명에 못 산다고!’
서유현은 이렇게 한수현에게 차단당할 때마다, CF고 뭐고 들어오는 스케줄을 모조리 거절한 채 집에 틀어박혔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서유현을 강제할 수도 없었다.
간판배우가 괜히 간판배우겠는가?
엔터테인먼트 측에서도 빌빌 기어야 하는 아티스트가 서유현이었다.
‘아주 내 등만 터지지! 새우등만 터진다고!’
한쪽은 설득하라고 난리지, 한쪽은 하염없이 스마트폰만 쳐다보지!
매니저가 정보력으로 알아본 결과, 라이트온 멤버들은 두루두루 가족같이 친하고…… 막내인 한수현은 형들을 잘 따른다.
그리고 그중에 특히 잘 따르는 것이 성해온.
‘그래서 저질러 버렸지…….’
그래.
……서유현의 허락을 받지 않고 성해온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하지만.
호기롭게 일을 저지른 것치고 매니저의 몸은 오들오들 떨리고 있었다.
‘무서워 죽겠네!’
매니저가 쥔 핸들에 땀이 배어 나왔다.
갑작스레 나댄 것이 후회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적막만이 흐르던 밴은 <가면 속 가수> 촬영장에 가까워졌다.
확연히 느려진 차체가 주차 라인에 맞춰 멈춰 선 순간.
“……! 뭐, 뭐야?”
매니저의 눈이 커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상하게 가린 인영이 밴으로 다가와 창을 똑똑 두드렸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생인가 봅니다. 잠깐 안에 있어주세요!”
믿음직스럽게 말한 매니저가 운전석의 문을 철컥 열었다.
“제가 책임지고 돌려보내고 올ㄱ…… 어?”
안타깝게도 호기롭게 나선 매니저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수상한 인영이 검은 마스크를 아래로 끌어내리며 싱긋 미소 지었기 때문이다.
“서, 서, 서, 성해…….”
“예, 성해온입니다.”
눈을 접어 웃은 성해온이 말을 이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자리를 피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매니저님.”
“네넵? 그…… 그으…….”
매니저의 눈이 도록 굴러가 서유현에게 닿았다.
마치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괜찮으니 나가봐요.”
“대, 대화 끝나면 불러주세요!”
순식간에 매니저가 사라졌고, 널찍한 밴 안엔 나와 서유현만이 남았다.
“음…….”
서유현이 약간의 침음을 흘리며 나를 순식간에 훑은 것도 그때였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네요. 그렇죠?”
* * *
무대 아래.
<가면 속 가수> 제작진들이 동시에 굳어들었다.
“……!”
가장 먼저 말문을 연 건, 프로그램의 메인작가인 황여령이었다.
“방금 나만 들은 거 아니지?”
“저도 들었어요.”
“고음…… 고음에서 절었다고. 저 사람이?”
모두의 시선이 무대 위에 서 있는 철혈의 검사에게 닿았다.
오늘 얼음성의 북부대공과 왕좌를 두고 다투게 된 이다.
가면 속 정체는 나선우.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보유한 유명 가수지만, 2년 전 작은 논란을 겪으며 활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복귀를 노리려 참여한 프로그램이 바로 <가면 속 가수>.
실력자임은 당연했으니 여러 무대에서 연승을 거두며 단숨에 올라왔다.
“그런데 이렇게 왕좌 쟁탈 무대에서 삐끗해 버리네…….”
“아까 보니까 긴장을 어마어마하게 하더라고요.”
“지금 이 프로그램 화제성이 얼만데 긴장할 수밖에.”
황여령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저 사람한테는 이 무대가 기회였을 테니까 간절했던 거지.”
“과한 간절함이 독이 됐네요. 노래 선곡도 좋았는데 안타까워라.”
“으음~ 아무래도…….”
황여령은 팔짱을 낀 채 왕좌에 앉은 이를 응시했다.
긴장한 기색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성해온을 말이다.
“승부는 결정 난 것 같지?”
* * *
한편, 오늘이 <가면 속 가수>의 촬영일이라는 것을 아는 스위치들은 시끌벅적했다.
– 저번에 스포일러 샌 것 때문에 보안 개빡세게 하나 보다 아무것도 안 올라오는 것보니까
– 궁금해서 미칠 것 같긴 한데 이겨도 져도 뭐 성해온이 개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음
기대가 넘실거리는 스위치 타임라인에서 공통된 의견이 있다면, 패배해도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태껏 거머쥔 3연승만으로도, 정체가 공개되는 순간 어마어마한 화제성을 몰고 올 것이 분명했으니까.
– 3연승이든 4연승이든 결과는 상관없으니 수고한 울 기특 블루베리 오늘 맛난 거 배터지게 드세요…
– 근데 성해온 지금 뭐 하고 있을까
두근거려하던 스위치들은 현재 성해온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승패의 결과까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무대를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산을 하나 넘은 셈 아니겠는가.
– 랕온깅들이 해온이 축하해 주고 있다에 한 표 던진다 귀염둥이들
– 진짜 그럴 것 같다 ㅋㅋㅋㅋ 류인이가 맛있는 거 해주는 거 아니야?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전부 오답이었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오늘 4연승을 차지한 성해온은 지금…….
서유현의 혈압을 끌어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