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66)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66화(366/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66화
파이브클론.
1세대 아이돌이자, 한국 아이돌 문화의 시작점이 된 그룹이다.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인기를 자랑하던 이들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을 무렵, 갑작스럽게 소속사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다.
이유는 노예 계약이었다.
파이브클론은 계약이 제대로 된다면 그룹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소속사는 보복성으로 파이브클론을 해체시킨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소속사는 그룹명에 대한 저작권은 사측에 있다며 ‘파이브클론’에 대한 사용을 불허했다.
당시 인기를 몰던 그룹이다 보니, 그 여파는 당연하게도 엄청났다.
소속사 근처에선 팬들의 시위가 계속해서 이어졌고, 누구보다 아이돌 활동을 사랑하던 파이브클론을 돌려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파이브클론은 자신들의 이름을 빼앗긴 채 잊혀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8년 뒤.
완전히 공중분해된 줄 알았던 그들이 다시 모습을 보인 것이다.
‘팝클’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당연히 정규 그룹은 아니었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그들은 아이돌 활동을 하기엔 나이가 조금 많았다.
하지만 리더의 제안으로 이들은 팬들에게 하고팠던 말을 전하자며 뭉쳤다.
그렇게 발매된 곡이 .
이 곡은 이례적인 히트를 기록했고, 지금까지도 레전드로 회자되곤 한다.
그리고.
……성해온이 선택한 게 바로 이 곡이다.
여자는 성해온의 선택에 기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곡에 담긴 서사부터 오타쿠의 심금을 울리는 거라고.’
가끔 들을 때도 감정이 벅차오른다고 느낀 곡이었는데, 이걸 마지막 무대에서 한다고?
‘아주 스위치들 눈물 빼먹고 코어팬으로 만들려고 작정을 했네! 했어!’
여자가 분기탱천하고 있을 때, 어두웠던 무대엔 밝은 조명이 들어왔다.
동시에 발랄하고 경쾌한 감성의 타악기 사운드가 부드럽게 밀려들어 왔다.
– Me, you 혹시 기억해?
그리고 여자는 첫 소절부터 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곡 선정 진짜 제대로네!’
여태껏 성해온의 무대를 보며 잔잔한 발라드도 좋지만, 어느 정도의 템포가 있는 밝은 곡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 왔는데…… 정확히 그런 분위기의 곡이었다.
– 언제나 함께하자고 약속했던
눈이 부시게 찬란했던 시간 말이야
게다가, 지금 이거…….
착각이 아니라면 편곡이 들어간 것 같았다.
변주가 계속해서 들어가며 멜로디가 복잡해졌다.
‘원곡은 이것보다 단순한 멜로디니까.’
돌겠는 건, 이로 인해 성해온의 유니크한 보컬이 소름 돋을 정도로 더 잘 드러난다는 점이었다.
‘진짜 머리 잘 썼네…….’
– 사람들은 말해
이쯤이면 괜찮은 결말이라고
그러니까.
지금 이 곡은 말이다.
……성해온의 진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재탄생된 거다.
– 괜찮은 결말이라 (um- um)
The end, 이 글자에서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대화를 건네는 듯한 잔잔한 가사.
하지만 이런 가사에서도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성해온은 끝을 생각해 본 적도 없을 텐데…….’
여자의 얼굴에 의문이 일렁였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이건 꼭…….’
어두운 끝을 수도 없이 상상해 본 사람 같지 않나?
– Life is still going on
나 아직 서툴지만
조금은 알 것 같아
그리고 그 순간.
패널석과 관객석이 크게 술렁였다.
……무대 위 성해온이 마이크를 손에 쥐고 무대를 거닐기 시작했기 때문에!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덕에 관객석에서 커다란 함성이 터졌지만, 이건 상당히 미친짓이었다.
이 무대에 선 이들은 음정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진 않을까 우려하며 숨을 내뱉는 타이밍까지 계산한다.
그러니까.
……무대 도중에 몸을 움직이는 정신 나간 짓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사랑하는 이들과는 언제나 함께라는 것
그리고 나는 떠나지 않을 거라는 것
이 곡의 주인은 아이돌이다.
요즘의 아이돌처럼 관절이 걱정되는 안무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의 가벼운 안무는 소화하며 부른 노래였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이 미친 짓은…….
오히려 무대를 모자람 없이 채우기 시작했다.
성해온은 관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호응을 유도했다.
– Me, you 우리가 함께인데 뭐가 두려워?
나는 설레기만 하는 걸
다가올 날들이 말이야
여자는 짧게 숨을 삼켰다.
아이돌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무시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얼굴만 반지르르하고 정작 가수다운 알맹이는 없다느니, 그런 것들 말이다.
하지만.
지금 성해온의 무대는…….
‘아이돌이라서 가능한 거야.’
다른 가수들은 이렇게 중요한 무대에서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한다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을 테니까.
– 지금은 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실은 두려웠던 적이 있어 (Shhh)
그때였다.
쉿, 하는 소리가 뒤섞임과 동시에 함께 밝은 조명이 가득 차 있던 무대에 어둠이 내려온 것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말이다.
– 무대는 끝났고
관객은 퇴장해
이제는 Ending Credit이 오를 시간
원래 이 파트는 1세대 아이돌답게 어조를 강하게 내뱉는 랩 파트였다.
하지만 성해온은 독보적인 멜로디랩으로 재해석했다.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목소리 진짜 사기네.’
한 음절 한 음절이 이어질 때마다 가슴이 울렁이는 기분이었다.
……스위치가 아님에도 말이다.
–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됐다고 생각했어
주연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사랑해 준 모든 이
빠른 템포가 이어졌지만, 성해온은 전혀 말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워 보였다.
– 하지만 그건 정답이 아니야 (Not correct)
확신이 담긴 목소리가 이어졌다.
– 아직 우리의 영화는 끝나지 않았거든
이 길고 긴 영화에 Ending이라는 단어는 없어
동시에 어두워졌던 무대엔 찬란한 빛이 가득 찼다.
그리고 귀가 황홀해질 정도의 화려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뒤섞이기 시작했다.
– 관객이 사라지지 않는 한
평생 무대 위에 남을 거니까
성해온이 군더더기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고음을 내질렀다.
……실력이 대단한 것 정도야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듣는 건 차원이 달랐다.
듣는 이들까지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청량한 목소리가 무대를 채웠다.
– 약속할게, 우린 함께일 거야
Ending Credit은 평생 오르지 않아
“……허.”
일말의 전투력마저 상실한 여자가 마른 얼굴을 쓸어내렸다.
지켜봐 주는 관객…… 즉, 팬이 단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들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이다.
그러니까.
평생 라이트온으로 남겠다는, 아니.
……라이트온으로 남고 싶다는 고백.
‘어떻게 마지막 무대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하냐고…….’
팬이 아닌 자신도 이 정도로 벅차오르는데, 스위치들은 이 노래를 듣고 무슨 생각을 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 * *
충격에 휩싸인 건 패널석과 방청객석뿐이 아니었다.
조명이나 음향 준비 등으로 인해 미리 곡을 알고 있었던 제작진들마저 얼이 빠져 있었다.
“미쳤네.”
“제 말이 그 말이에요…….”
박수진 작가가 대답하자, 그녀의 팔을 톡 친 선배 작가가 눈짓으로 어딘가를 힐끔 가리켰다.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김찬석 피디였다.
“완전 빠지셨나 봐. 저런 모습 오랜만에 보네.”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박수진 작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찬석이 시선은 무대에 고정한 채, 항상 들고 다니는 작은 수첩에 신이 들린 것처럼 무언가를 적어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찬석 피디와 일을 하다 보면 아주 가끔…… 그가 무언가에 대놓고 꽂혔을 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편집 엄청나게 하시려는 모양인데…….’
사소한 디테일조차 놓치지 않고, 며칠 밤을 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기어코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사람.
그게 김찬석 피디였다.
박수진이 속으로 감탄하고 있을 무렵, 선배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5인조 그룹 노래를 혼자 소화한다기에, 마지막이라고 무리수 두는 거 아니야? 싶었거든.”
“솔직히 저도요. 역효과만 내겠거니…… 싶었던 게 사실이죠.”
“그런데 완전 한 방 먹었네. 마지막 무대를 이렇게 써먹을 줄은.”
“그러게요. 어떤 관점에서 엔딩크레딧 같은 건 없이…… 라이트온은 영원할 거라 약속하는 것 같고…….”
“또 어떤 관점에서 보면 이 프로그램을 졸업하고도 더 빛나는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해.”
“사실 저는 평생 라이트온으로 남고 싶다는 고백으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간절해 보이기도 해서…… 아잇, 말하면서도 어이없네. 저 과몰입했나 봐요.”
“아니야. 나도 그렇게 느꼈어.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단 말이야.”
주거니 받거니 말을 하던 제작진 둘이 동시에 헛웃음을 흘렸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곡 선정에서 머리를 잘 썼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마지막 무대에서 ‘라이트온’ 자체에 서사를 더할 생각을 하냐고.”
“이거 나가면 팬들은 장난 아니겠어요…… 아니지, 아니지, 애초에 팬이 유입되겠지. 오늘 얼굴까지 공개될 테니까…….”
“패널들 표정 좀 봐. 다들 몰입해 가지고.”
“근데 어쩔 수가 없어요. 솔직히 지금 성해온 씨…….”
성해온을 섭외한 장본인인 박수진 작가가 무대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을 말했다.
“빛나잖아요. 그것도 엄청나게.”
박수진의 말에 반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들이 봐왔던 수많은 무대 중, 오늘 성해온만큼 빛나는 무대는 없었으니까.
* * *
나는 백스테이지에 내려오자마자 마이크를 제거한 뒤, 벅찬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었다.
“후…….”
무대 위에선 호흡이 부족한 티를 전혀 내지 않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슬아슬했다.
그룹의 노래를 혼자 부르는 건 나로서도 도전이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 곡을 포기하기도 싫었다.
은 오래전부터 만일 내가 여기까지 올라온다면 부르리라 생각했던 곡이니까.
내가 물을 한 모금 삼키며 생각을 이어가고 있던 무렵이었다.
“이제 올라가실게요!”
제작진이 사인을 준 것이다.
고개를 가볍게 주억인 나는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좌측과 우측에 나 있는 통로로 나와 상대방이 동시에 입장하는 식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입장과 동시에 함성이 쏟아졌고, 뒤이어 무대엔 암흑이 내려앉았다.
박진감이 넘치는 효과음과 함께 밝은 조명이 어두운 무대 위에 선 나와 상대방을 번갈아 비추기 시작했다.
[ 10 ] [ 09 ] [ 08 ]동시에 결과 발표를 알리는 카운팅이 시작됐고, 나는 자세를 바로 했다.
이기면 좋겠지만, 져도 나쁠 것 없다.
어떤 결과든 내겐 남는 장사니까.
[ 03 ] [ 02 ]눈을 깜빡인 순간이었다.
카운팅을 이어가던 전광판의 숫자는 어느새 [ 00 ]에 다다랐고.
그리고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던 조명은.
……내게 머물러 있었다.
잠시 멈칫한 내가 고개를 들어 밝은 빛을 눈에 담은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벼락과도 같은 함성이 나를 덮칠 기세로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나는 이때까지 예상하지 못했다.
이미 많은 것들을 안겨준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이…….
나와 라이트온에 어떤 변화를 몰고 와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