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84)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84화(384/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84화
나는 앞다투어 걱정을 쏟아내는 멤버들을 바라봤다.
이 녀석들은 이미 내 상태를 ‘교통사고에 의한 트라우마’로 결론지은 모양이로군.
‘뭐, 그럴 수밖에 없나.’
나였어도 그랬을 테니까.
가장 그럴 듯한 연관점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나조차도 내가 왜 그런 증상을 보였는지 모르겠는데, 저 녀석들이 알 리 없지.
‘흠.’
나는 미간을 조금 좁혔다.
교통사고 당시.
나는 스스로 핸들을 꺾고서도 별다른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겪지 않았다.
오히려 멤버들의 트라우마가 걱정되어, 성좌에게 그 순간의 기억을 지워달라 부탁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만큼 멀쩡했으니까.’
그 사고 이후에 사고 현장을 눈으로 본 건, 오늘이 처음이긴 하다만…….
그럼에도 납득이 쉽지는 않았다.
아니, 사실대로 불자면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피로가 누적되고 누적되어 까무룩 기절했다는 가정이 더 믿음이 갈 정도니 말 다 한 것이다.
내가 생각을 이어가고 있던 순간이었다.
“형, 무슨 생각 해요?”
침대맡에 걸터앉은 최승하가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연 것이다.
“스케줄은 저희가 잘 끝냈으니 걱정 마세요. 그렇게 중요한 스케줄도 아니었으니까~”
녀석이 헤실 웃었다.
“혹시라도 마음 불편해하지 말라고요. 아까 보니까 반응도 좋더라고요.”
“……그래.”
잠시 입을 다물었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어련히 잘했겠지.”
“맞아, 해온아.”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류인이 내 이불을 조금 더 꼼꼼하게 덮어주며 말을 이었다.
“공지는 단순한 감기 정도로 올라갔어.”
“잘했네.”
“그러니까, 며칠간 잡혀 있는 국내 스케줄은 쉬면 돼.”
류인은 마치 준비해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덧붙였다.
“우리 오늘처럼 잘할 수 있으니까 걱정 말고.”
“누구 맘대로?”
나는 이불을 치워내며 상체를 일으켰다.
“나 멀쩡해.”
말을 꺼내는 지금도 대가리를 후려치는 두통이 찾아오고 있었지만, 그걸 티낼 만큼의 머저리는 아니었다.
“스케줄은 예정대로 참석할 거야.”
“……해온아.”
“사고를 보고 놀란 건 맞아.”
나는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너희 예상대로, 그날 교통사고가 겹쳐지듯이 떠올랐거든.”
기억소실에 관련된 이야기는 조금도 꺼내지 않았다.
그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면…….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모든 라이트온의 활동이 스탑되겠지.’
혹은.
‘나를 제외한 5인 체제로 굴러가게 되든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 바보같이 순한 녀석들은 내가 이상을 가지고 활동을 강행하는 걸 지켜보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
당장 며칠 뒤엔 굵직한 아이돌들이 참석하는 큰 규모의 KPOP 콘서트가 해외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당연히 라이트온 역시 초청받았고 말이다.
그런데 내가 이 시점에서 이탈한다?
‘동선부터 무대 구성까지 고칠 게 산더미다.’
퀄리티는 당연히 수직 하락할 테고.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시기’였다.
지금 라이트온은 쉽게 말해 물이 들어온 상황.
그런 상태에서 멤버 하나가 빠진다?
이건 팬덤 내부의 결속이 크게 흔들릴뿐더러, 애써 쌓아놓은 탑이 무너지기 십상이다.
이런 중요한 기점이 될 때를.
‘고작 원인도 모르는 이상으로 날려 버린다라…….’
말도 안 되는 일이지.
* * *
다음 날 아침.
자는 척 고른 숨소리를 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나는 이불 속에서 눈을 깜빡였다.
– 해온아, 내일 이야기하자. 일단은 휴식이 먼저니까.
– 제 생각에도 요 며칠간 잡혀 있는 스케줄은 쉬시는 게 맞습니다! 저희는 이만 나가볼 테니, 푹 쉬십시오. 형님!
멤버들은 어제 한마음 한뜻으로 ‘휴식이 최우선’을 외치며 자리를 비켜줬다.
내가 별다른 반항을 하지 않으니, 안심하는 얼굴들이었고.
하지만 말이다.
내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리가 있겠는가?
녀석들의 말마따나.
며칠간 잡혀 있는 국내 스케줄은 내가 빠진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건 그 이후지.’
이걸 쉬는 순간, 나는 당분간의 활동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될 것이다.
팬들에게 띄워야 할 ‘건강 상태의 이상’이라는 명분이 아주 적절하게 생길 테니까.
흠.
작게 침음성을 낸 나는 이불 속에서 꾸물꾸물대며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참고로.
옷은 모두가 잠든 새벽에 기어가듯 옷장으로 걸어가 챙겼다.
챙긴 옷은 이불 안에 숨겨놨었고.
‘지금인가.’
잠자코 타이밍을 살피던 나는 이불 바깥으로 잽싸게 튀어 나갔다.
외투를 걸칠 틈도 없이, 나는 곧바로 거실을 가로질러 도어락 문을 열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연타했다.
‘좋은 말로 할 때 닫혀라.’
여기서 붙잡히면 답도 없었다.
탁! 탁! 탁!
닫힘 버튼을 연타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내 바람대로 엘리베이터 문은 닫히기 시작했고…….
좁아지는 틈 사이로, 내 뒤를 따라 달려온 멤버들의 경악 어린 얼굴이 보였다.
‘양심이 조금 찔리긴 한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나는 화사하게 웃으며 그런 멤버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지하 주차장에 당도하자.
‘역시.’
예상대로, 부지런한 매니저가 일찍이 밴을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드르륵-
“좋은 아침입니다. 매니저님.”
“……!”
내가 밴의 문을 열고 올라탄 순간.
매니저가 귀신이라도 마주한 것 같은 얼굴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거, 괜히 놀래킨 것 같아서 미안하군.
“해온, 해온 씨는 오늘 휴식…….”
“아, 그거라면 걱정해 주신 덕에 괜찮아졌습니다.”
“멤버분들은…… 어?”
조금 얼빠진 얼굴로 다른 멤버들의 위치를 물으려던 것으로 추정되는 매니저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그 이유인즉슨.
다섯 멤버들이 우당탕탕 몸을 부딪히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만면에 인자한 미소를 걸쳤다.
“다들 겉옷도 안 입고 나왔네요. 유하는 양치까지 물고 있고.
“……그, 그런.”
“애들이 아직 어리긴 한가 봅니다. 참 혈기왕성하네요. 아침부터 저렇게 잘 달리고.”
내가 말을 이을 때마다, 매니저의 얼굴에 혼란이 커졌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이해한다.
나는 맑게 웃으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3, 2, 1…….
“형니이이이이이이이임!”
밴의 문이 열리기 무섭게 울려 퍼지는 차윤재의 외침에, 나는 하하 웃었다.
“아침부터 목청이 훌륭한데.”
“이렇게 나가시면 어떡합니까! 겉옷도 안 걸치시고요!”
“그러는 너는 신발이 짝짝이인데.”
“……!”
차윤재의 얼굴이 화르륵 불탔고, 나는 다소 뻔뻔한 낯짝으로 미소 지었다.
“봐. 나 멀쩡하잖아.”
“……!”
“어제는 정말 그뿐이었어. 활동으로 피곤했으니까 더 예민했을 수도 있고…… 뭐, 운이 더럽게 나쁘면 사고 현장을 다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거야 바깥을 안 보면 되는 거 아닌가? 정 걱정되면, 창가 자리는 피할게.”
“……!”
“이렇게 괜찮은데 활동을 쉬는 것도 웃기잖아.”
마지막 말까지 덧붙이자, 멤버들의 입이 다물렸다.
멤버들이 내 말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다.
교통사고 트라우마는 인정한다.
그런데, 그게 뭐?
지금은 문제도 없잖아.
그렇게 해결 방법이 명확하지도 않은 심리적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스케줄에 참여하지 말라고?
대강 이런 의미가 담겨 있으니 말이다.
저 속상함이 묻어나는 면면들을 보고있자니, 나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만…….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녀석들이 안심할 수 있을 만큼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들 올라가서 제대로 준비하고 와.”
멤버들의 웃긴 꼴을 훑으며 피식 웃은 나는 팔짱을 끼며 눈을 내리감았다.
“난 여기서 눈 좀 붙이고 있을 테니까.”
* * *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센 척을 한 것치고, 나는…….
“두통약 하나 부탁드립니다. 음, 아니, 3개 정도 주세요.”
“아, 두통약 말씀이시죠?”
“예. 신경안정제도 같은 양으로 부탁드립니다.”
사옥에서 몰래 빠져나와 이러고 있다.
약을 건네받자마자 약국 내에 구비된 정수기에서 물을 떠 삼켜낸 나는 눈썹을 까딱였다.
이 두통의 원인은 나도 알 수 없다.
사고를 목격한 뒤로 심해진 두통이니…….
‘믿기지는 않아도 대충 트라우마로 생각하는 수밖에.’
그리고 사실대로 불자면.
차량에 탑승할 때마다 두통이 좀 더 심해진다.
‘진짜 트라우마일 수도 있겠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겨우 그게 뭐라고 트라우마가 생기냐고, 생기기는.’
운전대를 잡았던 매니저도.
멤버들도.
그리고 나까지.
부상 하나 없이 멀쩡하잖아?
쯧쯧, 혀를 튕긴 나는 믿져야 본전이라는 마인드로 두통약에 이어 신경안정제를 한 알 입에 넣었다.
“흠.”
거슬리게 아프긴 하다만, 차체 내부에 있는 게 아니라면 빈도도 잦지 않고…….
무엇보다.
통증엔 워낙 도가 튼지라 이 정도는 나름대로 참을 만했다.
약국을 나와 사옥으로 향하던 나는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탁 트인 맑은 하늘이 시야에 가득 찼다.
“며칠 뒤면 한국 땅이 아니겠군.”
* * *
예능 스케줄을 비롯한 화보와 인터뷰, 자잘한 CF 촬영 등.
의 활동 종료 이후, 며칠간 잡혀 있었던 라이트온의 국내 스케줄이 끝났다.
그리고 그동안.
성해온에 대한 라이트온의 걱정은 꽤 누그러졌다.
물론.
조수석에 이어, 창가 쪽에 성해온을 앉히지 않기 시작했고…….
미리 행동을 맞추기라도 한 듯, 모든 멤버들이 도로를 하이에나처럼 힐끔대며 혹시라도 뭐가 있지 않을까 안절부절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상태를 숨기는 성해온의 실력은 퍽 훌륭했기에, 모두가 착실히 속아넘어 가고 있었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유하야.”
“…….”
“유하야?”
성해온의 부름을 지금에서야 인지한 신유하가 상체를 훽 돌렸다.
“……! 네, 네!”
침대에 걸터앉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성해온과 시선을 마주한 신유하의 손이 얕게 떨렸다.
어떡하지.
방금 이상한 티를 내지는 않았겠지?
……왜 바보같이 정신을 빼놓고 있어서는!
“어디 안 좋은 건 아니고? 표정이 안 좋은데.”
“그냥, 잠을 조금…… 설쳐서 그런가 봐요.”
“잠을?”
성해온이 평소처럼 무심하지만, 그 안엔 다정함이 담겨 있는 물음을 건넨 것도 그때였다.
“뭐 고민거리라도 있는 건가?”
“……!”
무언가를 들키기라도 한 아이처럼, 신유하의 눈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아, 아니, 아니에요! 없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성해온이 픽 웃었고, 신유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일어나 방 안에 있는 욕실로 향했다.
──타악!
그리고 욕실의 문이 닫힌 순간.
신유하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내가, 왜 이러지…….”
울었다는 게 티가 나면, 성해온이 수상하게 생각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도 바보 같은 눈물샘이 멈추지 않았다.
성해온과 멤버들 앞에선 괜찮은 척을 하고 있지만, 속은 전혀 아니었다.
“무서워.”
신유하가 숨을 흡, 참았다가 울컥 뱉어냈다.
그러고는 문밖에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해온 형이, 어떻게…… 되어버릴까 봐.”
성해온의 룸메이트인 신유하는 모두가 잠든 새벽이었던 어제.
성해온의 이상행동을 목격했다.
……아마 성해온도 모르고 있을, 스스로의 이상행동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