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67)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67화(367/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67화
그로부터 십여 일이 흐른 어느 날.
스위치들은 죄다 심장을 부여잡고 있었다.
– 드드드드디어 오늘이냐고
– 이러다가 제명에 못 살 것 같아서 명상하는데 성해온밖에 안 떠올라 사람 살려
– 진심으로 심장이 너무 뛰어서 죽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
……곽덕배도 별다를 바 없었다.
“도, 도, 돌겠네.”
종일 이 생각만 한 부작용으로, 곽덕배는 성해온이 무대에서 실수해 버리는 악몽을 3일 내내 꿨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아직까지 성해온의 결과가 미궁이었기 때문이었다.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이 방청객임을 말하며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겐 커다란 문제가 있었는데…….
첫 번째 문제는, 방송국이 무서워 인증이랄 것은 없었다는 것이며.
두 번째 문제는, 자칭타칭 방청객들의 의견이 달랐다는 것이다.
– 헛소리 퍼뜨리지 마세요 이겼다고? ㅋㅋ 얼음성의 북부대공 무대에서 절어 가지고 탈락했는데 뭔 개소리임 ㅋㅋㅋ
– 진짜 이겼다니까 그러네 내 지인이 갔다고 미친놈들아 왜 이렇게 사람 말을 못믿어
– 방청 간 본인인데 성해온 진 거 맞아요
한마디로…….
그냥 어그로를 끌 생각으로 글을 올리는 종자들이었다는 뜻이다.
5연승 도전 무대 촬영이 진행되는 날, 방송국 측에서 평소보다 방청객들에게 엄하게 경고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 그래서 이긴 거야 진 거야 이 똘추 같은 것들을 어떡하냐고
– 미친놈들 오타쿠 농락하지 말라고 개화딱지 남 어그로글 쓰는 놈들 3대가 대머리길 빈다 내가
하지만 이들의 어그로에 냉탕과 온탕을 반복으로 오가며 농락당한 스위치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혈압이 착실히 오르는 인내의 시간이 지나, 오늘이 당도한 것이다.
……토요일 오후 6시 30분!
그리고 황금시간대 중의 황금시간대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시작된 순간.
곽덕배와 근돌은 동시에 무언가를 느꼈다.
“그…… 오늘따라 편집이?”
“내 말이. 아직 성해온 무대는 시작도 안 했는데 편집 엄청 좋게 들어가네.”
그렇다.
……아직 프로그램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얼음성의 북부대공에 대한 편집이 남달랐던 것이다!
“……평소보다 카메라에 배는 잡히는 것 같은데?”
“예고편에서부터 전설이니 뭐니 엄청 덧붙였으니 예상하긴 했어. 그렇게 예고편 때려놨는데 편집 밍숭맹숭하면 그것도 이상하지.”
근돌의 말에 곽덕배가 동의했다.
“하긴.”
비단 스위치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청자층의 흥미를 가장 자극하는 것도 얼음성의 북부대공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편집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해됐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도 편집이 되게 잘되는 것 같지 않나?
고개를 기울였던 곽덕배는 이내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이들이 누구를 응원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프로그램의 재미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프로그램은 막바지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이번 회차의 출연진 중 연승을 거듭하며 올라온 이가 왕좌를 차지할지를 결정짓는 마지막 무대를 시작한 것이다.
……이 말인즉슨.
이다음이 성해온이 무대라는 소리였다.
– 갑자기 이런 질문 죄송한데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수도 있나요?
스위치들이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근돌과 함께 본방송을 시청하던 곽덕배는 먹던 치킨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허리를 곧게 세웠다.
갑작스레 자세를 바로 한 곽덕배에, 근돌이 의문을 띠었다.
“……? 왜 그래?”
“예를 갖춰야지…….”
“오타쿠 진짜 싫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왜 치킨 내려놓는데?”
끼리끼리 대화를 주고받던 이들의 입이 동시에 다물린 것도 그때였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성해온이 무대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뭐야?”
그리고 곽덕배는 이 짤막한 두 글자밖에 뱉을 수 없었다.
“펴, 펴, 편집 진짜 작정했네!”
성해온이 한 발자국을 내디딜 때마다, 기대감이나 흥분 등이 물든 패널들의 얼굴이 연달아 비쳤다.
그리고 슬로우를 건 발자국 소리와 더불어 심장박동 소리를 내는 효과음까지.
그러니까, 종합하자면…….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편집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는 뜻이다!
──타악.
그리고 이내.
무대 중앙에 도착한 성해온의 발걸음이 멈춘 순간.
의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
근돌은 경악 어린 얼굴로 입을 틀어막았다.
“미친 건가?”
어떻게 이런 곡을 선택할 생각을…….
성해온은 역시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던 근돌은 잠시 멈칫했다.
제 옆에 앉은 이의 최애가 성해온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수상할 정도로 조용한 곽덕배에, 조용히 눈을 굴린 근돌은 마주하게 된다.
……앉은 채로 기절할 기세인 곽덕배를 말이다!
* * *
한 가정집.
오랜만에 본가에 찾아온 여자가 저녁 시간에 맞춰 틀어져 있는 프로그램을 보며 물었다.
“엄마아빠, 이게 그렇게 재밌어?”
“재밌긴 뭐가 재밌니? 그냥 저녁 먹을 때 하니까 보는 거지.”
“와…… 누나 이거 다 거짓말이야!”
남동생이 벌떡 일어나 말을 이은 것도 그때였다.
“저번에 내가 뭐 보겠다고 다른 데 트니까 아주 나를 죽일 기세로…… 악!”
남동생의 입은 엄마의 사랑이 담긴 등짝스매싱으로 다물렸다.
여자는 남동생을 실컷 비웃어준 뒤, 흐음 소리를 냈다.
아이돌에도 별 관심이 없고, 예능 컨텐츠엔 더더욱 관심이 없던 여자는 자신의 절친을 떠올렸다.
– 진짜 해온이 딱…… 딱 한 번만 봐보라니까? 요즘 그 프로그램 때문에 유입도 미쳤어
– 그런데 갑자기 웬 덕질이야? 너 전에 최애가 양다리 열애설 터지고 그룹 탈퇴한 뒤에 아이돌 같은 건 다시는 쳐다보지 않겠다고 소주 병나발 불었잖아.
– 그런 미친 새끼는 풋풋한 아이돌로 잊는 거다…….
‘분명 이 프로그램 보다가 입덕했댔지.’
친구의 마음을 단숨에 돌린 아이돌이 궁금하긴 했기에, 여자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감탄했다.
“노래 진짜 잘하…… 알겠어. 조용히 할게.”
말문을 엶과 동시에 리모컨의 음량 상승 버튼을 연타하는 엄마에, 여자가 눈치 빠르게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가족들의 이런 몰입이 이해가 갈 정도의 무대였다.
이런 쪽에 관심이 전무한 여자는 이라는 노래를 알지 못했기에, 서사라든지 그런 것은 알지 못했지만…….
‘조금 많이 뭉클해지는 노래네.’
분명 밝은 노래임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어쩜…….”
집안의 1인자인 엄마가 중얼거리듯 입을 연 것이다.
“저렇게 어린 나이에 무대를 잘해낼까. 우리 집 사위 삼고 싶네…….”
“엄마…… 저 친구 22살일걸…… 딸 청주여자교도소 수감돼…….”
고개를 절레 저은 여자는 주변을 살폈다.
프로그램은 대충 적적하지 않을 정도로 틀어놓고 사시던 부모님조차도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평소였다면 밥만 허겁지겁 먹고 방으로 들어가 게임이나 할 남동생까지 젓가락질을 멈춘 채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이렇게 일반 시청자층까지 잡았으니…… 인기는 당연한 건가?’
여자는 조금 신기한 얼굴을 했다.
성해온…….
이런 인기를 모는 당사자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으려나?
* * *
MH 사옥 내에 있는,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 작은 회의실.
성해온은 홀로 그곳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본방송을 보고 있었다.
그것도 조금 어처구니 없는 얼굴로.
“무슨 편집이 이런…….”
분명 나는 평범하게 가면을 벗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지금 방송에 나오는 건…….
가면을 벗는 순간을 나노 단위로 반복하며 패널들과 관객들의 경악 어린 얼굴을 비쳤다.
……그리고 마지막은 내 동공에 스며든 빛까지 클로즈업으로 잡았다.
“편집 효과가 몇 개나 걸린 건지 모르겠는데.”
임팩트를 살려야 할 장면이라는 것쯤은 당연하게도 알고 있지만…….
대단하다 못해 당사자인 나조차도 당황스러울 정도의 장면이 연출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피디가 나를 꽤 좋게 본 것 같은데.’
– 오늘 무대 정말 좋았어요. 해온 씨랑은 다음에도 인연이 닿았으면 좋겠네요. 진심으로요.
잠시 김찬석 피디의 얼굴을 떠올린 나는 앉은 채로 발을 굴렀다.
그러자, 의자에 달린 작은 바퀴가 회전하며 내 몸이 핑그르르 돌아가기 시작했다.
“……음.”
프로그램도 다 봤겠다, 이제 슬슬 연습실에 있을 멤버들에게 가봐야 하는데 말이다.
사실대로 불자면, 나는 오늘까지도 계속해서 물어오는 멤버들에게 무슨 곡을 했는지 알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 입으로 그 곡에 대해서 말하기는…… 심히 멋쩍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대강 그런 상황이다 보니, 같은 공간에서 그 무대를 본다는 건 여러모로 어색했다.
그래서 튀었다.
– 해온 형, 어디 가세요?
– 잠깐 아래에.
멤버들은 당연히 내가 무대가 시작되기 전에 돌아오리라 여겼겠지만, 나는 무대에 이어 정체 공개가 끝난 지금까지도 이 작은 회의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차라리 진작 말하는 게 나았겠는데.”
오히려 이때까지 비밀로 부치니, 내가 정말 멤버들에게 감동적인 서프라이즈를 하고 싶었던 것 같지 않은가.
“…….”
안광이 없는 눈깔을 껌뻑이던 내가 멈칫한 것도 그때였다.
뇌리에 한 단어가 스쳤기 때문에.
“이거, 설마.”
“…….”
“……민망한 건가?”
여태껏 이 작은 회의실에 찌그러져 있는 것도 그렇고.
연습실에 갈 마음이 안 드는 것도 그렇고.
이건 어느 관점에서 봐도…….
“민망한 놈이 제 발 저리는 것 같은데.”
“…….”
“…….”
홀로 있는 공간.
길고 긴 정적이 이어졌다.
“스위치한테는 그렇게 허구한 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겨우 이게 민망하다고?”
스스로 물음을 건넸으나, 답은 정해져 있었다.
“……민망한가 보군.”
매일 부대끼고 사는 녀석들이라서 더 그러했다.
그렇지 않은가.
원래 이런 발언은 친한 친구나 가족 앞일수록 더더욱 민망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말을 마지막 무대에서 전했으니.
“…….”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의자에 등을 기댔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집니다!] [성좌, ‘세상의 파수꾼’이 자신이 원하던 게 바로 이런 동료애였다며, 수줍게 타오르고 있을 당신의 얼굴을 기다립니다!]“…….”
손가락 틈 사이로 메시지를 본 나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대체 어떤 순정만화를 본 거냐.
그딴 얼굴일 리가 없지 않은가.
혀를 끌끌 차올리며 테이블에 엎어진 나는 이내 헛웃음을 흘렸다.
“무슨 사춘기 온 어린애도 아니고 이딴 걸로.”
어이가 없는 수준을 넘어 말문이 다 막히는군…….
그렇다.
현재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성해온은 지금.
……민망함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