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to make a group of 1st group of mangos RAW novel - Chapter (392)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392화(392/528)
망돌 1군 만들기 프로젝트 392화
헛걸음한 기사님에게 택시비를 드리고 돌려보낸 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섰다.
그러니까.
가야만 하는 곳이 있는데.
……갈 수가 없다.
다른 택시를 잡아 시도해 보려 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도로 위를 내달리는 차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였으므로.
나는 조금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근처 역사로 향했다.
노선도 보지 않고, 가장 먼저 보이는 지하철 안으로 뛰어들었다.
지하철 문이 닫히니 멀미라도 하는 것처럼 울렁였으나, 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트라우마의 범위는 승용차인 셈이다.
내 상태에 대한 결론을 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평상시에 이동 수단으로 쓰는 밴 역시 이 범위에 속한다는 거겠지.
“……하.”
엿같은 상황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정말 가지가지하는구나…… 해온아.”
* * *
“……?”
세수를 하고 나온 한수현이 아직은 조용한 숙소를 둘러보다가, 일찍이 일어나 소파에 앉아 있는 차윤재에게 물었다.
“해온 형이 안 보이는데요.”
“아, 형님은 먼저 나가셨어!”
– 나는 따로 도착할 테니까, 너희는 다섯이서 밴으로 이동해.
– ……! 택시를 타고 이동하시는 겁니까?
– 아니, 매니저님도 마침 근처에 볼일이 있으시대서 같이 가려고. 그러니까 걱정 말고, 애들한테도 전해줘라.
성해온이 했던 말을 전하자, 한수현이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대로 준비하면 될 것 같…….”
말을 잇던 차윤재의 머릿속에 강렬한 걱정이 스친 것도 그때였다.
오늘 라이트온의 스케줄이 다름 아닌 백한과 함께하는 스케줄이었기 때문에.
그래.
미국 공연에서 제안받았던 촬영이 바로 오늘 잡힌 것이다.
원래 백한의 채널은 자작곡을 올리고, 팬들에게 사소한 일상을 보여줄 용도로 만들어졌다.
그러던 중에 이벤트성으로 만들어진 게 바로 토크쇼 겸 음악 라이브 컨텐츠인 드로잉.
첫 게스트로 밀리어스가 출연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좋은 반응에 고정 컨텐츠로 자리 잡아버린 것이다.
국내팬들과 해외팬들의 화력으로 인한 조회 수 폭증과 그에 뒤따라오는 알고리즘의 위력 등이 한데 섞인 성장세는 가파르게 치솟아…… 현시점으로 구독자 수가 무려 800만 명에 육박하는 대형 채널이었다.
저번엔 대기실이었다지만, 이번엔 카메라 앞인데…….
차윤재가 벌써부터 안광 없는 얼굴을 하고 있는 한수현을 걱정스럽게 흘끗 바라본 순간이었다.
자신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얼굴의 한수현이 입을 연 것이다.
“걱정마세요. 윤재 형.”
차윤재는 조금 희망차졌다.
일전에 대기실에서 대화를 나눴던 백한을 비롯한 밀리어스 선배님이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대답이 나오려나 봐!
하지만 말이다.
한수현은 한수현이었다.
“카메라 앞에서는 절대 문제 될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신뢰가 담긴 목소리가 이어졌다.
“절 아시잖아요.”
“카메라 앞에서라면, 카메라 뒤에서는?”
“이제 옷을 갈아입어야겠습니다.”
모른 척 자리를 피하는 한수현을 본 차윤재의 얼굴에 경악이 물들었다.
“……마, 마음을 놓아야 하는 건지 아닌 건지 감이 안 와!”
* * *
나는 지하철을 타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 그럼 멤버분들께는 그렇게 이야기하겠습니다.
멤버들에게 나를 촬영장까지 데려다줬다는 거짓말을 해달라는…… 다소 뜬금없는 부탁을 들어준 매니저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 ……혹시 다투신 걸까요?
그건 아니라는 내 대답에, 매니저는 다행이라고 말하며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나는 지하철 내부를 바라봤다.
얼굴을 전부 가려주는 모자와 선팅이 짙은 선글라스, 마스크까지 착용하니 수상한 몰골에 힐끔대는 이는 있어도 나를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목적지와 가까운 역에서 내린 나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행히 스튜디오는 역사와 멀지 않았기에, 나는 금세 스튜디오에 다다랐다.
그리고 내부로 들어가자, 대본을 쥐고 소파에 앉아 있는 백한이 보였다.
“……! 선배님, 일찍 오셨네요.”
“평소엔 느지막이 오는데 오늘은 일찍 눈이 떠져서 대본이나 볼 겸! 해온 후배도 일찍 왔네?”
그때였다.
백한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빼내더니, 내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저나 멤버들은? 왜 혼자 왔어?”
“아, 저는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싸운 건 아니지~?”
매니저와 비슷한 말을 하는군.
“아니, 이게 그렇거든. 숙소에 쓸데없이 기력 넘치는 남자들만 살다 보면 질리도록 싸워.”
백한이 고개를 절레 저었다.
“싸우면 또 얼굴 보기 싫다고 스케줄도 따로 나가! 그럼 이게 불화설로 번지는 거야. 이게 아주 골치 아프고 그렇거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혹시 멋진 선배 같아 보이고 그러나?”
“언제나 그러셨죠.”
“나 원 참~!”
백한이 쾌활하게 웃으며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런 말하면 내가 좋아할 줄 아나 본데…… 좋긴 하네?”
내가 적당한 답을 내놨을 무렵이었다.
“음? 저기 라이트온 밴 아닌가? 맞지?”
백한이 창밖으로 보이는 주차장을 가리킨 것이다.
“멤버분들도 빨리 도착하셨네~”
“그러게요.”
나는 백한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저는 잠시 매니저님과 할 이야기가 있어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선배님, 곧 뵙겠습니다.”
“응응~ 수고해!”
백한이 미련 없이 손을 팔랑였고, 나는 계속해서 울렁이는 속을 억누르며 밴으로 향했다.
목적은 멤버들이 아니었다.
“매니저님.”
“아, 해온 씨!”
“아까 저기서 매니저님을 찾으시던데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바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너네는 대기실에 들어가 있어라.”
멤버들에게 대기실 방향을 알려준 나는 매니저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혹시 절 찾으셨다는 분이 어디 계신지…….”
스태프나 관계자들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곳이었기에, 매니저는 조금 의아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매니저님과 단둘이 대화를 하고 싶어서요.”
“저와요?”
“예, 정말 죄송하지만…… 오늘 촬영이 들어갔을 때 잠시 어디를 다녀와 주실 수 있으실지요.”
“아. 혹시 드시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말씀만 주시면 사 오겠습니다!”
“그런 종류는 아닙니다.”
주소가 띄워져 있는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자, 매니저가 흠칫했다.
“……! 여기는, 왜…….”
“무리한 부탁이었다면 죄송합니다. 편히 거절해 주셔도 괜찮아요.”
“아니요, 아니요. 가능합니다. 가능한데…….”
매니저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가 이내 떨어졌다.
내가 이 일에 대해서 더 깊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한다는 걸 눈치 빠르게 알아챈 것이다.
“예, 가능합니다!”
매니저가 나를 배려한 것처럼,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침 토크쇼 촬영이 좀 긴 편일 테니, 그사이에 다녀올게요.”
“……개인적인 일로 부탁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매니저가 왜 매니저겠어요? 이런 일 있으면 편히 말씀 주세요. 앞으로도요.”
* * *
업로드했다 하면 기본 조회 수가 백만대를 넘는 컨텐츠답게 스튜디오는 본격적이었다.
드넓고 쾌적한 공간에 반주를 맞춰줄 밴드가 존재했고, 촬영 장비들 역시 웬만한 프로그램보다 퀄리티가 좋았다.
작은 감탄사를 내뱉은 멤버들이 스튜디오의 오른편에 위치한 게스트석에 착석한 순간이었다.
저 멀리서 준비를 마친 백한이 달려온 것이다.
멤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허리를 숙이자, 백한이 ‘나는 그런 거 별로다’라고 말하며 가볍게 웃었다.
“편하게 생각해 주세요~ 나는 여기 나온 사람들을 다 친구라고 생각해.”
“……!”
멤버들 중 몇몇이 감동 섞인 얼굴을 한 순간, 촬영의 시작을 알리는 슬레이트가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타악!
불이 들어온 메인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 백한은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백한입니다! 오늘 게스트 분들은…….”
백한이 눈이 부신 것처럼 눈을 반쯤 뜨고는, 손을 들어 빛을 가리는 모션을 취했다.
“벌써부터 막 눈이 부십니다. 감독님! 조명…… 그, 라이트 좀 꺼주세요!”
아무런 답이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백한은 자연스럽게 멘트를 이었다.
“뭐? 라이트온이 있어서 끄나 마나라고요?”
혼신의 열연을 이어간 백한이 씨익 웃었다.
“네~ 오늘의 게스트는 라이트온 분들입니다. 반갑습니다. 저희 드로잉 시청자들에게 정식으로 인사해 주시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멤버들에게 들릴 정도로 작게 ‘둘, 셋’을 속닥였다.
“Switch on your light! 안녕하세요. 라이트온입니다!”
본격적인 토크쇼의 시작이었다.
* * *
의현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핸들을 작게 두드리며, 백한과의 통화를 떠올렸다.
– 해온 후배? 오늘 따로 왔던데?
– ……혼자?
– 응. 근처에서 일이 있었다던데, 밴이 안 보였던 거보면 뭐…… 택시 타고 온 거 아닐까?
백한은 성해온의 말을 믿는 것 같지만…….
“그럴 리가.”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려 했다면, 성해온은 다른 날을 택했을 것이다.
라이트온과의 스케줄이 있는 오늘이 아니라.
성해온이 그런 리스크를 만들 리 없었다.
누군가에게 촬영당하기라도 한다면, 불화설로 이어질 확률이 있다는 것을 가장 잘 알 테니까.
– 진, 진짜 오려고? 정말? 내가 안 믿겨서 그래!
스튜디오에 가도 되냐는 물음에, 백한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신난 목소리를 냈다.
– 일단 대기실에 가 있을래? 아니다! 아니다! 약간 깜짝 출연처럼 하는 거 어떨까? 형은 라이트온이랑 친분도 있고 하니까 후반부쯤에 몰래 등장하는 거지!
그런 백한이 주춤해진 것도 그때였다.
– 아니다…… 내가 너무 몰아세웠지? 형은 그런 거 안 좋아하는데. 그냥 와주는 걸로도 감지덕지지~
– 그렇게 할게.
– 응~ 역시 부담스러웠지…… 가 아니라 하, 할게? 진, 진심이야?!
백한의 스튜디오로 향하던 의현은 라이트온 멤버들을 떠올렸다.
“유치하게 다툴 성격들은 아니지.”
설령 다퉜다고 하더라도, 성해온이 위험부담을 안고 단독행동을 했을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으음.”
탁 트인 도로 위에서 매끄럽게 액셀을 밟은 의현은 눈을 도록 굴렸다.
“해온이가 뭘 숨기고 있는 걸까…….”
* * *
목적지에 도착한 매니저의 얼굴에 짙은 의문이 떠올랐다.
“으으으음…….”
성해온에게 장소를 받았을 때부터 의아했다.
장소가 이런 곳일 거라곤 예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매니저 생활하면서 별별 곳을 다 가봤지만…… 여기는 처음인데.”
– 그곳에서 이걸 확인해 주세요.
성해온은 이 내부에서 무언가를 확인해 달라 부탁했다.
지금은 모든 게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일단은…….
“부탁한 걸 들어드려야지.”
매니저는 성해온이 알려준 곳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